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사랑 고3 역사문화탐방] (1) 창원시 옛 마산·진해

 

2013년 11~12월 경남도민일보와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는 수능시험을 마친 고3 학생들과 자기 고장을 둘러보는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지역의 역사·문화·인문·자연을 오감으로 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자기 고장을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한편으로 허술해지기 마련인 막판 고3 교실 수업을 작으나마 메울 수 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경남도교육청의 이해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마련될 수 있었습니다. 경남 18개 시·군 모두에서 하려 했으나 그렇게 못했습니다. 창원·양산·김해·통영·거제·고성·사천·합천·함안·창녕 10개 지역에서 해당 교육지원청이 주최하고 경남도민일보와 해딴에 공동 주관으로 13차례 진행했습니다.

 

'우리 고장 사랑 고3 역사·문화 탐방'은 마산·진해 지역에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11월 12일과 13일에 두 차례 저마다 60명씩 둘러봤습니다. 탐방 루트는 고장 역사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하고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으며 공부하느라 지친 고3 학생들의 상태를 고려해 짰습니다.

 

먼저 고장의 역사적·문화적 특징을 제대로 나타내는 존재들을 꼽은 다음 그 가운데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들을 골랐습니다. 먹을거리 또한 지역색이 뚜렷한 쪽으로 했고요. 프로그램 진행에서는 흥미와 즐거움, 속도감을 중요하게 여겼답니다.

 

지쳐 늘어진 학생 상태를 고려한 바이지만, 탐방 체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었답니다. 12년 동안 죽어라 공부하다가 이제 조금 풀려났는데, 다시 학습이다 뭐다 하면 애초부터 아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고 짐작이 됐거든요.

 

아침 9시 창원교육지원청 마산민원실을 출발해 진해 해군기지사령부 유적지~원해루·선학곰탕(점심)~제포진성~웅천왜성~창동·오동동~옛날우정아구찜·오동동진짜아구찜(저녁)으로 이어지는 루트였습니다.

 

지금 진해가 일제 침탈로 이름을 가져가기 전까지 '진해'라 일컫던 진동 지역까지 처음에는 포괄하려 했으나 시간이 모자라 빼야 했습니다. 저녁 먹은 다음에는 창신대 강당으로 옮겨 재미있는 지역 이야기와 즐거운 레크리에이션, 그리고 지역 역사·문화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해군기지사령부 탐방은 창원시의 군항문화탐방 안내실 도움을 받아야 했답니다. 군사 시설이라 대부분 버스를 타고 돌아봐야 했고 사진도 찍지 못했지만 학생은 물론 동행한 선생님조차 퍽 재미있어 했습니다.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 새겨진 안중근 의사 유묵비, 철도 진해선의 종착지 통해역, 러시아 풍모의 사령부 본관 등 일제 강점기 건축물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승만 별장과 해사박물관은 걸어 들어가 가까이 보면서 손으로 만질 수도 있었습니다.

 

이승만 별장.

 

이승만 별장에 있는 이승만의 글씨.

 

이승만 별장 회의실에서.

 

학생들은 지붕 아래 새겨진 태극무늬에도 눈길을 줬고요, 응접실·침실·경호실·회의실·부속실 따위 집기들의 소박함에도 탄성을 냈답니다. 지금과 견주면 자기네들도 쓰지 않을 그런 물건이라며, 지위 높낮이보다는 어느 시대에 태어났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들 자기네끼리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승만 별장에 있는 낡아빠진 의자.

 

낡아빠진 의자에 새겨져 있는 사자 얼굴과 발톱 조각.

 

이승만 내외의 침대.

 

아울러 아래로 깊이 들여다보면 시커먼 조그만 비상 탈출구가 아래쪽 바닷가까지 이어진다는 데 대해서는 다들 신기해했습지요. 침실과 화장실 사이 마루판을 들면 나오는데 일본군이 긴급 상황에 대비해 만든 것이랍니다.

 

비상 탈출구 들머리.

 

별장에서 바다 쪽으로 육각정이 있는데요, 1949년 이승만이 중국 총통 장개석을 만난 역사적 장소랍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그런 사실이 중요할 까닭이 없습니다. 거기서 보이는 바다 풍경과 의자들의 독특한 모습, 나무로 만들었지만 앉으면 그지없이 편안하다는 설명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는 품새를 보였거든요.

 

육각정.

 

육각정에 있는 독특한 나무의자.

 

그리고 해사박물관. 완전 이순신 장군을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해설을 해주는 사람도 유물 그 자체보다는 이순신 장군에 대해 더 많이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들머리 조선 시대 군사용 깃발에 새겨진 한자 '帥(수)'의 엄청난 크기도 눈길을 끌었고요.

 

해사박물관 수자 깃발.

해사박물관에서.

 

어쨌거나 탐방길 즐거움의 절반은 음식이 차지하거든요. 그리고 먹을거리 또한 지역을 상징하거나 대표하는 문화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날 둘로 나뉘어 원해루와 선학곰탕에서 점심을 먹은 까닭도 이런 데에 있습니다. 

 

원해루는 진해 대천동 군항마을역사관 가까운 데 있습니다. 한국전쟁 중공군 포로였던 장철현 씨가 榮海樓(영해루)로 1956년 장사를 시작한 중국음식점이라는데 이승만 대통령이 종종 찾은 곳입니다. 학생들은 그런 역사를 한편으로 듣고 허름한 내부 구조를 돌아보며 나지막하게 소리를 내질렀지만 그보다 음식맛에 더 감탄을 했습니다.

 

선학곰탕 들머리에 늘어서 있는 학생들.

 

선학곰탕 집안에 있는 옛날 전화기.

 

남원로터리와 중원로터리 사이 선학곰탕은 1912년 진해요항부 해군병원장 관사로 지어진 건물이랍니다. 등록문화재 193호인데 복도는 흘러간 세월만큼 삐걱대고 괘종시계·축음기·전화기조차도 그대로인데 정각이 되면 '댕댕' 소리까지 낸답니다. 눈 밝은 학생이 간혹 있어서 이런저런 설명을 늘어놓기 전에 남 먼저 알아보고는 눈을 빛내기도 했습니다.

 

이어 둘러보는 제포진성과 웅천왜성은 마산·진해 지역의 역사적 특징을 한꺼번에 일러주는 유적입니다. 웅천읍성에서 바다로 넘어가는 고개에 남은 제포진성은 그 아래 제포왜관과 당연히 관련돼 있었겠지요.

 

제포진성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제포진성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왼쪽에 옛날 왜관이 있었습니다.

 

왜인들이 교역을 목적으로 드나들던 왜관을 통제하고, 더이상 넘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삼포왜변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조선과 왜의 이런 역사는 뒤이은 임진왜란에서 더욱 뚜렷하게 마산·진해 지역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바로 이어 찾아간 웅천왜성이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왜군이 임진왜란 때 쌓았는데 성벽이 수직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선의 성과 다르답니다. 곳곳에 소용돌이처럼 마련한 여러 암문도 조선과 다릅니다.

 

일본은 지진이 잦습니다. 지진에 잘 견디라고, 왜성은 사진 오른편에서 보는 바처럼, 수직으로 쌓지 않고 조금 기울어져 있습니다. 조선성과는 다른 점이지요.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얼굴이 보이는 이)이 학생들에게 이런 특징을 성명하고 있습니다.

 

웅천왜성 마루에 올라서.

 

교역 또는 전쟁으로 표현됐던 일본과 우리나라 사이 교섭의 자취가 이렇게 진해·마산과 남해바다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원형 그대로 잘 남아 있는 왜성으로, 이런 역사와 관련 없이 산마루에 서면, 이제 신항 건설로 매립되는 바람에 조금 덜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원한 눈맛을 누릴 수 있었답니다. 

 

웅천왜성에 가느라 1시간 남짓 등산했던 학생들은 곧바로 마산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버스 안에서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창동·오동동 일대 근·현대사 자취를 찾아오는 순서대로 상금을 주는 식이었답니다.

 

귀기울여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학교 단위로 팀을 이뤄 버스가 닿자마자 뛰어내려 내달렸습니다. 그러고는 시민극장, 3·15의거 발원지, 노현섭기념사업회, 조창, 책사랑, 원동무역, 마산형무소를 찾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1등은 물론 꼴찌까지 모두 상금이 주어졌습니다. 가까운 창동예술촌 등지에서 이런저런 체험을 하는 데 쓰라는 취지였습니다. 그런 다음 저녁 자리는 마산 명물 아구찜을 하는 밥집 두 곳으로 잡았습니다. 학생들은 거기서 저녁을 맛있게 먹고 창신대로 옮겨가 남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답니다.

 

풍선을 불어 갖고 레크레이션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 늦은 8시에 마쳤어도 얼굴 표정은 다들 즐거웠습니다. 평소 둘러보지 못했던 색다른 현장을 탐방하고 즐겁게 놀았는데다가 점심·저녁까지 맛있게 먹은 덕분이겠지요. 마지막 프로그램인 ‘도전! 골든벨’에서 정답을 맞히고 문화상품권을 얻은 친구들은 입이 좀더 벌어졌겠고 말씀입니다.

 

도전! 골든벨 장면.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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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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