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후마니타스)의 작가 서형이 이번엔 조현오를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허위발언'으로 8개월 징역을 살고 나온 바로 그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다.


서형 작가는 사법피해자 취재를 전문으로 해왔다. 취재 중 조현오 전 청장의 다른 면에 대해 듣게 되었고, 그의 진면목을 취재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조현오'라는 이름 석자는 차명계좌 발언 하나만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 있는 사람. 이명박 정부의 경찰청장이었다는 것으로도 다른 쪽 진영에선 공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몇몇 매체에 연재를 타진해보았으나 모두 난감한 기색으로 거절했다. 그러나 블로그 '지역에서 본 세상'은 그런 세간의 시선에 개의치 않기로 했다. 글에 대한 판단과 평가는 오로지 독자의 몫이니까. 근거없는 비난이나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글만 아니라면 이 블로그는 글쓰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편집자 김주완]



구겨진 제복 6화. 조현오의 인사청탁 간부 명단공개


조현오는 2010년 1월 27일 서울청 참모회의에서 경정급 직원 이름 16명을 공개하면서 언론에 주목을 받았다.


조현오는 “승진할 수 있는 보직으로 가고자 외부 인사 청탁을 한 경찰관”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빽’을 통해 인사 청탁을 하면 명단을 공개하겠다던 경찰 간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한 사람은 조현오가 처음이었다.



경찰은 경위 계급이라 해도 정보 쪽 분야에서 일한다면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막강한 실세들과 인맥을 구축할 수 있다.


2014년 기준 전국 경찰 가운데 경정은 2171명이며 총경은 507명이다. 총경 승진이 안 된 경정은 14년 근무를 마치고 퇴직해야 한다. 이를 ‘계급정년’이라고 한다. 총경 이상 인사권은 경찰청장에게 있다. 지방청장은 경정 이하 인사권만 있는데 왜 지방청장에게 총경 인사 청탁이 들어올까?


총경 승진 과정을 살펴보자. 승진 1단계는 인사고과를 잘 받아야 한다. 업무 능력을 증명해야 승진 후보 대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아무래도 업무 능력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보직이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보직 청탁이 생기는 이유다. 또 지방청장이 예상 밖 인물을 승진시키는 게 불가능하지도 않다. 지휘관이 평가 점수를 매길 때 특정인에게 최고 점수를 몰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현오는 경찰 생활을 시작하면서 인맥을 동원하면 경찰 기강이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자기 경험이 근거였다. 생활안전과장으로서 성과를 냈지만 형사과장으로 가지 못했던 조현오는 보안과장 시절 외부 인사 청탁으로 형사과장이 되면서 부조리를 느꼈다. 이 같은 관행을 막고자 들고 나온 방법이 외부 인사 청탁자 명단 공개였다.


조현오는 첫 보직인 금정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시절 파출소장에게 청탁을 받곤 했다. 경위 이하 인사권은 경찰서장에게 있지만 생활안전과장(경정) 추천이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파출소장은 유흥업소가 밀집된 파출소로 가고 싶어 했다. 조현오는 이런 직원을 살짝 불러 무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울산남부서에서는 외부 인사 청탁 전화를 두 번 받았다. 조현오는 해당 직원에게 선택권을 강요했다. 옷을 벗든지 울산을 떠나 다른 경찰서에서 근무할 것인지 고르라고 했다. 조현오는 한 명은 다른 지역으로 보냈고 다른 한 명은 울산 내 다른 경찰서로 보냈다.


“직원 부인이 서장실로 찾아와서 남편과 함께 무릎 꿇고 빌더라. 아이를 등에 업은 부인이 애원하니까 차마 울산 밖으로 보내지 못했지.”


2008년 부산청장이 됐을 때도 외부 청탁을 받았다. 조현오는 해당 직원을 불러 혼내는 정도로 넘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부산에서 기자들과 회식 중에 총경 승진 후보자 이야기가 나왔다. 기자들은 경찰관 한 명을 지목해 승진 가능성을 물었다. 조현오는 승진 연도가 늦다며 인사는 원칙과 공정성을 담보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들은 노무현 정부 때 승진한 총경을 거론하며 형평성을 따졌다. 누구는 이상득·이재오 등을 언급하며 ‘빽’을 거론하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향신문>은 조현오 부산청장이 고위직 승진을 원하면 이재오·이상득 의원을 통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같은 자리에 있었던 기자는 <경향신문> 기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조현오 청장 발언 취지는 ‘안 된다’는 뜻이었어요. 만약 문제 있는 발언이었다면 다른 기자들이 왜 후속 기사를 안 썼겠어요?”


부산에서 한 지인을 만났을 때 조현오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부산청장이던 조현오에게 술자리에서 인사 청탁을 했다. 조현오는 단호하게 거부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는 청탁을 거부하겠다면 자신을 밟고 지나가라며 출입구 앞에 드러눕고 눈을 감아버렸다. 잠시 아무 반응이 없어 살며시 눈을 뜨니 조현오가 머리맡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안 됩니다.”


지인에게는 그 상황이 매우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은 듯했다.


2009년 조현오는 경기지방경찰청장이 된다. 이때부터 외부 인사 청탁이 들어오면 해당 과장을 참모회의에 불렀다. 참모회의 참석자는 20여명이다. 조현오는 당사자를 세워놓고 다그치곤 했다.


“인사 청탁하지 말라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청장 지시가 잘못인가?”

“잘못 없습니다.”

“지시가 정당하면 왜 불복하느냐? 지시를 위반한 이유가 뭐냐?”


당시 직원들은 이를 ‘인민재판’, ‘자아비판’이라고 표현했다. 



1년 뒤 조현오는 서울지방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서울은 ‘빽’ 수준과 체급이 달랐다. 참모회의에서 직원을 불러 질책하는 정도로는 효과가 없었다. 작심하고 외부 인사 청탁을 한 경정 16명을 실명 공개했다. 한 경찰은 당시 실명 공개 파장을 이렇게 설명한다.


“지방청장이 회의 중 누군가를 한 번이라도 언급하면 그날 지방청 화두는 그 사람이에요. 청장이 한 사람을 칭찬하면 승진 대상자라며 시끌시끌하지요. 청장은 누구를 딱 집어서 질책도 잘 하지 않아요. 그 사람이 받는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니까요.”


조현오식 실명 공개는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실명을 공개하고 나서 조현오가 받은 충격도 상당했다.


“그렇게 실명을 공개했는데도 ‘빽’을 쓰는 사람이 있는 거야.”


조현오는 외부 인사 청탁을 한 경정을 참모회의에 불렀다. 서울청 참모회의 참석자 규모는 30~40명 정도다. 그 자리에서 조현오는 경정을 호되게 질책하며 몰아붙였다. 이후 조현오는 분위기가 잡혔다고 판단했다. 2010년 8월 조현오는 경찰청장이 된다. 경찰청장은 감찰권과 총경 이상 인사권을 행사한다. 외부 인사 청탁에 대한 자기 관점과 대응은 조직 안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됐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조현오는 스스로 최악이라고 할 만한 인사 청탁을 받게 된다. 인사 청탁 자체도 혐오스러운 것이었지만 하필 청탁한 외부인이 검찰 출신이었다. 당시는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경찰과 검찰이 첨예하게 맞붙던 시기였다. 조현오는 당장 감찰 조사를 지시했다.


조현오는 경정급 외부 인사 청탁은 명단 공개로 대응했다. 경무관급 이상 인사 내막은 ‘경찰청장 지휘’에서 다룰 것이다. 지금까지 조현오에게 청탁을 했다는 외부 인사는 누굴까. 공개적으로 질책을 당했다는 경찰은 MB 정부 시절 어떤 인물을 동원했을까. 조현오는 몇 명을 언급했지만 이들을 밝히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외부 인물 가운데 한 명은 MB 정부 때 언론에 자주 등장한 종교인이다. 그는 조현오가 ‘경찰청장 이너서클’에서 온갖 루머와 견제로 시달릴 때 두둔해줬다고 한다.


조현오가 ‘빽’을 공개하는 방식은 정당했을까? 동의하지 않는 시선이 많았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었다면 조현오가 선례를 만든 만큼 계속 이어지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면 굳이 명단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조현오는 왜 주변에 적을 만드는 방식을 택했을까.


조현오는 울산남부서장 시절 훗날 법조 브로커로 유명해진 K씨를 알게 된다. K씨는 어떤 회사와 관련된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자 서장실을 찾아와 조현오에게 봉투를 건넸고 조현오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K씨는 청렴한 조현오에게 호감을 보였다.


조현오는 울산남부서에서 거둔 성과와 상관없이 3급지인 사천경찰서장으로 발령받는다. 그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K씨는 사천경찰서에 찾아와 조현오에게 원하는 보직을 물었다. 조현오는 원하는 보직을 말했지만 이뤄지지는 않았다. 조현오가 돈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후 조현오가 거친 보직은 썩 좋지 않았다.


소식이 뜸하던 K씨가 허준영이 경찰청장이 되자 연락이 왔다. K씨는 경찰청 간부를 다 아는데 허준영만 모른다며 조현오에게 소개를 부탁했다. 조현오는 알겠다고 답해놓고 허준영을 찾아가 오히려 K씨가 위험한 사람이니 가까이 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며칠 뒤 K씨는 전화로 조현오에게 온갖 욕을 퍼부었다.



이후 연락이 끊긴 K씨와 다시 연결된 것은 조현오가 ‘차명계좌 발언’으로 감옥에 있을 때였다. K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청렴한 사람을 판검사가 구속했다며 면회를 오겠다고 했다. 조현오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조현오는 K씨가 사천경찰서로 찾아와 원하는 보직을 말하라고 했을 때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K씨에게 기대려 했던 자신이 굴욕스러웠다. 이후 직급이 오를수록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인사 기준 마련은 조현오에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


외부 인사 청탁도 막고 주관적인 지휘관 평가도 뺀다면 승진 기준은 뭐가 돼야 할까. 조현오는 ‘성과’ 말고 딱히 떠오르는 답이 없었다. 


<다음7화- 성과주의 편은 11일(월) 업데이트됩니다.>


서형 작가  연락처 seohyung224@gmail.com  /블로그 4days.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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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록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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