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밀양 용회마을에 오면 서울이 보인다

김훤주 2014. 7. 12. 07:56
반응형

경남 밀양시 용회마을은 산과 산 사이에 있습니다. 집도 그렇고 논도 밭도 그렇습니다. 그 두 산을 76만5000볼트 송전철탑이 가로지릅니다. 그렇게 가로지르지 말라고 남녀 구분없이 동네 사람들이 나와 싸움도 하고 건설 예정 현장에서 농성도 했습니다.

 

2005년 시작됐으니 올해로 10년째네요. 여태까지는 어찌어찌해서 송전탑 들어서는 것만큼은 막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 끝나고 중앙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밀양시 힘없는 기초자치단체를 앞세워 이른바 '행정대집행'으로 농성현장에서 사람들을 들어내고 시설 장비 따위도 걷어냈습니다.

 

마을 고준길 어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찰이 버스로 마흔 대가 왔어요. 한 대에 마흔 명씩이면 모두 1600명이라. 경찰들이, 송전탑 짓는 데까지 산길로 한 시간쯤 되는데, 거기까지 한 줄로 나래비로 주욱 들어섰어요. 그러고는 들어내기 시작했지.

 

오른쪽 산마루와 왼쪽 산마루에 철탑을 세우고 그 두 철탑을 초고압송전선으로 잇습니다.

 

마을 들머리에서는 연세 높은 어른들께서 막아섰고,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산길로 가파르게 올라야 가 닿는 송전철탑 예정지 농성 자리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른바 연대자)이 막아섰지만 그야말로 역부족이었어요.

 

용회마을 주민들은 다시 마을 들머리 너른마당에 투쟁하는 자리를 열었습니다. 6월 28일 그런 행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용회마을 주민들은 한전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용회마을 주민들이 이길 때까지 싸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태까지는 송전탑을 짓지 못하게 하려고 싸웠고, 앞으로는 송전철탑을 뽑아내기 위해 싸우겠다는 다짐입니다. 이렇게 사생결단으로 싸울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송전철탑을 받아들이는 순간, 용회마을 주민들은 여태 살아온 일생이 물거품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초고압 전선이 마을과 논과 밭을 가로세로 지르기 때문에 송전철탑이 들어서면 사람이 살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떠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시세에 맞게 한전이나 정부가 보상을 해주면 되겠지만 한전과 정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전원개발촉진법이라는 말도 안되는 악법을 만들고는 그것을 내세워 소유자 동의 없이도 마구 남의 땅에 들어가 이런저런 설치를 할 수 있도록 해놓고 있습니다. 또 한전은 여태 전국 곳곳에 송전탑을 세우면서, 개별 보상을 해 준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습니다.

 

이른바, '선례(先例)'를 남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밀양에서 주민 저항이 하도 거세니까, 개별 보상을 입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 금액이 203만원이었다 합니다. 용회마을을 비롯한 밀양 어른들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203만원 열 배 붙여서 줄 테니까 우리 사는 고향 마을 그대로 내버려 좀 다오."

 

 

물론 마을 주민들이 이렇게 보상을 위해 싸우는 것은 아닙니다. 이치가 그렇다는 얘기일 따름입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되면 그 초고압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어마어마합니다. 전선에 껍질을 씌울 수 없을 정도고, 그 아래에서는 형광등을 세워만 놓아도 전기가 켜질 정도입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는 민가나 논밭 등등 사람이 사는 지역에는 절대 들이세우지 않는 것이 76만5000볼트 송전철탑이고 송전선로라 합니다. 76만5000볼트 초고압 송전탑과 사람의 공존은 원래부터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사정 때문에 밀양 주민들 집이랑 논과 밭은 그야말로 똥값이 됐습니다. 똥값으로라도 거래가 되면 그나마 나으련만, 아예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러니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원래는 이렇게 송전철탑이 마을 가까이로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몇 차례 설계 변경을 거치면서 지금처럼 됐다는 말씀입니다. 왜일까요? 송전철탑 세우는 데 드는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랍니다. 마을 가까이로 오면 자재 옮기는 비용 등등이 적게 들기 마련이거든요.

 

사람이 죽어도 다쳐도 그런 따위는 모르겠고 돈만 적게 들여 전기를 서울 수도권으로 뽑아 가기만 하면 된다, 이런 얘기입지요. 한국수력원자력(주) 고리원자력본부에서 가동할 예정인 신고리 5호기와 6호기에서 나오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는 데 이 송전철탑과 송전선로가 쓰이거든요.

 

결국, 문제는 핵발전(=원자력 발전)이고 수도권 집중 그리고 지역 배제입니다. 지역의 피해를 바탕으로 서울과 수도권이 살찌는 그런 모양입니다. 이래서 밀양 용회마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서울과 수도권이 잘 보이는 동네가 됐습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