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자원봉사센터·신협 두손모아봉사단·해딴에 '힐링 마을 만들기'. 볼런투어(Voluntour)는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개념이자 행동이랍니다. 자원봉사(Volunteer)와 여행(Tour)의 결합이지요. 자원 봉사를 하는 보람도 누리면서 여행하는 재미도 즐기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볼런투어를 경상남도자원봉사센터(이사장 신문현)가 올해 들어 처음 시도했습니다. 경남자원봉사센터는 지난 2012년부터 '테마가 있는 자원봉사 마을 만들기' 사업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사천 한센마을 공동목욕탕·함안 외암초교 복합문화공간 만들기에 이어 창원 대안학교 해밀북카페와 함양군 휴천면 임호마을 마을꾸미기가 있는데 이 가운데 임호마을에 볼런투어 개념을 적용했습니다.
'볼런투어로 만들어가는 힐링 오지 마을'이 주제인 함양 휴천면 임호마을 대상 마을 만들기는 경남자원봉사센터의 아이디어와 경남·울산신협 경남서부평의회 두손모아봉사단의 실행력·물리력, 그리고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의 기획력이 어우러진 산물이었답니다.
마을 주민들에게는 선물이 됐고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재미와 즐거움과 보람을 더 크게 안겼습니다. 경남자원봉사센터는 경남 지역 사회의 여러 자원을 활용해 건강한 자원봉사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자연 환경이 그럴 듯한 농촌 시골 마을을 꾸밈으로써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촉진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먼저 경남도민일보 자회사인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와 만나 함양 휴천면 임호 마을이 적당하다고 꼽았습니다.
8월에는 신협 경남서부평의회 실무책임자 간담회를 통해 임호 마을 꾸미기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마을 골목 벽화 그리기, 솟대길 만들기, 원두막 쉼터 만들기, 버스 정류장 꾸미기 네 가지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볼런투어는 9월 28일과 10월 12일, 11월 23일 모두 세 차례 진행됐습니다. 첫째날은 함양·거창·합천·남강·가나·진주장학·도동중앙·새진주신협 등에서 조합원과 임직원 80명 남짓이 참가해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습니다.
보통은 전문작가가 밑그림과 전체 형태를 만들어주고 자원봉사자들은 색칠만 하기 십상이지만, 이날 활동은 그런 데서 벗어나 자원봉사자들이 스텐실 작업과 붓질을 하면서 몸소 모양과 색깔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색달랐답니다.
둘째날은 마을 쉼터 원두막 만들기와 솟대길 만들기를 진행했습니다. 임호 마을 꾸미기에 자원봉사 개념으로 함께하게 된 작가 김진성·이성헌 씨는 임호마을에서 구한 목재 등을 바탕 삼아 미리 작업을 벌여 신협 두손모아봉사단이 손쉽게 작업할 수 있도록 원두막을 준비했습니다. 아울러 솟대 20개 남짓은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저마다 개성을 살려 작업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셋째날은 버스 정류장 꾸미기를 주로 하면서 벽화를 손질하는 한편 원두막 짓기를 마무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마을 들머리 버스 정류장은 어두운 몸통 색깔을 밝게 바꾸면서 다르게는 원색을 써서 눈길을 끌게 했습니다.
안쪽에는 마을 명물인 아래·위 모랭이길과 뒤를 받치고 있는 화장산의 해맞이 사진을 써서 마을 특징과 장점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만들었습니다.
또 원두막은 오래돼 보이면서도 장중한 느낌이 있도록 색칠을 새롭게 했으며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작업하는 바람에 세밀한 부분에서는 허술한 구석이 있었던 벽화에 대해서도 전문 작가와 자원봉사자들이 한데 어울려 보완 작업을 벌였습니다.
이와 같은 볼런티어와 더불어 투어에 대한 시도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첫째날에는 임호마을 마을회관 앞에 오래 전부터 있어온 돌확을 활용해 떡메치기와 인절미 만들어 먹기를 했습니다. 찹쌀을 쪄서 만든 재료를 돌확에다 넣어두고 두손모아 봉사단 남자단원들이 돌아가며 떡메를 쳤습지요.
여자들은 주로 구경을 했고 어린아이들은 어른들 따라 떡메를 휘두르다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리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은 다른 한편으로 '떡치기'에 대한 농담까지 주고받는 또다른 즐거움까지 누렸습니다. 아울러 마을과 들판을 둘러보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둘째날은 윷놀이를 하려고 관련 물품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솟대 만드는 작업이 생각밖으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바람에 실제로 하지는 못했답니다. 마을 주민들이 마련해 준 마을 자연 밥상을 받아 먹고 마을 주민이 내어 준 고구마를 가마솥에 삶아 가져가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인 셋째날은 전체 준공식을 곁들였습니다. 막바지 들일로 바쁜 가운데서도 마을 주민 스무 명 남짓이 함께했으며, 신협중앙회 부산경남지역본부 안용환 본부장, 경남지역협의회 손충길 회장, 경남울산지역 두손모아봉사단 유운하 단장, 경남서부평의회 김형규 회장과 함양신협 이성국 이사장·새진주신협 강계동 이사장 그리고 임창호 함양군수 등이 참여했습니다.
함양신협 이성국 이사장(가운데)와 임창호 함양군수(오른쪽).
이들은 준공을 기념해 시루떡을 잘라 나눠먹었으며 전체를 대표해 원두막에서 개시를 알리는 테이프 자르기를 했습니다. 이어서 마을회관과 원두막, 그리고 행사를 치는 자리에 마련한 탁자에서 미리 준비한 수육과 손두부와 막걸리를 함께 나눴습니다.
경남자원봉사센터 김해문 사무국장은 "신협과 함께하는 불런투어로 만들어가는 함양 임호 마을 사업이 넉 달만에 마무리됐습니다. 마을 안팎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임호마을이 더욱 발전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숨쉬는 장소가 되기를 바랍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임호마을 만들기 볼런투어는 '투어'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좀더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한 달 또는 한 주일, 하다 못해 사나흘만 시간이 주어져도 볼런투어에서 자원봉사와 여행을 따로 떼어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지만, 하루만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따로 떼어내지 못하고 자원봉사와 여행을 일체화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랍니다.
마을 들머리 솟대 옆에 한 번 서 봤습니다.
말하자면 마을 만들기를 하는 과정 자체에서 자원봉사하는 보람과 더불어 여행하는 즐거움까지 누리게 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마을이 가진 장점을 비롯해 여러 보물을 갈고 닦아 빛나게 하고 또 한편으로는 마을이 지닌 여러 사연들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임호 마을 만들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시작인 셈이고, 볼런투어를 할 수 있는 대상 또한 아직 그만큼 많은 것이지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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