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진보의 영역에서 북한추종 걸러내려면

김훤주 2013. 9. 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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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란음모는 성립되지 않을지라도


통합진보당 소속 이석기 국회의원과 그 관련 인물들의 5월 12일 모임 발언으로 진보진영이 통째로 비난받고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좁은 입지가 더욱 좁아진 것은 보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은 둘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런 모임 발언을 한 이석기 의원과 관련 인물에 대한 국정원의 내란음모 혐의 적용이고 다른 하나는 이석기 의원 등의 발언에 나타난 맹목적인 북한 추종 성향이랍니다. 


내란음모는 성립되려면 전복과 참절을 하는 위험성이 뚜렷하고 조직도 실체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석기 의원과 그 관련 인물들이 내란을 음모할 실력을 갖췄는지는 많이 미심쩍고 오히려 그 발언을 뜯어보면 시대착오적이라 해야 마땅하지 싶습니다.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 9월 4일 국회 모습. 한겨레 사진.


그래서 이번 내란음모 적용을 두고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 개연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이들은 무죄가 나면 그것을 두고 '없는 일을 조작·날조한 결과'라며 명예 회복을 위한 활동에 나설 것입니다. 그래서 이석기 의원과 관련 인물들과 통합진보당은 무죄냐 아니냐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이들을 제외한 진보진영은 그 발언에 나타난 북한 추종 성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이석기 의원과 관련 인물뿐 아니라 진보진영에 포함되는 모든 사람과 세력이 유권자 대다수의 비난을 받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석기 의원과 관련 인물은 그래도 그럴만한 발언을 했으니 당연하다 하겠는데, 다른 진보진영은 이번 일을 마른하늘에 날벼락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적지 않은 모양입니다. 


2. 북한 추종 성향과 공존한 다른 진보들의 책임



한겨레 사진.

하지만, 따져보면 이석기 의원과 그 관련 인물들의 발언으로 이렇게 함께 비난을 받게 된 데는 사실 이석기 의원이나 그 관련 인물들과 달리 북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온 이런저런 진보진영도 책임이 큽니다. 이런 비난을 스스로 불러들인 측면이 없지 않다는 얘기랍니다. 


먼저 경남 지역 진보진영을 대표할만한 인물들의 행적을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2012년 총선에서 창원 의창 선거구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던 분이 있습니다. 2006년부터 이태 동안 민주노동당 대표를 했습니다. 


당시 주류, 그리고 지금 이석기 의원이나 관련 인물과는 성향이 다르다고 알려진 분입니다. 그렇지만 당시 주류의 지지를 받아 대표가 됐고 또 본인이야 많이 애썼겠지만 주류를 넘어 다른 색깔도 보이지 못했습니다. 


앞서 두 차례 대통령 후보로 나왔고 지난해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섰던 분도 있습니다. 마찬가지 이석기 의원과는 성향이 다릅니다. 


이 분은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심상정·노회찬 두 예비후보를 물리치고 민주노동당 후보로 뽑혔습니다. 이 분은 당시 국면에서 심상정 또는 노회찬에게 대선 후보를 넘기지 않으려는 주류에게 활용당했다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심상정·노회찬 두 분에 대해서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분들은 2008년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면서 진보신당(지금 노동당)을 만들었습니다. 그랬다가 총선을 앞두고 그 정당과 당원들을 떠났습니다. 그러고는 2011년 겨울 민주노동당과 더불어 통합진보당을 만들었습니다. 


이어진 총선에서 양쪽은 모두 국회의원이 되거나 국회의원을 배출한 다음 다시 갈라섰습니다. 노회찬·심상정 등은 통합진보당을 통해 이석기 의원 그리고 그 관련 인물들과 이렇게 공존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공존의 결과가 지금 우리 앞에 있습니다. 


3. 진보와 북한추종의 공존은 이제 끝내야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반대하는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 한겨레 사진.


적절하지 않은 공존은 공생이 아니라 공멸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그러므로 이석기 의원과 그 관련 인물이 아니면서 스스로를 진보라 여기는 사람·세력이 진정 진보진영의 앞날을 걱정한다면 이제 이런 공존은 그만두는 편이 낫겠습니다. 


통합진보당은 몰라도 그밖에 다른 진보정당들로서는, 유권자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당원 자격을 제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배집단과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 세습과 주체사상에 대해 찬동하는 사람은 걸러내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이렇게라도 구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진보진영은 제대로 된 취급을 한참 동안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김훤주


※ 경남도민일보 9월 10일치 데스크칼럼에 실었던 글을 조금 다듬고 보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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