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경남 촛불집회에는 '깃발'이 없다

기록하는 사람 2008. 7. 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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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현장은 '깃발의 경연장'이라 할 만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깃발이 나부끼고 있습니다.

기존의 정당과 온갖 사회단체, 노동단체의 깃발은 물론 인터넷커뮤니티와 각종 동호회 등에서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의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깃발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8일에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전대협'의 깃발이 새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다양한 깃발을 보는 것도 쏠쏠한 구경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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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서울시청 앞의 다양한 깃발들.


하지만, 창원과 마산 등 경남지역의 촛불집회 현장은 그런 깃발을 볼 수 없는 게 특징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창원이나 마산에서 본 깃발로는 '안티이명박' 카페에서 들고 나오는 것 말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창원집회가 열릴 때마다 도우미 역할을 해오고 있는 강창덕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에게 물어봤습니다.

"좁은 인도에 앉아서 집회를 하는데, 앞에서 깃발을 들고 있으면 시야를 가릴 수 있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집회에 조직이나 단체의 깃발이 많으면 그 조직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소수 몇 명이 나와 깃발만 들고 있는 건 생색내기로 비칠 수도 있고, 정부와 수구언론이 제기한 배후론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

강 대표는 "서로 깃발을 가져오지 말자고 약속하거나 단체끼리 합의한 적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강 대표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촛불집회를 기존의 노동단체나 사회단체가 주도하거나 배후조종(?)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비조직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깃발을 들고 나오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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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달랑 두 명(오후 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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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이 더 늘었네요(6시50분).


그러나 좀 아쉽기도 합니다. 촛불집회에 동의하는 단체나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회원과 구성원들을 모으고, 그들과 함께 깃발을 앞세우고 참여한다면 지역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좀처럼 깃발을 보기 힘든 창원에서 어제(5일)는 새로운 깃발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전국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 지부의 깃발이었습니다. 깃발은 집회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인 6시30분부터 있었습니다. 처음엔 깃발 아래에 서너 명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해 15명 정도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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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참가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7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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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 기자와 사원들인 이들은 이날 낮에 창원대에서 노동조합 수련회를 마치고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이었습니다.

김훤주 지부장은 두 번째 시민발언대에 나가 "이명박 정부가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사유화하고, 신문-방송 겸영허용으로 <조선TV><중앙TV><동아TV>를 하나씩 만들어주려 한다"며 정권의 언론장악 의도를 규탄하기도 했습니다.

이날도 집회를 마친 4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창원시청 로터리를 지나 상남상업지구를 한 바퀴 돌며 행진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KBS창원총국 앞에 도착, "공영방송 지켜내자" "최시중은 물러가라" 등을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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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한 기자는 줄곧 시집을 읽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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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눈에 띄는 경남도민일보 지부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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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이명박 카페 깃발과 경남도민일보 지부 깃발이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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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 대열의 선두는 오늘도 경찰관들입니다. 에스코트를 확실히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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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의 깃발이 '안티이명박'이고 중간 깃발이 '경남도민일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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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열 후미에도 경찰차가 따르며 시위대를 보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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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창원총국 앞 마무리집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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