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박근혜가 세월호를 자빠뜨맀단 말이가!"

김훤주 2014. 6. 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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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있던 6월 4일 저는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여자분들이었습니다. "박근혜가 무슨 죄가 있노! 세월호를 타라 캤단 말이가, 아이모 배를 자빠뜨맀단 말이가!"

 

맞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세월호를 타라 말하지 않았고 배에도 전혀 손대지 않았습니다. 다만 국가 원수로서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가의 존재 이유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해내는 데서는 처참하게 무능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들은 지난해 노인기초연금 매월 20만원 지급 등 여러 공약을 깼어도 박 대통령 지지를 바꾸지는 않았을 사람들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6월 10일 박 대통령은 문창극 중앙일보 기자 출신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했습니다. 24일 아침에 자진사퇴를 한 모양이더군요. 그로 말미암아 지금까지 어떤 논란이 벌어져 왔는지, 이런 인사 참사가 어째서 벌어지게 됐는지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앞서 안대희 전직 대법관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했을 때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는 사이 박 대통령 지지율(국정수행 긍정평가 비율)이 꽤 낮아진 모양입니다. 올해 3월부터 4월 넷째 주까지는 50%대 후반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여론에 반영된 4월 다섯째 주부터는 그보다 10%가량 낮은 48%를 기록한 뒤 6월 둘째 주까지 40%대 후반이었습니다.

 

그리고 문창극 후보 지명 이후 처음 벌어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43%로 나왔습니다. 또 한 주 전과 견주면 긍정평가가 4% 줄어든 반면 부정 평가는 43%에서 5% 많아져 48%였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2002년 7월과 8월 김대중 대통령 시절과 비슷하다고 말합니다. 김 전 대통령이 잇달아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했던 장상·장대환 두 사람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낙마했던 것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집권 5년째 레임덕이 있었고 지금 박 대통령은 2년째라 그런 현상이 없는 차이, 후보자 둘 다 청문회까지는 갔던 그 때와 견주면 지금은 두 후보자 모두 경과야 어떻게 됐든 결과는 자진사퇴에 이르렀다는 차이는 있습니다만.

 

놀라운 블랙코미디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출 역량이 아주 돋보였습니다. 연합뉴스 사진.

 

그런데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상당히 다릅니다. 김 대통령은 2002년 5월 지지율이 34.7%였는데 월드컵 축구 4강 진출과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힘입어 7월 45.9%로 늘었다가 장상·장대환 두 명 낙마를 맞아 결국 20%대로 떨어집니다.

 

이런 김 대통령과 견주면, 세월호 참사라는 엄청난 사태가 터졌는데도 여전히 40%대인 박 대통령 지지율이 저는 무척 경탄스럽습니다. 박 대통령을 떠받치는 이른바 '5060세대를 중심으로 한 매우 견고한 지지 기반'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나이가 지긋하신 여자분들'이 아마도 해당이 될 것 같습니다. 문창극 사태를 두고도 이들은 "박근혜가 무슨 죄가 있노! 문창극이 옛날 글로 대통령이 우예 일일이 챙기본단 말이가! 지바람에 그만 안두고 버텼던 그런 인사가 잘못이지!" 할지도 모릅니다.

 

실종자 가족이 머물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 한밤중에 달이 뜬 동영상이 비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사진.

 

'묻지 마 지지'입니다. 제가 알기로 자기자신을 위해 투표하지 않는 이들입니다. 오로지 '박근혜'를 위해 투표합니다. '묻지 마 투표'입니다. 김무성 같은 새누리당 사람들이 이번에 눈물까지 들먹이며 박근혜 마케팅을 할 수 있었던 까닭입니다.

 

다음 사진.

박근혜는 복을 터지도록 받았습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덕을 한 번 더 입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때 되면 이자까지 붙여 돌려받을 채권을 하나 더 발행한 셈입니다. 이러거나저러거나 아무렇거나 지지율이 40%는 받쳐주니까 아무 눈치 보지 않고 제멋대로 해도 그만입니다.

 

하지만 다른 국민들은 이들 탓에 벌써부터 죽겠고 또 괴롭습니다. 복이 아니라 벌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죽겠고 괴로운 원인이, 제가 봤던 '나이가 지긋하신 여자분들'이라 해서 피해갈 리는 없습니다.

 

그이들도 곧 죽겠는 심정이 되고 또 괴로움을 겪을 개연성이 큽니다. 박 대통령도 정치인이기에 '묻지 마 지지자'들한테는 손이나 한 번 더 흔들어주고 말지 실제로 배려할 필요까지 느끼지는 않을 것이기에 말씀입니다. 자기자신을 위하느 투표를 하지 않은 이들의 자업자득이라 하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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