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내와 함께 태국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방콕에서 하루 자고, 파타야에서 이틀 묵는 3박 5일 여행이었죠.
으레 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이 그렇듯이 마지막 날 라텍스, 보석상, 잡화점 등으로 쇼핑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한 군데 특이한 곳이 있었습니다.
가이드의 말로는 '한방병원'이라고 하더군요. 그곳을 방문하기 전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하는 말.
"이 한방병원을 운영하는 분은 교민사회에서 아주 존경받는 분입니다. 교민들의 자녀가 국제학교에 다니는데, 그러다보니 한국말을 못해요. 그래서 한국학교 설립 필요성이 높았는데,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아무런 보조를 해주지 않는 겁니다. 그럴 때 이 분이 거금 5억 원을 한국학교 설립에 쾌척하셨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가면 다른 쇼핑몰과 달리 예의를 좀 갖춰 주시고, 원장님의 말씀이 끝나면 박수를 쳐주시면 좋겠습니다."
과연 원장이라는 분은 나이 지긋하고 중후한 인상이었습니다. 의사들이 입는 하얀 가운을 입으셨더군요.
원장실처럼 꾸며진 방. 태국 국왕의 사진 액자도 걸려 있습니다.
우리를 안내한 방도 '원장실' 느낌이 드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태국 왕족들의 사진 액자도 걸려 있었습니다.
원장이라는 분은 중의학,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다른 점을 설명하신 후 일행들의 얼굴만 보고도 체질을 대략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희망자에 한해 진맥을 해주시겠답니다.
각종 약재가 장식품처럼 놓여 있습니다. 저울도 보이네요.
일행 중 그동안 여행 과정에서 잔병 치레가 잦았던 한 여성분이 진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3개월 분의 약을 지었습니다.
저도 진맥을 받았습니다. 대뜸 간이 좋지 않다면서 웅담을 먹으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알미늄 도시락 같은 곳에 담겨 있던 웅담을 보여줬습니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60만 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한국에 가면 아는 의사도 있고, 한의사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들과 잘 상의해서 치료하겠습니다"라고 말했더니 "그러시라"면서 자리에서 바로 일어서더군요.
이 현판에 있는 태국어에도 '병원'이란 단어는 없다고 합니다.
일행이 약을 짓고 결제를 하는 동안 화장실을 간다면서 '한방병원'이라는 곳을 둘러봤습니다. 아까 우리가 있었던 '원장실'과 똑 같은 인테리어를 한 방이 몇 개 더 보이더군요. 어디에도 '병원'이라는 표식은 없었습니다. 입구 현관에도 병원 표식은 없었습니다. 태국어로 적혀 있는 초록색 현판을 찍어와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물었더니 "그냥 주소일뿐"이라는 답이었습니다.
현관 로비에 걸려 있는 사진. 세 명의 의사가 동국대나 경희대 한의과 대학을 졸업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박사 학위 번호도 적혀 있습니다.
아, 참. 입구 로비에 커다란 사진이 있었습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세 분의 의사 사진이었는데요. 보니까 다들 동국대와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나온 분들이더군요. 검색해보니 가운데 '안덕균'이라는 분은 꽤 유명한 한의사인 것 같던데, 그 분이 태국에 가서 한방병원을 차린 것일까요?
그런데, 저희들 앞에서 원장님이라고 소개했던 그 분은 이들 세 명의 사진 중에 없습니다. 그것도 이상한 일이지요.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우리가 방문했던 이곳이 한방병원이 맞는 걸까요? 그 분은 진짜 한의사일까요? 저 사진 속의 세 분 한의사는 정말 이곳에 근무하는 분들이까요? 원장이라는 분은 정말 태국 교민사회에서 존경받는 분일까요? 혹 태국에 살고 계신 교민이나 교민사회를 잘 아시는 분이 있으면 속시원히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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