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새 봄 화포천과 봉하마을이 좋은 까닭

김훤주 2014. 3. 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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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교통방송 28일치 여행 소개 원고입니다. 이번에는 연둣빛 새 순이 보기 좋은 김해 진영 화포천과 창녕 장마면 대봉늪을 한 번 골라봤습니다.

 

이번 주는 물론 다음 주에도, 여기 화포천이나 대봉늪(그리고 출입금지가 풀리면 우포늪(소벌)까지)에 가시면 갈색을 가르며 솟아오르는 연둣빛을 풍성하게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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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녕하세요... 한 주 동안 어떻게 보내셨어요?

 

김/ 지난 이 시간에 양산원동매화축제를 소개해 드렸잖아요?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나서 직접 한 번 가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다녀왔습니다. 영포마을과 순매원의 매화, 신흥사 대광전, 모두 좋았습니다.

 

이/ 어제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았는데요.. 이번주는 어디로 떠날지 기대됩니다.

 

김/ 네.. 오늘은 풀과 나무에서 파릇파릇 돋아나는 잎사귀들이 멋진 장소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바로 멋지기로는 둘째가 서러운 창녕 우포늪 소벌인데요, 거기 할배나무랑 힐링나무 있는데요나무아래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만 즐기셔도 무척 좋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조류독감 AI 탓에 출입금지가 돼 있어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돌려야 하겠습니다.

 

소벌(우포늪) 할배나무 아래 그늘.

이/ 그럼 우포늪은 다음 기회에 가기로 하고 어디로 가나요?

 

김/ 우리 경남에는 우포늪 말고도 그럴 듯한 데가 여러 군데 있습니다.

첫 손꼽을 만한 데가 바로 김해 화포천입니다. 어쩌면 식구들끼리 친구들끼리

나들이하기에는 화포천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는데요.

봉하 마을과 그 뒷산 봉화산까지 한꺼번에 둘러보고 누릴 수 있어 더 좋습니다.

기분에 따라 화포천을 먼저 찾아도 좋고

봉화산을 먼저 올라도 좋은데요. 출발은 언제나 봉하마을입니다.

 

이/ 봉하마을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아닌가요?

 

김/ 맞습니다. 김해 진영 봉하마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이기도 하고

퇴임해 세상 떠날 때까지 머물렀던 곳인데요. 노 전 대통령 묘소도 있죠.

취향에 따라 잠깐 들르셔도 좋고 지나쳐 묘역 옆으로 나 있는 산길로 접어듭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런 경우 산행을 먼저 하고 화포천 습지 거닐기는 나중에 합니다.

 

이/ 이유가 있으신가요?

 

비스듬히 드러누운 석가모니 마애불.

 

김/ 힘이 조금이라도 덜 빠졌을 때 산을 오르는 편이 낫기 때문인데요. 저만의 방식입니다. ㅎㅎ

어쨌거나 이 산길에는 비스듬히 누운 마애불 석가모니불을 만날 수 있는데요.

해방 이후 최근 들어 새로 만들어진 전설로 마애불이 벌떡 일어나 바로 앉으면

우리나라 통일이 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 아..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다른 볼거리도 있나요?

 

김/ 그리고 조금 더 가면 부엉이바위가 나옵니다. 여기서는 봉하마을 쪽도 바라다 보이고 화포천 습지 쪽도 보이는데요. 습지 쪽은 이제 막 피어나는 이파리들의 연둣빛으로 가득합니다.

산에는 선진규 법사가 1959년 시작한 농촌 계몽 운동의 자취가 스며 있는 정토원도 있고요 산마루에는 호미 든 관음상이 서 있습니다. 관음상은 보통 사람들 치유해 주는 약병을 드는데, 여기서는 개척을 뜻하는 호미가 들려 있죠.

 

호미 든 관음상.

 

그리고 산길이 끝나는 데서는 왼쪽 말고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빙 둘러야 습지 풍경을 제대로 누릴 수 있습니다.

 

이/ 쭉 걸었는데 습지 풍경을 둘러보기 힘에 부치지 않을까요?

 

김/ 화포천 걷기는 전혀 어렵지 않은데요. 워낙 걷기좋게 만들어져 데크를 따라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이/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김/ 모두 다 해야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릴 텐데요,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단 무조건 천천히, 작고 낮은 데 눈길을 주면서 무조건 천천히 걸어야 하는 건데요.

그러면 물억새 시든 가지 서걱대는 가운데 환하게 피어나는 새순이라든지

물버들 몽글몽글 가지 따라 부옇게 내밀고 나오는 잎사귀들이

그야말로 환장하도록 좋아질 것입니다.

 

화포천.

 

이/ 아.. 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천천히 걸으면 되는군요?

 

김/ 정답입니다 ㅎ 그리고 화포천 들머리 사람들이 보통 미루나무라고 하는 양버들이

무리지어 높이 치솟은 풍경도 썩 괜찮습니다. 가로로 주욱 펼쳐지는 전체 풍경에

세로로 삐죽 솟은 이 나무들이 적당한 긴장감을 확 안겨주는데요.

이번 주말에 가면 막 나무에 물이 오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화포천.

 

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걷다보면 넘 허기질 것 같은데요..?

 

김/ 그래서 저는 봉하외할머니라고 상호가 적힌 밥집을 찾아갑니다. 여행이 주는 절반 이상의 즐거움이 음식에서 온다고 하죠. 생각보다 외할머니는 젊은 편인데요,

국수도 그럴 듯하고 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김치는 맛이 좋고 찹쌀과 누룩으로 몸소 담갔다는 동동주는 개운합니다.

아니면 봉하테마식당을 찾으셔도 괜찮습니다. 여기 소고기국밥은 걸쭉한 국물이 진국인데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납니다.

물론 봉하마을 특산 막걸리도 여기서 맛볼 수 있습니다.

 

이/ 오늘 여행이 막바지에 이른 것 같은데요?

 

대봉늪 어린 나무들.

 

김/ 네 봉하마을이 마땅찮으시면 대신 창녕군 장마면에 있는 대봉늪에 가서 연둣빛 이파리를 감상하셔도 좋습니다.

육지화가 많이 진행된 습진데요. 왕버들 비롯한 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그러니 바닥까지 미치는 햇살이 적어 억세지 않은 고운 풀들이 파릇파릇 자라는데요.

 

게다가 나무들도 아직은 아름드리가 아니어서 가녀린 가지들이 고운 풀줄기와 어울려

한층 느낌이 부드럽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아늑하고 조용하며 수풀 속에 들어가 앉으면 몽환적인 느낌까지 솟아날 정도입니다.

 

대중교통은 그다지 편하지 않은데요,

자가용 자동차를 타고 내비게이터 등에서 검색할 때는 대봉늪으로 하시지 말고

대봉리를 치시는 편이 낫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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