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보물섬 남해를 두고 해외여행을 간다고?”

김훤주 2013. 12.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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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대로 비디오고 듣는 대로 오디오네!” 말이 떨어지자마자 왁자하게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러고는 곧바로 다른 질문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체험은?” “아 그야 하는 대로 짜릿하지.”

 

‘2013 보물섬 남해 파워블로거 팸투어’가 10월 4일과 5일 이틀 동안 진행됐는데, 여기 참가한 블로거들이 남해 여러 지역을 돌면서 체험·취재하는 도중에 나왔던 이야기랍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정겨운 사람들을 비롯해 남해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관광 명소에 대한 이런 찬탄은 김용택 선생님의 한 마디로 정리됐습니다. “어떻게 이토록 멋진 데를 놔두고 해외여행을 왜 떠나는지 모르겠어요.”

 

평생을 욕심 없이 평교사로 지내다 정년퇴직한 김용택 선생님은 지난해 포털 다음으로부터 시사 부문 뷰(view) 블로거 대상을 받은 파워블로거랍니다. 2013 보물섬 남해 파워블로거 팸투어는 경남도로부터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받은 저희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진행했습니다.

 

이번 탐방에서 처음 본 부소암. 앞에 있는 안내판이 저토록 작아 보입니다.

 

보리암에서 내려다보이는 상주해수욕장 일대.

강원·경기·충청·전라권과 경남·부산권 등 전국 곳곳에서 블로거 20명이 참가했습니다. 이들 블로거는 전국 여러 자치단체와 공공기관 초청을 받아 한 해에도 여러 차례 팸투어에 나서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여러 명승지를 많이 돌아봤을 텐데, 이런 사람들의 입에서 이런 찬탄이 쏟아지리라고는 저도 미처 생각지 못했답니다.

 

하기야, 남해가 품은 풍광과 자연 생태는 그야말로 ‘보물섬’이라는 말이 아니고는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임은 사실입니다. 이번 팸투어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후릿그물체험에서 줄을 당기는 블로거들. 하늬바람 사진.

 

첫날인 4일에는 먼저 갖은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전국 으뜸 갯마을 문항 마을을 찾아 후릿그물 체험을 했습니다. 썰물에 때맞춰 그물을 친 다음 양쪽에서 잡아당겨 갇힌 고기들을 거두는 체험입니다. 힘들었지만 어촌마을 공동체를 지탱했던 협동의 실체와 그 보람을 새삼 알게 해줬습니다.

 

 

이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에게 돌아올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방조림이 빼어난 물건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에 마련한 독일마을을 찾아서는 ‘제4회 맥주축제’를 통해 독일산 맥주를 색다른 분위기에서 누리며 하룻밤을 묵었고 아울러 바로 옆 독특한 원예예술촌도 찾았습니다.

 

이튿날은 이른 새벽 금산에서 봉수대가 있는 정상과 보리암 일대, 그리고 여태 개방되지 않고 있다가 9월에야 공식 탐방이 허용된 부소암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시작했습니다. 비단(錦)으로 둘렀다는 금산의 아름다움과 멋짐은 누구가 일찍부터 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봉수대가 있는 금산 마루에서 아래 바다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블로거들.

 

하지만 엄청난 바위산이면서도 토질이 좋고 풍성해 수풀까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그것도 산줄기가 넌출넌출 뻗어내려가며 상주 앞바다 등지로 발을 담그는 푸근한 정경과 더불어 쏟아지는 아침 햇살 가운데 맞이하는 즐거움은 퍽이나 새로웠습니다.

 

게다가 블로거들과 동행한 정현태 군수는 들르는 곳곳마다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면서 멋진 풍광이 가장 잘 보이는 이른바 뷰포인트(view point)까지 잡아줬습니다. 그리고 그에 얽힌 전설 같은 얘기까지 놓치지 않고 보태줬습니다.

 

금산 금산산장 야외탁자. 손수 담금 막걸리가 무척 좋습니다.

 

금산을 잘 알고 또 자랑스러워할 뿐 아니라 그밖에 남해의 여러 자연생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자치단체장이라는 느낌이 끼쳐왔습니다.

 

보리암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들을 설명해주는 정현태 군수(왼쪽에서 두 번째)

 

특히 부소암은 모든 블로거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은 명물이었답니다. 규모있는 아파트 한 채는 됨직한 크기에 각도를 달리 해서 쳐다보면 그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부소암을 두고 얘기를 나누는 블로거들. 바람이 거셌습니다.

 

게다가 바로 아래에 끼고 있는 조그만 암자인 부소암은 그 앙증맞음으로 말하자면 맛깔난 양념 같은 존재라고 할만 했습니다.

 

암자 부소암 바위에 새겨져 있는 부처님. 호랑이를 탔고 광배 대신 태극이 있습니다.

 

일행은 이어서 두모마을로 옮겨갔습니다. 카약 체험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조그마한 걱정이 있었습니다. 참가한 블로거들이 모두 어른인데, 카약이라고는 하지만 조그만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새로운 느낌을 주겠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심드렁하게 여기는 블로거들이 적지 않았지만, 1인승 또는 2인승 카약을 타고 바다로 미끄러져 들어간 블로거들은 한결같이 멋지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위험할 수도 있는 바다에서 자기 힘으로 패들을 저어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부소암에서 내려다본 두모마을.

 

다음 차례는 다랭이논으로 이름난 가천마을이었습니다. 다랭이논은 지족해협 죽방렴·금산과 함께 국가 명승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다른 고장은 하나도 어려운 국가 명승을 남해는 셋이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요즘 들어 더욱 인기를 끄는 바람에 어쩌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

 

이번 팸투어의 마지막 일정은 남해유배문학관이었습니다. 해설사가 나와 짧은 시간 알차면서도 멋지게 해설해 줬습니다. 그런 덕분도 있었지만, 문학관 자체가 아주 특색 있게 갖춰진 때문에 참가 블로거들은 인상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일점선도남해라고 쓴 오른쪽 귀퉁이에 해설사가 있습니다.

 

유배객들이 남해보다 많았던 데는 제주를 비롯해 여러 군데지만, 이렇게 남해 자체의 유배문학뿐 아니라 우리나라 유배문학을 통째 아우르는 구색을 갖추기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도 내용이 꽤나 그럴 듯했다는 얘기랍니다.

 

남해유배문학관 전경. 실비단안개 사진.

 

이렇게 남해 팸투어가 마무리되고 나서도 놀라운 일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보통 자치단체에서 팸투어를 하면 참가한 블로거들이 인터넷에 올리는 글이 보통은 많아야 60편 안팎입니다.

 

그런데 이번 팸투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열흘만에 84편이 생산됐고 스무 날이 지난 지금은 100편에 이르고 있습니다. 보통보다 40%는 많은 수치입니다. 그만큼 참가한 블로거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얘기가 되고 그만큼 남해가 갖춘 자연·문화·역사 자원이 빼어나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빠뜨릴 수 없는 하나. 바로 먹을거리입니다. 첫날 점심은 문항마을에서 자연밥상으로 했고 저녁은 미조 마을 공주식당에서 멸치무침회·갈치무침회를 맛봤습니다.

 

이튿날은 아침을 금산 부소암 바로 옆 산꼭대기 바로 아래 있는 금산산장에서 된장찌개에 수제 막걸리를 곁들였고 점심은 가천마을 바로 옆 홍현마을의 남해자연맛집에서 전복죽·멍게비빔밥에다 전북찜을 더해 먹었습니다.

 

남해자연맛집 전복찜. 양식 아닌 자연산이었습니다.

 

먹을 때마다 블로거들이 감탄하지 않은 적이 없었답니다. 그만큼 재료가 싱싱하고 깨끗했으며 버무리는 솜씨도 아주 맛깔스러워 다른 데서는 쉽게 마주하기 어려운 음식들이었습니다.

 

문항마을에서 후릿그물로 잡은 새우를 찍고 있는 블로거들.

 

게다가 첫날밤 독일마을에서 묵을 때는 문항마을에서 블로거들이 후릿그물 체험으로 잡은 갖은 해물을 그 마을 사무장이 가져왔는데, 세상에 그보다 더 싱싱한 것은 없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김훤주

 

※ 남해군에서 발행하는 <사랑해요 보물섬> 2013년 겨울호에 실은 글을 조금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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