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주말 물때 맞춰 올라보는 고성 상족암

김훤주 2014. 6. 1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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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3일 저녁 7시 20분 즈음해, 창원교통방송 ‘라디오 정보 교차로’ 프로그램에서 했던 방송 원고 초안입니다. 여기서는 제가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아니라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 대표’ 자격으로 방송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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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둘째 주 주말은 시원하게 바람이 부는 바닷가로 나가보면 어떨까요? 특히 아이들한테 인기가 높지요. 공룡 발자국이 많아요. 고성 상족암 일대입니다. 아주 유명해서 경남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는데요, 그렇다고 그 속살까지 다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데크가 줄지어 있는 바닷가만 좀 거닐고, 공룡박물관 이런 데를 아이들과 둘러보고는 바로 돌아오기 십상입니다. 정작 긴긴 세월 동안 파도가 들이쳐서 코끼리 다리처럼 깎아 놓은 엄청나게 커다란 바위 상족암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말씀입니다.

 

상족암에 올라가 보려면 물때를 맞춰야 합니다. 밀물 때는 물이 차서 갈 수 없고 썰물로 물이 빠졌을 때만 가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를 몇 번씩 찾아왔었지만 상족암에는 발조차 대본 적이 없다는 사람을 저는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니다.

 

상족암으로 이어지는 데크. 앞에 공룡발자국이 보입니다.

 

이번 주말은 그 물때가 좋습니다. 토요일 14일은 오후 3시 30분, 일요일 15일은 오후 4시 20분이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간조입니다. 이 때를 전후해서 가면 상족암에 올라가 한두 시간 정도 노닐 수 있습니다.

 

고성 바다는 남해안의 표준입니다. 움푹 들어와 있거든요. 파도도 잔잔하게 일렁이고 바람도 그저 살랑거리는 정도입니다. 길고 부드럽게 늘어선 해안선을 따라서,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때맞춰 나타나는 잘 생긴 바위들도 그렇습니다.

 

출발은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제전마을입니다. 여기 자동차를 세워놓고 오른쪽 해안으로 접어들면 색다르게 생긴 바위들과 공룡 발자국이 찍힌 바위들이 나타납니다. 동해와 서해는 물론 같은 남해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들입니다.

 

코끼리 다리처럼 보이시나요?

물이 크게 빠질수록 공룡 발자국이 더욱더 장하게 나타납니다. 여기서상족암까지는 데크를 따라 천천히 걷기만 하면 됩니다. 상족암에는 인공이 없습니다. 철썩대는 파도를 맞으며 다듬어지거나 물살에 깎이고 떨어져 나가 바닥에 생긴 구멍도 있고 이리저리 터널처럼 맞뚫린 구멍도 있습니다.

 

상족암에는 코끼리 다리뿐 아니라 선녀탕도 있고 알탕도 있습니다. 터널처럼 생긴 맞은편에서는 낮에는 햇살이 뻗쳐 들어옵니다. 깎아놓은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두컴컴한데요, 그런 가운데 내비치는 밝음이어서 신비로운 느낌을 더해줍니다.

 

 

이렇게 지내다가 걷던 방향으로 계속 산길을 따라 그늘을 밟고 바람을 맞으며 덕명 앞바다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걷는 길이 수고스럽지 않고 거리도 길지 않아 나중에 제전마을까지 걸어서 돌아온다 해도 크게 부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족암에서 멈추고 돌아나오셔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상족암에서 8km 정도 떨어진 학림 마을도 무척 유명합니다. 옛적 그대로 남아 있는 돌담장인데요, 학동 마을 같은 돌담장은 우리나라에서 여기밖에 없습니다.

 

 

학동 일대 뒷산에서는 상족암에서도 봤던 납작하고 편편한 돌이 많이 납니다. 그다지 단단하지 않아서 떼어내고 쪼개기가 쉬운데요, 이런 자연 조건을 그대로 활용해 담장을 쌓았습니다.

 

기와를 얹은 옛집도 여러 채 남아 있는데요, 학림헌(鶴林軒)은 꼭 한 번 들러볼만한 집입니다. 상대방이 불편해할까봐 또는 자기 무식이 탄로날까봐 현지 분들한테 잘 묻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그러시지 않아도 됩니다. 현지 분들은 무엇이든 물으면 누구나 술술 잘 대답해 주십니다.

 

왼쪽 모자 쓰신 이가 학림헌 주인 최영덕 어른.

 

학림헌 주인장 최영덕 어르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 살림집이면서도 옛적에 마을 의견을 모으는 공청(公廳) 구실을 했던 건물인데요-당호(堂號) 학림헌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여기 얽힌 이야기이라든지, 사랑채 청마루 아래 목간이 있었던 사연이며, 집안 곳곳에 심긴 나무들 내력까지 아주 잘 말씀해 주십니다.

 

목간을 두던 자리에 들어가 앉은 한 학생.

 

다만 대문을 들어가서는 길손에 걸맞게 주인한테 예절은 갖춰야겠지요. 어쨌거나 이번 나들이는 핵심이 상족암에 올라가 보는 것이니까, 간조 물때를 기준으로 삼으면 상족암을 먼저 들르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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