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 전교조 진주지회 조합원 가족 60명 남짓의 담양 탐방을 저희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가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정헌민 지회장님이 믿고 맡겨주신 덕분입니다. 저희 해딴에가 잘했다고 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어쨌든 기록으로 남겨 놓습니다.

 

1. 숲의 미덕을 일러주는 교과서 같은 고장

 

전라도 담양은 숲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복 받은 고을입니다. 1970년대 도로를 따라 들이세웠던 메타세쿼이아가 가로수 숲길로 남았습니다. 일부는 아스팔트를 아예 들어내고 사람이 걸어서만 누릴 수 있도록 바꿔놓았습니다.(자전거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사이로 보이는 장승들.

조선 말기 만들어진 관방제림(官防堤林)도 있습니다. 잎이 넓은 큰키나무들이 우거져 있습니다. 담양 사람들은 청춘남녀 시절 누구나 여기서 그럴 듯한 사랑 얘기를 하나씩은 품었음직한 숲입니다. 고장 사람들과 오랜 시절 함께해 온 숲입니다.

 

게다가 예전부터 대나무로 이름난 이 고장은 2003년 들어 야산 하나를 통째로 대숲으로 꾸몄습니다. 죽녹원(竹綠園)입니다. 누구든지 여기 들어가면 대숲이 어느 정도까지 멋들어질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담양은 정자로도 이름나 있지만, 저는 이런 숲들이 더 좋습니다. 이런 숲들을 보고 즐기고 누리기 위해 우리나라 곳곳에서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잘은 몰라도, 담양에서 이런 숲 덕분에 이뤄지는 소득 창출이 다른 무엇보다 많을 것입니다. 잘 키운 숲 하나 열 공장 안 부럽다, 입니다.

 

2. 운수대통마을 : 쥘부채 만들기와 마을 자연밥상

 

일행의 담양 탐방은 운수대통 마을에서 시작했습니다. 담양군 대덕면 운산리입니다. 10시 30분 즈음 가닿아 마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다음 먼저 쥘부채 만들기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체험장에 모인 전교조 진주지회 조합원 가족들.

 

부채살에다 그에 맞게 오린 종이를 하나하나 붙이는 작업이 그랬습니다. 앞에 놓인 나무토막 위에 먼저 풀을 칠하고 거기에 가장 바깥쪽 두꺼운 부채살을 두드려 풀을 칠한 다음 종이를 붙이는 식이었습니다.

 

이어서 바로 옆 부채살에다가 똑같은 방식으로 풀칠을 하고는 종이를 다시 붙여야 했습니다. 그렇게 붙인 다음에는 조금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준비해 놓은 먹과 붓으로 자기가 바라는 글이나 그림을 그려넣었습니다.

 

 

끝까지 다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했고, 아이들은 논두렁을 타거나 개울에 들어가 다슬기를 잡았습니다.

 

 

 

 

 

마치고는 점심을 먹었습니다. 대통마을 할머니들이 마련해 준 밥과 반찬이었습니다. 싱싱한 상추가 쌈으로 나왔습니다. 더불어 마을에서 기른 콩으로 만든 쌈장과 여러 가지 나물도 나왔습니다. 장에 가서 사와 요리했음이 분명한 돼지고기도 나왔습니다.

 

저는 쥘부채 만들기 체험에 신경쓰느라 늦게 숟가락을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맛나게 먹었는데, 너무 맛이 있어서 사진찍는 일을 놓쳐 버렸습니다. 풋고추는 아주 싱싱하고 탱글탱글했을 뿐만 아니라 톡 쏘는 매운 맛이 독특했습니다.

 

 

3. 걸어다니도록만 하는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

 

이어지는 여정은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입니다. 앞에 말씀 드린대로, 아스팔트 바닥을 들어내고 사람이 걸어서만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거리입니다. 도착한 오후 1시 즈음에는 전혀 붐비지 않았는데, 나중에 2시 30분 정도가 되니까 넘칠 지경이 돼 있었습니다.

 

봄을 맞은 메타세쿼이아는 연초록을 이파리를 내어뿜고 있었습니다. 한여름에 이 길은 더욱 무성해진 잎으로 뒤덮여 아래로는 햇살이 조금밖에 들지 않아 어둑어둑할 지경입니다. 아직은 봄이라 햇살이 좋았고요, 그늘도 짙지 않고 밝은 편이어서 여름과는 또다른 느낌을 주었습니다.

 

 길가에 보리가 심겨 있습니다.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너르게 나 있는 찻길을 가로지르면 관방제림이 이어집니다. 관방제림은 조선 말기 담양 고을 수령들이 영산강 홍수를 막으려고 쌓은 제방 위에다가 심었던 나무들로 이뤄진 숲입니다.

 

4. 자전거나 수레도 탈 수 있는 관방제림

 

모두 잎 넓은 나무들인데, 그러다 보니 잎이 가느다란 메타세쿼이아보다 그늘이 훨씬 짙습니다. 햇살이 그대로 쏟아지는 바깥은 눈이 부시게 환하지만 안쪽 그늘 있는데는 적당하게 어둑어둑합니다. 그 사이로 사람들이 여러 모습으로 노닙니다.

 

관방제림 들머리.

 

닭 쫓던 개와 지붕에 올라간 닭. 관련 설화가 여기 담양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긴의자 위에다 저렇게 대로 지붕을 만들어 씌웠습니다.

놀기 좋고 시원하고 상큼하며 햇살도 그늘도 좋다는 점은 앞서 걸은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과 똑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자전거나 발로 움직이는 수레를 탈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다만 걸어다니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게 자전거길이 따로 있습니다.

 

부부나 연인은 2인용 자전거를 탈 수도 있고 아들딸을 데려온 어른들은 4인용 자전거나 수레를 타고 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놀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가장 좋은 즐기는 방법은 가다 쉬다 하면서 계속 걸어가는 것입니다.

 

또 하나 다른 점이 있습니다.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에는 생활이 없지만 관방제림은 그렇지 않습니다. 관방제림은 바로 옆에 마을이 있기도 하거니와 주민들 삶이 여기 있는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관광객을 위해 부러 만든 의자도 있지만 동네에서 쓰는 평상도 나와 있습니다.

 

관광객이 다리품을 쉬기도 하지만 여기 주민이 오토바이로 물건 배달하러 가다 지친 몸을 쉬기도 합니다. 관광객들 웃음소리도 차고 넘치지만 동네 어르신들 바둑돌 내려놓는 소리나 장기알 두드리는 소리, 심지어는 동네 할마시들 고스톱 치고 화투짝 던지면서 내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런 뚝길을 어떤 아저씨가 어린아이를 안고 반바지 차림으로 슬리퍼 끌면서 지나갑니다. 그런 앞으로 외지에서 왔음이 분명한 청춘남녀가 어깨동무를 하고 걷습니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이 관방제림보다 나쁘다거나 덜 좋다는 전혀 얘기는 아닙니다.

 

5. 새로 만든 죽녹원과 국수거리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 2km, 관방제림 2km 해서 모두 4km 정도를 걷고 나면 다리가 나옵니다. 담양향교가 있는 데입니다. 우리 목적은 향교가 아닙니다. 죽녹원입니다. 다리를 건너고 도로를 건너면 나옵니다. 죽녹원 있는 데가 원래는 대밭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저 그런 야산이었는데, 새롭게 대숲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담양에 대밭이 많고 널리 이름이 알려진 정자 둘레에도 대숲이 있겠지만 담양 대나무가 대단함을 일러주는 대중적 지표로는 이만한 데가 없지 싶습니다.

 

봄철이나 여름철 햇볕이 성할 때 여기에 들면 댓잎 사이로 햇살이 잘게 쪼개져 흩어져 쏟아져 내려옵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면 햇살도 쪼개지며 함께 흔들립니다. 대숲 저 너머가 환하게 들여다보일 때도 있는데요, 저쪽은 아무래도 너머 멀리 떨어져 있어 영영 가닿지 못할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죽녹원에는 대나무로 만든 여러 물건들을 전시 판매하는 데도 있습니다. 예로부터 죽물(竹物)로 이름이 높은 담양의 참 모습을 보여줍니다. 갖은 죽물이 다 나와 있는데요, 인간문화재 장인들이 만든 녀석은 200만원 300만원도 더 합니다. 물론 값싼 죽물도 많이 있습니다.

 

요즘 시중에 나도는 죽물은 대부분 중국이나 베트남 대나무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여기 죽물은 그런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담양 대나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행 가운데는 여기서 부채나 죽비 같은 것을 사오기도 했습니다.

 

죽녹원 맞은편, 그러니까 관방제림이 끝나는 자리에 국수거리가 있습니다. 맛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담양 명물입니다. 국수 한 줄기 먹어도 좋겠고, 갖은 약재를 넣어 삶은 달걀(세 개 1000원)을 맛보셔도 좋겠습니다. 파전 따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사발 넘기는 재미도 쏠쏠할 것입니다.

 

6. 담양 탐방 진행을 마치고 나서

 

이렇게 여정이 끝났습니다. 오후 4시 즈음 진주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몇몇 아쉬움이 남습니다. 쥘부채 만들기를 하면서 이렇게 어려운 것 말고 좀 손쉬운 체험거리도 더불어 준비했으면 좋았겠습니다. 그냥 종이를 펴서 앞뒤로 붙이기만 하면 되는 둥근 부채를 만든다든지…….

 

메타세쿼이아가로수길~관방제림~죽녹원을 줄이어 걷는 과정에서는, 해딴에의 진행에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관방제림에서 죽녹원으로 발걸음이 이어지도록 안내하는 흐름이 부분적으로 매끄럽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론 마을에서 장만해 내놓는 ‘자연밥상’ 개념으로 마련한 점심은 아주 좋았습니다. 도시에 사는 보통 사람들 밥상에서는 누릴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멀겋고 심심하게 내놓은 된장국은 색다르기까지 했습니다. 쌈장도 대부분이 좋게 평가했습니다.

 

실수하거나 잘못한 대목은 당연히 고쳐야겠다고, 체험거리를 물색하고 골라잡는 것도 더욱 신중하게 해야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잘 놀아야 잘 산다’는 저희 기치에 걸맞게, 더욱더 꼼꼼하게 준비하고 세심하게 살피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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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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