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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내일 전라도 장흥 첫 나들이 간다~~~

김훤주 2014. 5. 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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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에 저는 전남에 있는 장흥군 이명흠 군수 앞으로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창흥군청 홈페이지 ‘군수에게 바란다’에 글을 남긴 것입니다. ‘장흥 명물을 경남에 소개하기’가 제목이었습니다.

 

제목에서 이미 짐작이 되는 그대로 장흥 관광 명소들을 경남 주민들에게 알려 서로서로 도움이 되고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간추려 보면 이렇습니다.

 

저희 경남도민일보는 문화관광체육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로부터 2005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거르지 않고 ‘우선지원대상 신문사’로 선정돼 왔을 만큼 허접하지 않은 신문사고 그 자회사인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는 지역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익성을 추구하는 한편 경남도민일보에 재정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데 목표가 있습니다.

 

장릉 편백우드랜드.

 

여행·체험·스토리텔링콘텐츠 개발/제작·파워블로거 팸투어·마을 만들기·도랑 살리기·탐방 루트 개발 등을 주로 합니다. 장흥군에 대해서는 정남진과 우드랜드·토요시장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염산 처리를 하지 않고 무공해로 김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장흥군 차원에서 진행한다는 사실도 매우 반갑게 다가왔습니다.

 

장흥군을 비롯해 전남 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은 서울·수도권 상대 관광 마케팅을 많이 하고 있지만, 이제는 경남을 비롯한 영남 쪽으로도 마케팅할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수도권의 전남 지역 관광 수요가 한계에 이른 측면도 있고, 경남 사람들의 전남 지역에 대한 관광 수요는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상황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편백우드랜드 며느리손바닥바위.

 

경남 인구가 330만 명으로 적지 않은데다, 농촌 지역은 빼고 도시 인구만 해도 창원·김해·진주·사천 등 200만을 웃돕니다. 장흥군은 풍물과 인심과 민속이 살아 있는 토요시장을 중심 삼고 재미있고 유익한 토요경매가 있는 우드랜드의 건강함을 더한 다음 다른 장점과 특징을 곁들이면 경남서도 한 번 가보고 싶어할 훌륭한 나들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실제 지난해 7월 해딴에가 장흥군 하나만 집어 일반인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참가비가 비싼 편이었는데도 많이 참가했고 만족도도 높았지만 문제는 수지타산 면에서 남는 것이 없어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었습니다.

 

휠체어도 다닐 수 있는 편백우드랜트 데크.

 

그래서 서로에게 득이 되는 방안을 나름 생각해 봤는데, 장흥군에서 비용을 형편이 되는대로 일정 부분 지원하는 조건으로 ① 40명 안팎 일반인 팸투어 진행, ② 장흥군 관광 명소와 특산물 소개 기사 제공을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긍정 검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는 까닭이 돈 몇 푼 돈 때문은 아니고 영남과 호남 사이 여지껏 남아 있는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 거리낌 없이 너나들이를 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는 바람에 있음을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렇게 탁족을 할 수 있는 데도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얘기를 드리기는 했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더랬습니다. 경남과 경북 사이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있어서 종종 턱턱 가로막히는데, 지역 감정 운운하는 마음의 장벽이 아주 선명한 현실에서는 영남과 호남 사이에 무슨 울림이 반드시 있으리라고는 꿈조차 꿀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울림이 있었습니다. 장흥군 총무과 실용새마을계에서 저희한테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 사이 저희 경남도민일보와 해딴에에 대해 나름 알아보기도 한 모양이었습니다. 장흥으로 한 번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예산이 남아 있는 것이 없기는 하지만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만나 얘기하자는 취지였습니다.

 

편백우드랜드 풍욕장 들머리.

 

저희는 이렇게 연락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패내키(경상도말로 아주 잽싸게)’ 약속을 잡고 해딴에 구성원 세 사람이 모두 달려갔습니다. 장흥 장터에 들어가 ‘3대국밥’인가 이름난 밥집에서 조그만 수육까지 한 접시 먹은 다음 설레는 마음으로 장흥군청을 찾아가 실용새마을계 김장용 계장을 만났습니다.

 

아주 야무지게 생긴 이 분은 이야기를 길게 끌지 않았습니다. 행정기관이다 보니 절차와 규정을 어기면 안 되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예산을 마련해 볼 테니 ‘장흥 명물 경남에 소개하기’를 한 번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야생 헛개나무. 편백우드랜드에 있습니다.

 

일정 부분 금전 지원을 하는 조건으로 모두 세 차례 진행하고 탐방루트는 해딴에에서 알아서 구성하되 장흥군에서 요청하는 필수 코스는 집어넣는 쪽으로 협의를 마쳤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성과가 나면 나중에 나름 평가를 거쳐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싶으면 협력 사업을 확대해 나가자는 데에도 쉽사리 합의가 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내일 5월 10일 토요일 전남 장흥으로 첫 나들이를 갑니다. 참가할 사람을 모았는데 45인승 버스 한 차가 가득하고도 넘칠 정도로 신청이 몰렸습니다.(보조의자에 앉아 가겠다는 이도 몇몇 계셨지만 안전 문제 때문에 그리하십사 할 수는 없었습니다.)

 

편백우드랜드 토요경매. 편백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재미도 있습니다.^^

 

찾아가는 데는 우리나라 최대 철쭉 군락으로 이름난 제암산과 올해로 개설된 지 10년째인 장흥 명물 토요시장입니다. 6만 평 남짓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붉은 철쭉꽃이 벙글어지는 제암산입니다. 인심과 풍물과 산물을 한 데 모아 5일장(장흥은 2일·7일)의 틀을 깨는 토요시장입니다.

 

저희는 이번 첫 나들이가 무척 기쁩니다. 장흥군으로부터 금전 지원을 받게 돼서 기쁜 것이 아닙니다. 박정희 독재 이래 갈수록 깊어지기만 해온 영남과 호남, 호남과 영남의 지역 장벽을 조금이나마 넘을 수 있어서 기쁜 것입니다.

 

 

사실 경상도 사람들은 제 또래(1963년생)만 해도 그렇습니다. 전라도 사람이랑은 말을 섞는 것조차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전라도와 전라도 사람에 대해 무슨 악감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습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전라도에 친구나 선배가 몇몇이라도 있는 경우는 그렇지 않지만 자기가 태어난 지역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대부분 경상도 사람이 그렇습니다. 이제 조그맣지만 통하게 됐습니다. 통하게 되면 다음으로 친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따름입니다.

 

토요시장은 사람이 차고 넘치는데, 초상권에 신경쓰면서 찍다 보니 이런 사진밖에 안 남았습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남해고속도로를 타 보면 이런 현실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동마산 나들목을 거쳐 진주 쪽으로 들어가 보면, 경상도 쪽 남해고속도로는 쌩쌩 내달리는 자동차로 차고 넘칩니다. 그렇지만 진주를 지나 하동을 지나 섬진강휴게소를 지나면 고속도로가 통째로 한산해집니다.

 

그러다가 다시 공단이 있는 광양을 지나면 더욱 차량 통행이 줄어서, 그야말로 썰렁해지고 맙니다. 어떤 때는 앞으로도 시야에 차 한 대 들어오지 않으며 뒤쪽 백미러에도 달리는 차가 잘 잡히지 않습니다.

 

장흥명물 막걸리.

 

물론 이번 장흥 탐방 한 차례만으로 이런 현실이 가시리라고 생각할 만큼 멍청하거나 순진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앞으로 좀더 교류와 사귐이 영남과 호남-호남과 영남 사이에 많아질 수 있는 단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쁠 따름입니다.

 

우리는 내일, 전라도 장흥으로 쌩쌩 내달려 나들이를 갑니다. 경남 합천 황매산보다 더 너른 마루에 더 일찍 꽃피는 철쭉을 보고, 창원 상남시장이나 창녕 창녕시장만큼 흥성대는 장흥 토요시장에서 장보기를 합니다.

 

염산 처리를 하지 않은 장흥 명품 김. 장흥군 차원에서 염산 처리를 못 하도록 통제하고 있습니다.

남북으로 길쭉한 장흥은, 바닷가 고을이면서도 전남에서 세 번째로 긴 탐진강과 곳곳에 솟아오른 호남정맥 덕분에 산과 들과 강과 바다가 골고루 놓여 있어서, 거기서 나는 산물 또한 다양하고 푸짐하답니다.

 

그리고 동학농민전쟁의 마지막 전적지이기도 합니다. 동학농민전쟁은 경남에도 영향이 상당해서, 박경리 소설 <토지>에도 그 묘사가 있을 정도이지요. 제암산에는 무참하게 깨진 동학 농민군이, 살아남기 위해 넘어 달아났던 고개도 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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