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도랑살리기 어린이 기자단의 재미와 보람

김훤주 2013. 9.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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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감 속도감 있게 펼쳐져 

생각 이상 좋은 성과 거둬

 


1. 도랑 살리기를 주제로 잡은 까닭은


도랑살리기 NIE 어린이·청소년 기자단 활동이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치러졌습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하고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주관했으며 지역신문발전위원회(지발위)가 지원했습니다. 


지발위는 5월 2일 ‘2013년 지역신문발전기금 NIE 콘테스트 지원 사업’ 공모를 통해 전국 지역 일간신문 가운데 경남도민일보와 강원도민일보 두 군데를 선정했습니다. 아시는대로 NIE는 신문 활용 교육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진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마산 가고파초교(교장 정대현)를 파트너로 삼아 제각각 20명씩 참가할 어린이와 청소년을 모았습니다. 진주생협 간부들과 가고파초교 선생님들은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협력해 줬습니다. 


수철마을 도랑 다리 아래에서.


경남도민일보가 진주권서도 적극 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점(진주생협)과, 경남도민일보가 있는 동네에 먼저 보탬이 될 필요가 있다는 점(가고파초교)이 이렇게 결정하도록 했답니다. 


오리엔테이션은 7월 6일(토)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2동 경남도민일보(가고파초교 학생) 강당과 같은 달 14일(일) 진주시 신안동 진주생협 교육장에서 이뤄졌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과 방법 결과까지 한 눈에 보도록 정리한 자료집도 제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물론 어머니 아버지도 함께 일정, 운영 목적과 예상 효과를 공유했으며 보도 사진 잘 찍는 방법, 글쓰기, 취재노트 활용법 교육도 진행됐습니다. 아울러 왜 ‘도랑 살리기’를 주제로 삼았는지도 짚어졌습니다. 경남도민일보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도랑 살리기'를 기획연재해 왔습니다.


2. 도랑은 우리 국토의 실핏줄


물은 돌고 돕니다. 돌고 돌던 물이 땅에 떨어져 줄기를 이뤄 흐르는 처음이 도랑입니다. 도랑이 모여 굵은 하천을 만들고 하천이 다시 합해져 큰 강이 됩니다. 경남을 흘러 부산 다대포 앞바다로 빠지는 낙동강도 마찬가지랍니다. 


물이 더러워지고 말고는 도랑을 어떻게 사람들이 가꾸느냐에 따라 판가름됩니다. 낙동강 본류 유역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으며 오염되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오염은 상류 도랑에서 이뤄집니다. 



상류 도랑을 깨끗이 가꾸면 낙동강 본류까지 깨끗해집니다. 본류를 통해 바다로 들어가는 오염도 줄일 수 있습니다. 낙동강 본류가 대동맥이고 밀양강·황강·남강·함안천 같은 지류가 그냥 동맥이라면, 지역 주민들이 함께하며 지내는 도랑은 실핏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도 실핏줄이 깨끗하면 온 몸이 건강하듯이, 국토도 실핏줄인 도랑물이 깨끗하면 전체가 깨끗해지게 마련입니다. 


3. 도랑살리기 어린이 청소년 기자단을 하는 목적


도랑 살리기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고장이 바로 경남이고, 이는 지역 자치단체와 낙동강유역환경청 같은 공공기관, 민간환경단체의 앞선 자각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은 고맙게도 쉽게 알아들어줬습니다. 이러면 기자단 운영 목적과 예상 효과는 훨씬 쉽게 이해가 됩니다. 



자꾸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사회 문제들에 대한 인식·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글쓰기 능력과 사물에 대한 관찰력 그리고 표현력과 발표력을 키웁니다. 


이에 더해 도랑이 지닌 가치를 체험함으로써 환경·생태에 대한 인식을 구체화하며 집단으로 신문을 만듦으로써 의견을 조율하고 힘을 합쳐 무언가를 이루는 공동체의 가치를 느끼는 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취재는 저마다 두 차례씩 진행됐습니다. 처음 수철마을을 찾았고요(진주생협 7월 20일, 가고파초교 7월 28일), 두 번째로는 창녕·함안보를 둘러봤습니다(진주생협 8월 10일, 가고파초 8월 17일). 


4. 우리나라 도랑 살리기 1번지, 수철마을


정자에서 마을 할아버지들과 인터뷰하는 아이들.


산청군 금서면 수철 마을은 그 위로 마을이 없는 ‘하늘 아래 첫 동네’랍니다. 마을 앞 도랑을 두고 주민들은 2010년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도랑 둘레뿐 아니라 마을 전체에 쓰레기가 넘쳤는데 지금은 많이 깨끗해져 사라졌던 물고기도 돌아오고 아이들이 물놀이를 해도 될 정도로까지 좋아졌답니다. 


낙동강을 가로질러 함안군 칠북면과 창녕군 길곡면을 잇는 함안보는 낙동강에서 가장 하류에 있는 대형 보(洑)랍니다. 평균 3m 정도 높이로 물을 가둬 두는데 수력 발전도 합니다. 


수철마을에서 학생들은 4~5명으로 나뉘어 담당 선생님과 함께 마을 앞 도랑을 아래위로 돌아다니며 취재했습니다. 학생들은 물이 생각보다 맑다고 놀라워하면서도 아래로 갈수록 쓰레기가 조금이이기는 하지만 더 많이 눈에 띄는 데 대해 아쉬워했습니다. 


그래도 보이는 쓰레기.


매점·밥집 주인, 이장, 여러 할아버지·할머니와 인터뷰도 했습니다. 


도랑이 살아나면서 마을 분위기도 살아났다, 도랑이 살아나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져 사람 사는 마을 같이 됐다, 한 번 살아난 도랑을 다시 더러워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쓴다, 도랑이 살아나면서 사람들이 농약·비료 따위를 적게 쓰거나 전혀 쓰지 않게 되면서 먹을거리랑 마을이 깨끗해지면서 사람살이도 깨끗해졌다는 얘기들을 아이들은 취재노트에 받아 담았답니다. 


나무그늘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5. 그래도 '우야든동' 잘 놀아야 잘 산다


하지만 이렇게 더운 여름날 바깥에 나왔는데, 더욱이 시원하고 깨끗한 물줄기까지 있는데 물놀이 한 판 하지 않으면 정상이 아니겠지요. 


학생들은 아침 나절 취재를 마친 다음 점심을 먹고는 커다란 정자나무 아래서 기사를 썼습니다. 잘 쓰는 아이도 있고 그렇지 못한 축도 있지만 분위기는 진지했습니다. 



그런 뒤 개울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도랑 살리기의 보람을 몸으로 누리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시간 가량 즐겁게 놉니다. 그러면 배가 출출해집니다. 준비해 간 간식으로 그 배를 채워야 했지요. 공부든 놀이든 즐거워야 합니다. 그래야 잘 익힐 수 있고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창녕·함안보는 8월 10일(진주생협)과 17일(가고파초교) 찾았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경남부산지역본부(본부장 김영도)의 협조로 진행은 원활했습니다. 


6. 4대강 사업의 현장 창녕함안보


김문기 경영팀장은 모든 분야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청소년이라도 취재는 취재인만큼 중립적이어야 하겠기에 고맙지만 사양해야 했습니다. 


취재노트에 적는 품이 아주 진지합니다.


현장을 돌아보기 앞서 창녕·함안보 관리사업소(소장 김종정)로부터 설명을 들었습니다. 기본 현황에 더해 보와 댐의 차이, 창녕·함안보와 낙동강의 수질의 관련성 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반대와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지만 당사자다 보니까 창녕·함안보 설치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로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은 달랐습니다. 제대로 묻고 따지지 못한 구석도 있었지만, 특히 수질과 녹조 관련해서는 대담한 ‘돌직구성’ 발언이 적지 않았답니다. 



이어 전시관과 어도·수력발전소 등을 둘러보고 짙은 녹색을 띠고 있는 강물을 내려다봤습니다. 보에 갇혀 있다 흘러넘치는 강물의 소리도 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가까운 밥집에서 점심을 먹고는 창녕 옥천 골짜기로 발길을 돌려 맑고 깨끗한 물웅덩이를 찾아 즐겁게 놀았습니다. 이렇게 놀기 전에 취재한 결과를 기사로 옮겨놓는 일은 기본이었습니다. 



7.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했던 신문 만들기 과정


이런 취재 결과는 8월 24일(토) 경남도민일보 강당에서 열린 ‘도랑 살리기 NIE 어린이·청소년 신문 만들기 컨테스트’에서 종합됐습니다. 낮 2시부터 5시 30분까지 진행됐는데, 대부분이 지루해하지 않고 재미나게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4절 크기 종이 두 면을 채우는 것이었는데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이상용 한국생태환경연구소 수질환경센터장이 “대학생보다 잘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성과가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다 만든 신문을 저기 벽에다 붙여놓았습니다.


아이들도 하얀 백지를 받아든 처음에는 막막해 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서로 논의하고 역할을 나누고 기사를 쓰고 광고를 붙이고 가다듬고 하면서 지면이 알차지고 깔끔해졌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심사와 시상은 다섯 부문으로 나뉘어 이뤄졌습니다. 


□신문 만들기 최우수상=산들팀(주혜진 진주여중 1·양세정 배영초 6·장지예 동성초 5·김진영 초전초 5· 천기주 사천여중 2) 

□취재소감 발표 최우수상=리틀가고파팀(이주한 가고파초 5·차재창 가고파초 5·정준석 가고파초 6·정호일 가고파초 5) □사진 찍기 △최우수상=조세빈(금성초 6)△우수상=주혜진(진주여중 1) 이지원(동성초교 5) □기사 쓰기 △최우수상=이주한 △우수상=송윤주(가고파초 6), 이지양(가고파초 6) 


□최재노트 작성 △최우수상=천기주 △우수상=주혜진 송윤주. 이들에게는 모두 190만원에 해당하는 상금과 상장·수료증이 주어졌습니다. 



8. 다양하게 활용해야 할 기자단 프로그램


전체를 두고 말하자면, 일정이 늘어지지 않아 지루하지 않고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진지한 취재와 글쓰기 중간중간에 즐거운 놀이를 알맞게 배치해 관심과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있었습니다. 



또 오리엔테이션에서 취재를 거쳐 글쓰고 신문 만들기까지 속도감 있게 진행돼 참가한 아이들이 재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적극 관심을 보여주고 협조를 아끼지 않은 진주생협과 가고파초교, 그리고 함께한 아이들 어버이들이 계셔서 이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마련한 ‘도랑 살리기 NIE 어린이·청소년 기자단’ 프로그램을 여러 방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 지역사회 어린이·청소년에게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지역 사회의 여러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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