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골케이블카, 등산과 분리돼야 하는 까닭

1. 정상 탐방을 위해 케이블카 타라는 경남 대표 블로그

 

경남도에서 운영하는 경남 이야기-경상남도 대표 블로그에 들어가면 2012년 10월 12일 올린 ‘천황산 하늘정원을 단숨에 오르는 국내 최장거리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탑승!’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첫 줄은 이렇습니다.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는 국내 최장거리의 왕복식 케이블카로 1,020m의 고지까지 단숨에 오르기 때문에 산행을 쉽게 즐길 수 있음은 물론 어린이와 노약자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었는데요.”

 

그러고는 주욱 사진을 훑어보니 천황산(그러니까 습지보호지역인 산들늪 산지 습지가 있는)으로 이어지는 등산길을 일러주는 표지가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이 케이블카를 설치할 때 한국화이바라는 관련 기업이 일대 등산이나 탐방까지 계산에 넣고 있었음을 일러주는 방증입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찍은 사진. 김훤주.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본문에서도 관련되는 글이 이어집니다. “상부승강장에서 녹산대 쪽으로 하늘사랑길을 계속 가다 보면 천황산 쪽을 가리키는 푯말을 발견하실 수 있는데요. 국내 최대의 억새 평원으로 유명한 천황산 사자평 억새밭은 천황산으로 향하는 길에서부터 넓게 펼쳐진 한들한들 산 정상에서 즐기는 억새로 가득했는데요. 억새여행, 가을 산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천황산 억새평원으로의 산행! 올 가을 추천드립니다 ^^”

 

2. 보전지역을 사람으로 넘쳐나게 만드는 경남 대표 블로그

 

여기서 말하는 사자평 억새밭과 억새평원은 바로 산들늪을 뜻합니다. 말씀드린대로 산들늪은 습지보전지역입니다. 그러니까 이 케이블카를 타고 이렇게 손쉽게 습지보전지역으로 가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바로 아래 사진에서는 “시간 엄수! 하행 막차 18:00 ※하행 막차 탑승시간이 지난 후에는 케이블카를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갔다가 내려갈 때에도 여기 케이블카를 타도록 안내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것들은 잘못입니다. 습지보전지역을 제한 없이 관광객으로 들끓게 하는 것입니다. 일개 특정 사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말씀입니다. 2008년 세계 습지 월드컵이라 할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를 개최하기까지 한 경남도의 수준이 이런 정도라니 할 말이 없어집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사람들. 김훤주.

 

3. 걸어서만 갈 수 있도록 만든 다른 등산로들

 

산들늪 가는 길 여러 곳 가운데에는 표충사 조금 못 미친 데서 오른쪽으로 산을 타고 오르는 것도 있습니다. 콘크리트로 편도 1차로 넓이로 포장돼 있어서 자동차도 다닐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자동차는 올라가지 못하게 합니다. 길을 가로막고 있는 철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입니다.

 

습지와 산지 보전을 위해, 걸어서만 가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제 기억으로는 적어도 세 시간을 힘들여 걸어야 산들늪에 이릅니다. 그런데 케이블카를 타면 손쉽게 1시간 남짓만 해도 산들늪에 갈 수 있습니다.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의 설치 목적은 등산에 있지 않습니다. 나이가 높으시거나 몸이 불편해 걷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케이블카가 올라가는 데까지만 갔다 오도록 하는 데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올해 1월 25일 MBC경남의 김상헌 기자와 라디오광장에서 나눈 얘기가 있습니다. 지역에 사시는 많은 이들이 이 대목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리고 경남도 블로그의 잘못을 짚어야겠다 싶어서 늦었지만 올립니다.

 

올라오는 케이블카와 내려가는 케이블카. 김훤주

 

4. 불법·탈법이 확인돼 운행 중단된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김상헌 : 지난해부터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가 다시 불거졌죠. 9월 영업을 시작한 뒤 불법·탈법이 나타나 11월 12일 영업을 중단했는데, 경남도 감사에서 이것들이 재확인됐었죠?

 

김훤주 : 케이블카는 환경단체가 아닌 평범한 보통 사람들도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고 걱정하고 반대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다면 아무리 허가가 났더라도 짓는 과정에서 잘못이나 법을 어기는 일이 없도록 조심했어야 할 텐데,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불법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어요.

 

헌 :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속담이 있는데, 밀양얼음골 케이블카 불법은 꼬리가 길지 않았는데도 바로 밟혔어요. 2010년 4월 공사를 시작한 이래 2년 반 남짓만인 2012년 9월 22일 운행을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환경단체에 적발됐거든요.

 

5. 불법·탈법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주 : 11월 5일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밀양참여시민연대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얼음골케이블카를 사실상 운영하는 한국화이바의 불법을 지적했는데요.

 

위에 있는 이른바 상부승강장이 당시 시행되던 자연공원법을 따르면 9m를 넘지 말아야 하는데 어기고 높이가 14.9m였다, 케이블카는 50인승이라야 하는데 70명이 탈 수 있도록 설계해 규정보다 많은 사람을 태우고 있다, 자연공원법 케이블카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 예전부터 있던 등산로를 사유화했다, 등등이 그 내용입니다.

 

헌 : 이에 따라 얼음골 케이블카는 12일부터 밀양시가 운행 중단 행정조치를 내렸고 뒤 이어 20일부터 경남도가 감사를 벌였지요. 결과는 12월 14일 발표가 됐고요. 환경단체 주장이 모두 사실로 드러났지요?

 

케이블카 타는 승강장. 위가 아니고 아래이지 싶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그렇습니다. 다른 불법 또는 비리도 더 확인됐습니다. 일곱 가지인데요, 감사 결과를 보면 한국화이바 자회사인 ㈜에이디에스레일은 상부 승강장 높이를 8.9ｍ보다 7.4m나 높은 16.34ｍ로 높였고 케이블카도 정원보다 20명이 더 탈 수 있도록 만들고 실제로 더 많이 태웠습니다.

 

또 산림 800㎡ 정도 불법 훼손, 중간 기둥 위치 임의 변경, 상부 승강장에 조리해 음식을 팔 수 있는 시설 설치, 상부 승강장 진입로 불법 개설 등도 있었습니다.

 

헌 : 이에 대해 경남도는 밀양시로 하여금 한국화이바에 불법 증축한 부분을 뜯어내거나 재건축하도록 지시하고 밀양시 공무원을 징계하기까지 했어요. 그러면서 불법을 저지른 장본인들을 경찰에 고발도 했고요.

 

6. 등산로와는 이어지지 않도록 한 원래 협의

 

주 : 산림 훼손을 줄이거나 막아야 하는 환경단체로서는 중요한 위반이 하나 더 있는데요, 원래 협의는 케이블카를 왕복으로만 이용하도록 해 등산로와 연계되지 못하도록 했는데도 한국화이바는 이를 무시하고 편도 이용권을 파는 한편 원래 있던 등산로와 케이블카를 이어 놓았습니다. 등산객이 그만큼 더 넘쳐나게 만든 것입니다.

 

헌 : 얼음골케이블카가 15년 전 1998년 처음 거론될 때부터 논란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천연기념물 제224호 ‘얼음골’과 환경부 지정 습지보호구역인 ‘재약산 산들늪(사자평)’이 바로 가까이에 있어 보전과 개발을 놓고 갈등을 계속 빚어왔거든요. 그래서 경남도와 낙동강유역환경청 등 관리감독기관이 역할이 절실한데도 이런 일이 생겼어요.

 

주 : 아까 불법 행위자들을 경남도가 경찰에 고발했다고 하셨는데, 이 부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23일 열린 도립공원위원회가 불법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는데도 경남도 도립공원위원회가 밀양 얼음골케이블카에 대해 '조건부 가결' 결정을 내렸거든요. 앞에는 고발해 놓고 뒤에서는 면죄부를 내주는 행위를 경남도가 한 셈입니다.

 

헌 : 대충 들어보니까 그 뒤에 바뀐 자연공원법을 따르면 상부 승강장 높이가 15m 이하면 되기 때문에 이것만 14.9m로 깎아내고 나머지는 별 달라지는 데가 없는 것 같던데요.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원래 있던 등산로와 상부승강장을 잇는 길을 차단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편도 이용 부분에 대한 명확한 제재가 없고, 오히려 시민단체와 협의해 예약 탐방제를 시행하는 조건을 내놓았거든요. 시민단체들이 날마다 낱낱이 예약대로 탐방이 되는지 확인할 수 없을 테고, 탐방로는 새로 만들어질 테고, 그러면 등산객 숫자를 제대로 제한할 수 없는 노릇이고요.

 

헌 : 그러면 결국  도립공원위원회의 결정을 처음부터 무시한 밀양시와 한국화이바의 요구대로 얼음골케이블카의 불법을 사후 추인하는 결과만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겠습니다.

 

주 : 그러지 않아도 환경단체들은 오늘 오전 경남도 등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얼음골케이블카의 주요 시설인 정류장과 중간기둥 등 모든 것이 불법으로 건축되거나 설계되었음이 밝혀졌는데 이 불법조차 인정하지 않고 밀양시와 한국화이바의 불법 행위를 묵인하는 결과만 가져왔다"고 짚었습니다.

 

7. 사기업의 이윤을 공익이라 감싸는 경남도

 

헌 : 그렇군요. 이제 앞으로는 이처럼 불법을 저질렀다가 적발돼도 경남도로서는 문제로 삼을 수가 없겠습니다?

 

주 : 그런 말을 들어도 경남도는 어쩔 방법이 없습니다. 경남도는 "도립공원위원회 위원들끼리 격론을 벌이고 현장을 방문해 보고 현실적으로 도달한 결과"라 했습니다. 이미 200억 원이 공사비로 들어갔고 밀양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헌 : 도립공원위원회가 왜 그랬을까요? 한국화이바나 얼음골 케이블카에 발목 잡힐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요?

 

주 : 도립공원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명백한 특혜입니다. 그래서 한국화이바가 최근 홍준표 도지사가 구단주로 있는 프로 축구 경남FC 재정이사로 참여한 사실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헌 : 그나저나 경남도 행정에서 환경 관련 부서가 개발 관련 부서에 밀리는 그런 현장일 수도 있었겠습니다. 도립공원위원회가 말씀입니다.

 

케이블카 타는 아래쪽 승강장.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겉으로 나타난 바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13명 위원 가운데 11명이 참석했다는데요, 이렇습니다. 민간인 신분으로 참가했던 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 위원 3명이 강경하게 반대했으나, 공무원 등 나머지 위원들은 이미 완공됐으니 어쩔 수 없지 않으냐, 몇몇 조건을 달아 가결하자는 쪽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민간인은 달랐지만, 공무원은 환경 관련이었어도 개발 편에 앞장서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경남도의 환경 관련 최고 책임자인 이근선 청정환경국장은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기존 건축물 뜯어내고 기계실을 재배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조건부 가결은 "공익적인 차원의 검토"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8. 우리나라 케이블카 열여덟 곳을 훑어봤더니

 

헌 : 환경 관련 공무원이 개발을 먼저 신경쓰고 걱정해 주는 분위기네요. 그나저나 우리나라에는 이런 케이블카가 과연 얼마나 설치돼 있는 것일까요?

 

주 : 대충 조사를 해 봤는데요, 얼음골 케이블카 빼고 모두 열일곱 곳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설치된 것은 서울 남산케이블카로 1962년 들어섰고요, 우리 경남의 통영 미륵산 한려해상 전망 케이블카가 2008년 개통돼 가장 늦었습니다.

 

한 번 훑어보면 강원도 속초 설악산, 울릉도 독도 전망, 전남 해남 두륜산, 대구 팔공산, 대구 앞산공원, 경기도 양주 송암천문대, 경북 구미 금오산, 부산 금정산 금강공원, 전북 정읍 내장산, 전북 완주 대둔산 케이블카가 산악지대에 설치돼 있고 대구 우방타워랜드 같은 놀이시설에 들어선 두 개, 경기도 과천 관악산처럼 통신소에 설치된 비영리 케이블카도 세 개가 있습니다.

 

경남에는 통영에 하나뿐이지만 지리산 케이블카와 사천 각산~초양섬 케이블카 설치 요구가 제기돼 있고, 옆 동네인 울산시 울주군의 신불산에도 케이블카 설치 요구가 나와 있습니다.

 

헌 : 많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네요. 환경단체는 등산로를 폐쇄해 케이블카와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화이바는 예약 탐방제를 하더라도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해서 맞서는 국면인데요. 다른 케이블카들은 어떤가요?

 

케이블카 매표소. 왕복과 편도가 모두 가능합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케이블카와 이어지는 등산로를 폐쇄하면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한국화이바로서는 절대 하지 않으려 하겠지요. 하지만 처음 협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타고 올라가서 바로 내려오도록 왕복 이용권만 팔고 편도 이용권은 팔지 않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겠지요.

 

왕복 티켓만 파는 데도 있고 편도 티켓까지 함께 파는 데도 있었는데요, 설악산 울릉도 내장산 케이블카는 왕복만 하게 돼 있어 등산은 할 수 없지만 팔공산 금오산 금정산 대둔산은 편도 이용도 있습니다.

 

8. 보전가치 높은 지역은 케이블카가 등산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대체로 말하자면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은 케이블카가 등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했고 보전 가치가 덜해 보이는 산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등산도 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헌 : 그렇다면 얼음골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는 재약산과 일대 산림이 보전 가치가 늪으냐 아니냐로 결정을 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주 :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시는대로 얼음골 케이블카는 바로 아래에 천연기념물인 얼음골이 있고 조금만 더 가면 또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산들늪=사자평이 나오거든요. 이렇게 보전 대상이 가까이 있는 케이블카는 아마 얼음골 케이블카 말고는 없지 싶습니다. 등산로를 폐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편이 좀더 나았겠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헌 : 그런데 케이블카가 왜 이렇게 문제가 될까요? 개발과 보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너무 빤한 이야기가 되겠고……. 또 다른 관점에서는 어르신이나 장애인처럼 높은 산을 오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좋은 경치를 누리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요.

 

주 : 그렇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진짜 그런 관점에서만 보자면 케이블카가 올라가 서는 상부 승강장을 굳이 등산로랑 연결하려고 그렇게 애쓸 필요가 없는 것이죠. 등산하기 어려우신 분들이 거기 케이블카로 편하게 올라가 구경만 하고 내려오면 그만이니까요.

 

그런데도 등산로 연결 이야기가 나오는 자체가 그건 그냥 둘러대는 말일 따름이라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는 거죠. 그렇게 해서 누리는 장애인이나 어르신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실제로 목적은 어르신이나 장애인을 앞장세워 잇속을 챙기는 데 있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불법으로 얼룩진 케이블카 위쪽 승강장. 경남도민일보 사진.

9. 장애인·어른신 앞장세워 잇속 차리는 케이블카 업체

 

헌 : 그렇다 해도 이익을 내는 것이 나쁘기만 하지는 않잖아요?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는 개통 4년 8개월만인 2012년 12월 현재 이용객이 560만 명을 웃돌았고 지역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왔는데…….

 

주 : 문제는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는 데 있지 않을까요? 그럴만한 데만 설치하고 멈추면 좋을 텐데 그런 멈춤 기능이 우리 인간한테 고장이 나 있는 셈이죠. 나아가 케이블카는 그 자체가 사람의 자연에 대한 멈추지 못함의 상징이라 할 수 있지 싶은데, 아주 옛날에도 이를테면 골짜기를 가로지를 목적으로 동앗줄로 비끄러매어 길을 내곤 했었거든요.

 

자연은 깊은 협곡을 내어 사람이 건너가지 못하도록 만들었는데, 사람이 자기 필요에 따라 건너야 해서 길을 낸 것이죠. 이게 발전한 모습이 케이블카라 할 수 있는데, 예전에는 생존 또는 생활상 절박한 필요에 따라 냈다면, 지금은 단지 누리고 즐기기 위해 그 보람 이상이 되는 피해를 자연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얘기죠.

 

그렇게 해서 통영처럼 하나가 성공하면 그런 욕구가 다른 지역으로 자꾸자꾸 번져나가고요.

 

헌 : 케이블카가 불법이냐 아니냐 여부를 떠나서 환경 훼손을 불러오는 개발인 것만큼은 분명한 만큼, 제발 욕심을 멈춰서 아무 데나 짓지 말고 할 수 있는 데만 골라서 하면 좋겠다는 얘기군요.

 

주 :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국화이바는 얼음골 케이블카에서 나오는 수익을 사회로 돌리기 위해 복지재단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런 얘기도 좀 안하면 좋겠습니다. 결국은 눈가림이거든요. 또 제대로 지켜질는지도 미심쩍고, 지켜진다 해도 겉으로는 공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영리를 추구할 개연성도 적지 않으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김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