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힐링은 잘 놀게 해 줄 때만 가능하다

김훤주 2014. 1. 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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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1일 경남대학교 한마미래관 국제세미나실에서 ‘도심(창동·오동동) Healing을 꿈꾸다’라는 제목으로 경남대 지방자치연구소 제5차 시민포럼이 열렸습니다. 김성열 경남대 대외부총장과 조영파 창원부시장, 송병주 지방자치연구소 소장 등등이 함께했습니다.

 

서익진 경남대 국제금융학과 교수가 ‘창원시 마산원도심을 중심으로’ 발제를 했고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 정일근 경남대 교수·시인, 우무석 시인, 김진호 경남신문 정치부 부장대우, 김종대·정쌍학·조갑련 창원시의원, 그리고 제가 토론을 했습니다. 그 때 발표한 제 토론문을 여기 올립니다.

 

포럼이 갖는 성격으로도 그렇고, 제가 맡은 바 토론이라는 영역의 성격으로도 그렇고 한데,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오히려 주어진 주제에 대한 문제 제기 성격이 더 세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1. 힐링=치유는 상처 또는 통증이 전제

 

 

- 힐링의 개념을 사회·역사·문화적으로 확장하면 도시(도심) 재생은 힐링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제가 보기에 힐링은 아픔 또는 다침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아프거나 다친 사람(또는 분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3.15와 10.18, 그리고 97년 IMF 사태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문화적으로는 창동과 오동동에서 어떤 식으로든 자기 문화를 누렸으나 지금은 누리지 못하고 있는 어떤 사람들일 것 같습니다.

 

- 이와 관련지어서, 서민으로 통틀어 일컬어지는 여러 계층들에게 창동·오동동이 옛날에는 무엇이었고 지금은 또 무엇일까 하는 문제를 한 번 말씀드려 봅니다.

 

2. 힐링=치유가 가능한 재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상윤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이런 힐링이 가능한 재생을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데에 자연스레 생각이 미칩니다.

 

- 먼저, 옛날 추억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창동·오동동이 갖추고 있는 역사·사회적 요소를 활용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 요소는 손에 잡히는 것일 수도 있고 머리로 그리기만 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 지금 많은 사람들한테 당장 닥쳐 있는 고통을 다스리는 데에도 창동·오동동 재생이 작으나마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려면 ‘공중의 놀이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2011년부터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작으나마 해 온 활동들을 돌이켜보면서, ‘잘 놀아야 잘 산다’가 정답이라고 여기게 됐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모두를 위한 놀이터가 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 창동·오동동이 누구에게 가장 알맞은 놀이터가 될 수 있을까를 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결국은 지역 주민, 특히 창동이나 오동동에 자기 삶이 개꼬리만큼이라도 묻혀 있는 사람들을 위한 놀이터로 상정해야 마땅하지 싶습니다.

 

김성열 경남대 대외부총장.

 

- 그런 사람들은 사회·역사적으로 어떤 층위인가도 함께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창동·오동동을 무대로 삼아 벌어졌던 개인의 경험으로 수렴되는 놀이터를 넘어서서, 당대에 일어났던 역사·사회적 사건으로 확장도 되는 놀이터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요?

 

3. 행정기관이 손 뗀 뒤에도 지속가능하려면?

 

- 창동예술촌 조성을 비롯해 지금 벌어지는 도심 재생 움직임은 행정기관에 크게 기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수밖에 없을 텐데, 이는 도심 재생이 아니라 도심 힐링이라 이름 붙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 그렇다 해도 행정기관이 끝까지 뒤를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이른바 ‘지속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세상에서 지속가능성은 대부분 경우에서 일정한 이윤 발생의 지속가능성과 같은 말이기 십상인 것 같습니다.

 

 

- 그러므로 창동·오동동의 도심 힐링은 그런 역할을 맡은 개인이나 단체가 자기 활동을 이어가면서 그 활동을 통해 최소한 먹고 살 수는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행정기관이 손을 떼고 나서도 과연 가능할까요?

 

- 다르게 생각한다면, 한편으로는 창동·오동동을 찾는 이들에게 힐링 효과를 크든작든 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일정한 이윤 발생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활동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을까요?

 

4. 지역 주민은 왜 보이지 않을까?

 

- 힐링이든 재생이든 사람이 사는 마을이라면 주민과 상인이 있고 찾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라고 봅니다. 창동·오동동도 마찬가지겠지요. 찾는 사람은 차치하고라도, 주민과 상인은 지금 창동과 오동동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창원시 조영파 부시장.

- 적어도 신문·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창동·오동동에는 주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상인이 보이고 창동예술촌 입주 예술가들이 보일 따름입니다. 그리고 상인과 예술가들은 서로 무관하게 일하거나 서로 다툽니다.

 

- 창동·오동동에는 주민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창동·오동동에 사는 주민은 죄다 상인 또는 예술가들인 것일까요?

 

- 상인도 주체로 참여해야 하고 창동예술촌 입주 예술가들도 주체로 참여해야 하고 주민도 주체로 참여해야 합니다. 이론으로만 하는 공허한 말이 아닙니다. 창동·오동동은 아니지만 다른 지역에서 나름 활동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사항입니다.

 

- 이들이 협의를 하지 않고 공동으로 의사 결정을 하지 않고 공동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어쩌면 힐링이 아니라 킬링이 될 수도 있다고 저는 봅니다.

 

 

물론 어떤 완벽한 또는 대체로 완성된 어떤 공동체를 머리로 그리면서 하는 얘기는 아니고요, 처음 출발이 그러해야 한다는 말 정도로 여겨주시면 좋겠습니다.

 

- 경남도민일보·경남신문·MBC경남·창원KBS 같은 지역 언론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요? 그냥 보도만 제대로 하면 될까요? 아니면 다르게 더 역할을 맡을 여지도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해야 할까요?(저는 있다고 봅니다. 스토리텔링이나 SNS 등을 통한 소통의 확산 같은 영역에서요.)

 

5. 잘 됐을 때 열매는 골고루 나눌 수 있나?

 

- 만약 도심 재생을 포함한 힐링이 성공했을 때, 토지·건물 주인이 아닌 사람에게는 어떤 보람이 있는가요? 토지·건물 주인들이 임대료를 올리는 바람에 도심 재생에 나름 역할을 한 이런저런 세입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일이 부산 남포동·광복동 일대에서 몇 해 전부터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는데 마산 창동·오동동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야 할까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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