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언론, 블로그 강의

시민기자, 글쓰기, 그리고 1인 미디어

김훤주 2014. 6. 8. 08:00
반응형

순천언론협동조합에서 지난해 발행을 시작한 순천광장신문 초청을 받아 5월 31일 강의하면서 내놓았던 원고입니다. 순천광장신문 시민기자와 회사기자를 비롯해 열 분 정도가 자리를 함께하셨습니다. 

 

물론 실제 강의는 당연히 이 원고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블로그를 하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고 들을 때는 당장 해야지 싶은데 실행으로는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순천광장신문 차원에서 어떻게 해야 블로그를 할 수 있겠느냐고 도중에 물어오셨기 때문입니다.

 

제가 드린 대답은 이랬습니다. 먼저 시민기자단 말고 블로그기자단을 운영하시라, 순천광장신문도 언제든 조건이 되면 (경남도민일보처럼) 곧장 자체 메타블로그를 운영하시라, 이를 위해 올해 하기 어렵다면 내년이라도 블로거 양성 교육을 자체 프로그램으로 실행하시라.

 

아울러 글쓰기가 쉽지 않듯이 블로그도 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갈수록 못하게 된다, 허점 투성이이고 어수룩한 구석이 많아도 그런 데에는 마음을 두지 마시라, 어쨌든 운영하는 자체가 중요하고 블로거 양성 교육을 해내기만 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이다,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지난해 프로축구에서 유행했던 표현을 빌리자면, '닥치고' 실행인 것입니다. 실행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성공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해서 순천광장신문이 지역 블로거들한테 '비빌 언덕'이 돼 줄 수만 있다면 성공이라는 말씀입니다.

 

-----------------------------------------------------------

 

순천언론협동조합을 알리는 펼침막.

 

2000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가 창간됐습니다. 오연호 당시 <오마이뉴스> 대표는 창간사 ‘뉴스게릴라 727명의 대반란’에서 "모든 시민은 기자입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이어 “기자는 별종이 아니라 새 소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진솔하게 남에게 전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입니다”라 했습니다.

 

그러나 “이 평범한 진리는 기자가 특권시되는 문화 속에서 유린되어 왔습니다. 특권화된 기자들이 모인 집단은 거대 언론사가 되어 뉴스의 생산뿐 아니라 유통과 소비 구조 전체를 장악했습니다.” 여태까지는 특정 매체에 소속된 기자의 기사와 사진만 신문방송에 나갔다는 얘기입니다.

 

<오마이뉴스>가 창간되면서 보통 시민들도 기사를 쓰고 사진을 찍어 매체들에 보낼 수 있는 길이 생겼습니다. 시민기자가 글을 써서 보내면 회사기자들이 그것을 매체에 싣거나 싣지 않거나 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권한은 갖게 됐지만 실을 권한까지는 갖지 못했습니다.

 

1. 시민기자란 무엇일까요?

 

두 가지 관점에서 규정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문기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문기자는 기사를 쓰는 훈련을 받았지만 시민기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기자는 기사를 쓰는 훈련을 받았지만 시민기자는 그냥 일반적인 글쓰기 훈련 정도밖에 받지 않았습니다.

 

전문기자는 기사를 쓰는 데에 나름 인정받은 능력을 갖췄지만 시민기자는 전문기사라고는 거의 써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전문 기자는 기사를 쓰는 일로 밥을 벌어먹지만 시민기자는 기사를 쓰는 것과는 별도로 밥벌이를 하는 수단을 갖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회사기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회사기자는 특정 매체의 조직 체계 속에서 움직이지만 시민기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기자는 특정 매체의 사시나 방침에 따라 움직이고 특정 매체의 가치관을 자기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시민기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기자는 소속된 매체를 벗어나서는 활동할 수 없지만 시민기자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시민기자는 기자가 아닌 생활인이면서 동시에 자유로운 기자입니다. 시민기자는 자기 밥벌이에 매이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말고는 얽매이는 데가 없는 기자입니다.

 

시민기자는 자기 이해관계와 자기 관점에 따라 기사를 쓰는 기자입니다. 겉으로는 시민기자라 해도 자기 이해관계를 벗어나서 자기 관점이 아니라 특정 매체의 관점을 따르거나 눈치를 보면 이미 시민기자가 아닙니다.

 

2. 시민기자가 되면 무엇이 좋을까요?

 

자기와 가치관이 같거나 비슷하고 자기가 소속된 집단·계층·계급의 이해를 잘 대변하는 매체를 골라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되면 여러모로 좋습니다. 자기 하고 싶은 얘기를 자기 깜냥껏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쓴 기사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고 거기 담긴 생각이 현실화로 나아가기까지 할 경우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매체를 통해 세상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보람도 대단합니다. 이런 교류와 소통을 발판삼아 세력이나 모임도 만들고 외로움을 눅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시민기자가 모두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자기를 시민기자로 받아준 매체로부터 무엇인가를 누리려는 생각을 하는 시민기자들을 저는 적지 않게 봐 왔습니다.

 

어떤 시민기자는 자기를 시민기자로 받아준 매체가 찍힌 명함을 만들어 갖고 다닙니다. 어떤 시민기자는 그런 매체에 보도된 자기 기사를 들고 다니며 보여줍니다. 물론 이런 자랑이나 자부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행동으로 매체의 영향력을 누리려 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원래 자기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은 영향력을 조금 행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금세 사람들은 알아보고 맙니다. 그리고 자기가 그런 매체랑 관계가 없어지면 사람들은 아예 돌아보지도 않습니다.(이런 참담함은, 사실 회사기자들이 퇴직한 뒤 더욱 뼈저리게 겪습니다.)

 

'사이비'로 낙인찍히기도 십상이고, 자유로운 기자가 될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이미 시민기자가 아닙니다. 시민기자가 시민기자인 까닭은 회사기자와 달리 자유롭다는 데 있는데, 매체의 영향력을 등에 업으려는 순간, 그 시민기자는 회사기자 뺨칠 정도로 매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바뀝니다. 매체 눈 밖에 나면 자기가 목적하는 '매체의 영향력'을 누리는 근거 자체가 박탈되기 때문입니다.

 

3. 어떻게 하면 시민기자 노릇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첫째는 자기를 시민기자로 활동하게 해 주는 매체를 통해 영향력은 물론이고 어떤 이득(원고료는 제외)도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야 글쓰기가 자유롭고 생각이 자유롭고 말과 행동도 자유로워집니다. 이와 같은 전면적인 자유가 없고서는 누구도 시민기자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제 생각이기는 합니다만, 두 번째는 회사기자를 따라하면 망합니다. 먼저 글쓰는 투입니다. 회사기자의 글투는 이미 상투(常套)가 돼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요한 것일수록 더욱 앞에 내세우는 역삼각형 구조입니다.

 

그러면서 가장 앞쪽 한 문장에 앞으로 얘기할 모든 요점을 정리해 담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요점 정리를 하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입니다. 하지만 이런 능력을 대단하게 쳐주는 데는 기성 보도 매체 말고는 거의 없습니다.

 

무한 스크롤이 보장되는 인터넷 때문에도 이런 글쓰기는 이제 아무 보람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대부분 이런 글투를 이미 좋아하지 않습니다.

 

글쓰는 내용도 그렇습니다. 회사기자는 보편타당한 내용을 좀더 중요시하는 성향이 짙습니다. 누구나 관심을 가질 그런 내용을 다루려 합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그런 보편타당한 기사,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큼 중요한 기사 등등은 세상 모든 매체가 이미 다 다루고 있습니다.

 

차고 넘치는 신문·방송·통신에, 회사 이름만 다르지 내용은 똑같은 보도가 그야말로 차고 또 넘칩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쓰는 기사가 다른 기자가 쓰는 기사보다 더 보편타당하고 더 중요하다고 해야 하다 보니 괜히 더 객관적인 척하게 됩니다.

 

객관성 그 자체야 아무리 많아도 탓할 것이 못되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러해야’ 하니까 괜히 딱딱해지고 뻣뻣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시민기자에게 그런 따위를 바라지 않습니다.

 

친근한 기사를 좋아합니다. 시민기자는 자기가 종사하는 분야를 글감으로 삼으면 절로 친근해집니다. 물론 자기 이익을 위해 글을 꾸미고 사실 관계를 왜곡하시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나무나 풀을 기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저는 넘쳐난다고 생각합니다. 말걸리든 소주든 술공장에서 술 만드는 사람도 마찬가지 자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 무척 많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농사를 짓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농사짓는 환경이 얼마나 많이 달라졌습니까? 그러니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도 덩달아 많을 것입니다. 이처럼 자기가 잘 알거나 잘하는 분야를 집중해 다루는 편이 좋겠습니다.

 

회사기자들은 출입처에서 기사거리를 찾습니다. 시민기자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대신 이처럼 자기 일상에서 기사거리를 찾으면 그만입니다.

 

순천광장신문 들머리.

 

글쓰는 형식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스트레이트 기사체는 쳐다볼 필요도 없습니다. 괜히 어깨에 힘들어가는 글투도 쓸모가 없습니다. 기성 매체들 회사기자들이 써대는 기사만으로도 대부분 사람들은 질려 있습니다.

 

시민기자까지 그렇게 해서 질려 있는 사람 더 질리게 할 까닭은 없습니다. 동생한테 얘기하듯이, 엄마한테 넋두리하듯이 쓰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요즘 하는 말이 스토리텔링입니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면 된다는 말씀입니다. 너무 늘어져도 나중에 다듬고 고치면 그만입니다.

 

4. 시민기자 노릇만 잘하면 그만일까요?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모든 시민은 기자입니다”라고 선언했을 때는 세상에 있는 모든 매체가 ‘회사 매체’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선언은 ‘회사 매체’가 회사기자 기사만 말고 시민들이 쓴 기사도 받아 싣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표현이 시민 입에서 먼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회사기자 입에서 먼저 나왔고 회사매체 입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당시로서는, 회사기자 입에서 먼저 나올 수밖에 없었고 회사매체 입에서 먼저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회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매체를 가질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조직이나 자본이 없어도 누구나 매체를 가질 수 있는 시대입니다. 바로 블로그입니다. 블로그에서 글을 쓰면 바로 발행까지 됩니다.

 

글을 다 쓰고 사진까지 앉히고 이런저런 설정을 한 다음 마지막에 ‘저장’을 누르면 바로 그 순간에 해당 블로그가 연결(링크)돼 있는 모든 메타블로그에 넘어가 바로 ‘발행’이 됩니다.

 

여행·문학·시사·사회·정치·연예·스포츠 등등 갖은 주제별로 나뉘어 시간순으로 다음뷰나 올블로그, 다음뷰, 믹시 같은 메타블로그에 가서 걸리는 것입니다. 인터넷 사이버 공간 불특정 다수가 모여 있는 데에 가서 전시가 되고, 거기 모여 있는 사람들이 ‘이게 뭐지?’ 하고 그것을 열어보는 것입니다.

 

게다가 일간신문·주간신문이 집집마다 배달이 되듯이 블로그에 쓴 글도 개인개인에게 배달이 되기까지 합니다. RSS(Really Simple Syndicate)라고, 정말 간단한 배급쯤이 되겠는데, 미리 신청한 사람한테 자기가 쓴 블로그 글이 실시간으로 전달돼 메타블로그를 찾아가지 않아도 바로 읽어볼 수 있게 해줍니다.

 

게다가 페이스북이라든지 트위터라든지 하는 보조수단까지 많이 나와 있습니다. 블로그로 생산해 놓은 글을 여러 메타블로그나 블로그 자체 기능을 통해 유통시키는 것으로 그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통시킬 수가 있게 됐습니다.

 

이를 뭉뚱그려 이르는 말이 SNS(Social Network Service)입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회 관계망을 형성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1인 미디어, 1인 커뮤니티로서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를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또한 무한히 확장해 나가는 네트워크 과정을 통해 새로운 메시지가 창출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블로그와 페이스북·트위터가 등장하면서 기성 회사매체가 주도하던 일방 통행식 소통은 점점 힘을 잃고 쌍방 소통이 대세가 됐습니다. 옛날에는 객관적 정보나 자료가 주로 유통됐다면 SNS에서는 감성 그 자체 또는 객관적 정보나 자료에 얹혀진 감성이 주로 소통됩니다.

 

이와 같은 감성 소통은 전혀 새로운 재창조 또는 각색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정보나 자료를 적극적·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여러 사람들이 새로운 감성과 견해를 덧입힘으로써 처음과는 아주 다른 새로운 내용이 창조되기도 합니다. SNS 공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5. 이제는 1인 미디어가 대세입니다

 

이제 시민기자를 넘어 1인 미디어로 나가야 합니다. 시민기자에게는 기사를 쓰는 자유만 보장돼 있습니다. 그렇게 쓰여진 기사를 매체에 실을 자유까지 시민기자가 갖고 있지는 못합니다.

 

올해 찍은 기념사진이 이렇게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 글을 쓰는 순간 앞에 말씀드린 두 가지 자유, 기사를 쓰는 자유와 기사를 매체에 싣는 자유 모두를 누구나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시민기자가 아니라 1인 미디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제각각 특징과 장점이 다릅니다. 이런 특징과 장점을 제대로 이해해야 SNS를 종합적으로 연동해 활용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는 앞에 말씀드린 가장 능동적이고 개방적입니다. 누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뛰쳐나가 읽힙니다. 또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자료 같은 것 저장도 잘 되고 기록성도 높고 검색도 잘 됩니다. 그래서 매체 기능으로 보자면 블로그는 생산 수단입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어떨까요? 다들 아시는대로 140자 단문 블로그라고도 하는 트위터는 블로그와 견줘 저장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깊이 있는 글을 쓰기도 어렵습니다. 써 놓은 글도 찾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반면 트위터는 '리트윗'을 통해 글이 다단계로 기하급수로 퍼져 나가는 장점이 있습니다. 중요한 사안에서 '이슈 파이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확실한 유통 기능입니다. 하지만 트위터의 특징인 수직적 관계 형성은 치명적 약점입니다.

 

유명 인사 아니면 팔로워를 많이 거느리기 어렵습니다. 이외수·공지영·진중권 같은 인사들이 한 마디 던지면 그것이 그이들의 엄청 많은 팔로워들의 리트윗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식입니다.

 

수직적 관계 형성은 일정하게 편향되게 하는 효과도 냅니다. 자기가 팔로우하는 사람에는 우호적으로 반응하고 자기가 팔로우하는 사람을 비판·공격하면 적대시하는 성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은 수평 관계입니다. 친구 관계입니다. 어느 일방이 친구 신청을 해도 상대방이 응하지 않으면 관계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서로 친구니까 친한 관계입니다. 친하다 보니 사적인 얘기도 스스럼없이 하게 됩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좀더 쉽게 모여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블로그는 기록, 저장, 생산, 검색입니다. 트위터는 휘발, 유통, 일방, 수직입니다. 페이스북은 친근, 수다, 수평, 유통입니다. 그리고 셋 다 공통되는 성격은 감성과 주관과 소통인데 굳이 나눠서 보자면 트위터나 페이스북보다는 블로그가 감성과 주관과 소통이 아무래도 조금 처진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SNS 가운데 기본은 블로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블로그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측면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따라오기 어렵습니다. 페이스북·트위터는 생산된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기능이 뛰어납니다. SNS를 활용하려면 블로그를 기반으로 삼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쓰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으로 더욱 폭넓게 유통시키는 등 1인 미디어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6. 시민기자든 1인 미디어든 기본은 글쓰기입니다

 

글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민기자를 할 것 같고 블로그를 할 것 같지만 실제 이름을 거는 사람도 생각만큼 많지 않을 뿐더러 제대로 하는 사람은 더욱 적은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많이 하면서도 블로그는 잘 하지 않은 까닭도 저는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원래부터 어려운 글쓰기를 더욱 어렵게 하는 몇몇이 있습니다. 첫째는 다른 사람 눈치 보기입니다. 둘째는 생각이 먼저 정리가 돼야 글을 쓸 수 있다는 허상입니다. 셋째는 맞춤법·띄어쓰기·문법에 얽매이는 태도입니다. 이런 따위 때문에 글쓰기를 두려워하기조차 합니다.

 

자기가 이렇게 쓰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여길까 하는 눈치 보기 때문에 글쓰기를 어렵게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글쓰는 자기만 쪽팔려 할 뿐이지 대다수 다른 사람들은 이러든 저러든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이런 주눅은 학생 시절 선생님한테서 들었을 텐데요, 그런 선생님처럼 자기 글쓰기를 지적질하는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그런 지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고맙게 받아들여 고치면 그만입니다. 글쓰기를 하지 않을 까닭은 못 되는 것입니다.

 

순천광장신문 사무실에 걸려 있는 포스터 가운데 하나.

생각이 먼저 정리가 돼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생각밖에 꽤 많습니다. 생각이 정리돼야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은, ‘헤엄치는 법을 먼저 알아야 물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과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물에 들어가지 않고도 먼저 헤엄을 칠 줄 아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글을 씀으로써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엄청나게 더 많습니다. 생각이 먼저 정리가 돼야 글을 쓸 수 있다면 세상에 완성된 글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시민기자나 블로거한테 바라는 것은 아주 빼어난 명문이 아닙니다. 회사기자 가운데도 빼어난 명문을 쓰는 사람은 드뭅니다. 게다가 고은이나 박경리나 황석영이나 조정래 같은 이름난 문인들도 비문(非文)을 많이 씁니다.

 

글의 목적, 글쓰기의 목적을 생각해 보면 바로 해답이 나옵니다. 어느 누구도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나 문법 따위를 맞추려고 글을 쓰지는 않습니다. 자기 생각을 상대방한테 전달하려고 글을 쓸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소통이 핵심입니다. 그러므로 문법이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틀려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틀려도 괜찮다고 여길 때 오히려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습니다.

 

7. 일단 뭐든 ‘닥치고 시작’입니다

 

블로그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요? 그냥 할 수 있는만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버리시고 처음부터 잘할 수 있다는 생각도 버리시면 꾸준하게 실망하지 않고 오래오래 하실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글쓰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잘 쓰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잘 써야겠다고 여기는 태도는 어쩌면 글쓰기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습니다.

 

아울러 내일부터 해야지 모레부터 해야지 미루지 마시기 바랍니다. 무조건 ‘당장’ 마음먹고 무조건 ‘당장’ 시작하셔야 합니다.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블로그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 눈길에 신경쓰시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들을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서슴없이 올리시기 바랍니다. 처음만 반짝 하지 말고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꾸준하게 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블로그와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같은 1인 미디어이면서도 저마다 특징과 장점이 다릅니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는 블로그에 맞는 말투·글투가 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쓰는 말투·글투를 쓰면 페이스북에서는 어떤 때는 썰렁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까닭이 이런 데에 있습니다. 같은 감성을 바탕으로 한다 해도, 블로그는 혼자서 하다 보니 이리저리 따지기 십상이고, 페이스북은 아무래도 상대가 있다 보니, 그것도 친구이나 보니 아무래도 좀더 배려하고 친근한 말투를 쓰게 마련인 차이가 있는 셈입니다.

 

어쨌든 일단 시작한 뒤에는 그치지 말고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멈추면 그 순간에 아무것도 아니게 됩니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감성과 주관이 나타나면 성공입니다. 의사소통까지 이뤄지면 더한 성공입니다.

 

8. 시간 순서대로 사진 늘어놓고 설명을 다는 식으로

 

글쓰기와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방법 하나 일러드릴까 합니다. 지금 SNS 글쓰기는 사진과 글의 조합입니다. 블로그를 갖고 말씀드립니다. 여행을 떠났다고 가정합니다.

 

여행하는 장면장면을 담은 사진을 시간 순서로 죽 늘어놓습니다. 그렇게 늘어놓은 사진에 해당하는 설명을 붙입니다. 이렇게 하면 기본은 됩니다. 여행 말고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본이 되고 나면 여러 변주나 변형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시간 순서대로만 하지 않고 관점이나 주제에 따라 새롭게 구성해 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김훤주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