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제주항공 승무원의 재치발랄 코믹 기내방송

기록하는 사람 2014. 10. 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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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면 이륙할 때와 착륙할 때 승무원의 안내방송을 듣게 된다. 대개 준비된 원고를 사무적으로 읽어준다. 그러나 그런 딱딱한 안내방송과 달리 재치 발랄, 코믹 안내방송을 해주는 곳도 있다.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김해공항까지 오는 제주항공 7C2252편에 탑승한 186명의 승객들은 승무원의 익살스런 기내 안내방송만으로 기분이 좋아졌고 여행의 피로가 풀렸다며 다들 즐거워했다. 당시 안내방송을 급하게 영상으로 담았다. 그러나 미처 앞 부분은 촬영하지 못해 아쉽다.


영상에 담기지 못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 제주항공을 이용해주셔서 고맙습니더. 오늘도 저희 부산행 7C2252편은 186석 모두 만석이네예. 덕분에 이번 달도 제 월급 문제없이 받을 수 있게 됐십니더."(탑승객들 '어 뭐지' 하고 놀라며 웅성웅성)


여기서부터는 영상에 담긴 내용이다.



"제가 원래 고향이 대구인데예. 항공사 들어오니 다들 서울 애들이라 가지고 사투리를 몬알아듣더라고예. 지지배들이. 아, 머스마도 있네."(탑승객들 그제서야 웃음)


(갑자기 정색을 하며)"제가 지금부터는 표준어를 구사하겠습니다. 손님 여러부운~. 지금부터 비상구 위치와 비상장비 사용법에 대해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탑승객들이 웃자) "앞에 빵~ 터지셨습니다."


"이 비행기의 비상구는 모두 여덟 개며, 가리키는 것처럼 좌우에 각각 있습니다. 비상상황 발생시 비행기의 전원이 꺼질 경우에는 통로의 야광 유도선과 선반의 유도등이 여러분을 친절히 비상구까지 안내할 것입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여 여러분의 좌석에서 가장 가까운 비상구 위치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오늘 15번, 16번 손님, 안 주무시죠? 손 한 번만 들어주시겠어요? 아. 예. 흔들어주시기까지 예. 감사합니다. 거기 비상구니까요, 혹시 비상상황이 생기면 저희 승무원들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좌석벨트 표시등이 켜지면 좌석벨트를 매주십시오. 벨트는 덮개 고리를 끼워 몸에 맞게 조여주시고, 풀 때는 덮개를 들어올리면 됩니다. 헐겁게 매시면 몸매 사이즈 다 나옵니다~?"(웃음)


"산소마스크는 산소 공급이 필요한 비상시 저절로 내려오도록 선반 속에 쏙 설치되어 있습니다. 마스크가 내려오면 앞으로 잡아당겨 당연히 코와 입에 대셔야겠죠? 코와 입에 대시고 끈으로 머리에 고정하여주십시오. 도움이 필요한 동반자가 있을 때에는 먼저 착용한 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좌석 아래에 있는 구명복은 비행기가 바다에 내렸을 경우 사용하도록 준비되어 있습니다. 구명복을 착용하실 때에는 머리 위에서부터 입으시고, 끈을 허리에 돌려~ 돌려~ 고리에 끼운 후 손잡이를 잡아당겨 몸에 맞도록 조여주십시오. 구명복은 기내에서 부풀지 않도록 유의해주시고, 부풀릴 때는 탈출 직전 비상구 앞에서 붉은 색 손잡이를 당기십시오. 충분히 부풀지 않을 때에는 양쪽에 있는 고무관을 힙껏~ 힘꺼엇 불어주십시오. 여러분의 좌석 쿠션은 구명복과 함께 부유물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아울러 모든 승객의 쾌적하고 안전한 여행을 위해 기내에서 폭언 및 고성방가 등의 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며, (잠시 침묵) 웃으시는 거는 항상 가능합니다."


"이착륙을 포함한 비행 중에는 전자기기를 비행기모드로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앞 좌석 주머니에 있는 안내서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 드립니데이?"


이 때 승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아, 이 반응 좋습니다. 흐흐."(탑승객들 함께 웃음)


그리고 영어 안내방송이 이어졌다.


자주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라도 이륙할 때나 착륙 때는 약간씩 긴장하기 마련이다. 이날 제주항공의 이륙 전 기내 안내방송은 승객들의 그런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사무적이고 딱딱한 안내방송에 비해 토박이말(사투리)과 중간 중간 웃음을 유발하는 코멘트로 인해 친근감이 드는 방송이었다.


이런 기내방송은 김해공항에 착륙할 때도 이어졌다.



"~ 안전을 위해 좌석벨트는 계속 매고 계시고 비행기가 완전히 멈춘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십시오. 선반을 여실 때에는 안에 있는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니다. 맞으면 아픕니다. 느낌 아~니까요.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내리기 전에 다시 한 번 확인해주시고, 놔 두시고 내리신 물건은 저희 승무원들이 정확히 찾아서 1/N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이런 재치 발랄한 기내방송을 진행한 승무원은 누굴까? 비행기에서 내릴 때 그 승무원을 만나 짧은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의 이름은 이정아. 76년생이니까 서른 여덟이다. 그러나 워낙 밝은 표정이라서인지 20대로 보였다. 대한항공에서 승무원 생활을 시작해 12년을 근무한 후, 2년 6개월 전 경력직으로 제주항공에 입사했다고 한다.


제주항공 승무원 이정아 씨.


-언제부터 이런 재미있는 안내방송을 했나요?

"언제부터요? 아, 입사한 이후부터 계속했죠."


-본인이 그렇게 해보자고 제안을 한 건가요?

"네. 제가 제안을 해서, 저희 회사가 즐거움을 추구하는 그런 회사다 보니까 (승객들께도)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죠."


-그건 임의로 해도 되나요? 윗선의 허락을 얻어야 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네. 그런 건 없고요. 그냥 개인적으로…."


-위에 간부들도 알고는 계시나요?

"그럼요. 네."


-태국 노선에서만 하는 건가요?

"아뇨. 제가 근무하는 비행기마다 하죠. 국내선도 있고 국제선도 있고 돌아가면서 순환근무를 하니까."


-승객들 반응이 어때요?

"다들 재미있어 하시죠.(웃음) 그 재미로 좀 더 업그레이드시켜서 다른 멘트도 만들어보려 하고."


-원래 고향이 대구시라고?

"네. 대구에요.(웃음) 재미있으셨어요?"


-네. 굉장히 재미있었고요.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아. 네. 부끄럽네요."


제주항공 재치 발랄 승무원 이정아 씨.


정말 발랄하고 즐거운 기운이 넘치는 승무원이었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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