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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본 곳

산토끼노래동산 주인공은 토끼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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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위해 만든 산토끼노래동산

 

창녕군 이방초등학교 위에 들어선 ‘산토끼노래동산’은 어린아이들 수학여행이나 소풍을 위해 창녕군이 만들었습니다. 창녕군이 펴낸 관광 안내 책자 <생태천국 창녕 맞춤여행> 10쪽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2박3일 일정에서 이틀째 되는 날 산토끼노래동산을 들르도록 안내가 돼 있습니다. 오가는 길목에 만들어지는 ‘우포늪 생태체험장’까지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도록 기획돼 있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아이들을 위한 시설들이 산토끼노래동산에는 두루 갖춰져 있습니다. 놀이터·롤링미끄럼틀·미로정원 따위가 그런 것들입니다. 여기서 아이들은 신나게 놀아 젖힙니다. 미끄럼틀을 대여섯 차례씩이나 오가면서도 힘든 줄 모릅니다. 그만큼 아이들한테 맞춤형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생태천국 창녕 맞춤여행' 10쪽.

 

그러면서 어른들도 충분히 즐거운 공간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몸소 겪어보기 전에는, 실제 답사까지 했었는데도, 아이들한테나 재미있고 보람있지 어른들한테는 별로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28일 40·50·60대가 대부분인 어른들 40명 가량과 함께 산토끼노래동산을 찾아가 보고는 생각을 바꿔야 했습니다.

 

 

어른들한테도 충분히 유쾌하고 재미있는 공간이 바로 산토끼노래동산이었고, 아이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안성맞춤인 데가 산토끼노래동산이었습니다. 먼저 토끼에 대해 좀더 잘 알려주고 잘못 알고 있는 그릇된 상식을 바로잡아 주는 데였습니다.

 

즐겁고 상큼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토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음도 깨칠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도 잘못 알거나 제대로 모르는 토끼 참모습 몇몇 보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토끼는 귀를 잡고 들면 된다.’ 우리는 이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아니랍니다. 토끼는 마치 개의 코처럼 몸 전체 온도를 조절하는 중요한 부위라고 합니다. 그래서 토끼귀를 잡고 있으면 10분만 지나도 축 늘어져 버린다고 합니다. 귀를 잡고 있는 바람에 몸이 더워지고 그 때문에 부대끼고 힘들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러면 토끼를 잡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요? 네 발 달린 짐승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목덜미를 잡으면 된다고 합니다. 거죽이 늘어나서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나쁜 사냥꾼이나 자기 편한대로 토끼귀를 잡는다는 것입니다.

 

‘토끼는 눈동자가 빨갛다.’ 이것도 잘못된 상식이랍니다. 토끼 또한 다른 포유류 일반과 마찬가지로 눈동자 갈색이거나 검은빛이라고 합니다. 다만 돌연변이로 염색체가 모자라거나 해서 그런 빨간색이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토끼 사육을 맡고 있는 산토끼노래동산의 서한결씨가 일러준 얘기 가운데 일부입니다.

 

눈화장을 한 듯한 토끼 종류.

 

알고 보니까 더욱 그럴 듯한 토끼

 

실제로 이런저런 토끼 무리를 바로 눈앞에서 보면서 들으니 더욱 실감이 나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이밖에 토끼에 대한 다른 이야기도 많이 더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다 말하지는 않으렵니다. 왜냐하면, 제가 지금 다 말해 버리면 다음에 찾아가셨을 때 재미가 덜할 수 있겠기 때문이랍니다.

 

지금 산과 들에 많이 퍼져 있는 토끼, 그래서 사람들 대부분이 산토끼라고 알고 있는 토끼가 실은 산토끼가 아닌 외래종이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도 듣기는 했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지금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하하.

 

그런데, 이렇게 토끼에 대해 좀더 알고 나니까 거기 있는 토끼들이 이상하게도 좀더 사랑스러워 보이고 귀여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이 녀석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토끼, 이 녀석들은 어릴 때 누워 있던 귀가 자라고 나면 쫑긋 서는 토끼, 이 녀석들은 눈에 마치 아이라인을 한 것 같은 토끼…… 이렇게 말입니다.

 

산토끼 감성으로 바로 흥겨워지는 어른들

 

그림자놀이-손 따위로 스트린에 그늘을 만들면 그에 걸맞게 움직임이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산토끼노래동산은 어른들한테 내장돼 있는 동요 산토끼 추억·기억을 손쉽게 끄집어내었습니다. 여러 가지 토끼를 보면서 흥겨워진 어른들은 산토끼 곡조만 나와도 그 앞에서 몸을 흔들고 없는 지휘봉까지 흔들어대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산토끼 노래가 지난 세월 동안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에게 유전자가 돼서 박혀 있는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진시 공간인 산토끼동요관에서도 어른들의 즐거움과 재미는 이어졌습니다.

 

이런저런 체험 시설(매우 간단한)과 그림자놀이, 그리고 오래 된 학교 책·걸상(1920년대 여기 이방보통학교 선생으로 있으면서 산토끼 노래를 지은 이일래를 위해 만든 전시관에 있는) 따위에서도 웃음 소리는 곧잘 터져나왔던 것입니다.

 

토끼보다 더 귀여운 존재는 바로 아이들

 

그런데 이보다 더한 중요한 사실을 하나 찾아냈습니다.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다가 알게 된 것입니다. 일행이 다음 일정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나오는데, 유치원에 다님직한 아이 예닐곱이 선생님 둘과 함께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들머리에서 만난 아이들.

 

동행한 블로거 선비님 사진. 우리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고 무엇인가를 주고 있습니다. 다른 일행들은 이를 보며 웃음을 머금었군요.

일행 전체를 챙기는 일을 제가 하다보니 사진을 찍지는 못했습니다만,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가 봤는데도, 정말 아이들이 더없이 그지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앞서서 눈에 토끼를 담으면서 그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그렇게 감탄을 아끼지 않던 어른들이, 몇 명 되지도 않는 아이들이 재잘대며 걸어오는 모습에 허리를 꺾어가면서 손뼉을 치고 웃음을 터뜨렸던 것입니다.

 

토끼와 아이들, 비교·대조되는 무리가 있으니 그 귀여움과 어여쁨이 더욱 돋보였던 모양입니다. 산토끼노래동산은 그러니까 토끼와 아이들이 언제나 이렇게 어우러져 돌아가는 공간인 셈입니다.

 

지역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한 사례

 

동요 산토끼의 산실이 바로 여기입니다. 앞에서도 적었지만 1920년대 이방보통학교에 선생으로 와 있던 이일래씨가 여기서 노랫말을 쓰고 곡조도 붙였습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지금도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알고 있습니다. 이는 일제 강점기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정확한 근거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제는 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다고 합니다. 산토끼노래동산에서 일하는 서한결씨 얘기인데요, 곡조가 단순해서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인데, 그래서 당시 사람들이 노래 가사를 바꿔서 불러댔기 때문이랍니다.

 

“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가느냐? 깡충깡충 뛰어서 어디를 가느냐? 산고개 고개를 나 혼자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서 올 테야.” 이렇게 되는 원래 가사를, 시대 상황에 맞춰서 “독립운동 하러 갈 테야”라든지, “까막소(감옥소)에 갇혔다”든지, “탄광으로 끌려갔다”든지 하는 식으로 바꾸고, 주어도 그에 걸맞게 바꿔불렀다는 것입니다.

 

제가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는데, 그 때 학생운동·노동운동에서 크게 유행했던 것이 바로 ‘노가바’,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였던 만큼, 쉽사리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창녕에 어려 있는 이런 역사·문화 자산을 나름 잘 활용해 산토끼노래동산을 만들었다는 얘기입니다.

 

사진 찍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빠졌습니다.

 

어른 위해 콘텐츠 보강하겠다는 계획

 

그리고 마지막 하나, 산토끼노래동산에서 토끼 돌보는 일을 맡고 있는 서한결씨는 앞으로 산토끼노래동산에다 어른들을 위한 어른들도 더불어 즐길만한 그런 콘텐츠를 많이 갖춰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고령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는 데 더해 세대별로 따로 떨어져 사는 풍조 또한 돌이키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는(어쩌면 지금도) 50대 넘어 60대 70대 어르신들한테는 삐약삐약 재잘재잘 어린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볼거리·즐길거리라 할 수도 있겠거든요.

 

어쨌거나, 그러면 산토끼노래동산의 주인공은 누구냐고요? 제가 보기에는 이렇습니다. 토끼에 더해 어린아이들들도 주인공이고 어른들도 주인공입니다. 산토끼 노래가 주인공이기도 하고 추억이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아이들 좋아하는 놀이시설도 주인공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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