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지방선거 개표, 생각보다 훨씬 힘들더라

김훤주 2014. 6. 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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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지방선거가 치러진 뒤 개표사무원을 자청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한 번 몸으로 느껴봤습니다. 경남선거관리위원회 사람들을 블로그 업무 관련으로 만났을 때 그렇게 해보면 좋지 않겠느냐고 권한 바도 있었고 해서요.

 

경남선관위 직원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이 별로 어렵지 않아요. 전체 진행 과정을 살펴볼 수도 있고요. 개표사무원 수당도 지급을 하는데, 자정에서 1분만 넘어도 이틀치를 쳐서 주거든요. 잘만 하면 그렇게 시간이 끝나질 수도 있답니다."

 

실제로 해보니까 아니었습니다. 하는 일이 단순반복작업이라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힘까지 들지 않는 그런 일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한참 하다 보니 어깨가 결리고 목까지 뻐근해져 왔습니다.

 

등록을 위해 문밖에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개표사무원들.

 

투표가 채 끝나기도 전인 낮 3시에 선관위는 우리를 소집했습니다. 먼저 개표사무원으로 등록을 한 다음 간단하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뭐, 사실, 교육을 받았다기보다는, 개표 작업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얘기해 주고 거기에서 자기가 맡은 바를 제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마산회원구 개표장, 마산실내체육관에서 개표 작업을 했습니다. 가장 먼저 투표지를 만지는 부문이었습니다. 개함부였지요. 사전투표소를 비롯한 관내 모든 투표소에서 들어오는 투표함을 열어서 그것을 각급 선거별로 구분해 모으는 작업을 했습니다.

 

 

개표장 들머리 개표사무원 등록처.

 

개표사무원 명단. 저는 109번입니다.

 

자리를 찾아 갔더니 개함부 업무를 일러주는 홍보물이랑 제 이름표가 놓여 있었습니다.

 

비상 상황에 대비한 전력확보 상황실도 한 켠에 있었습니다.

 

자기 자리에 앉아 시작을 기다리는 개표사무원들.

 

저는 개함부 제5반이었습니다.

 

개함부에서 각급 선거별로 분류해 모은 투표지를 담아 다음 차례로 넘기는 데 쓰려고 만든 종이상자.

 

개함부에서 정리되고 모아진 투표지는 이렇게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로 넘어갑니다.

 

개함부와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를 거친 투표지는 다시 심사집계부에서 처리됩니다.

 

여기는 정리부입니다. 개함부-투표지 분류기 운영부-심사집계부 다음에 있는, 마지막 부문입니다.

  

때 이르게 저녁을 먹고 6시에 맞춰 돌아왔습니다. 조금 기다리니까 한 쪽에서 개표 준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대로 투표함이 먼저 들어오고 있습니다. 5월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치른 사전투표함이 가장 먼저였습니다.

 

 

마산회원구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의 개표 선언과 더불어 개표가 시작됐습니다. 위원장은 아래 사진 심사 집계부 표지가 보이는 뒤쪽에 앉아 있습니다. 입에 마이크를 대고 있네요. 창원지법 무슨 부장판사라고 합니다.

 

 

먼저 개함부에서 투표함을 열었습니다. 사전투표함은 위쪽에 하얀 플라스틱 테두리를 둘렀고 아래쪽은 검은 천입니다. 아마 우편으로 옮길 때 무게랑 부피를 최소화하려고 이리 한 것 같았습니다. 투표일 투표함은 아래쪽까지 모두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돼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투표함에 들어 있던 투표지가 쏟아져 나오면 개함부 개표사무원들이 이 투표지를 하나씩 펴서 교육감, 도지사, 시장, 도의원, 시의원, 도의회비례대표, 시의회 비례대표 일곱 가지로 구분해 모아둡니다. 아래 사진 순서대로 말씀입니다.

 

그러고는 마지막에 자리잡은 개표사무원들이 잘못 분류돼 다른 선거 투표지인데 뒤섞여 버린 것이 행여 있는지 한 번 더 살펴봅니다. 그런 다음 앞에 말씀렸던 종이상자에다 종류별로 담아서 다음으로 넘깁니다.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로요.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에서는 이렇게 넘겨받은 투표지를 '투표지 분류기'에 적당한 부피로 끼워넣습니다. 그러면 누구한테 어디에 기표가 됐는지를 이 분류기가 알아차리고 재빨리 분류해 탁탁 맞춰 넣어줍니다.

 

하지만 언제나 잘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잘못 분류된 엉뚱한 투표지가 들어가 있으면 기계가 멈춥니다. 또 제대로 펴지지 않은 투표지도 분류기를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기계는 또 무효표도 제대로 분류해 줍니다. 이는 다시 한 번 개표사무원과 선거관리위원의 손을 거치게 됩니다.

 

 

 

 

 

사전투표함이 아닌 선거일 투표함을 여는 장면입니다. 선거일 투표함은 아랫도리가 꺼먼 천이 아니었습니다. 책임 개표사무원이 이렇게 올라가 표를 쏟아부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마산회원구 선관위 무슨 계장인가 하는 이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올라가서 투표지를 쏟으면 훨씬 힘이 덜 들거든요. 나중에 해봐서 알지만 올라가지 않고 자리에서 하면 허리가 빠져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습니다. 하지 말라는 까닭이 보기에 좋지 않다는 정도일 텐데 정작 사람의 수고로움에 대한 생각은 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가장 바쁜 사람은 개표참관인이었습니다. 교육감 도지사 시장 투표지를 분류하고 집계하는 쪽에는 거의 없었습니다. 도의원 투표지 관련해서도 많이 없었고 시의원 쪽에 유독 많았습니다. 나름 까닭이 있겠지요. 제가 하나하나 설명드릴 필요조차 없지 않나 싶습니다만.

 

사진에서 몸벽보 비슷한 조끼 비슷한 모양을 걸치고 전화 통화를 하는 이가 개표참관인입니다. 그이들은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개표 현황을 메모하고 자기가 아는 개표참관인을 만나면 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어딘가에 전화를 해서, 또는 어딘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아서 지금 개표소 분위기라든지 득표 현황 등등을 일러줍니다. 그러면서 어쩌다 한 번씩은 투표지가 제대로 분류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기계가 처리 못한 투표지가 나오면 그 까닭을 살핍니다.

 

 

 

이렇게 개표는 이튿날 새벽 2시 30분 즈음 끝났고, 모두들 지쳤습니다. 늘어져 엎드린 모습은 부러 찍지 않았습니다. 개함부가 먼저 끝나고 투표지 분류기 운영부가 다음 끝나고 심사집계부는 그 다음, 그리고 정리부는 마지막에 끝납니다. 집에 돌아오니 3시 30분이 넘어 있었습니다.

 

나라 전체로 보면 엄청난 인원이 이날 개표사무원을 했을 것입니다. 일개미 같은 노릇입니다. 대부분 일반인인 개표사무원들은 몇 푼 되지 않을 수당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개표 업무를 본다는  자체에 더욱 만족스러워했습니다. 이런 참여로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박근혜야 뭐라든 말든.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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