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창원 통합 갈등, 갑절로 죄를 짓는 정치인들

김훤주 2013. 6. 1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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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이 시끄럽습니다. 통합을 했고 다시 분리하자고 난리입니다. 야구장은 마산과 진해를 왔다갔다 합니다. 준광역시다 뭐다 하면서 경남도를 떠난다 만다 합니다. 마산 출신 국회의원 둘은 지금 분리 주장이 맞다 아니다 옥신각신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다들 헛소리입니다.

 

갈등 해결 방법은 여기에 있지 않습니다. 애초 하지 못했던 합의나 동의를 목표로 삼아 처리해 나가야 합니다. 주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실제로 참여하는 그런 토론 공간을 열어야 합니다. 몇 해가 걸려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런 길을 버려두고 이렇게 정치인이라는 것들이 ‘뻘밭에 개싸움’을 하느라 정신이 팔려 정작 소중한 유권자의 일상이나 지역 현안은 놓쳐지고 있습니다. 이중으로 죄를 짓고 매를 버는 인간이 바로 이런 정치인들입니다. 6월 10일 MBC경남 라디오광장의 세상읽기에서 이를 한 번 짚어봤습니다.

 

1. 마산 출신 시의원들의 가소로운 출사표

 

서수진 아나운서 : 오늘은 창원시의 재분리 문제와 지역 현안의 관계에 대해 얘기를 좀 한다고요? 통합 창원시의 청사를 지금 쓰고 있는 임시청사 그러니까 통합 이전 창원시 청사를 쓰는 조례가 날치기 처리되면서 여러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2010년 주민 투표 없는 통합을 가결한 마산시의회.

 

김훤주 : 마산 출신 시의원들이 ‘새로운 마산을 만들기 위한 마산 분리안 국회 입법 쟁취 투쟁’에 나선답니다. 5월 27일과 28일 관련 기자회견을 잇달아 열었습니다. 시의원들은 박완수 창원시장을 겨냥해 시정이 만신창이가 됐다면서 명칭과 청사 다 챙긴 욕심을 나무랐습니다.

 

진 : 이미 많이 알고 있는대로 통합 당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탓이 크지요? 야구장마저 진해로 가게 생겼으니 마산 사람들 상실감도 크고 선거 과정에서 청사 마산 유치를 공언한 시의원들 불안감도 크고요.

 

주 : 마산 출신 시의원들이 한편 이해는 되지만요, 주민 의사도 제대로 묻지 않는 잘못된 통합을 앞장서 끌어 놓고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분리를 떠들고 있습니다. 시민 정서를 자극해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술수가 아닌지 미심쩍은 대목입니다. 이들은 실망과 혼란만 안겨줬습니다. 정치력도 없고 전략도 없고 조례 통과를 막을 물리적인 힘도 없는 3무 의원이라는 말만 듣고 있습니다.

 

통합창원시의회.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 : 마산 분리가 실제 가능성은 있는가요? 지방선거가 내년인데 마산 분리를 선거 공약으로 삼기 위한 것은 아닐까요?

 

주 : 둘 다를 노리지 싶습니다. 실현가능성이 없어도 일단 주장해 놓으면 득표에 도움되고 또 되지 않아도 나름 할 바는 했다는 앞가림은 되니까요. 또 연장선상에서 자연스럽게 내년 선거에 써먹을 공약으로 내세울 수도 있고요.

 

2. 못난 유권자가 못난 정치인을 만든다

 

진 : 하지만 마산 분리는 국회에서 법률 제정을 해야 되잖아요? 마산 출신 국회의원들이 중요한데, 소속 정당은 같은 새누리당이지만 이주영 의원과 안홍준 의원이 서로 다르지요?

 

청사 관련 조례 가결 장면.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아시는 그대로입니다.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이렇게 혼란과 갈등을 가져온 창원시 통합을 주도는 중앙정치권이 하고 그 뒷감당은 지역 정치판이 맡은 셈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행정체제 개편 시범 케이스로 마산·창원·진해를 꼽았고 그 실현에 안홍준·이주영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이 앞장섰거든요. 그 뒤에 국회의원들은 손 놓고 구경만 했습니다.

 

진 : 그런 잘못이 앞으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겠지요. 유권자들도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하겠지만 국회의원도 자기 유불리 또는 권력자를 위해 유권자 의사를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3. 안홍준 이주영을 보면 새누리 아닌 개누리 같다

 

 

주 : 두 국회의원 해법이 제각각입니다. 이주영 의원은 시의원들이 꺼내기도 전에 마산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마산 분리를 명문화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진 : 오늘 10일 보도가 나왔네요. 옛 마산시를 분리하는 ‘마산시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이 의원이 마련했어요. 2014년 7월 1일 정식 출범하도록 돼 있으니까 내년 지방선거에서 마산시장을 다시 선출하도록 한 셈입니다.

 

주 : 이 의원은 유일한 갈등 해결책이라 주장하는데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먼저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행정체계 개편을 계속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고요, 두 번째는 새누리당 안에 이주영 의원만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진 : 그렇지요. 마산회원구 안홍준 의원도 새누리당이고, 창원 박성호·강기윤 의원은 물론 진해 김성찬 의원도 새누리당 소속이죠.

 

주 : 의견 수렴을 하고 동료 의원을 설득하겠다지만 저는 쇼에 가깝다고 봅니다. 만약 이 의원이 권력이 세서 설득도 하고 통과까지 시켰다고 봅시다. 나머지 통합 창원시 출신 국회의원들은 다들 입장이 다른데 그러면 뭐가 되겠습니까? 이것만 봐도 아예 불가능한 것을 갖고 지역 유권자들 눈을 속이는 술수임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이주영 법안 통과되면 이런 강기윤 선수는 어떡하나?

진 : 안홍준 의원은 어떻습니까? 지금 당장은 분리 주장이 맞지 않다, 청사를 가져오는 운동을 해야 하고 마산으로 도청을 옮기겠다는 홍준표 도지사의 공약을 실현시키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주 : 안 의원도 마찬가지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안 의원은 마산 분리 운동이 날치기 처리된 청사 관련 조례에 대한 인정을 전제로 한다지만 그것은 안 의원 주장이고 견해일 뿐이고요, 실제 마산 분리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청사 관련 조례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등을 보이고 있는 이가 안홍준 선수. 마산 분리 추진 모임에서 지금 당장 분리 주장은 맞지 않다고 하는 장면. 안키호테라고나 할까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도청 마산 이전도 안 의원은 어렵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데 실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진 : 안 의원은 지금 도청과 도의회 경남경찰청 터에 1000억원만 쓰면 마산으로 도청을 가져올 수 있고 그런 여력은 경남도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주 : 바로 그 주장이 엉터리입니다. 중요한 것은 토목 공사에 쓸 돈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고 사람입니다. 통합 창원시 청사를 옮기지 못하는 까닭이 거기 드는 비용 때문입니까? 아니잖아요. 시의원을 비롯한 창원 쪽 정치인과 창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서 마산으로 옮기지 못하잖아요?

 

도청 마산 이전도 같은 문제에 부딪히게 돼 있습니다. 창원시 청사보다 더 큰 갈등과 혼란을 불러올 사안이라고 봐야 합니다.

 

4. 갈등 책임 시민한테 떠넘기는 박완수 시장

 

 

진 : 통합을 둘러싼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는 가운데 갈등이 또다른 갈등을 낳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어요. 진해로 일단 선정된 야구장 문제도 그렇고 박완수 창원시장의 창원 준광역시로 하자는 요구도 그렇고요.

 

주 : 마산 의원들이 야구장 건립 백지화를 요구하는데다 한국야구위원회 KBO도 창원시 결정에 맞서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창원시 집행부는 이를 거부했고요, 진해에서는 야구장을 지키느라 시민단체까지 나서고 있습니다.

 

준광역시 요구는 일단 순수해 보이지 않습니다. 박 시장이 5월 29일 안전행정부에 그렇게 건의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창원시는 득을 많이 보겠지만, 일단 마산 분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임은 차치해도, 창원시 아닌 다른 기초자치단체들과 광역단체인 경남도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봅니다.

 

현재 갈등을 덮기 위해 다른 갈등을 부추기며 물 타기를 한다고 봐야 맞습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지금 갈등이 지역 유권자들이 뭘 잘 모르기 때문에 생겨난다는 식으로 발언하기까지 했습니다. 3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시민에게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해 오해와 갈등이 안 생기게 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마도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면 오해는 몰라도 갈등은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보기를 들자면, 무엇이 무서워서인지 당장 야구장 선정 관련해서도 창원시는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거든요. KBO가 신청까지 했는데도 말입니다.

 

5. 이중으로 죄를 짓고 매를 버는 정치인 나부랑이들

 

진 : 이러는 새에 지역 현안이 자꾸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늘도 당장 지역민들의 식수원인 낙동강에 녹조가 나타났다는 보도가 나왔잖아요. 예년보다 한두 달 일찍 생겼다고 하죠?

 

주 : 아무래도 4대강 사업이 낙동강 수질 개선을 못한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제가 보기에 중요한 것은 녹조 현상 그 자체가 아니고요, 이런 일에 지역 정치인들이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사자들이야 나름 까닭이 있겠지만 지켜보는 유권자로서는 통합 창원시 관련 갈등과 마찰 때문에 정작 민생 현안에는 신경을 못 쓰는 꼴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판입니다.

 

진 : 이밖에도 여러 현안이 있지 않습니까? 경남은행 인수 문제라든지, 갖은 의혹을 사고 있는 가포신항 개장 문제라든지 말씀입니다.

 

 

주 : 지난 40년 넘는 동안 지역 경제에 그리고 서민들에게 얼마나 이바지했는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지역 상공계는 경남은행이 부산은행이나 대구은행에 넘어가지 않고 지역이 힘을 모아 인수해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를 실현하려면 당장 움직임이 나와야 하는데 지역 정치권이 활발하게 그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도정은 진주의료원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고요.

 

6. 가포신항 보면 지역 정치인 한심한 수준이 보인다

 

진 : 가포신항도 시민단체들 주장대로 확보할 수 있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혀 없음이 확인되면서 컨테이너 전용 부두에서 잡화 그러니까 일반 화물 전용 부두로 바꿨어요. 그런데 관련 논의가 정치권에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주 : 4월만 해도 해양수산부는 물동량 확보가 가능하다 했습니다. 그래 놓고 뒤꽁무니에서 업체랑 짜고 놀았는지는 모르지만 덜컥 잡화전용 부두로 바꿨습니다. 업체에 대한 특혜일 뿐 아니라 마산 사람들을 속이고 놀려먹은 결과일 뿐입니다.

 

가포신항 모습.

 

어째서 특혜냐 하는 문제는 너무 빤히 보이니까 그대로 두겠습니다. 속이고 놀려먹었다는 말씀은 이렇습니다. 컨테이너 전용이 아니면 항로 준설을 그렇게 깊이 할 필요가 없었고, 따라서 준설토 처리를 위한 마산해양신도시 건설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처럼 본말이 뒤집어진, 배보다 배꼽이 큰 일을 저지르도록 만든 책임이 지역 정치인들한테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 정치권은 지금조 똑바로 대응하지 못합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이라도 제대로 물어야 합니다.

 

동네 사업들도 팽개쳐져 있습니다. 마산 내서 광려천 환경 정비 사업을 들 수 있습니다. 135억원을 들이는 공사에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만드는데, 준공 1년도 안 돼 바닥이 들고 일어났고, 보수 공사조차 땜질식입니다.

 

 

그런데도 지역 시·도의원이나 국회의원이 문제를 짚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통합 창원시 갈등 때문에 그렇다 해도 말이 안 되고요, 평소 의정 활동이 이런 수준이라 하면 더욱 말이 안 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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