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이 시끄럽습니다. 물론 새로 뽑힌 도지사 홍준표 선수 탓입니다. 이런 홍준표를 도지사로 뽑은 우리도 대단합니다. 이 선수의 막무가내는 그야말로 끝이 없습니다. 독재자 박정희를 '듣고보고배운' 새 대통령 박근혜 선수와 어금버금합니다.

홍준표 선수의 막가는 작품 가운데에는 박근혜 선수 보건의료 정책을 앞장서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진주의료원 폐쇄·폐업도 있습니다. 의료 민영화(=사실은 사유화)를 위한 바탕으로 공공의료원 폐쇄를 깐다는 얘기입니다.잣대는 돈이 되느냐 아니냐입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두고 3월 1일 삼일절 저녁나절에 MBC경남 라디오광장 프로그램에서 같은 방송국의 김상헌 기자랑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박근혜의 독선과 불통은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러런데 알고 보니 홍준표 선수도 그 못지 않습니다.

박근혜는 나를 절망시키고 희망은 절대 주지 않는다.


1. 박근혜 못지 않은 홍준표의 일방통행

김상헌 : 요즘 연일 들끓고 있죠?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출자출연기관을 통폐합한다고 해서 말씀입니다. 특히 서부 경남 서민 의료를 맡고 있는 진주의료원을 없앤다 했습니다.


김훤주 : 아무런 사전 절차 없이 ‘버럭’ 발표부터 해버려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라는 비난이 거셉니다.


헌 : 왜 이렇게 추진한답니까?


주 : 글쎄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경상남도가 지고 있는 부채, 빚이 너무 많아서 경비 절감 차원에서 한다고 하죠?


헌 : 경비 절감이라면 이해가 되지 않을 까닭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요. 적든 많든 별 필요 없이 나가는 돈을 줄이면 그만큼 좋은 것 아닌가요?


주 : 말만 갖고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액수를 들여다보면 달라질 것입니다.


헌 : 부채가 1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데요? 그리고 통·폐합으로 절감되는 금액은 또 얼마지요?

홍준표가 폐업한다 발표한 진주의료원.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2월 현재 경남도가 지고 있는 부채는 1조3488억원입니다. (헌: 출자·출연기관 부채까지 포함된 금액인가요? 주 : 예, 그렇습니다.) 이것을 경남의 인구 338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39만9000원, 4인 가족 기준으로는 156만6000원입니다.


통폐합으로 절감되는 경비는 35억원이라는데요, 마찬가지로 경남 인구로 나누면 1035원, 4인 가족으로 4140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부채 총액의 385분의1, 0.2%도 아니고 0.0025%입니다. 이런 정도 경비 절감으로는 지금 부채의 이자도 갚을 수 없다는 얘깁니다.


2. 마찬가지 적자투성이인 경남개발공사 몸집은 불리고


헌 : 절감되는 경비 말고도 출자·출연기관이 운영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적자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효과도 있지 않나요?

주 : 없지는 않겠지요. 가장 문제가 되는 진주의료원은 해마다 적자가 40억~60억원이고 그렇게 쌓인 적자 총액이 279억원이라 했던데요, 이 경우 적자에 따른 혜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 등 서부 경남 지역의 가난한 서민들이 봤기 때문에 무조건 문제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공평하지도 않습니다. 같은 출자·출연기관인 경남개발공사는 이번에 오히려 경남도가 만들려고 계획한 경남관광공사를 흡수했는데요, 2010년 6월 현재 부채 비율이 무려 452%로 부채 총액이 6882억원이나 됐습니다. 그 뒤로 많이 갚기는 했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몸집을 더욱 불리게 됐습니다.


헌 : 통폐합을 해서 얻는 이득이 너무 작아 언 발에 오줌누기밖에 안 되는 셈이군요. 그렇다고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서 누구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것도 못되고요.

5일인가 경남도의회에 출석한 홍준표 선수.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더욱이 진주의료원 같은 공공 의료 기관의 경우 경남을 비롯해 전국에 모두 서른네 곳이 있는데 금액에서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가 적자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공공의료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이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이기 때문에 단순히 수익성만으로 존폐를 결정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 진주의료원쪽에서는 보호자 없는 병원, 장애인 산부인과, 장애인 전문치과, 호스피스 병동, 의료급여 환자와 저소득층 진료 등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고 환자 만족도도 84%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3. 문화·예술 관련 기관은 하나로 줄이고


헌 : 그나저나 진주의료원이나 경남개발공사 말고 이번에 통폐합 대상으로 이름을 올린 기관은 어떻게 되나요?

최근 이런 사태로 항의 방문이 잇따르자 홍준표 선수의 경남도는 대부분 출입문을 막았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경남문화재단과 경남영상위원회,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이 있습니다. 경남도 계획은 이들 셋을 통폐합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도립 거창대학과 도립 남해대학도 하나로 통합한다 했습니다. 그러나 북쪽 산악 지역과 남쪽 바닷가에 자리잡은 두 대학을 어떻게 통합할지 구체적인 그림은 내놓지 못했습니다. IT산업 관련 기업인 가온소프트에 대한 출자금 9억원도 회수하고요.

헌 : 다른 분야는 그렇다 치고, 문화 관련 기관들 통폐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논리는 또 어떤지요?


주 : 앞서 말씀드린대로 예산 절감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업무 중복에 따른 비효율성 제거가 명분인데요, 상당히 난폭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헌 : 꽤 비판적으로 보시는 것 같은데요.


4. 협박범 수준으로 노는 홍준표의 경남도


주 : 그렇게 비쳤다면 죄송합니다.(헌 : 아뇨. 사람에 따라 이렇게 보든지 저렇게 보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행해진 말과 행동을 보면 협박범 수준입니다.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의 경우 도지사가 사실상 임명권을 행사한다 해도, 민법상 재단법인으로 별도 이사회를 거쳐 임명이나 면직을 하도록 돼 있는데 이런 과정이 무시됐습니다.

경남도의 문화예술과장이 부하들을 데리고 원장을 찾아가 2월 말까지 사표를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순순히 물러나면 직원들 재취업을 보장하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재취업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직원들 밥줄을 원장 목에다 걸고 잡아당기는, 잔인한 행동입니다.


헌 : 경남도민일보에 보도가 됐었죠. 좀 지나치기는 하군요. 한 사람이 지배하는, 경우 없는 일반 사기업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을 경남도가 하고 있는 셈이네요.


주 : 뿐만 아니라 통합할 때 통합하고 없어질 때 없어지더라도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은 계속 하도록 해야 마땅할 텐데요, 20일자로 사업 예산을 걷어가 버렸습니다.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구성원들은 졸지에 월급 받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어졌습니다.


출장비도 나오지 않아 바깥으로 일보러 나갈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실행하고 있는 ‘초록 문명 지역 아카데미 사업’도 그대로 중단됐고요, 올해 들어 새로 하려던 여러 가지 공모 사업들도 못하고 있습니다.


헌 : 얘기를 듣자하니 문화 관련 기관 통폐합이 일러야 6월에 이뤄진다고 하니 어쩌면 최악의 경우 지금처럼 개점휴업 상태가 오래 갈 수도 있겠네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업과 관련돼 있는 사람들도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을 테고요.


주 : 말이나 행동뿐 아니라 추진 논리도 난폭한 편입니다. 제각기 해당 분야를 진흥하도록 하는 것이 이들 세 기관의 존립 이유이고 목표일 텐데,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 중복을 들어 비효율적이라고 몰아붙이는 자체가 일단 문제입니다.


문화재단은 문화예술 그 자체를 유지·보전·활성화하는 기관이고 문화콘텐츠진흥원은 이런 경남의 문화와 예술을 관광 자원으로 만들거나 스토리텔링 등을 통한 산업화가 목적인데, 또 영상위원회는 영화산업 자체의 복잡성이나 종합성을 특성으로 인정하는 기반 위에 있는데, 이런 차이에 따른 특화 전략이랄까 발전 가능성을 짓밟는 통폐합입니다. 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다른 두 기관을 수직적으로 흡수하는 것이죠.


5. 자기와 성향이 다른 인물을 통폐합으로 한 방에 날리고


헌 : 게다가 그렇게 얻는 예산 절감 효과도 얼마 되지 않고요. 문화재단이나 문화콘텐츠진흥원은 경남도뿐만 아니라 광역자치단체마다 독자적 가치를 인정받아 다들 있는 기관이라던데 경남만 그런 것이 없어지게 생겼네요.

2월 28일 열린 경남 문화 행정을 걱정하는 토크콘서트.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그런 면에서도 부끄러운 노릇입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문화재단 대표이사나 문화콘텐츠진흥원 원장, 그리고 영상위원회 위원장 이 세 사람이 모두 다 김두관 전임 도지사 시절 취임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편에서 홍준표 도지사가 통폐합 한 방으로 자기와 성향이 안 맞는 기관장 세 명을 날려버리는 계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헌 : 공공연하게 떠도는 얘기들이지요. 그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건 그렇고 다시 진주의료원으로 얘기를 돌려보죠. 진주의료원이 폐지되면 거기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나요?

새로 들어선 박근혜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국정에서 으뜸으로 삼고 있는데, 심각한 일자리 삭감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발표 하루 전까지만 해도 진주의료원에서는 자기 운명을 아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고 들리던데요.


6. 진주의료원 폐쇄, 대책이 전혀 없다


주 : 대책 없음이 경남도의 대책입니다. (헌 : 며칠 전 전화로 연결도 하고 했는데 그렇더라고요.) 200명 남짓이 일자리를 잃고 직간접으로 관련되는 인원까지 더하면 500명 규모라는데요, 고작 내놓은 대책이 자진퇴직 유도, 해고수당·명예퇴직수당 지급에다 심리 컨설팅 등입니다. 취업 알선과 재교육 최우선 지원 방안도 함께 얹혀 나왔습니다. 새삼스러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헌 : 예, 그러지 않아도 노조나 의료인들, 그리고 서부 경남 지역 주민들이 벌써 들썩이고 있죠? 한편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의료 기관 민영화, 즉 사유화 정책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주 :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홍준표 지사가 앞장서 실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의사·약사를 비롯한 의료계가 진주의료원 사태를 보는 시각입니다.


밥그릇이 달려 있고 목숨이 걸려 있는데 가만 있을 리가 없습니다. 발표 다음날인 2월 27일부터 경남도청이 하루종일 술렁거렸습니다. 출입문은 한 곳만 빼고 모두 폐쇄됐고 그나마 전투경찰이 지켰습니다.


진주시의원을 비롯해 지역 정치인들의 반발도 갈수록 거세질 것 같습니다. 진주 지역사회와 아무 논의도 공감대 형성도 없이 막가파식으로 처리했다는 얘기입니다. 노조도 감정이 크게 다쳐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 극복을 위해 자구 계획을 세웠는데도 경남도가 그것을 시행하지 않고 거꾸로 자구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헌 : 감정만 다쳐 있지는 않겠죠. 그보다 더 큰 문제도 있죠. 어쨌든 진주의료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분들도 당황스럽겠습니다. 여기가 폐쇄되면 어디로 가아 하나 하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이런저런 약품이나 시설들을 납품하는 업체들도 비슷한 걱정을 해야 하게 생겼네요.


7. 아내 치료 자식 공부 끊으면서 자기 술값은 그대로 쓰는 꼴

경남도민일보 사진.


주 : 경남도의 이번 출자·출연기관 통폐합을 비유해서 말하자면,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가장이 있습니다. 빚이 1500만원입니다. 아내가 아픕니다. 치료비가 20만원 들어갑니다. 자식은 학교에 다닙니다. 학비가 15만원입니다. 빚 갚으려고 아내 치료 중단하고 자식 학교 못 다니게 합니다. 절감되는 돈은 고작 35만원입니다.

정작 본인은 무엇을 얼마나 아끼겠다고 제대로 밝히지 못했습니다. 2월 4일 홍 지사 대신 윤한홍 행정부지사가 부채 상환과 재정 건전성 제고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평가가 대체로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었고 나아가 김두관 전임 도지사 때 했던 부채 절감 방안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홍 지사가 공약대로 마산으로 도청을 옮기고 진주에다 제2도청을 짓게 되면 부채는 더욱 늘어날 개연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땅을 사야 할 뿐 아니라 토목·건축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야 테니까요.


헌 : 하하. 재미있는 비유군요. 그러면서도 정작 가장인 자기자신이 얼마나 아껴서 빚을 갚겠는지는 제대로 알아듣도록 얘기하지 못했군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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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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