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교통방송 6일 저녁 7시 20분 즈음해 나갔던 것입니다. 방송용으로 얘기를 주고받는 식으로 고치기 이전 원고입니다.
6·4지방선거가 끝났습니다. 당선된 사람도 있겠지만 떨어진 사람이 훨씬 더 많겠지요. 또 그이들을 보이게 보이지 않게 몸과 마음을 써가며 도운 사람도 많을 테고요. 이들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지친 몸 가누고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딱 좋은 그런 좋은 절간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다름 아닌 표충사입니다. 밀양에 있습니다. 나름 이름난 절간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임진왜란 당시 승병장 사명대사랑 관련지어서만 생각할 뿐 거기에 멋진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세간에 알려진 표충사의 떠들썩한 이미지와는 달리, 뜻밖에 정갈하다는 것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우화루에는 이처럼 고영정이라는 현판도 걸려 있습니다. 신령스런 우물이라는 뜻인데, 표충사 옛 이름이 영정사입니다.
대광전 맞은편에 자리잡은 정자 같은 건물 우화루(雨花樓)가 이번 나들이의 핵심입니다. 한자로 ‘비 우(雨)’와 ‘꽃 화(花)’를 쓴 누각인데요, 불교에서는 부처님 말씀을 우화, 그러니까 꽃비에 견주기도 합니다.
지금이야 물론 그런 꽃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오전에 찾아가면 표충사 으뜸 전각 대광전에서 불경을 외는 스님 우렁찬 염불 소리를 들을 수는 있습니다. 널찍한 앞마당을 사이에 두고 저쪽 대광전에서는 우렁우렁 염불 소리가 울리는 반면 이쪽 우화루는 비어 있을 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우화루에서 한 사람이 기둥에 기댄 채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냥 편안한 공간이어서 여기 올라 난간이나 차탁에 기대어 그야말로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쉬기 딱 좋습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훤하게 열려 있는 마당을 가로질러 우화루 아래 들면 그지없이 시원합니다.
바로 아래 골짜기에서는 물소리와 더불어 시원한 기운이 솟아오릅니다. 언덕배기에 높이 자란 나무들은 여기에다 서늘한 그늘을 펼쳐 줍니다. 우화루에서는 이렇게 아무 구애됨이 없이 쉴 수도 있고 복잡한 생각들도 씻어낼 수 있습니다.
그 아래 담장 바깥쪽 개울에서는 이렇게 우화루 지붕이 올려다 보입니다.
물론 읽고 싶은 책 한 권 정도 챙겨와 느긋하게 읽어도 좋은데요, 다만 드러눕지만 않으면 됩니다. 왜냐, 우화루와 표충사가 유원지가 아닌 절간이니까요.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이런 누각을 경남에서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건물이 아니라, 절간의 중심인 으뜸 전각과 마주해서 몸도 마음도 편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 사통팔달로 안팎 풍경을 한 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말씀입니다.
앞서 표충사가 느낌도 정갈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아마도 다른 이름난 해인사나 통도사와 견줘 볼 때, 삼층석탑이나 석등 같은 유물들이 마당에 별로 나앉아 있지 않은 때문이지 싶은데요, 주말이라도 아침나절 사람이 별로 없을 때 찾으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듭니다.
스님이나 처사들이 울력으로 아침마다 그리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비어 있는 공간이 표충사에서는 대로 만든 빗자루에 갈무리됩니다. 아침마다 마당에 남겨지는 깔끔한 비질자국이 그런 느낌을 더욱 키워주는 것입니다.
아침 나절 비질 자국이 정갈한 느낌을 한층 키워줍니다.
표충사는 들머리 숲길도 좋습니다. 통도사나 해인사, 또는 쌍계사들도 진입로가 더없이 멋지지만, 보통 사람들한테는 조금 길다 싶기도 하고 또 때로는 가파르기조차 합니다. 하지만 표충사는 이렇게 나고드는 산책로가 전혀 길지 않은 1km정도고 또 평지에 나 있어서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걸으면서 보고 누리고 느낄 수 있는 솔숲이 다른 데보다 처지지도 않습니다. 높게 또 무성하게 자라서 어둑어둑하게 느껴질 때가 있을 만큼 참나무랑 함께 어울려 우거져 있습니다. 조용하게 차분하게 걷기 좋은 길입니다.
오솔길 산책로.
다만, 표충사 바로 앞에 있는 주차장에다 차를 대시면 이런 오솔길 산책을 즐길 수 없습니다. 그보다 먼저 만나지는 관광단지 주차장에다 차를 대셔야 합니다. 그러고는 아스팔트 도로를 버리고 표충사로 올라가면서는 오른쪽으로, 돌아올 때는 왼쪽으로 접어들어야 합니다.
시외버스나 시내버스로 가시면 더욱 좋습니다. 밀양버스터미널에서요. 자가용 자동차를 버리면, 관광단지 주차장에는 맛난 동동주를 파는 집이 몇 군데 있는데, 여기서 산나물 안주와 더불어 아무 제약 없이 한 잔 들이킬 수도 있거든요. 버스는 한 시간 정도 간격으로 자주 다니는 편입니다.
관광단지 주차장에는 이렇게 산채전과 동동주를 내다 파는 안동믾속촌이라는 그럴 듯한 음식점도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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