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통도사에서 불목하니 노릇을 하면서 나름 수도를 하는 친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머리를 깎지는 않았습니다.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 주고받으며 술도 한 잔 걸쳤겠지요. 거의 25년만에 만난 자리였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1998년 IMF 이후 고생을 많이 한 모양이더군요. 특히 마음 고생을요. 그러다 통도사와 인연이 됐다고 했습니다. 

 

수도를 해서 나름대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으면 짐승들하고도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도 짐승들이 달아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비우면 덩달아 사람한테 남아 있던 어떤 악한 기운도 사라지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짐승들이 날세워 경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상대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그런 생각이 무의식 속에라도 남아 있을 수 있는데, 수도를 하고 어느 정도 진전이 있으면 그런 따위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자기도 산길을 가다가 그런 경험, 짐승이 자기를 피해 달아나지 않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 가운데, 머리를 깎지도 않았고, 수도 또한 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이 숲 속에 들어가면 날아가던 새가 돌아와 그 사람 손이나 어깨나 머리에 앉는다고 합니다. 그이 사는 데가 저랑 떨어져 있어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그이랑 함께 지내는 어린아이들 하는 말이 그랬습니다.

 

저는 그 때도 고개를 끄덕였더랬습니다. 그이는 전혀 남 탓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자기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해 어떤 나쁜 생각이나 감정을 품을 줄도 모르는 셈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해 가다가 좁다란 길목에서 앞 차에 막혔습니다. 그 차 운전하는 사람은 뒤에 다른 차가 와 있는지 어떤지 모르는 채로 자기 차 세워두고 자기 볼일을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아는 이 사람은 그냥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래도 앞차가 꼼짝하지 않으면 조그맣게 입으로 아 빨리 가야 하는데, 아 빨리 가야 하는데, 몇 차례 뇌까립니다.

 

그런 다음에도 앞차 운전하는 이가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대로 있으면 그제야 가서 얘기합니다. 미안합니다만, 차 좀 빼주시면 안 될까요? 그이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진짜 미안한 티가 팍팍 납니다.

 

 

이는 제가 제 두 눈으로 지켜본 장면입니다.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짐승들은 어디서든 저를 보면 달아나기 바쁩니다. 여태껏 그러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며칠 전 함양 서암정사를 찾았을 때였습니다. 서너 걸음 앞에 다람쥐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저는 꼼짝않고 귀여운 그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제가 움직이다 보시락 소리라도 나면 달아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 다람쥐 한참을 이러고 있더라고요. 그러기에 저는 살그머니 가방을 뒤져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그래도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사진을 찍는데, 셔터 누르는 소리가 났는데도 다람쥐가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튀어나오는 데서부터 마지막 구멍으로 다시 들어가는 모습까지 전부를요. 옛날에도 몇 차례 다람쥐를 사진에 담은 적이 있는데요, 이렇게 깨끗하지는 못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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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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