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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 작가/조현오의 구겨진 제복

1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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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후마니타스)의 작가 서형이 이번엔 조현오를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허위발언'으로 징역을 살고 나온 바로 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다. 그는 지난 2010년 3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 중 한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날 10만 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 차명계좌가 발견됐지 않습니까, 그것 때문에 뛰어내린 겁니다"라고 발언, 사자명예훼손혐의로 징역 8개월형을 받았다.


서형 작가는 사법피해자 취재를 전문으로 해왔다. 취재 중 조현오 전 청장의 다른 면에 대해 듣게 되었고, 그의 진면목을 취재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조현오'라는 이름 석자는 차명계좌 발언 하나만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 있는 사람. 이명박 정부의 경찰청장이었다는 것으로도 다른 쪽 진영에선 공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몇몇 매체에 연재를 타진해보았으나 모두 난감한 기색으로 거절했다. 그러나 블로그 '지역에서 본 세상'은 그런 세간의 시선에 개의치 않기로 했다. 글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오로지 독자의 몫이니까. 근거없는 비난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글만 아니라면 이 블로그는 글쓰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편집자 김주완>


구겨진 제복 1화- 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만나다



조현오 전 청장(이하 호칭 생략)은 차명계좌 발언으로 많은 사람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겼다. 그리고 그 대가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출소 후 2014년 말,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다녀왔다. 관련 기사에는 수행원이 3명 있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호위호식 한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2015년 2월 말, 조현오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수행원 정체를 밝혔다. 바로 그 수행원 가운데 한 명이 필자다.

오마이뉴스 인터뷰 보기


조현오를 알게 된 것은 <나꼼수>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서다. <나꼼수>에서 다룬 조현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장자연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며(나꼼수 30회)’, ‘검경 수사권 조정을 검찰에 유리하게 한 장본인이고(나꼼수 31회)’, ‘디도스 수사에서 경찰 수사를 망친 장본인이며(나꼼수 32회)’, ‘경찰에 최시중 관련 첩보를 줬음에도 수사를 방해한 인물(봉주 2회)’이었다.



2013년 중반까지 조현오는 관심 밖 인물이었다. 당시 경찰을 취재 중이었고 한 형사에게 자신이 수사하던 사건을 윗선에서 덮으려던 일을 듣게 됐다. 그는 사직서를 준비하고 윗선에 들이댔다.


“만약 사건을 가져가면 사표를 내고 조현오 청장님을 찾아가겠습니다.”


사건을 묻으려던 시도는 한순간에 없던 일이 됐다. 형사에게 ‘경찰청장 조현오’는 어떤 상징이었을까.


“검찰과 붙었을 때 그만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이 흔치 않거든요. 위에 눈치 안 보고 내부 비리에는 굉장히 부정적이지요. 바로 날려버려요. 숙청하듯이.”


이어진 경찰 취재 과정에서 접한 조현오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조 파면’이라는 별명을 거론하며 독재자로 보는 시선도 있었고 인사문제에 대한 불만은 상당했다. 반면 긍정적인 평가는 그동안 <나꼼수>에서 접했던 조현오가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상반됐다.


“역대 경찰청장 중 허준영과 조현오를 존경해요. 아이러니한 것은 외무고시 출신들이 조직에 들어와서 비전을 줬다는 것이지요.”


“경찰 조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분이에요.”


“역대 청장 중 청와대와 관계에서 가장 강한 목소리를 냈어요. 검·경 수사권 다툼이 벌어질 때 자기에게 큰 타격이 올 수도 있어요. 통상적으로 검찰 조직은 자기 조직에 대항하거나 해를 입히면 반드시 보복합니다. 자기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상대 힘을 빼지요. 대표적인 대상이 경찰 수장이고요. 차명계좌 고소 건 외에는 걸릴 게 없는 분이잖아요. 국민이 갖는 가장 큰 이미지는 차명계좌 발언이지만 큰 줄기는 바르게 하려고 노력했고 사명을 회피하는 사람은 아니지요.”


“카리스마 있어요. 추진력과 조직 장악력이 있고 가차 없지요. ‘조 파면’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조직 내 비리를 완전히 쓸어버리면 조직은 깨끗해질 것 아니에요?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조현오> 책 표지에 멍든 사진? 그것은 이제석 디자인인데, 그런 디자인 쓴 것에 대해 쿨하다고 생각하면 될 거에요. 보기에는 수구적이고 권위적일 것 같지만 생각이 대단히 자유로운 사람이에요.”


이들은 조현오가 차명계좌 발언으로 저평가 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꼼수>가 제기한 내용이 과연 진실인지 호기심이 생겼다. 사전조사를 마치면서 경찰을 주제로 글을 쓴다면 그건 ‘조현오’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조현오를 몹시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연락처를 비롯해 그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조현오는 당시 ‘차명계좌 발언’으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죄’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았다. 이런 죄는 보통 양형이 벌금 100만 원 정도다. 항소심 재판에서 그는 차명계좌 발언 진원지로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 임 씨를 지목했지만, 임 씨는 부인했다. 2013년 9월 26일 그는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다시 구속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정보가 하나도 없는 것과 소재를 알고 있는 것은 큰 차이다. 서울구치소로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내용은 특별할 게 없이 평소 생각하는 바를 적었다. 하지만, 조현오는 편지를 받는 족족 찢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이 과정에서 조현오는 누군가를 한 번 믿으면 그냥 믿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언젠가 그에게 재판기록을 요청했을 때 주변에서는 극렬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모든 기록을 조건 없이 보내줬다.


조현오는 2014년 5월 중순 만기 출소했다. 그에게 연락을 받고 만나기로 하면서 부탁한 것은 재판부가 하지 않았던 현장검증이었다. 그가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이야기를 들었다는 한 서울역 인근 호텔 식당을 현장으로 지목했다.


조현오는 서울청장으로 부임해 2010년 3월쯤 이 호텔 식당에서 임 씨를 만났다고 한다. 지금까지 언론은 임 씨를 MB와 독대할 수 있는 핵심 실세 가운데 한 명으로 묘사했다. 그만큼 정보력이 막강한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문은 당시 임 씨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 상황을 알 수 있는 지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임 씨가 조현오를 만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현오가 임 씨를 만났다는 식당은 호텔 지하에 있는 고급 다다미방이다. 음식 값은 1인당 최하가 10만 원 선이다. 단아한 옷차림으로 머리를 깨끗이 뒤로 동여맨 아가씨들이 음식 시중을 든다. 조현오에게 임 씨에 대한 기억을 더듬도록 했다.


임 씨는 음식을 나르는 아가씨에게 ‘기프트 카드(Gift Card)’로 결제가 가능한지를 물었다고 한다. 아가씨는 결제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임 씨는 카드 유효기간을 두고 아가씨와 한참을 이야기했다. 조현오는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이 결제할지 고민하다가 예의상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했다.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술이었다. 막강한 정보력이 있다는 사람이 자기 상품권 카드로 결제가 되는지도 모르는 식당에 서울지방청장을 불러냈다? 애초부터 불러낸 사람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일 정도로 허술할까? 법정 진술도 이런 식이었다면 재판부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듯했다.


조현오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서울지방청장 시절 내부 강의였을 뿐이고 허위 인식과 고의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문제가 있다.


그는 당시 현직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다. 일반 국민들로서는 그가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발언을 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고위직 공무원은 그만큼 말과 행동에 신중함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그가 받은 판결이 부당한 면이 있다는 점을 짚어야겠다. 조현오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징역 8개월로 감형됐다. 감형 이유는 경찰직 공무원으로서 끼친 사회적 공헌을 고려한 것이다.


경찰 안에서 조현오를 싫어하는 이도 동의하는 점이 있다. 그가 매우 청렴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이도 있다. MB가 임명한 경찰총수이기 때문이다. 차명계좌 발언까지 했을 정도면 눈치 보기와 아부에도 능한 사람이라는 평가도 있다.


‘균형 잡힌 시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라스트 캐슬>에서 어원(로버트 레드포드) 장군은 교도소장에게 군 형무소 수감자를 대하는 태도가 왜 서로 다른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신은 그들의 최악인 면을 바라보지만, 나는 최선의 면을 보고자 한다.”


1차 현장검증에서 조현오에게 ‘최선의 면’을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과 정치적 색채가 맞지 않다면 모두 부정적으로 색칠하는 오늘날 사회상에 대한 반발로 조현오를 다시 보게 됐다. 물론 조현오는 여러 정치적인 논란 한가운데 있었던 인물이다. 이 글은 분명히 선의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대상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작가가 책임을 져야 할 영역이다.


조현오와 첫 만남이 끝날 즈음 2차 현장검증을 제안했다. 장소는 서울시청 근처에 있는 코리아나호텔 중식당이었다. 이곳에서 조현오는 경찰청장 시절 당시 청와대 ◯◯ 수석과 언쟁이 있었다고 했다. 한 달 뒤에 조현오와 다시 만났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내는 식탁이 있는 방이었다.


그곳에서 청와대 ◯◯ 수석에게 어떤 일로 화를 냈는지 물었다. ◯◯ 수석이 “검찰에 차명계좌사건이 수사 진행 중인데, 조청장이 수사권 관련해서 그렇게 강하게 발언해도 되는 건가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칠 쯤 <나꼼수>에서 주진우 기자가 망쳤다고 주장한 사건이 떠올랐다.


“여기 왔으니 안 물어볼 수 없네요.”


코리아나호텔 사장은 방용훈이며,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형제이다. 2009년 경기지방경찰청장 시절 있었던 ‘장자연 사건’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다음 제2화-장자연 편 수요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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