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이명박 대통령이 만들어준 아름다운 인연

기록하는 사람 2008. 7. 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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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여섯의 나이 치고는 인터넷과 친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여러 카페에도 가입해 있지만, 인터넷을 매개로 한 오프라인모임(정모라고 하나요?)에는 지금껏 한 번도 나가 본 적이 없습니다.

괜히 나갔다간 늙은이 취급을 받을 것 같기도 하고, 젊은 분들이 불편해할 것 같아서였죠. 그게 아니더라도 하여튼 상당히 멋적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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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광장에 휘날리는 경남 아고라 깃발. /김주완


그러다 어제(4일) 난생 처음으로 한 인터넷카페의 오프라인모임에 참석해봤습니다. 이번 촛불집회를 계기로 만들어진 '부산경남아고라' 모임이었는데요. 지난 6월 28일 취재차 갔던 서울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적이 있어서 용기를 내봤습니다.

공지대로 창원 용지호수에 갔더니 한 귀퉁이에 낯익은 카페 깃발이 보이더군요. 20여 명이 왔는데, 반갑게도 40대 이상으로 보이는 분이 제 말고도 두 분이나 있었습니다.

이어 가까운 식당으로 옮겼습니다. 각자 자기소개를 했는데, 갓 20세의 젊은 여성에서부터 30대가 가장 많았고, 40대는 저를 포함해 3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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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이 자리를 잡고 앉으니 웬만한 시민단체의 행사 뒤풀이모임 정도의 규모가 됐습니다. 그러나 잘 조직된 시민단체의 모임과는 뭔가 확연히 다른 점들이 있었습니다.

알다시피 오프라인 기반의 조직이나 단체의 모임은 나름대로의 질서라는 게 있습니다. 대표가 있고, 간부들이 있고, 또 조직내의 직위는 아니더라도 사회적 지위나 운동경력, 명망성이라는 것도 있죠.

그러나 이 모임은 운영자로 보이는 한 분의 사회자 말고는 모두가 평등했고, 부르는 호칭도 모두 카페에서 쓰는 닉네임을 쓰더군요. '쩌엉메이님' '형님푸우님' '다단계님' '안심토마토님' 등등...너무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닉네임도 그냥 제 이름으로 쓰다보니 영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재밌는 닉네임을 하나 만들어야 하려나? 좋은 이름 하나 추천해주세요.)

1,2차 서울 원정집회 참석한 데 대한 평가와 향후 카페에서 할 일들을 놓고 나름 진지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기존 수직적 위계가 작동하는 조직이나 단체와 달리 토론도 훨씬 수평적이고 민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보단 서너 살 적지만 40대인 한 회원은 "2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쇠고기 고시가 발표되는 날 다시 물었다"면서 "밤마다 인터넷을 보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잠자고 있던 자신의 감수성을 깨워주었다는 겁니다.

다른 30대 회원은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했지만, 졸업 후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운동에 대한 열정을 일깨워 줬다"고 고마워(?)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자연스럽게 비용을 갹출했습니다. 그리고 내일 서울 촛불집회에 원정하는 분들에게 몸조심을 당부하며 헤어졌습니다. 난생 처음의 인터넷을 매개로 한 정모는 즐거웠고 흐뭇했습니다.

이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맺어준 아름다운 인연'이었습니다. 서울 가시는 분들 다치지 말고 잘 다녀오세요. 하지만 경남 아고리언의 의지만큼은 확실히 보여주고 오세요. 지난 2차 때처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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