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아이들은 선생님 하기 나름이다

김훤주 2015. 1. 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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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가 공익 실현을 위해 만든 자회사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 운영을 맡으면서 청소년들과 함께 지역을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여름에는 청소년 기자단으로 우리 지역 일곱 중·고등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사회적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원자력발전(=핵발전)의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발전본부와 76만5000볼트 초고압 송전철탑 설립 강행으로 주민들 고통이 극심한 밀양 용회마을 현장을 찾았습니다.

 

또 겨울인 지금은 수능시험을 마친 시점에서 지역 여러 고등학생들과 더불어 경남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11월 24일 김해경원고 학생들의 김해 탐방을 시작으로 15일까지 열다섯 차례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앞으로 두 차례 더 탐방을 나갈 예정이랍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더불어 탐방을 하면서 아이들이 선생님 영향을 생각보다 크게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단순히 현장에서 보이는 선생님들 태도를 갖고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이렇게 해서 한 번이라도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작지 않게 차이가 난답니다.

 

한국수력원자력고리원자력발전소를 찾은 창원 문성고 학생들.

 

이를테면 청소년기자단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사회 현장을 실감나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한 학생들은 신문·방송에서나 보던 현장을 찾아 구체적인 모습을 보고 듣고 만지는 취재 활동을 벌였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자기 태도가 좀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뀌어 있어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는 얘기도 저는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76만5000볼트 초고압 전기가 흐르게 될 밀양 용회마을 현장을 찾은 창원 문성고 학생들.

 

지금 진행하는 고장 사랑 지역 역사·문화 탐방을 통해서는 자기가 사는 고장 또는 가까운 이웃 고을의 역사 현장과 문화재를 찾아 그 숨겨진 의미와 가려진 아름다움 따위를 제대로 누릴 수 있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자기 사는 지역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랍니다. 그래서 같이 돌아다니다 보면 반드시 듣게 되는 아이들 소리가 "우와~ 우리 지역에 이렇게 멋진 데도 있었어요?"랍니다.

 

발굴하고 있는 하동읍성을 둘러보는 하동고등학교 학생들.

 

이렇다 보니 반응이 좋은 편이어서 헤어질 때는 "고마워요"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또 하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이렇게들 말해주곤 합니다. 물론 모두가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정도라면 프로그램이 내용도 나름 알차고 재미도 충분히 있다고 여겨도 무방하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어떤 학교에서는 스스로 이런 프로그램을 찾아내어 담당 선생님더러 아이들 데리고 다녀오라고 등을 떼밀기도 하는 교장 선생도 있지만 또다른 어떤 학교에서는 담당 선생님이 이런 프로그램을 찾아내어 실행해 보겠노라 보고를 해도 그런 따위는 아이들이 보고 듣고 할 필요가 없다며 학교 울타리를 걸어 잠그는 교장 선생님도 있다고 합니다.

 

박경리기념관에서 도전! 골든벨 문제 풀이를 하고 있는 통영 동원고 학생들.

사람이 다 같지는 않은 것이지요. 그래서 물론 그 반대되는 현상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경험하게 하려는 선생님을 만나면 청소년들은 그에 걸맞게 좋은 몸공부를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선생님을 만나면 그런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아이들이 그런 기회를 한 번 더 찾아 누리는 것과 누리지 않는 것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장 보기에는 또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함양 운곡리 은행나무를 찾은 산청 덕산고 아이들.

 

하지만 아이들은 콩나물콩과 같은 존재이지 않습니까. 시루에 들어앉은 콩나물콩에게는 그냥 한 번씩 주루룩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전부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가운데 자기한테 필요한 것은 빨아들이면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것이 또 콩나물콩입니다.

 

어쨌거나 올해는 아무래도 세월호 참사 여파가 여전히 크게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한테 좋은 기회 한 번 더 마련해 주는 것보다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학교 선생님들 반응이 많은 경우 그랬답니다.

 

올해는 올해고 내년은 내년입니다. 내년에는 학교 밖에서 진행되는 이런 프로그램에 많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교장 선생님 등 여러 선생님들이 좀더 애를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훤주

 

※ 2014년 12월 16일치 경남도민일보 '데스크칼럼'에 실은 글을 조금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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