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진주시장이 서울시장을 공격하는 까닭

기록하는 사람 2013. 9. 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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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5일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한 후 대규모 군민대회를 여는 등 내부적으로 연일 긴장상태를 고조시키며 주민 결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략)…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가 내부적으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해 긴장상태를 고조시키는 것은 '외부 위협'을 빌미로 주민결속을 꾀하려는 일종의 통치전략이라고 분석했다."(연합뉴스 3월 7일자)


위에 인용한 기사처럼 외부의 적과 대립국면을 조성함으로써 내부 결집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은 비단 북한이 아니더라도 동서고금의 많은 통치자들이 써먹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실제 인류 역사에서 벌어진 많은 전쟁이 그로 인해 시작됐다.


나쁜 정치인들이 호남에 대한 지역감정을 조장해 비호남 사람들의 결집을 꾀한 것도 역시 같은 수법이다. 마찬가지로 새누리당 김태호 국회의원이 경남도지사 시절인 2005년 '부산항 신항' 명칭을 문제 삼아 부산시는 물론 참여정부와 대립국면을 만들어 선거에 활용했던 것도 그렇다. 당시 김태호 지사는 공무원과 관변단체 등 도민 3만여 명을 동원, 관제데모를 열었다. '참여정부'와 '문재인' '오거돈'의 이름을 불태우기도 했다.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둔 시점이었다.


2005년 12월 23일 오후 마산종합운동장에서 진해신항쟁취 범도민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신항’명칭 무효 경남도민총궐기대회에 참가한 도민들이 화형식을 하고 있다./경남도민일보


여기서 톡톡히 재미를 본 김태호 지사는 2007년 '준혁신도시'라는 억지를 쓰며 또 한 번 참여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 때도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서울까지 가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신항 명칭' 싸움이나 '준혁신도시'나 둘 다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부산과 경남, 마산과 진주 지역민 간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그러나 김태호를 비롯한 당시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정치적 이익을 확실히 챙겼다. 이 과정에서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은 '배신자' 취급을 당했다. 심지어 한 지역신문은 관제데모에 문제를 제기한 공무원노조를 겨냥, '공노조는 도민 아닌가?'라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지금 진주에서 또 벌어지고 있다. 이번엔 '서울 등축제 반대 투쟁'이다. 투쟁을 지휘하는 장수는 '준혁신도시 투쟁' 때 경남도 정무부지사였던 이창희 진주시장이다. 투쟁 예산도 5억 원이나 편성했다. 이미 여기에 들어간 돈을 더하면 7억 원이라 한다. 서울 등축제 총예산이 10억 9000만 원이라는데, 반대 예산이 7억 원이라…. 과하다. 준혁신도시나 신항 명칭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집회 참석자에게 돈을 지원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도 있다. 반대 투쟁에 참여하지 않거나 '더 알찬 축제를 치러 서울 등축제를 확실히 압도하는데 주력하자'는 식의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은 거의 배신자 취급을 당한다고 한다.


진주시내 곳곳에 걸려 있는 펼침막 @서성룡 페이스북


서울시가 지역 축제까지 모방하여 치르는 건 분명히 비난받을 일이다. 그렇잖아도 블랙홀이 되어버린 서울시의 욕심이다. 하지만 등축제가 특허 등록 대상이 못되는 바에야 그걸 법적으로 막을 방도는 없다. 서울 등축제로 인해 진주에 올 관광객을 얼마나 빼앗겼는지, 그로인한 금전손실이 얼마인지 입증하기도 어렵다. 아니 오히려 진주시의 이런 배타적인 투쟁이 거부감을 일으켜 관광객 유치에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진주시장과 정치인들이 이토록 지나치게 나서는 이유를 정치적 목적 말고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반대 투쟁의 승부는 올 11월 이전에 가려지게 되어 있다. 전쟁을 일으키고도 패한 장수는 전범으로 처단된다. 막대한 돈과 인력, 행정력을 쏟아부어 싸우는 일이라면 이를 주도한 이들은 최소한 직(職)이라도 걸어야 한다. 과연 지금 진주에 시장직이나 의원직을 건 장수가 있는가? 혹 책임은 지지 않고 정치적 이득만 챙기려는 건 아닌지 염려되어 하는 말이다.


※경남도민일보 9월 13일자에 실었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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