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젊고 어릴수록 좋기는 단감도 매한가지

김훤주 2014. 10. 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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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 문산에서 나는 과일로는 예로부터 배가 대표로 꼽혀 왔습니다. 여전히 진주 문산 배는 그 명성이 가시지 않았습니다만 이런 가운데 진주 문산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과일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단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단감을 과일로 별로 쳐주지 않습니다. 사과, 배, 복숭아, 자두, 포도, 귤, 그리고 과일도 아니고 채소인 토마토까지 잠깐 꼽다가는 바로 외국 이름 과일로 옮겨가 버리기 십상입니다. 키위,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따위로 말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잘은 알지 못합니다만, 과일이라면 옛날에는 보통 때 보통 사람들은 쉽게 먹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닌 시절이 한 때나마 있었고 반면 단감은 감과 더불어 둘레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적인 1970년대를 떠올리면, 그 때 단감은 지금 다른 과일과 마찬가지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그런 존재는 아니었으니까요. 오히려 보통 감과 모양은 같지만 맛은 아주 달라서 더 귀한 취급을 받았던 것도 같습니다.

 

어쨌거나 단감은 이렇게 제대로 과일 취급을 받지 못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어디서든 쉽게 사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사람들 인식 속에 과일로 자리잡고 있지 못하다 보니까 조금 천덕꾸러기처럼 여겨지는 측면은 있습니다만.

 

그런데 이번에 농협경남지역본부(산지육성팀)와 단감경남협의회에서 마련한 경남단감 블로거 팸투어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경남이 바로 단감의 최고·최대 생산지라는 것입니다.

 

진주 문산 최중경씨 농장 나무에 매달린 단감들.

 

2013년을 기준 삼아 보면 생산량은 경남이 10만2571톤으로 전국에서 63.9%를 차지하고 판매량은 5만3036톤으로 전국에서 77.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이 전남인데 생산이 22%(3만5940톤) 판매가 11%(7597톤)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만큼 경남이 압도적입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지난 겨울 전남 무안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단감나무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따지고 보니까 경남이 아닌 지역에서 단감나무를 봤던 적이 거의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단감은 경남 대표 과일 가운데 하나라 하겠는데요, 지금껏 널리 이름이 알려진 것은 진영(김해)과 창원이었습니다. 진영은 오래 전부터 단감이 유명했다는 것으로 유명하고, 창원은 전국 최고·최대 단감 생산지라는 사실로 유명합니다.

 

이미 수확을 끝낸 조생종 단감나무. 품종이 '서촌'이라 하는데 추석을 앞둔 시점에 익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진주 문산에서 2만평 규모로 단감농장을 하고 있는 최중경씨(황제단감 011-860-8211)는 "품질을 놓고 보면 문산단감이 으뜸"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말씀하시면서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계속 웃으셨는데요, 거기 어떤 자신감 같은 것이 담겨 있는 듯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여태 진영이나 창원 단감만 좋은 줄 알고 있었으니 그리 말하는 까닭이 궁금해 살짝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간단했습니다. "나무가 어리거든! 젊은 나무에 열리는 단감이니 더 좋을 수밖에!"

 

단감 선별 작업장에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런데 살림하는 공간처럼 깔끔합니다.

 

생각해보니 이치가 그랬습니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늙고 나이가 든 것보다 젊고 나이가 어린 것이 더 싱싱하기 마련이거든요. "단감나무는 15년은 돼야 상품성이 있거든, 그 때부터 20년까지가 가장 좋아요." 최중경씨는 단감농사를 한지 한 20년 됐다고 말씀했습니다.

 

최중경씨 아내. 주변 정리를 이리도 깔끔하게 해낸 주인공이었습니다. 얼굴 살결도 고왔습니다.

 

그렇지만 오래 된 나무가 많은 창원에서 저는 지난해 "단감은 나무가 오래 됐어도 열매가 싱싱하고 맛이 좋기는 매한가지"라 들었기에 그 까닭을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흰칠판 계획표는 빡빡하고 옷가지 따위는 잘 정리돼 있습니다.

 

돌아온 답은 역시 간단했습니다. "오래된 나무도 열매가 좋을 수 있어요. 대신 거름도 듬뿍 주고 해서 그만큼 관리를 더 잘해야 줘야 하지. 안 그러면 안돼요." 또한 생각해 보니 이치가 그랬습니다. 사람도 나무도 짐승도 늙어가는대로 두고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나이가 든 그 이상 시들기 마련이지 않겠습니까!

 

아주 깔끔합니다.

 

문산단감 설명 자료를 보니 이렇게 돼 있었습니다. "문산은 일교차가 뚜렷하고 토질이 좋아 단감 재배에 적지이다." 물론 단감 생산지역 가운데 이렇게 적지 않는 데는 없을 것입니다. 

 

이어서 "대부분 유목으로 섬유질이 풍부하고 단감에 고유한 맛과 색깔이 선명하며 당도가 높다."고 적혀 있는데 이는 단감 생산지역이라도 죄다 그렇게 적을 수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유목을 한자로 쓰면 幼木, 말하자면 어린 나무가 되겠고, 이는 창원 진영처럼 오래 전부터 단감을 생산해 온 지역에서는 쓰기 어려운 표현이기에 그렇겠습니다.

 

단감이 곳곳에 제대로 열렸습니다.

 

(물론 창원이나 진영에서 나는 단감이 문산보다 덜 좋다는 말은 아닙니다. 지난해 했던 창원 단감 팸투어에서는 맛 좋은 단감 생산을 위해 거름을 힘들여 쓰고 등겨로 불을 놓아 온도까지 맞춰주는 등 갖은 애를 쓰는 모습을 너무나도 잘 봤기 때문입니다.)

 

최중경씨는 덧붙였습니다. "진영단감은 부산으로도 많이 나가지만 문산단감은 거의 전부 가락동(서울)으로 나가고 거기서 가장 좋은 값을 받습니다. 청과시장 하면 가락동이 제일 아닙니까? 거기서 으뜸 대접을 받는 단감이 바로 문산 것들입니다." 허투루 지어낸 말이 아니고 세상에 두루 인정되는 팩트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결론삼아 말씀하자면 이렇습니다. '사람이든 나무든 나이 어린 젊은 시절에 만들어낼수록 좋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도 잘 하려면 그만큼 더 잘 먹고 더 잘 관리를 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삶을 살아내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원칙 같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저도 나이가 이제 쉰을 넘어섰는데, 건강 관리 잘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진주 문산에서 단감농장을 하는 최중경씨(황제단감 011-860-8211)를 만난 덕분입니다.

 

문산농협 055-761-5505. www.munsannh.co.kr.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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