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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본 곳

꽃이 사람 구경하는 합천 영암사지 벚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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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교통방송 4일치 원고입니다. 이번에는 합천으로 갑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장소랍니다. 모산재와 영암사지, 그리고 일대 벚꽃길입니다. 2001년 8월 처음 찾은 이래로 해마다 두세 차례씩은 꼭 들르는 제 마음 속 장소가 돼 버린 데입니다.

 

== 지난 주말 화포천과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로 갔었죠.

이번에는 합천으로 가볼까 합니다. 영암사지와 모산재, 그리고 가회마을로 이어지는 벚꽃길인데요. 모산재는 엄청난 바위산이고, 영암사지는 망한 절터면서도 느낌과 기상이 씩씩하고 밝은 폐사지랍니다.

 

이/ 오늘은 합천으로 떠나는 군요~ 먼저 영암사지인가요?

 

 

== 네, 영암사지는 크지 않은 삼층석탑이 단정하게 앉아 있고

 

쌍사자석등은 가파른 돌계단을 지나 축대 위에 화려하게 솟아 있는 곳이죠. 금당터를 돌아가면서 놓여 있는 석재들에는 연꽃무늬나 괴수·사자 몸통 따위가 생동감 넘치게 새겨져 있습니다.

 

이/ 뭔가 느낌이 역사기행 같은데요... 

 

== 금당터 왼쪽 위에 서금당터가 있습니다. 오른쪽과 왼쪽에 옛날 비석을 받쳤던 거북이가 있는데요. 오른쪽 거북은 고개를 곧추세우고 있고 왼쪽 거북은 목을 똑바로 한 채 자연스러운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꼬리나 몸통무늬 주름 같은 것도 실감나게 새겨져 있고요.

 

영암사지 서금당터 오른쪽 귀부.

 

이/ 무엇이든 꼼꼼하게 보시는 것 같은데 찾아보니 영암사지가

우리나라에서 꼭 가봐야 할 사찰 중 하나로 꼽히네요...

 

== 신비함과 영험함이 깃들어 있고 자연환경이 좋아 그런 것 같은데요. 요즘 같은 계절엔 벚나무 꽃잎도 날리고, 솔숲 아래 진달래도 정말 볼만합니다. 금당터를 가로지르면 당간지주나 돌로 만든 물통을 볼 수 있고 이어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면서 모산재를 넉넉하게 바라보며 보람을 누리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영암사지를 나와 이어서 모산재로 오르겠죠?

 

== 네, 해발 767m로 높지는 않지만 바위산이라 가파른 편입니다.

모산재는 생기, 살아 있는 에너지가 넘치는 산으로 알려져 있고

가야산과 매화산과 황매산을 지나온 흐름이 우뚝 멈춰선 지점이기도 합니다. 조선 천하제일 명당이라는 무지개터가 바로 이 산에 있지요.

 

이/ 천하제일의 명당이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지네요.

바위산이라 느낌이 조금 다를 것 같기도 하고요...

 

돛대바위.

 

==바위 생긴 모양이 다양해서 재미나게 오를 만한데요.

돛대바위 코끼리바위 득도바위 순결바위 등등이 곳곳에 있습니다.

순결바위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까 말까 하는 크기로 갈라져 있는 바위입니다. 순결하지 못한 사람이 그 틈새에 들어가면 바위가 오므라들어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된다는 전설이 있죠.

 

이/ 아~ 재미있는 전설인데 김기자님은 들어가 보셨나요?

 

== 네, 저는 순결해서 그런지 의심 없이 나왔는데요. 여태껏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압니다. 하하.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 두 시간이면 되고요. 사람들이 보통은 영암사지 왼편 산길로 올라가서 그 반대편인 오른쪽으로 내려오는데요, 오르시고 말고는 어디까지나 본인 선택 사항입니다.

 

이/ 그럼요~ 애청자들의 선택입니다 ㅋㅋ 볼만한 게 또 있나요?

 

== 오른쪽으로 내려와 끄트머리에는 국사당이 있습니다. 고려 말기 무학대사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창업을 위해 기도를 올렸던 데라고 하는데요.

 

꽃그늘에 들어가 장만해온 도시락을 먹는 재미도 좋습니다.

 

산까지 타고 내려왔으니 슬슬 배꼽시계가 요동을 칩니다. 그럴 때 바로 밑에 포장마차를 이용하면 되는데요. 주인아줌마가 산에서 캐거나 몸소 길러서 만드는 나물전 손두부가 있고 국수·막걸리도 맛이 좋습니다.

 

아니면 조금 더 내려가셔서 철쭉꽃 필 무렵이라는 식당도 괜찮습니다. 이 집 산채비빔밥에는 언제나 싱싱하고 좋은 재료를 쓴다는 주인아줌마의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는데요. 도시락을 싸갈지 식당을 이용할지 내키는 대로 하세요.

 

이/ 자 배도 부르고 이제 기자님이 좋아하는 게 남은 것 같아요.

 

 

== 네, 이제 걸을 차례입니다. 모산재 영암사지에서 나와 가회쪽으로 한가득 늘어진 벚꽃을 따라 길을 걸으면 되는데요. 진해나 하동 창원 못지않게 벚꽃이 웅장하게 줄곧 이어져 있습니다.

 

가끔 벚꽃 구경 가면 꽂 보다 사람이 많아 당황스러운데요. 이곳은 조용하기로는 경남에서 으뜸으로 꼽을만합니다. 지나가는 자동차도 평일에는 거의 없어 꽃을 보고 날아드는 벌들이 웅웅거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릴 정도입니다. 사람이 꽃구경하는 길이 아니라 꽃이 사람 구경하는 그런 길이죠.

 

이/ 꽃이 사람 구경하는 길이라~한적한 길에서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면 이야 딱 영화 같겠네요.

 

== 남녀가 함께 맞으면 더 좋겠네요. 가회면 소재지까지 모두 다 걷지는 마시고, 커다란 이팝나무가 도로 한 켠에 있는 오도마을까지가 적당합니다. 차는 두고 가시는 편이 낫기는 하지만, 교통편이 좋지 않습니다. 대신 가회면 소재지에는 택시가 있으니까 서넛이 어울리면 비싸지 않은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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