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불쑥 솟은 자리 다사로운 정자 함안 악양루

김훤주 2014. 1. 1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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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 악양루(岳陽樓)는 함안천을 흘러내린 물이 남강에다 몸을 푸는 들머리 공격사면 언덕에 동그마니 놓여 있습니다. 벼랑이랄 수도 있는 자리인데요. 남서쪽을 바라보고 있습지요. 해가 조금 솟아오른 다음에는 거의 종일 내리쬡니다.

 

제 생각에는 중국 동정호에 자리잡고 있는 악양루에서 이름을 가져왔을 상 싶은데요, 물론 경남 하동 악양면에 가면 동정호도 있고 악양루도 있지만, 보는 풍광과 보이는 정경은 함안 악양루를 따라오지 못하지요.

 

함안 악양루는 거기서 바라보는 풍경도 그지없이 좋고요, 맞은편 둔치에 서서 바라보이는 악양루도 매우 멋집니다. 특히 맞은편 둔치에 서면 이 멋진 악양루를 곱절로 즐기고 누릴 수 있습니다.

 

이런 둑방길도 함안의 자랑거리랍니다.

 

북동쪽 벼랑에 자리잡은 악양루가 하나고, 그 악양루가 함안천 흐르는 강물에 비쳐 거꾸로 놓여 있는 악양루가 또 하나입니다. 이 그림자 악양루는 물결을 따라 가늘게 갈라지기까지 하는데, 여기서 사람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가만히 감탄하기 말고는 없습니다.

 

두 악양루.

 

물 위 악양루.

 

맞은편 둔치에서 벼랑에 놓인 악양루를 올려다보면, 악양루가 악양루인 까닭이 절로 깨우쳐집니다. 물론 제 생각일 따름이지만, 악(岳)과 양(陽)이 저마다 뚜렷한 뜻으로 제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큰 산을 이르는 악岳은 우뚝 솟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흔히들 볕으로 읽는 양陽은 다사롭다는 얘기도 됩니다. 포근하고 따뜻하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악양루는 우뚝 솟아 있으면서 다사로운 자리에 들어선 누각이 됩니다.

 

이렇게 풀이할 수 있는 근거를 저는 하동군 악양면에서 봅니다. 신라 경덕왕은 우리 땅이름을 죄다 중국식으로 바꾼 장본인입니다. 이 임금은 한다사(韓多沙)를 하동(河東)으로 바꿨고, 소다사(小多沙)는 악양(嶽陽)으로 바꿨습니다.(그러다가 嶽 대신 岳을 쓰게 됐습니다.)

 

땅이름 유래와 관련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만, 이 가운데 제 눈길을 확 끌어당긴 것은 ‘솟+다사’였습니다. 솟다+다사롭다이지요. 가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악양 골짜기는 양쪽으로 산악이 솟은 가운데 있는 다사로운 땅입니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거기 자라는 차나무들이 동해(凍害)나 냉해(冷害)을 입지 않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겨울에 눈이 내려도 금세 녹아 사라진다고 합니다. 악양천이 흘러내리다 섬진강에 합류하기까지 펼쳐지는 거기 들과 골이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함안 악양루 있는 자리도 비슷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여간 포근하고 따뜻한 자리가 아닙니다. 낙동강 강바람이 남강을 따라 거스르다가 함안천으로 찢겨들어와도 여기는 비껴갈 듯 싶은 그런 자리입니다. 어쨌거나 제 마음에 쏙 드는 악양루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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