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길에 마산 산호동의 한 교차로에서 눈에 익숙한 펼침막을 발견했습니다. 요즘 많이 보급되고 있는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관련 펼침막이었습니다. 이게 원래 보급되고 있는 가정용 펼침막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바꿔버렸군요.
아시다시피 원래 이 펼침막은 경기도 과천 주부들이 만들어 집집마다 내걸기 시작한 가정용 펼침막이 원조입니다. 처음 이 펼침막 보급운동을 주도한 이는 과천시의회 서형원 의원으로 알려져 있고, 이후 경남도민일보 노동조합이 나서 약 5000여 장을 전국 곳곳에 보내 준 걸로 압니다.
'광우병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 / 먹지도 사지도 팔지도 맙시다' 라고 되어 있군요. 그리고 원래 그림에서 난감한 표정으로 서 있는 주부의 모습도 사라져버렸습니다.
물론 이런 펼침막도 아무런 의미가 없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핵심적인 내용을 빼버리고 그냥 '먹지도 사지도 팔지도 말자'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수입해도 안 사먹으면 될 거 아냐?'라고 말하는 논리와 비슷합니다.
다시 말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기정사실화시켜놓고, 사먹지 말자는 의미로 읽힐 수 있고, 이는 현재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의 의미를 희석시킬 수도 있다는 겁니다.
원래 이 그림의 원저작자는 김동호 화백(47)이라고 합니다. 그는 2년 전 한미FTA범국민운동본부의 부탁을 받고 이 그림을 그려줬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저작권 문제와 관련, 이렇게 밝힌 바 있습니다.
"제가 따로 크레딧을 걸지 않았거든요. 누구나 자유롭게 한미FTA 문제점을 설명할 때 자료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확산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제가 민중연대에 이 그림을 넘겨준 뒤 저작권 같은 걸 전혀 요구하지 않았거든요. 지금도 저는 선의의 목적으로 제 그림이 쓰인다면 그 자체로 행복합니다."
선의의 목적으로 쓰인다면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참 훌륭하신 분입니다. 이 분은 다음과 같은 말씀도 하셨습니다.
"다만 상업적 목적으로 쓰시면 그 문제는 별도로 고민해볼 생각이예요."
제가 볼 땐 축협이 내건 펼침막은 재협상 요구를 희석시킬 수도 있지만, 상업적인 목적으로 쓰는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이 펼침막을 내건 축협에 전화를 해봤습니다. 산호동지점만 내건 게 아니라 마창진축산농협 산하 모든 지점에 내걸었다고 하더군요.
이거 어떡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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