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시작한 '언론과 함께하는 습지 생태·문화 기행'의 다섯 번째이면서 마지막인 탐방은 낙동강 하구로 떠났습니다. 철새들의 낙원으로 옛날 그 아름다운 을숙도를 기억하는 이가 드물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많이 다듬고 가꿔 원형의 아름다움이 사라져 아쉽지만, 가족나들이에 안성맞춤인 쉼터로 거듭난 곳이기도 하답니다.
"을숙도는 우리 가족이 자주 가는 곳이라 그곳에 볼 것도 없는데 왜 가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곳이 많았다. 가족과 함께 왔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설명해주시는 선생님께서 을숙도의 '을'은 '새 을(乙)'이라고 하셨다. 을숙도는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곳이라 많은 물고기들과 많은 새들이 살고 있었다."(석동초등학교 6학년 김예지)
식구들이랑 찾았을 때는 볼 수 없었던,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을 보고 듣고 알게 되었다는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보는 것만큼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만큼 보이는 것입니다. 습지 탐방을 통해 한층 넓어진 아이들의 시야가 느껴집니다. 다른 나라를 많이 다녀본 친구의 낙동강 하구 탐방 소감도 색다르답니다.
"낙동강 하구에서 여러 가지 새와 물고기 오리 고니 등 많은 종류의 동물과 그 동물들의 특징과 사는 곳의 환경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갈대와 갈대잎을 아주 생생하게 보았다. 나는 이때까지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일본 등 많은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동물과 물고기 등을 봤는데 여기에 와서 가장 많은 새와 오리를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반송초등학교 3학년 조혜지)
"오늘 낙동강에 갔는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새를 많이 본 날 같다. 2000마리! 허걱 새가 그렇게 많은 것도 신기하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낙동강 물은 정말 깨끗하였다."(호계초등학교 5학년 김민성)
"오늘 점심을 먹고 바닷가에서 바다생물들을 보았다. 군소(바다달팽이) 게 소라 고동 등을 만져 본 것이 제일 재미있었다. 군소라는 바다 달팽이는 처음으로 본 것이다. 물렁물렁거렸다. 게는 집게발이 아주 큰 것도 있었고 집게발이 없는 게도 있었다.
오늘 와서 바다 생물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바닥에 죽어있는 게를 봤는데 정말 불쌍했다. 바다 생물들을 이제부터 가져가지 않아야겠다."(반송초등학교 4학년 이동욱)
아이들은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기보다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움직이는 것을 아주 즐거워합니다. 점심을 먹은 후 근처 바닷가에서 보낸 짧은 시간에도 보고 느낀 바가 많은 모양입니다.
머리에 강아지풀을 꽂았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낯설고 서먹해하지만 마지막은 언제나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뭔가가 있습지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때로는 지겨워하고는 때로는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이번 탐방을 마지막으로 끝내면서 스스럼없이 아쉬움을 드러냅니다.
"람사르 탐방을 다니며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처음엔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 낯설고 이 탐방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친구도 생기고 배우는 것도 많으니까 탐방을 꺼려하지 않게 되고 오히려 소중한 추억이 생긴 것 같아 기쁘다. 다음에도 이 탐방을 갈 수 있게 되면 동생도 같이 데리고 오고 싶다."(삼정자초등학교 6학년 강지오)
"오늘 코스를 다 갔다 온 후 버스에 탔는데 선생님께서 오늘이 마지막 여행이라고 말씀하셨다. 좋은 친구들도 생기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서 절대 잊혀질 것 같지 않다. 지금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인연이 돼서 다음에도 만났으면 좋겠어요."(중동초등학교 6학년 신현경)
"'오늘이 습지 탐방 마지막이라 많이 아쉽다'라고 오전에서 지금까지 내내 생각했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이야기할 친구가 없어서 그런지 너무 심심해서 별로 재미가 없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한두 번 와보니 자연이랑 함께 하는 것이 엄청 재미있어졌다. 계속했으면 좋겠지만 다섯 번밖에 없어 엄청 아쉽다. 만약 또 다른 프로그램이 있으면 반드이 꼭 올 거다.!"(용남초등학교 5학년 김혜리)
돌아보면 언제나 가장 힘들고 가장 괴로웠던 때가 기억에 남는 법입니다. 다섯 차례 기행 가운데 신불산습지 탐방을 기억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 산을 타고 올라가 만났던 그 고산습지의 몽환적인 광경들이 아이들 마음에 많이 남은 것이겠지요.
"다섯 번의 기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신불산 습지다. 신불산을 오를 때는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신불산 습지는 고지에 있어서 습지 가는 길이 정글 그 자체였다. 길도 험해서 바지에 물이 다 묻을 정도이고 가다가 풀에 베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습지에 도착하고 나니 보람이 있었다."(김해구산중학교 2학년 이옥해)
"그동안 다녔던 곳 중에서 신불산 습지가 가장 인상 깊었다. 비가 오는데 산에 올라서 힘들고 짜증이 났다. 습지는 안개가 자욱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경험이 좋게 생각된다."(용호초등학교 6학년 김대운)
탐조 스코프에 자기 휴대전화를 밀착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경남람사르환경재단이 습지 보전을 도와주는 기업 STX그룹과 경남은행·농협 경남지역본부에 대해 보답을 하려고 직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이번 탐방을 통해 아이들은 훌쩍 자랐음을 알게 됩니다. 자연을 대하는 자세에 조심스러움이 생겼고 자연생태의 소중함을 생각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생태계는 인간이 임금처럼 군림하고 마음대로 해도 되는 대상이 아니라 공존해야 하는 존재임을 몸으로 마음으로 깨우친 시간들이랍니다. 그런 생각들이 듬뿍 묻어나는 글들이 곳곳에 보였습니다.
"낙동강은 자주 보았지만 별 생각 없이 그냥 강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의 4대강 중에 하나로 먼 길을 가는 철새들의 쉼터로서 자연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알고 느꼈다.
습지 탐방을 다니면서 환경의 소중함 특히 습지를 우리가 반드시 보존해야 하며 자연을 보존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여러 부분에서 매우 의미있는 기행이었다."(대방중학교 2학년 박소열)
"다섯 차례의 일정을 통해 많은 지식을 쌓게 되었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좋은 경험을 하였다. 경남에도 멋진 곳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되는 좋은 시간들이었다."(대방중학교 1학년 박주완)
"세상 모든 것은 마지막이 더 뜻깊고 마지막이 더 아쉽다. 지난 것은 한 때는 슬프고 쪽팔렸어도 추억이 없는 것보다는 추억이 남아 있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오늘도 난 최선을 다했고 추억을 남기고 돌아간다." 어느 친구가 쓴 이 글귀를 끌어와 마무리를 합니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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