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제 몫은 다 쓰고 시·군 지원은 줄이고

자기 몫으로 편성된 업무추진비는 있는 그대로 쓰면서 시·군에 나가는 지원금 예산은 3분의2씩이나 줄입니다. 물론 금액으로 보자면 비교조차 되지 않지만 도덕적·정치적으로는 옳지 않습니다.

 

게다가 문화예술 관련 기관(경남문화재단·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경남영상위원회) 통·폐합으로 아껴지는 예산 규모랑 견주면 그다지 적은 금액도 아닙니다. 통·폐합의 진짜 목적이 어디 있는지 가늠이 되는 대목입니다.

 

3월 22일 금요일, 이 날 저녁에도 저는 MBC경남의 김상헌 기자와 함께 ‘라디오 광장’에 출연해 아래와 같은 내용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얘기를 마음놓고 할 수 있는 것도 좋기는 합니다만, 아예 이런 얘기를 할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면 저는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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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사업 줄줄이 취소한 홍준표 도지사

 

김상헌 : 홍준표 도지사가 이번에는 지역균형발전이 목적인 지역 모자이크 사업을 줄줄이 취소했습니다. 전임 김두관 도지사 역점 사업이었죠.

 

김훤주 : ‘김두관’을 확실하게 지우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네요. 사실 김두관 전 지사는 지울 필요조차 없을 텐데 말씀입니다.

 

헌 : 모자이크 사업이 무엇이던가요?

 

주 : ‘모자이크’라는 말은 다양하다는 느낌과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을 함께 줍니다. 경남의 18개 기초자치단체가 처짐이나 빠짐이 없이 저마다 특색 있게 발전을 이뤄 고유한 빛깔을 내도록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헌 : 조화와 발전을 위해 고유 사업을 제안하도록 하고 기준에 맞으면 경남도에서 기초자치단체에다 4년 동안 200억원씩 종잣돈을 지원하는 것이죠.

 

주 : 홍준표 도지사가 당선되면서 재검토를 지시했고, 2012년 12월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습니다. 경남도 동남권발전국은 올 1월 모자이크 사업에 대해 ‘그동안 실효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온 사업’이라 규정하면서 전부 재평가해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헌 : 당시 발표 내용이 이랬지요. 2월 15일까지 시군별로 사업성을 재평가해 사업성이 있으면 계속 추진하고 아니면 중단하겠다고요. 계속 사업은 삭감된 관련 예산을 올해 1차 추경예산안에 포함한다는 것이죠.

 

 

 

시 단위보다 군 단위 사업이 탈락 많아

 

주 : 그 결과가 나왔습니다. 20일이죠, 경남도 김석기 지역균형발전본부장은 11개 시·군 11개 사업만 우선 지원한다고 했습니다.

 

△창원시 프로야구 신규 야구장 △진주시 동남권 뿌리산업 기술혁신센터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사천시 삼천포 해상 거북선 케이블카 △김해시 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 △밀양시 밀양 아리랑 파크 △거제시 거제 자연생태테마파크 △창녕군 우포늪 으뜸 명소 가꾸기 △산청군 한방 휴양체험특화도시 △함양군 불로장생 산삼 휴양 밸리 △합천군 대장경 기록문화 테마파크가 살아남았지요.

 

헌 : 탈락한 사업은 뭐죠?

 

주 : 통영시와 거제시는 두 개씩 사업을 냈다가 하나는 계속 추진되고 다른 하나는 탈락했습니다. 통영은 욕지섬 고구마 관광자원화 사업이고 거제는 장승포 호국평화공원입니다. 양산시는 시 단위 가운데는 유일하게 탈락했고요.

 

탈락한 나머지는 모두 군 단위인데, 의령·함안·고성·남해·하동·거창입니다.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던 군 단위 지역의 저발전과 소외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장승포 호국평화공원처럼 취소해야 마땅한 경우도 있지만

 

헌 : 타당한 대목도 있지 않나요? 이를테면 거제 장승포 호국평화공원 같은 경우……. 전시 선박 인수가 불확실하고 관리비·운영비가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를 들었어요.

 

주 : 이 계획은 6·25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이 배경인데, 당시 피란민을 태우고 왔던 김백일 장군이 친일파로 확인됐고 철수작전에서 공도 크게 세운 바가 없다고 밝혀졌지요. 그런데도 동상을 세우려 해서 무리가 일었지요. 제국주의 일본의 허수아비국가 만주국 장교로 1937년부터 복무했다고 합니다.

 

헌 : 그렇다면 취소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그런 사업이 거제뿐 아니라 다른 시·군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고요. 사업이 꼭 있어야 해서 한다기보다는, 그냥 돈이 주어진다니까 그 돈에 맞춰서 또 그 돈을 받아내려고 추진하는 사업 같은 것도 있거든요.

 

주 : 맞습니다. 물론, 합당한 사유가 있으면 당연히 취소해야겠지요. 하지만 근본 취지를 헤아려 본다면, 취소한 뒤 다른 사업을 새롭게 찾거나 만들어 경남도 예산을 200억원 한도로 받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조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지요.

 

원래 취지=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종잣돈 제공은 사라지고

 

 

김해를 찾은 홍준표 선수. 경남도민일보 사진.

 

헌 : 그렇네요. 원래 목적이 시·군마다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종잣돈을 대어주겠다는 것이었느니 말이죠. 이번에 취소하면서 다른 사업을 발굴해 제출하라는 주문은 아예 없었지요.

 

주 : 그러니 해당 지역에서는 마땅히 들어와야 할 돈이 날아가 버렸다고 여기지 않겠어요? 시·군마다 지역 유지들을 중심으로 항의가 터져나올 것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아마 다음 주 접어들면 봇도랑 터지듯이 관련 보도가 쏟아질 것 같습니다.

 

헌 : 시·군에 대한 지원금이 3600억원에서 1355억원으로 줄었어요. 경남도로서는 2245억원을 아낄 수 있게 됐군요.

 

행정의 연속성과 신뢰, 예측가능성도 깨어지고

 

주 : 2245억원을 아낀 대가가 작지 않습니다. 행정은 연속성이 중요하고 또 필요한데 이게 한꺼번에 없어졌습니다. 신뢰까지 무너졌고요. 예측가능성도 사라졌으며, 특히 군 지역의 박탈감은 달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헌 : 홍준표 도지사와 경남도는 경남도의 지나치게 많은 부채를 그 배경으로 거론하고 있지요. 1월 현재 부채가 1조 3488억원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주 : 지금 지역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은 모두 부채랑 연결돼 있습니다. 경남문화재단을 비롯한 문화예술 관련 기관 통·폐합도 그렇고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과 휴업도 마찬가집니다. 부채 청산 또는 축소를 위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폐업 결정에 이어 휴업이 내려진 진주의료원. 경남도민일보 사진.

 

헌 : 그런데, 그렇게만 보이지는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통·폐합으로 자리를 잃게 될 문화예술 관련 기관장 3명이 모두 김두관 전임 지사 시절 취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뚜렷해집니다.

 

주 : 문화예술 관련 기관 통·폐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행정의 연속성은 깨졌습니다. 계속 사업을 수행할 예산을 걷어갔고 신규 사업을 선정·추진할 여지도 없앴습니다. 문화콘텐츠진흥원과 영상위원회는 직원들이 업무추진비가 없어 출장조차 갈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신뢰도 날아가 버렸지요. 사업 추진을 기다리던 당사자나 지역 주민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진주의료원도 마찬가지지요. 부채가 많고 악성이고 또 만성이라 손대야 한다는 논리지요. 그 책임이 경남도한테도 크게 있는데도 말씀입니다. 물론 진주의료원 구성원들도 잘못이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만.

 

도지사 등 고위 간부 업무추진비는 그대로

 

그런데, 그렇게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을 통·페합해서 아껴지는 돈이 얼마라고 했는지 혹시 기억나시나요?

 

헌 : 글쎄요. 5억 얼마라고 했는지 6억 얼마라고 했는지 정확하게는 생각나지 않는데요.

 

 

 

주 : 5억8400만원이라 했습니다. 기관장 2명, 파견 공무원 4~5명을 줄여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인데, 고작 이런 정도 금액을 아끼려면 그렇게 반발을 무릅써 가며, 또 다른 광역자치단체들이 보여주는 문화 행정과는 완전히 역행한다는 혹평까지 받아가면서 무리하게 통폐합을 추진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헌 : 그러면 어디에서 무엇을 아낄 수 있을까요?

 

주 : 저번 앞선 방송에서 제가 홍준표 도지사를 한 집안의 가장으로 비유한 적이 있는데요, 진주의료원 폐업과 문화예술 관련 기관 통·폐합을 두고 병든 아내 치료 끊고 학교 다니는 자식 공부까지 끊으면서도 자기는 술값조차 줄이지 않는다고 했었지요. 그런 술값을 좀 줄이면 됩니다.

 

헌 : 한 번 조사를 해 보셨나 봐요? 하기야 경남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도지사·부지사랑 실·국·본부별로 업무추진비 내역이 쫙 나와 있으니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죠?

 

공무원끼리 모임 경비 아니면 경조비가 거의 전부

 

주 : 부지런만 조금 떨면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실·국·본부별 업무추진비 내역을 살펴봤습니다. 분기별로 정리돼 있는데요, 2012년 4/4분기입니다.

 

그냥 닥치는대로 뽑아봤는데 동남권발전국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동안 191만2000원을 썼습니다. 이 가운데 공무원끼리가 아니고 바깥사람을 위해 쓴 돈은 8만9000원, 국장실 내방객 다과가 전부입니다. 나머지는 경조사비, 직원 격려 및 업무 협의 명목이 전부입니다.

 

 

박완수 창원시장과 악수하는 홍준표 도지사. 경남도민일보 사진.

 

도시방재국도 봤는데 마찬가지 공무원들끼리 모임을 하면서 쓴 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다른 구석이 있다면, 도의회 소관 상임위원회 의원 경조사비 5만원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석 달 동안 215만4000원을 썼습니다.

 

헌 : 실·국·본부 하나에 분기별로 평균 200만원 남짓 쓴 셈이네요, 그런데 그런 실·국·본부 하고 출자·출연기관이 모두 몇 개였어요?

 

주 : 거창대학 인재개발원 동남권발전국 남해대학 기획조정실 경제통상국 도시방재국 여성능력개발센터 농업기술원 수산기술사업소 문화예술회관 소방본부 도립미술관 도로관리사업소 복지보건국 청정환경국 농업자원관리원 공보관실 수산자원연구소 여성가족정책관실 환경교육원 산림환경연구원 서울본부 보건환경연구원 축산진흥연구소 문화체육관광국 건설사업본부 농수산해양국 감사관실 행정지원국, 까지 서른 개였는데요.

 

부서마다 조금씩 차이나 특색은 있겠지요. 어쨌든 모두 더해 보면 분기마다 대체로 6000만원, 한 해에 2억4000만원에 이르네요.

 

헌 : 그러면 도지사랑 행정부지사·정무부지사 세 사람이 쓴 금액은 얼마였어요?

 

주 : 2월 20일부터 3월 21일까지 30일 동안을 살펴봤습니다. 2000만원을 넘었습니다. 2009만4000원이었습니다. 1년으로 환산하면 이 또한 2억4000만원 남짓입니다.

 

헌 : 적지는 않네요. 그렇다고 업무추진비를 모두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아무리 부채가 많아도 할 일은 해야 하고 그러려면 돈이 들게 마련이니까요.

 

주 : 그렇지요. 그런데 그런 논리를 자기한테만 대고 상대방한테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지 않나 싶어요. 아무리 부채가 많아도 가난한 서민을 위하는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도 할 일은 해야 하고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도 마찬가지죠.

 

 

경남도민일보 사진.

 

헌 : 하하, 그렇군요. 다른 기관들을 폐업하고 통·폐합할 정도라면 그에 걸맞게 도지사·부지사나 국장급 간부들은 솔선수범을 해야 마땅하겠지요. 어쨌든 사용 내역을 보니까 나름 특징이 있었을 텐데 좀 어땠나요?

 

언론·의회 관련 업무추진비 지출은 단가도 비싸

 

주 : 실·국·본부 업무추진비는 다과비 아니면 모두 공무원들 모임에 쓰였습니다. 그리고 도지사·부지사들도 공무원들이랑 점심 먹고 저녁 먹고 술도 한 잔 하는 데 많이 썼는데요, 언론기관이라든지 도의회 간담회 같은 것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고 그 단가도 1인당 4만원 정도로 비쌌습니다.

 

또 최근 시위나 항의가 많아지면서 도청 출입문을 지키는 데 경찰이 동원되고 있는데, 이들 간식이나 밥을 먹이는 데도 썼더군요. 제가 보기에는 쓸데없는 지출입니다. 경찰청 예산에 밥값이나 간식비가 책정돼 있을 것이거든요.

 

또, MBC경남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공무원 자녀가 결혼하면 그 축의금이 공금으로 나간다는 점도 이상합니다. 도지사나 부지사도 그렇고 실·국장이나 본부장·원장도 모두 업무추진비에서 지출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아니거든요. 경남도민일보라는 회사 이름으로 10만원이 나가고요, 나머지는 직원들이 개별로 알아서 자기 돈으로 축의금을 냅니다. 사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게 상식인데, 경남도청은 상식밖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함안군을 찾은 홍준표 도지사. 경남도민일보 사진.

 

양 대가리 걸어놓고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헌 : 그렇군요. 그렇게 푼돈만 아껴도 5억원 정도는 거뜬히 마련되는군요. 적자 또는 부채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잘라내는 꼴이라고나 할까요?

 

주 : 그렇습니다. 양 대가리 내걸고 개고기 판다는 속담이 있는데, 딱 바로 그 짝입니다.

 

헌 : 하하,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죠.

 

김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