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은 창원 곳곳이 하루종일 어수선했습니다. 3·15의거 53주년 기념 행사 등등을 둘러싸고였습니다. 진주의료원 사태도 가세가 됐습니다. 경남도와 정부·여당에 폐업 결정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날 김상헌 MBC경남의 김상헌 기자와 함께 같은 방송국의 ‘라디오광장’에서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폐업 결정이 잘못이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진주의료원 구성원들이 잘못한 부분을 돌아보고 고쳐나가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3.15의거 기념행사에 진주의료원 노조가 찾아와 항의한다는 이유로 '오바'를 하고 있는 새누리당 국회의원 안홍준 선수(왼쪽). 경남도민일보 사진.

 

1. 대체로 폐업에 반대하지 않는 여권

 

김상헌 : 홍준표 도지사의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했다고 밝힌 지가 17일이 지났습니다. 지난달 26일 발표가 나왔지요? 처음 예견한 그대로 극한 대립으로 가고 있습니다.

 

김훤주 : 그렇습니다. 진주의료원 노조와 직원들, 그리고 야권 정치세력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폐업해서는 안 된다면서 반대 행동에 나서고 있고 홍준표 지사와 경남도 집행부가 폐업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여권은 대체로 폐업에 찬성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헌 : 진주가 지역구인 새누리당의 김재경·박대출 국회의원은 지난 7일 진주의료원에서 직원·노조와 간담회를 하면서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면서 미리 공론화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다고는 했지만 명확하게 폐업을 반대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주 : 도의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같은 진주 출신인 새누리당 심규환·양해영·정인태 도의원과 무소속 김백용 도의원이 공동 기자회견을 4일 하기로 했다가 미루고 8일 했습니다.

 

양비론을 주장했습니다. 진주의료원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하고 자구노력이 충분하지 못했으며 구성원들 사이 불신과 갈등도 심각하다고 몰아쳤습니다.

 

경남도에 대해서는 정책 실패와 관리 감독 잘못이 있다고 했지요. 그러면서도 폐업 방침을 철회하라고 경남도에 요구해 국회의원들보다는 진일보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최악의 경우’를 언급했습니다. “‘최악의 경우’ 의료원 폐업이 불가피하다면, 직원 고용 문제를 최우선과제로 삼아야 하며, 정서적 박탈감 해소를 위해 의료원 이상 가치가 나가는 도청이나 산하기관을 진주에 옮겨야 한다”고 말입니다. 폐업을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지요. 그래도 의회 표결에서는 반대한다고 했어요.

 

진주 출신 경남도의원 넷의 기자회견 모습. 경남도민일보 사진.

 

2. 폐업 결정이 잘못임은 분명하지만

 

헌 : 당연히 당사자인 진주의료원 노조와 진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경남 전역과 진주 지역 차원에서 야권 정당들과 시민사회 중심으로 대책위원회가 꾸려졌습니다.

 

또 보건의료노조는 14일 경남도의회 앞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집중투쟁을 마친 뒤 본회의를 방청하러 들어가려다 진입을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경남도가 의회에 폐업조례안을 상정해 놓은 상태여서 몸싸움도 격렬했다고 합니다.

 

주 : 지역민의 관점에서 보면 진주의료원 폐업은 잘못된 결정임이 분명합니다. 먼저 진주를 비롯해 서부경남에서 중요한 문제인데도 사전에 논의하지 않는 등 절차가 잘못됐습니다. 적자가 많고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를 대지만 어쨌든 입원 환자 등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나 대책이 없다는 점도 잘못입니다. 의료원 구성원들의 고용 유지를 위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잘못입니다.

 

헌 : 그래서겠죠? 경남 도민의 65%가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여론조사가 나왔어요. 통합진보당 김미희 국회의원이 지난 9일 경남 도민 1000명에게 물은 결괍니다. 654명이 폐업 결정이 ‘잘못’이라고 답했다는 것입니다.

 

주 :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점을 두고도 657명이 독단적 결정으로 평가했고요 향후 해결책도 스스로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폐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697명으로부터 나왔습니다.

 

3. 그런데도 폐업 반대 운동에 곱지 않은 지역 여론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진주의료원이 진주뿐만 아니라 서부경남 공공의료의 거점인데도 그 폐업 반대 운동을 보는 진주 지역 사람들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는 점입니다.


 

헌 : 여론조사만으로는 알 수 없는 여론이 있기 마련이죠. 또 경남도의 폐업 결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해도, 그것이 폐업을 당하는 진주의료원의 경영진과 직원 그리고 노조가 모조리 옳고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반증은 될 수 없으니까요.

 

주 : 경남도가 폐업 결정 발표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진주의료원의 이른바 ‘도덕적 해이’나 ‘비리’라고 하면서 들추는 보도자료를 냈고, “만성적자 때문에 부채가 늘었고 경영정상화는 뒷전인 채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은 회피했다. 폐업 빌미를 직원과 노조가 스스로 제공했다”고 밝혀오기는 했습니다.

 

그렇다 해도 진주 사람들이 이런 경남도의 발표에 크게 영향 받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만약 진주 여론이 경남도 발표 탓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지역 주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입니다.

 

헌 : 그렇죠. 실제로 곱지 않게 볼만한 근거가 있어서 그렇게 나타난다고 봐야겠죠.

 

4. 경남도가 이전 결정할 때 의료원 구성원들은 뭣 했나

 

주 : 보기를 들자면 진주의료원 이전·신축을 둘러싼 공방이 있습니다. 경남도가 만성 적자 때문에 폐업 결정을 하게 됐다고 주장하면 노조 쪽에서는 그런 적자에서 진주의료원 이전·신축 비용과 관리비 증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그 책임은 이전을 결정한 경남도에 있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헌 : 틀린 말이 아니잖아요? 보건복지부의 2012 공공병원 운영진단 보고서에도 나온 결과잖아요. 보고서는 의료원의 초전동 신축·이전을 적자 확대의 중요 원인으로 꼽았는데요. 그런 이전이 합당한지 충분하게 검토하지 않은 책임을 경남도에 묻고 있습니다.

 

‘이전 등을 단견(短見=짧은 생각)적으로 결정해 운영에 영향을 미친 사례’로 진주의료원이 꼽혔고, “신축 이전한 초전동이 도심에서 멀고 교통 여건이 나빠 접근성이 매우 낮은데도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병상 규모와 장비 숫자 등을 정했다”고 했거든요. 경남도가 말입니다.

 

주 : 맞는데요, 문제는 그런데 그렇게 경남도를 향해 날아가던 화살이, 진주의료원 구성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경남도에 더 큰 책임이 있는 줄은 잘 알지만, 의료원 구성원들도 적어도 묵인하고 부화뇌동한 잘못이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지요.

 

진주 사람한테서 들은 얘기인데요, 옛 도심에 있던 의료원을 초전동으로 옮길 때 지역 주민들이 그렇게 옮겨가면 손쉽게 찾아가기 어려우니 지금 자리에 그대로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의료원 쪽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 때는 가만 있다가 지금 상황이 극한으로 몰리니까 손을 내민다는 얘기인 셈입니다.

 

헌 : 그러니까 진주 출신 국회의원과 도의원이 폐업 반대에 대한 태도가 어정쩡한데 그렇게 어정쩡한 데는 나름대로 다 까닭이 있다는 얘기가 되는군요.

 

주 :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그런 정치인들은 옳으냐 그르냐보다 표가 되느냐 안 되느냐로 세상을 보고 살아가는 사람인데, 폐업 반대가 득표에 유리할 것 같으면 목숨이라도 걸고 반대에 나서겠죠. 그런데 알아보니 그렇지 않은 분위기가 지역에서 느껴지니까 저렇게 어정쩡하게 나오는 것이고요.

 

진주의료원이 공공기관이다 보니 그 종사자도 준공무원 신분이고 그래서인지 서비스가 다른 병원보다 떨어진다는 얘기도 많이 들려왔다고 합니다. 아울러 스스로 자립하려는 노력이 모자란다는 비판도 지역사회에서 있어 왔고요.

 

5. ‘있을 때 잘해’라는 대중가요가 생각난다는

 

헌 : 이번 월요일에 진주의료원 직원들이 기자회견을 한 까닭도 거기 있었네요. “103년 역사를 가진 진주의료원이 폐업 결정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 진주의료원 종사자로서, 사태의 원인 제공자로 진주 시민과 경남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면서 “폐업만은 막아주시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진주의료원 구성원들의 기자회견 모습.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사정도 딱하고 가슴도 답답합니다. 대중가요 제목이 머리에 떠오릅니다. “있을 때 잘해”라고요. 떠나가고 나서, 마음을 놓치고 나서는 아무리 잘하고 싶어도 잘할 수 있는 상대와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는 얘기이죠.

 

“그동안 진주 시민 여러분께 사랑받지 못한 점 고개 숙여 사죄드리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남 도민의 사랑을 받는 공공의료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겠다”는 말이 그대로 실현되기 바랍니다.

 

(반성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고 사과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잘못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에서 반성과 사과가 비롯되는데 적어도 기자회견 내용만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번에 반대 대책위원회에 야권 성향 단체들만 모였다고 하는데, 예전에 ‘진주혁신도시’나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통합으로 생겨난 ‘LH공사 진주 유치’ 때는 이른바 보수-진보 구분없이 대책위에 다 모인 것과 대조적이라 하더라고요.

 

지역 방송인 ‘진주MBC’가 ‘MBC경남’으로 통합되는 데 대한 반대 운동이 벌어졌을 때와 견줘도 대책위에 결집한 단체가 숫자에서 열기에서 많이 많이 처진다는 얘기도 들렸습니다.)

 

6. 폐업도 전에 진주의료원을 고사시키는 경남도

 

헌 : 어쨌거나 “도민의 사랑을 받는 공공의료를 실천”하려면 진주의료원이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하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진주의료원 상태는 어때요? 보도가 여러 차례 나가기는 했었죠?

 

주 : 14일 경남도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휴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 폐업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휴업을 하면 지금 입원 환자들을 내보야 합니다.

 
진주의료원 로비. 경남도민일보 사진.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15일 현재 진주의료원에는 입원환자가 127명 있고, 매일 120명 남짓 되는 환자가 의료원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재활치료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환자들, 다른 의료기관에서 받아주지 않는 장기 입원환자들이 아직 있는데 이들을 강제 퇴원시키는 일은 환자 인권을 무시하는 조치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폐지안이 도의회에 상정만 돼 있지 아직 처리되지 않아 법적으로는 폐업이 결정되지 않았는데도 환자 퇴원을 다그치고 약품 지급 중단을 요구하는 불법도 저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면에서 경남도 조치는 틀림없이 문제가 있습니다. 당장은 이처럼 입원 환자들의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헌 : 상당히 휑뎅그렁하겠습니다. 외래 환자도 입원 환자도 크게 줄었지요. 외래 진료실에서는 환자 만나기가 어렵고 수술실과 중환자실은 전깃불이 아예 꺼져 있다고요. 경남도 김두관 지사 시절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보호자 없는 병원 병실도 많이 비었다죠. 경남도가 지원을 중단한 때문이겠지요.

 

주 : 폐업 발표 당시 입원환자가 203명이었는데요, 경남도가 지원을 끊는 바람에 다른 병원으로 어지간하면 옮겨가야 마땅한데도 ‘보호자 없는 병원’의 환자는 꽤 남았다고 합니다. 보호자 없는 병원 서비스를 받지 못해도 남겠다는 얘기인데요, 다른 병원에서는 받아주지 않는 환자라고 봐야겠죠.


떠나는 간병인이 남긴 메모. 경남도민일보 사진.

 

진주의료원을 법적으로 폐업시키기도 전에 말려죽이겠다는 의도가 보입니다. 그래서 야권 도의원들은 도의회에 상정된 폐지안 처리를 4월로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뒤로 미루는 사이에 진주의료원이 이 달 3월을 못 넘기고 고사해 버리고 말겠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7. 보건복지부조차 경남도 폐업 결정에 동조하고

 

헌 : 이런 가운데 진주의료원 구성원들한테 유리한 소식과 불리한 소식이 한꺼번에 들리고 있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4월 임시회에서 진주의료원 같은 공공병원을 폐업할 때는 반드시 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공공의료원 관련 법률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시장이나 도지사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주 : 나쁜 소식은 이렇습니다. 보건복지부가 한 일인데요, ‘2013년 지방의료원 공공보건프로그램 수행대상기관’에서 진주의료원을 제외했습니다. 전국에 지방의료원이 34곳 있는데 유일합니다.

 

경남도의 폐업 방침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의회에서 폐업 결의가 나기도 전에 진주의료원 폐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보건복지부가 하고 있습니다. 아직 폐업은커녕 휴업도 결정되지 않았고, 나아가 경남도의 횡포 탓에 제대로 의료 행위가 이뤄지지 못하는 데 대한 지도·감독이 필요한데도 거꾸로 가는 어깃장 놓기를 일삼는다는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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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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