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순천광장신문에서 강의할 때, 글쓰기에 대해서만 얘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역 신문의 지역 밀착을 두고서도 이렇게 원고를 마련했더랬습니다. 순천광장신문에서는, 어쩌면 이 지역 밀착에 대해 좀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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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으나마 경남도민일보가 이룬 성과들

 

창원·마산에 온 지 올해로 29년이 됐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창간 멤버로 들어와 ‘지역’을 붙들고 살아온 지는 16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제게는 실체가 보이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어떤 화두(話頭) 같은 존재가 바로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보이기도 하고 잡히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1999년 창간된 이후 경남도민일보를 돌아보면 경남도민일보가 한 일이 적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창간됨으로써 경남 지역 기득권 세력이 아닌 사람·집단에게 조금이나마 비빌 언덕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없는 사람들도 얘기를 할 수 있게 됐고 없는 사람들 관점이나 가치관에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도 실을 수 있게 됐습니다.

 

지방선거가 치러진 6월 4일치 경남도민일보 1면 머리기사.

 

경남도민일보가 새로운 형식에 새로운 내용을 담아나감으로써 지역에 있던 기성 매체들로 하여금 자기네 관성과 타성을 돌아보게 한 측면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글들을 버젓이 칼럼으로 싣는 신문이 있었지만 이제는 없습니다.

 

또 1면 머리기사를 연합뉴스 서울발 기사로 채우던 관행도 이제 씻은 듯이 사라졌고 시민사회단체나 노동단체의 움직임은 흰 눈으로 보고 지면이나 화면을 거의 내어주지 않는 잘못도 고쳐졌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특종이나 단독보도로 성가(聲價)를 올린 일도 있었고, 이런저런 정책 제안과 의제 설정을 통해 경남을 조금이나마 바꾼 일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공무원 뇌물 사건이나 금품선거는 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삼음으로써 작으나마 불이익을 주기도 했었고요, 선거판 보도를 정책 위주로 바꾸는 데도 작으나마 힘을 보탰습지요.

 

하지만 그래도 지역과 지역 밀착은 여전히 허전했습니다. 적어도 저만큼은 그렇게 느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자면, 이제 와 돌아보니, 이런저런 보도만으로는 지역 밀착을 이룰 수 없었던 것입니다.

 

2. 보도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지역 밀착

 

지역 밀착 '보도'만으로는 지역 밀착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좀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음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지역에 지역 밀착을 하는 사람이나 집단이 없거나 적으면, 아무리 보도를 지역 밀착형으로 한다 해도 한 순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역 밀착이 되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지역 밀착을 하지 않는 팩트나 지역 밀착이 되지 않은 팩트를 찾아내어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보도하는 것이 전부였지 않나 싶기도 한 것입니다.

 

경남도민일보 제호.

 

흔히들 신문·방송·통신을 두고 ‘심판’에 빗대어 말하기도 합니다. 매체가 하는 구실 가운데 사실 전달에 더해 시시비비 때문에 나온 비유인 것 같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시시비비(是是非非)’는, 옳은 것을 옳다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는 일은 심판이 아니라도 누구나 다 하고 삽니다. 심판도 하고 구경꾼도 하고 현장을 뛰는 ‘선수’들도 합니다.

 

그런데도 신문·방송·통신이 스스로를 일러 ‘심판’이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욕심의 산물이지나 않은지 모르겠습니다.(심판을 제도적으로는 법원이 하고 정치에서는 유권자가 합니다.)

 

따지고 보면 아무도 신문에다 심판 노릇을 맡기지 않았고 아무도 신문을 심판이라 인정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심판이라 내세우며 자기가 시시비비를 하는 여러 존재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팩트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 나서기는 꺼려했습니다. ‘심판’이 ‘선수’ 노릇까지 해서야 되겠느냐면서…….

 

경남도민일보는 신문(보도)을 벗어났습니다. 물론 신문(보도)을 바탕으로 삼기는 했습니다. 신문(보도)을 바탕으로 삼기는 하지만 신문(보도) 자체에 머무르거나 거기 빠져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벗어났다 해도 거기 그대로 벗어나 있지 않고 언제든 다시 신문(보도)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3. 경남도민일보 보도를 바탕으로 나온 단행본들

 

경남도민일보는 신문에 기획 연재했던 기사들을 묶어 단행본으로 펴냈습니다. 그런데 그게 여태껏 다른 신문·방송에서 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경남의 재발견>이 있습니다. 경남 지역 열여덟 시·군 스무 개 지역(통합 창원시는 옛 창원·마산·진해로 나눴습니다.)을 2주에 한 차례씩 네 면을 털어 다루고 그것을 두 권으로 묶어낸 책입니다.

 

내용을 자세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1980년대 뿌리깊은 나무에서 한창기 선생이 주도해 펴냈던 <한국의 발견>을 생각하시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경남의 재발견>은 실제로도 <한국의 발견>을 벤치마킹하고 거기서 영감을 얻은 측면이 많습니다.

 

내륙편. 해안편.

 

뒤이어 <맛있는 경남>·<경남의 시장>도 이제 기획 연재를 마치고 단행본 출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경남을 규정하는, 그리고 경남에서 역사와 문화를 이루고 생태를 구성하는 중요한 낙동강의 물줄기 가운데 하나인 ‘남강’을 가지고 새로운 기획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 또한 별 탈 없으면 단행본으로도 세상에 나올 것입니다.

 

신문을 바탕으로 삼지만 신문에만 머무르지는 않은 보기입니다. 여태껏 다른 신문·방송·통신들이 일삼아 출판해온 무슨무슨 연감이나 무슨무슨 기행 따위와는 아주 근본에서부터 다릅니다. 게다가 적어도 경남에서는, 경남도민일보보다 역사가 오랜 다른 지역 신문들은 거의 하지 않아 온 일입니다.

 

판매 수익은 물론 경남도민일보에 보탬이 되겠지만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내용을 담았고 읽어볼 만한 수준에서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책값 또한 전혀 비싸지 않습니다. 두 권으로 나온 <경남의 재발견>이 양장본인데도 3만원밖에 하지 않습니다.

 

제가 펴냈는데, 제게 아주 뜻깊은 책입니다.

 

4. 영향력도 있고 돈벌이도 좀은 되는 경남도민일보 갱블’s

 

경남도민일보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인 ‘블로그 파워’도 신문을 바탕삼지만 신문에만 머물지 않은 좋은 보기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경남도민일보 인터넷신문 영향력 확대를 위해 메타블로그 갱상도블로그’s(갱블’s)를 만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경남도민일보 기자들이 활발하게 블로그질을 했을 뿐만 아니라 경남 지역에서 블로거를 양성하고 조직하는 일까지 도맡아 했습니다. 양성교육·보수교육도 꾸준하게 했으며 경남블로그공동체도 ‘사실상’ 만들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블로그 파워’가 영향력도 상당할 뿐 아니라 경남도민일보 경영에도 적으나마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두세 차례 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을 상대로 ‘블로거 팸투어’를 진행하고 그 대가를 받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또 그 결과는 다시 경남도민일보 종이신문이나 인터넷신문으로 돌아옵니다.

 

5. 자회사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의 경우

 

경남도민일보는 사회적 기업으로 갱상도문화공동체해딴에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해딴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에’를 뜻하는 경상도 지역말입니다. 해딴에는 캐치프레이즈가 ‘잘 놀아야 잘 산다’입니다. 공공성과 영리를 동시에 목적합니다.

 

경남도민일보에 보도된 해딴에 등의 도랑살리기 협약.

 

하는 일은 많습니다(잡다합니다^^). 마을 만들기와 도랑 살리기를 합니다. 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나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합니다. 지난해는 함양군 휴천면 임호마을 한 곳에서 했고, 올해는 창녕군 계성면 명리 마을과 함양 백전면 망월마을 두 군데서 할 예정입니다.

 

그러면서 민간 역량을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볼런투어라고, 자원봉사(Volunteer)+여행(Tour)을 합한 개념인데요, 자원봉사를 하는 보람에 더해 여행을 하는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해서 마을 벽화도 그리고 솟대도 만들고 버스 정류장 단장도 하고 원두막 쉼터도 들였습니다.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와 해딴에가 함께한 볼런투어에 참가해 벽화 그리기를 하고 있는 함양신협 사람들.

그리고 이렇게 활동한 결과는 당연히 신문에 보도돼 나갑니다. ‘지역 밀착’의 좋은 사례를 경남도민일보 스스로가 만들고 이를 신문을 통해 알려나가는 것입니다.

 

전국적이거나 세계적인 것은 가르쳐도 지역적인 것은 가르치지 않는(학교에서든 학원에서든) 현실에서, 자기가 나고 자란 지역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만지고 누리고 즐기게 함으로써 그 애틋함의 불씨를 이어가자는 취지로 ‘우리 고장 사랑 고3 역사·문화 탐방’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 반응은 화약이 폭발하듯이 뜨거웠습니다. 이런 결과 또한 신문에 크게 잇달아 실었습니다. 이 또한 신문을 바탕으로 삼아 신문을 벗어났다가 신문으로 돌아온 경우입니다. 또 아이들 감수성과 상상력을 키우고 자연과 친화력을 높여나가는 생태체험 프로그램까지 진행했습니다.

 

우리 고장 사랑 고3 역사문화탐방. 박경리기념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밖에 스토리텔링콘텐츠 개발·제작도 있고 지역 고유 역사·문화·생태 탐방 루트 개발도 있습니다. 올해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성과에 힘입어 좀더 체계적으로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 밀착을 신문 밖에서 해 나가다 보면 지역 밀착을 하는 여러 사람들도 덩달아 만나게 됩니다. 아울러 지역 밀착을 하고 싶고 또 돈이든 뭐든은 되는데 방법이 없는 그런 사람 단체들도 많이 알게 됩니다.

 

서로 좋은 일입니다. 지역 밀착을 억지로 찾는 대신, 신문이 바로 그런 지역 밀착을 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문을 바탕삼아 신문을 벗어났다가 신문으로 돌아오는 지역 밀착 사업에는 그러고 보니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로 좋은 일’이라는 점입니다. 이른바 윈-윈입니다. 두루두루 보탬이 되고 고루고루 보람이 됩니다.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누이도 계속하려 하고 매부도 도중에 그만둘 리가 없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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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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