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한국조사기자협회에 공개적으로 묻는다

기록하는 사람 2014. 7. 3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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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친구 한 분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한국조사기자협회에서 발간한 19만 8000원 짜리 책에 대한 문의였다. 내용은 이랬다.


"올초 1월에 한국조사기자협회에서 발간한 '대한민국 땅, 독도'라는 제목의 사진책(1, 2권)이 사무실로 배달돼 왔습니다. 곧바로 사무실로 00기자협회 누구라면서 저를 매우 잘 아는 척 하면서 이야길 하길래 우리지역 기자모임인가 싶었습니다... 이때 암만 봐도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여튼 요지는 '책 좀 사달라'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엔 검토해 보겠다고 했는데 도저히 책 내용이 뭐 같아서 반품을 했습니다. 근데 곧바로 다시 배송돼 오더라구요... 그러면서 책을 다시 구매할 것을 이야기해서 지금까지 걍 사무실 구석에 쳐박아 놓고 있었습니다.


근데 요 며칠 바짝 대금 독촉을 하고 있기에 도대체 이 단체가 뭐하는 곳인지, 이런 류의 사기?가 자주 있는 가 싶어 메세지로 문의를 드려봅니다. 한국조사기자협회나 사진조사기자협회? 이런 단체들이 실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떤 단체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판단할 근거들이 부족하더군요."


일방적으로 배송해온 19만 8000원 짜리 책.


한국조사기자협회 홈페이지.


과연 그랬다. 한국조사기자협회 홈페이지가 있긴 하지만, 전화번호도 나와 있지 않았다. 회장 인사말도 있었지만, 그 회장이란 분이 어느 신문사 소속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일은 흔하다. 조사기자협회 뿐 아니라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00기자연맹'이니 뭐니 하는 단체를 만들어 그 단체명의로 고가의 책을 만들고, 기자를 사칭하여 사실상 반 강제로 책을 판매하는 일 말이다.


한국조사기자협회 명의로 온 계좌입금의뢰서.


그래서 나는 이렇게 답을 보냈다.


"존재하는 단체이긴 한데, 수익사업으로 책을 만들어 판매합니다.

그런데 기자들이 판매하는 게 아니라, 대개 판매대행업체에 맡깁니다. '00기자협회' 누구라고 전화하는 사람은 그 대행업체 직원일 겁니다. 기자를 사칭하는 거죠.


책을 사지 않더라도 절대 불이익은 없습니다. 실제로 그들 협회가 무슨 불이익을 줄 만한 힘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신문은 해당 신문사에서 만드는 것이지, 그런 협회에서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협회에 소속된 기자도 00지역에는 없습니다. 00시에 있는 신문사의 경우 '조사기자'가 한 명도 없거든요.


설사 거기에 소속된 기자가 있을지라도, 그 기자가 신문을 앞세워 누군가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 힘도 없습니다.


다시 전화가 온다면, 소속된 신문사가 어디인지, 기자 이름이 뭔지를 확실히 물어봐주십시오. 그리고 저에게 알려주십시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실제 기자가 전화했다면, 그런 기자는 기자사회에서 매장됩니다.


책은 절대 사시지 마시고 다시 반품하십시오. 또 보내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하십시오. 실제 그런 식으로 책을 팔다가 구속된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조사기자협회 명의로 온 공문.


그러자 이런 답변이 왔다.


"답변 고맙습니다. 답변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얼마되지 않는 돈이지만 그들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고,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이었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한국조사기자협회에 공개적으로 묻는다.


-정말 조사기자협회에서 이런 식으로 책을 직접 판매하는가.


-계좌입금의뢰서에 적혀 있는 '한국조사기자협회 연감부 김병순'이라는 사람이 실제 조사기자협회 소속 인물이 맞는가.


-만일 '한국조사기자협회 연감부'가 실제 조사기자협회 소속이 아니라면 협회의 이름을 사칭하는 것을 묵인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위의 공문들을 정말 한국조사기자협회가 발송한 사실이 맞는가.


-이런 식으로 책을 판매하는 게 기자윤리나 언론윤리에 맞다고 생각하는가.


-앞으로도 이런 식의 책 판매를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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