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체험 관련 얘기를 드리기 앞서 먼저 일러둘 것이 있습니다. 세상에 녹차나무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차나무가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비유하기를 “차나무더러 녹차나무라 하는 것은 밀을 일러 빵나무라 하는 것과 똑같다”고 했습니다.

 

1. 녹차나무는 없다, 단지 차나무가 있을 뿐

 

밀을 갖고 만들 수 있는 것은 많습니다. 국수도 뽑을 수 있고 수제비를 만들 수도 있고 빵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 수 있는 하나를 갖고 밀을 빵나무라 하지는 않습니다.

 

차나무도 마찬가지, 녹차는 찻잎을 갖고 만들 수 있는 여럿 가운데 하나일 따름입니다. 그밖에 청차, 홍차, 흑차 따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떻게 만드느냐 방법에 따라 차의 성질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서 이름도 달라질 뿐인데 이렇게 녹차라 하면 맞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게다가 ‘녹차’는 일본에서 만든 말이기도 합니다. 박희준 동국대 차문화컨텐츠학과 교수의 얘기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가 중국 청나라에서 차를 수입해 갈 때 블랙티(=홍차)와 구분할 필요가 있어 그린티라는 말을 썼다. 이를 일본이 중국보다 먼저 녹차(綠茶)라 상품화했다.

 

지금은 우리도 녹차라는 말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 됐지만 널리 쓰인 때는 1980년대부터다. 앞서서는 차, 작설(雀舌), 작설차라 했다. 일본 가루차 옥로(玉露)가 19세기 우리 문헌에 등장했는데 녹차라 하지 않았다.

 

일본에 간 조선통신사가 거기서 마시는 차를 두고 작설차와 비슷한데 푸른빛이 좀더 돌더라 해서 청(靑)작설이라 적었다. 중국서 가져온 검은 차는 흑작설이라 했다. '작설'이 그만큼 중요한 이름이었다. <동의보감>에도 '녹차'는 없다. 녹아다(綠芽茶)라는 말은 썼다.

 

‘녹차’가 처음 쓰인 것은 우선 이상적(1804~65)이라는 역관 출신 시인의 한시에서다. 그이는 중국과 일본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1845년에 ‘천향시녹차(泉香試綠茶=샘이 향기로우니 녹차를 시음할거나)’라는 구절을 남겼다.”

 

매암다원 전경.

 

2. 하동 매암다원에서 여러 차 체험을 한 아이들

 

하동은 전남 보성과 달리 야생차로 이름나 있습니다. 그래서 차가 대량 생산은 안 되지만 개별 품질은 뛰어납니다. 하동에는 여러 다원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악양 정서마을 매암다원은 차문화박물관도 두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지어진 수리조합인가 하는 공공기관 건물을 60년대에 그 아버지께서 사들였습니다. 아들 강동오씨가 이어서 이 공간을 꾸미고 차와 관련된 유물과 문화재를 모아 박물관으로 꾸몄습니다.

 

매암차문화박물관(http://www.tea-maeam.com)입니다. 매암(梅巖)은 강동오 관장 아버지의 호(號)가 됩니다. 실제로 이 다원에 가면, 바위(巖) 틈새에 매화나무(梅)가 솟아나 있기도 합니다.

 

 

박물관은 때때로 공부나 체험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됩니다. 19일 일요일 우리 일행이 찾아갔을 때도 그랬습니다. 마루 위에 다다미가 깔려 있는 대청에 다탁을 빙 둘러놓고 찻잔 차호(茶壺) 따위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눈높이에 맞춰 달려 있는 팻말을 보니 ‘차훈(茶熏) 명상’이라 돼 있습니다. 차훈은, 말린 찻잎을 그릇에 넣고 팔팔 끓는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거기서 나오는 기운을 살갗으로 받아들이고 코로 들이쉬고 내쉬어 온 몸에 퍼뜨리는 일입니다.

 

그러면서 눈은 감아야 하니 저절로 생각이 가라앉고 잦아들고 하면서 가지런해집니다. 차를 갖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마음 다스리기 방법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겠지요.

 

서로 절을 한 다음 빙 둘러앉아 한 손으로 찻잎을 집어 다른 손에 올려놓습니다. 그런 다음 찻잎 냄새를 그윽하게 맡습니다. 어떤 아이는 고소한 냄새가 난다 하고 어떤 아이는 짠 냄새가 난다 합니다. 풀 냄새가 난다는 아이도 있고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어쨌든 대부분은 한 마디씩 걸쳤는데, 제가 다 기억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손에 있는 찻잎을 커다란 그릇에 담습니다. 그러고는 그릇을 흔들면서 거기서 나는 소리를 들어보라 합니다. 잎이 굴러다니면서 무슨 소리든 내기는 할 테니까요. 구슬소리나 쇠소리가 난다는 아이도 있고 바람 소리가 난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하면 눈과 코와 귀와 입과 살갗으로 느끼는 오감(五感)이 더욱 예민해지고 많이 열리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 같았습니다. 조금 있다 보면 아시겠지만, 아이들 하는 말과 행동이 이를 입증하게 됩니다.

 

이제는 펄펄 끓는 물을 붓습니다. 이에 앞서 체험을 진행하는 선생님은 두 손을 앞으로 모으게 하고는 입이 아니라 코로 들이쉬고 내쉬는 연습을 하도록 이끕니다. 이것이 가장 좋은 호흡법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조금씩 잦아듭니다.

 

 

김이 숭숭 나는 대접 위쪽을 두 손으로 감싼 다움 얼굴을 들이댑니다. 물론 눈은 감아야 합니다. 뜨거움이 확 끼쳐 오는지 잠깐도 견디지 못하고 얼굴을 들어올리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진행하는 선생님은 3분만 그렇게 하고 있자고 합니다. 뜨거움 때문에 고기처럼 해대던 아이들 자맥질도 조금씩 줄어듭니다.

 

3분 내내 고개를 떼지 않은 친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도 많습니다. 어쨌거나 3분이 이렇게 길 수도 있나 봅니다. 조용한 가운데 흐르는 시간은 더욱 길게 느껴집니다. 아이들 차훈명상 하면서 하는 움직임까지 잦아드니 더욱 그렇습니다. 대접에다 얼굴을 들이댄 아이들도 그런 느낌이 들었지 싶습니다.

 

이윽고 다들 고개를 들었습니다. 기분이나 느낌을 말합니다. “너무 뜨거워서 견디기 어려웠어요.” “피부가 보드라워졌어요.” “처음엔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좋아졌어요.” “살결이 좋아졌고 막혔던 코도 뚫렸어요.”

 

차훈 명상 소감을 얘기하는 아이들.

 

차 대접 속을 가만 들여다보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야, 찻잎이 매우 커졌어요. 물에 부풀려지면서 쪼그라져 있던 것이 풀어헤쳐졌나 봐요!” 이런 체험을 진행하면서 느낍니다. 어느새 아이들 세밀하게 관찰해 보는 능력이 부쩍 자라나 있습니다.

 

3. 우리나라에도 예전부터 홍차가 있었다네

 

차훈 명상을 하는 데 쓴 찻물을 마시고는 홍차 만들기 체험장과 차(茶) 블렌딩 하는 공간으로 옮깁니다. 오늘 체험을 굳이 금전으로 치자면 5만원짜리는 되고도 남음직합니다. 진행도 짜임새가 있고 내실도 알찹니다. 체험을 맡은 선생님들의 진행도 섬세합니다.

 

 

우리한테는 홍차가 없었는 줄 아는데 전혀 아니라고 합니다. 하동 악양에 사는 농민들 사이에서는 옛날부터 홍차가 대세였다고 합니다. 홍차는 녹차와 달리 발효차입니다. 발효는 찻잎을 비빌 때 나오는 끈적한 물 같은 성분 때문에 이뤄집니다.

 

홍차 같은 발효차는 녹차 같은 비(非)발효차보다 오래 간직할 수 있고 맛도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답니다. 아이들은 찻잎을 한 움큼씩 뭉쳐서 두 손으로 꼭꼭 눌러줍니다. 스무 차례 정도 힘껏 반복한 다음 풀어헤칩니다. 그렇게 골고루 눌러지도록 해서 같은 작업을 되풀이합니다. 이런 작업은 찻잎에서 끈적거리는 물기가 잔뜩 흘러나올 때까지 계속됩니다.

 

그런 물기가 나오면 이번에는 대소쿠리에 대고 안으로 살살 모으면서 찻잎을 비벼줍니다. 그렇게 한 10분 남짓 한 다음 펴서 말립니다. 적어도 이틀 정도는 쨍쨍한 햇볕에 말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 다음 틈틈이 더 말리면 되고요.

 

차 블렌딩도 번갈아 치러집니다. 메밀·박하·자소엽 같은 다른 재료를 차와 함께 섞습니다. 물론 자기가 누리고 싶은 맛을 내는 재료를 골라 넣어야겠지요. 그런 다음 집에 가서 맛볼 수 있도록 기계를 갖고 티백까지 만들어줍니다.

 

취향대로 블렌딩한 차를 티백에 담는 모습.

티백 입구를 밀봉하는 장면.

 

선생님들 진행으로 녹차까지 한 모금 마신 다음 싸갖고 온 점심 도시락을 먹습니다. 감나무 그늘 아래에서입니다. 한 그릇 뚝딱 헤치운 아이들은 너른 차밭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면서 놉니다. 어떤 아이들은 울타리를 벗어나 바로 아래 개울에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동생은 폴짝 뛰고 언니는 그런 동생을 사진에 담고.

평상에서는 아이들 만든 홍차가 말라가고, 아이들은 그늘에 앉아 쉬고.

 

네 번째 체험은 찻잎 따기입니다. 보기는 아무렇지 않고 별것 아닌 듯이 여겨지지만, 이것 은근히 중독성이 센 편입니다. 가운데가 뾰족하게 나오고 양옆으로 잎이 달린 1창2기(一槍二旗) 여린 잎을 골라 따면 된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1창2기.

 

처음에는 아이들 손길이 머뭇머뭇거립니다. 그런 여린 잎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겠습니다. 그러나 옆에 다른 사람이 어떤 찻잎을 따는지 보면서는 조금씩 손길이 빨라집니다. 처음에는 “이것 맞아요?” “야 땄다!” 등등 소리가 나오지만 갈수록 잦아듭니다.

 

 

1시간쯤 지나자 바깥에 개울에 나가 놀아도 되느냐고 누가 묻습니다. 하고픈대로 하렴, 말이 나오기 무섭게 남자 아이들 중심으로 소리를 지르며 우루루 몰려나갑니다. 아이들은 그렇게도 물이 좋은가 봅니다. 물장군도 잡고 어린 다슬기도 잡습니다.

 

 

4. 섬진강 강물 따라 걸어가기가 이렇게 좋을 수 있다니

 

이번에는 섬진강을 따라 나 있는 데크로드를 걸을 차례입니다. 알차게 체험을 할 수 있었던 매암다원을 떠납니다. 하동읍도 지나고 하동송림도 지난 하류 쪽에서 풍성한 강물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데에다 버스를 세웠습니다.

 

길지는 않습니다. 한 30분만 하면 충분히 걷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오늘은 부처님오신날이 끼인 3일 연휴의 마지막날입니다. 자칫 잘못해서 늦어지면 집에 아주 늦게 돌아가야 할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섰던 것입니다.

 

 

재잘재잘 얘기를 주고받기도 합니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합니다. 흐르는 강물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합니다. 찔레꽃 흐드러진 데서는 눈을 감고 냄새를 맡아보는 친구도 있습니다. 조그만 하늘소를 풀섶에서 찾아낸 아이는 잡아가고 싶은 욕심을 누르고 휴대전화 사진으로 만족해 합니다.

 

 

맨발로 내달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러다가는 죽순을 뽑아들고 칼처럼 휘두르기도 합니다. 참가한 아이들끼리는 어쩌면 우정 비슷한, 영어로 하자면 프렌드십(Friendship) 같은 무엇이 형성돼 있나 봅니다. 장난을 쳐도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그런 것만 합니다.

 

 

나무막대를 휘둘러도 그냥 시늉만 합니다. 그러면 그 맞은편 상대도 같은 시늉으로 맞은 척만 합니다.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으려니, 아이들이 어울려 무슨 춤판을 벌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끝으로 다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일찍 마쳤습니다.

 

데크로드 걷기를 마친 데 있는 솔밭.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의 어린이·청소년 여행 체험은 6월에도 이어집니다. 함안 법수 남강가에서 모래 체험을 진행합니다. 전기를 아끼고 에너지를 적게 쓰자는 취지에서 솟대촛대를 만드는 체험도 곁들입니다. 6월 16일 셋째 일요일이 그 날입니다.

 

문의·상담·신청은 010-8481-0126 또는 055-250-0125로 하시면 됩니다. 평소에는 반복되는 공부에 찌들릴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자연 속에서 뛰어놀 수 있게 해주고 싶은 ‘착한’ 어버이들의 관심과 신청을 기다립니다.

 

‘잘 놀아야 잘 산다.’ 저희는 이런 자연 속 체험과 놀이가, 콩나물시루에 부어지는 물과 같은 구실을 단단히 한다고 믿습니다. 물은 콩나물시루를 그냥 훑고 지나갈 뿐인 것 같지만, 돌아보면 어느새 콩나물은 부쩍 자라나 있습니다.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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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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