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온몸으로 즐기고 누리는 장흥 물축제

김훤주 2014. 8. 13.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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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 물축제 다녀왔습니다. 올해로 일곱 번째랍니다. 장흥 물축제는 이미 성공한 축제로 이름나 있습니다. 가서 보니 과연 그러했습니다. 올해는 태풍이랑 겹쳐지는 바람에 사람이 많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물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 즐거워하는 표정에서 그 ‘성공’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왜 즐거워할까요? 어째서 장흥 물축제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제가 보기에 그 핵심은 단순함에 있었습니다. 장흥 물축제는 여러 가지를 늘어놓지 않습니다. 물을 갖고 즐길 수 있는 몇몇을 정하고는, 오로지 그것에 집중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놀이와 물고기 잡기가 그것이었습니다. 가 보면 바로 아실 수 있습니다. 다른 것도 여럿 준비돼 있기는 하지만 그것들은 말 그대로 들러리일 따름입니다. 장흥을 남북으로 가르는 탐진강을 활용해 무더운 여름 한 때를 오로지 물놀이만 하고 물고기 잡기에만 집중해 즐길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지상최대의 물싸움’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물놀이는 날마다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열립니다. 호스에서 아주 센 압력을 받아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곳곳에서 쏟아져 내립니다. 준비된 풀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은 그 물줄기를 맞으며 즐거워합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물총 물바가지 물풍선 따위를 갖고 서로에게 물을 흩뿌리며 한바탕 놀이를 합니다. 진짜, ‘아水라장’이었습니다. 참여하는 대부분은 식구 친구 연인끼리든 무리지어 오게 마련인데, 이 ‘지상최대의 물싸움’ 놀이터에서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신나게 놀아제낄 수 있는 것입니다. 



다리 난간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 모습.


이런 즐거움은 실제 이 ‘지상최대의 물싸움’ 한복판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은 실감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보니 한 시간 동안 원기왕성하게 놀았으면 지칠만도 한데도-지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노릇인데도, 웬지 아쉬워하는 표정이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읽힐 정도였습니다. 


어린아이 물에 젖어 삐죽대는 엉덩이가 귀엽습니다.


지상최대 물싸움을 마친 뒤 진행 요원들이 참여한 이들 요청으로 함께 사진을 찍혀주는 모습.


‘지상최대의 물싸움’이 끝나자 바로 ‘물고기 잡기 체험’이 펼쳐졌습니다. ‘맨손으로’ 하는 체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반두라든지 연장을 쓸 수도 있었습니다. 공짜로 즐기는 ‘지상최대의 물싸움’과 달리 ‘물고기 잡기 체험’은 입장료를 받고 있었습니다만, 그래야 1000~3000원이어서 부담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공짜로 탈 수 있는 배.


공짜로 탈 수 있는 워터볼과 바나나보트.


제가 둘러본 바로는, 이 물고기 잡기 체험과 수영장 말고는 이렇게 입장료를 받는 데가 전혀 없었습니다. 워터볼 체험, 바나나보트 타기, 그리고 배 타기 등등은 모두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무조건 ‘공짜로’ 누릴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오히려 한 판 신나게 하루종일 놀면서 이런 정도는 부담해야 맞지 않겠느냐 여기는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게다가 재수가 좋아 물고기를 한 마리라도 잡게 되면 1000~3000원 본전은 충분히 되찾고도 남음이 있으니까요. 


수영장 매표소.


사람들은 반두 따위를 들고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고기를 몹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자기 딴에는 아주 잽싸게 반두를 들어올립니다. 그렇지만 물 속에서는 물고기가 사람보다 빠른가 봅니다. 물고기가 담겨 있는 반두보다는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는 반두가 훨씬 많습니다. 



그렇다고 통 잡히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우와!’ 하는 환성이 여기저기서 터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진행요원은 이렇게 저렇게 물고기를 잡는 요령을 일러주기도 하고요, 참여하는 사람들이 함께 협동해 좀더 쉽게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앞서 이끌어주기도 합니다. 



이렇습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일정한 간격을 두고 둥글게 빙 둘러서게 합니다. 그리고는 반두 따위를 바닥까지 내리게 한 다음 앞으로 모여들게 합니다. 그러면 물고기들도 쫓겨 모여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서로 부딪힐 정도로 좁아졌을 즈음 호각을 불러 한꺼번에 반두를 들어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물론 이러거나 말거나 물고기가 사람을 피해 몰려 있으리라 짐작이 되는 가장자리를 따라 아랑곳없이 반두질을 해대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만 들여다보니 이 물고기 잡기 체험 또한 ‘물놀이’였습니다. 



더운 여름날 그것도 흐르는 물속에 들어 있다는 자체가 즐겁고, 그 흐르는 물 속에서 첨벙첨벙첨벙대면서 이리저리 대중없이 뛰어다닌다는 즐거움도 작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크든작든 물고기를 잡게 되면 그것은 바로 ‘덤’이 될 테고요. 




다녀온 날은 8월 7일,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제가 본 것이 전부라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장흥 물축제는 이렇듯 흥겨움과 즐거움이 넘쳐나는 자리였습니다. ‘지상최대의 물싸움’ 아니라도 탐진강 어디나 들어가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여러 곳에 자리가 마련돼 있었고요, 물놀이에 뛰어들지 않은(또는 못한) 사람들이 이렇게 노는 모습 구경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또 아무 데서나 적당하게 자리를 깔고 함께 온 사람들끼리 먹고 놀 수도 있었고요 여러 가지 군것질을 하거나 출출한 배를 체울 수 있는 음식거리도 알맞추 장만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하나 고맙게 여겨지는 것은 장흥 사람 또는 진행요원들의 싹싹한 태도였습니다. 여러 군데 축제를 다녀봤지만 그 주관하는 사람들에게서 무언가를 크게 선심 쓰는 주인이 피우는 거드럼 같은 것이 느껴질 때가많았습니다만 여기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결같이 웃음을 머금고 있었고 한결같이 공손했으며 더 나아가서는 그이들 사이에서 어떤 공동체 의식 같은 것이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는데, 거기 쳐져 있던 안내 천막에서, 20대 젊은이가 중학생 두 아이에게, 목마를 텐데 물이라도 마시라며 의자를 끌어당겨 앉혀주는 모습에서 어떤 공동체의식조차 느껴졌던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그이들은 일당 몇 푼을 위해 나선 그런 알바가 아니었습니다. 장흥 물축제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동지가 아닌가 여겨졌습니다. 실제로 그럴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장흥 물축제의 단순함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흥 물축제는 좌고우면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참여하는 이들의 즐거움과 누림이 대단해지기만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물축제!!!! 미소와 친절이 성공을 좌우합니다”고 적힌 펼침막이 이런 좌고우면하지 않음을 웅변하고 있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다른 축제하는 데 가 보면 이렇습니다. “친절과 예의로 문화시민의 긍지를 지킵시다.” 


친절·예의·미소 따위를 ‘문화시민의 긍지’로 에두르느냐 아니면 ‘물축제의 성공’으로 직결시키느냐의 차이는 제가 보기에 작지 않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장흥의 관·민은 ‘먹고사니즘’을 위해 물축제를 만들었습니다. 장흥의 또다른 명물인 토요시장도 제가 보기에는 또다른 ‘먹고사니즘’의 산물입니다. 


먹을거리 파는 장소.


그런 토요시장이 만들어진 때가 2005년입니다. 물축제는 2008년 시작됐습니다. 그러므로 물축제는 토요시장의 성공을 위해, 장흥에서 나는 이런저런 특산물품의 성공적인 판매를 위해 기획됐습니다. 그렇다면 물축제가 성공을 해야 합니다. 


성공을 하려면 참여하는 이들이 즐거워야 하기에 그 즐거움의 극대화를 위해 ‘지상최대의 물싸움’과 ‘물고기 잡기 체험’에 집중을 했고 이런 데에 장흥의 관·민이 동감·공감하면서 지금처럼 진행이 웃음 속에서 친절하게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보는 것입니다. 


적어도 저는, 이런 마음만 바탕이 된다면 장흥 물축제는 성공하지 아니할 수 없는 그런 축제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축제의 즐거움은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참여하는 이들의 몫이다, 참여하는 이들이 먼저 즐거워해야지 준비하는 사람도 즐거워질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까닭만으로도 내년 장흥 물축제가 새삼스럽게 기다려지기도 한답니다. 


덧붙임 : 사는 데가 경상도라서 가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 경우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경남 창원 옛 마산에 삽니다. 자동차를 몰고 가면 2시 30분~3시간이 걸립니다. 저는 아침 9시 길을 나섰습니다. 그러니까 장흥 토요시장에는 정오 즈음에 도착했습니다. 



밥 먹고 장 보고 하는 데는 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오후 2시면 밥 먹기와 장 보기를 마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아마 이런 사정까지 고려한 결과이지 싶은데요, 장흥 물축제의 킬러 콘텐츠는 오후 2시부터 선을 보입니다. 


‘지상최대의 뭇싸움’은 오후 2시부터 한 시간 동안, ‘민물고기 잡기 체험’은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인가 하는 것입니다. 잘라 말하자면, 경상도에서 당일치기로 오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고, 하룻밤 묵기라도 한다면 더 좋은 그런 콘텐츠라 할 수 있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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