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드리는 편지]권영길 전 의원의 쾌유를 빌며
재벌급 부자로 살다 어느 순간 무일푼에 신용불량자로 산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채현국 양산 효암학원 이사장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가진 학교법인 이사장이니 재산가 아니냐고요? 학교법인은 말 그대로 법인일뿐 개인 재산이 아닙니다. 사고 팔 수도 없게 되어 있습니다. 거기 이사장이라고 해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죠. 학교 회계에서 이사장이 돈을 한 푼이라도 가져간다면 그건 횡령이 됩니다.
물론 부인이 국립대학 교수 출신으로 정년퇴임했으니 부인의 연금이라든지 기본 수입은 있겠죠. 그래서 사는 것 자체는 그리 곤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어려움에 처한 친구들에게 집을 한 채씩 사준다든지, 민주화운동 진영에 거액의 후원을 해준다든지 그런 선심은 쓸 수 없을테죠. 서울에 오래된 주택이 있지만, 그는 양산 개운중학교 뒷편에 햇볕도 들지 않는 작은 골방에서 침대도 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한 때 우리나라에서 세금 납부액이 10위권 안에 드는 거부(巨富)였다고 합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호에 이어 11월호에도 채현국 이사장의 살아온 이야기가 실립니다. 이 시대의 어른이자 스승으로서 세상을 향한 그의 시선이나 철학, 사상은 올 1월 <한겨레> 보도를 포함, 몇몇 매체에 이미 나왔습니다. <피플파워>에서는 그런 그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기자의 공부와 필력이 여러 모로 부족해 온전히 그의 삶을 담았다기엔 모자람이 많습니다. 추후 이를 채워넣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독자 여러분의 많은 조언과 질책 부탁드립니다.
이번호부터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의 '도시와 스토리텔링' 연재를 시작합니다. 농촌공동체의 급속한 붕괴와 도시 인구의 팽창을 거쳐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90%가 도시에 살고 있지만, 새로운 '도시공동체'는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 스토리텔링은 지역공동체 구축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롭게 다가옵니다. 공동체 구축은 지역 단위의 공론장 형성이라는 과정을 거쳐 궁극적으로는 지역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목표로 이어지겠죠. 이는 또한 '사람 간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는 <피플파워>의 창간 취지로 연결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김 소장의 이번 연재를 의미있게 읽어봐주십시오.
피플파워 11월호 표지.
표지 인물로 실린 외과의사 최원호 씨의 살아온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흔히 의사라면 근엄하고 환자 앞에서 무게나 잡는 이미지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원호 씨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시민들과 함께 사회의 부조리에 분개하고 힘없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면서도 한편으론 사람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고 떠드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기분이 좋아지면 발라드나 록큰롤을 멋지게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 의사 최원호 씨와 이번호에서 소통하고 공감해보시기 바랍니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젊은이들의 새로운 여행 트렌드이자 숙박 문화로 번지고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진주에도 들어왔습니다. 권영란 기자가 '뭉클' 게스트하우스를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그 의미를 짚었습니다.
3년 전 서울의 여러 매체에서 잔뼈가 굵은 고동우 기자가 뭔가에 꽃혔는지 <경남도민일보>에 왔습니다. 지금 문화체육부장으로 있는데요. 그가 지역사회에 가장 큰 파장(?)을 일으켰던 것은 경상도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기존 개념을 깨뜨렸던 겁니다. '초짜 애식가의 음식 이야기'를 28회까지 연재하며 신선한 충격을 줬던 그가 이번에는 비장의 요리 실력을 꺼내보입니다. 이번호부터 시작되는 '초짜 애식가의 레시피 탐구'도 음식과 요리에 관심있는 분들이 눈여겨볼 콘텐츠라 자부합니다.
이번호에도 지역사회의 리더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지역 문화를 개척해나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또한 권영길 전 국회의원이 '권범철의 얼굴'로 선정되었습니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입원해 있다고 들었습니다. 쾌유를 비는 마음이 그의 슈퍼맨 의상에 담겼지 않나 생각합니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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