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많이 신청해 주세요^^
신청 방법은 이 글 끄트머리에 적혀 있답니다.~~~ Orz.....
경남도민일보가 하동녹차연구소와 함께 '문화·역사·생태와 함께하는 하동 전통차 탐방' 프로그램을 11월까지 하고 있답니다. '느긋함의 아름다움'도 누리고 '전통차 생산 농민을 돕는 연대'도 실현하자는 취지랍니다.
첫 걸음이 4월 28일 있었는데 모두 여덟 차례로 다달이 넷째 토요일에 마련돼 있습니다. 전통차의 대중화를 위해 하동군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통차가 주는 여유를 즐기고 하동 전통차 활로 개척에도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5월에는 오는 26일(토) 오전 8시 30분 경남도민일보 앞에서 하동을 향해 떠난답니다.
4월 28일, 날씨가 무척 맑았습니다. 오전 9시 30분 일행을 태우고 경남도민일보 앞을 떠난 버스는 1시간 30분 남짓 걸려 하동 악양 정서마을에 닿았습니다. 매암차문화박물관과 매암다원이 여기 있습니다. 일행이 여기 닿기 앞서 다원 주인인 강동오 박물관장이 나와 있었습니다.
1. 생각밖에 재미있었던 찻잎 따기
사람들은 간단한 설명을 듣고 차밭으로 들어갔습니다. 찻잎을 따기 위해서였습니다. 대부분 모자를 썼고 어떤 이는 팔토시까지 준비했습니다. 딴 찻잎은 바로 집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박물관 장효은 학예실장은 밥을 짓거나 전을 부칠 때 찻잎을 넣을 수 있고 비빔밥이나 나물 무침에도 쓸 수 있다고 일러줬습니다.
물론, 아무 찻잎이나 마구 따면 안 됩니다. 가운데에 순이 돋고 양 옆으로 잎이 달린 1창2기(一槍二旗)를 골라야 합니다. 너른 다원으로 스르륵 스며든 사람들이, 때로는 조용했고고 때로는 웃음을 울렸습니다.
찻잎 따기가 시답잖지 무어 대단하랴 싶었는데 해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딸수록 재미가 샘솟았습니다. 따기 알맞은 새순들도 많았습니다. 강 관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해는 꽃샘추위가 길어져 새순이 조금 늦게 나오게 됐어요. 지난 해는 동해(凍害)가 커서 찻잎이 좋지 않았어요. 올해는 지금부터가 따기 좋은 때랍니다."
한 시간가량 지나 차밭에서 나왔습니다.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랍니다. 잘 빚은 쑥떡도 함께 나왔습니다. 연둣빛 어린 잎이 돋아난 감나무들 아래 놓여 있는 의자에 둘러 앉았습니다. 그늘이 바닥에 얼비쳤습니다.
2. 생활 속에 깃들었던 우리 전통차
강 관장은 우리 차(茶)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옛날부터 조선에서는 생활이었다고 했습니다. 다례·차례(茶禮)는 삶 속에 있었습니다. 차를 통해 죽은 이를 불러내고 산 사람들끼리 이었다고 했습니다. 반면 중국에서는 차가 돈벌이 대상이었고요 일본에서는 아래위 질서를 나누고 구분을 지어주는 다도(茶道)였다고 했습니다.
1592년 조선을 침략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집권한 뒤 지배집단이 된 사무라이들이 일반 백성과 다른 존재임을 나타내는 데 차를 썼다는 얘기였습니다. 무릎을 꿇은 채 까다로운 절차를 지키며 차를 마셔야 한다는 다도를 만들어, 일반 백성 무지렁이와 사무라이는 품격이 다른 존재라고 뽐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본의 다도에 밀려 조선의 다례는 다른 전통과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 허물어졌다고 했습니다. 당시 학교 수신(修身·지금으로 치면 도덕) 과목에서 다도를 다뤘답니다. "조선인에게는 다도가 없다. 그냥 마구 마신다. 그러니 열등한 존재다."
다른 메시지도 더해졌답니다. "다도를 배우면 조선인도 일본인처럼 품격 높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강 관장은 이렇게 일본 다도가 '일본(內)과 조선(鮮)은 한 몸(一體)=내선일체'라는 일제 식민 정책까지 수행했다고 짚었습니다.
이렇듯 다원에서 차를 마시는 분위기는 전혀 무겁지도 딱딱하지도 않았습니다. 차는 이렇게 원래 자연스럽게 격식없이 마시는 것이랍니다. 햇살도 좋았고 드넓은 차밭에 널려 있는 차나무와 감나무와 여러 가지 풀들이 조금씩 색깔이 다르면서도 초록 속에서 잘 어울렸습니다.
3. 점심 먹고서는 떡차 만들기를
가까운 밥집에서 점심을 먹고와 떡차 만들기를 했습지요. 찌기와 찧기를 거친 찻잎이 한 사람 앞에 450g가량 제공됐습니다. 떡차는 중국 보이차와 같이 후(後)발효차로 분류되는 흑차라고 합니다. 흑차? 일행 가운데 이를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습니다.
장효은 실장이 말했습니다. "차나무를 녹차나무라 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이는 밀을 빵나무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말하자면, 녹차는 찻잎으로 만들 수 있는 여럿 가운데 하나일 따름입니다. 이밖에도 발효 정도에 따라 백차·황차·청차·홍차·흑차가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작업대에서 반죽돼 있는 찻잎을 덩어리로 만들어 다식판에 밀어넣고 꾹꾹 누릅니다. 어떤 이는 조금만 눌렀다 했고 어떤 이는 엄지손가락이 아프도록 100번 넘게 눌렀다 했습니다.
둥글납작하게 다져진 떡차는 오븐에 들어가 구워지면서 마른답니다. 전통 방식대로라면 햇볕이나 온돌에서 오랫동안 말린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데 보관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바로 가져가야 하기에 오븐을 쓴다고 했습니다.
4. 노래와 함께한 전통차 블렌딩
곧바로 전통차 블렌딩이 이어집니다. 차를 먼저 마신 다음 여기에 여러 다른 재료를 넣어 함께 우려냄으로써 색다른 맛을 누리는 것이랍니다. 메밀은 구수하고 은은합니다. 박하는 상큼하고 달콤합니다. 감국은 국화향이 짙고요, 자소엽은 향긋한 향과 함께 계피 맛을 냅니다.
이런 여러 재료를 바꿔 섞어가며 저마다 색다른 맛을 즐기다 보니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해졌습니다. 어쩌면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들떴는지도 모릅니다.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일어나 노래를 한 곡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햇살이 세어지면서 덩달아 짙어진 나무그늘 사이로 바람이 헤치며 다닙니다. 이런 가운데 사방에서 갖은 초록을 풍성하게 눈에 담다 보니 절로 흥그러워졌으리라 싶습니다. 가곡이었습니다. 듣기에 퍽 좋았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터져나온 손뼉 소리가 채 끝나기 전에 다른 사람이 나섰습니다. 답가를 부르겠답니다. 마찬가지 가곡이었습니다. 노래를 마친 그이는 앞서 노래한 이에게 '한 곡 더'를 청했습니다. 사람들은 목청 좋은 노래를 세 차례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차가 주는 느긋함, 느긋함에서 느닷없이 샘솟아 나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5. 가장 서민적인 절간 쌍계사에도 들르고
이어서 쌍계사를 들렀습니다. 토요일인 탓으로 조금은 붐볐습니다. 들머리 석문은 예나 이제나 별 꾸밈 없이 그대로였습니다. 절간으로 이어지는 길섶 나무들은 왕성하게 잎을 매달아 그늘이 풍성했습니다. 마당은 오가는 이들로 북적댔으나 처마 아래 그늘로 들어서니 뜻밖에 조용했습니다.
이곳저곳 전각과 대웅전 앞마당 진감선사 대공 탑비와 대웅전 옆구리 마애불을 눈에 담았습니다. 마애불은 투박하고 성속(聖俗)의 경계가 없습니다. 쌍계사의 서민적 느낌은 8할이 여기서 나온답니다. 고운 최치원이 지었다는 대공 탑비는 나중에라도 한글 번역을 차분히 읽어보면 느낌이 새롭다고 합니다.
쌍계사를 둘러보고 아래 하동차문화센터에 들어갔습니다. 강 관장의 설명은 계속됩니다. 하동 전통차의 약리 작용이 뛰어나다는 얘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일행은 매암차문화박물관에 잠깐 들러 앞서 만든 떡차와 악양 현지에서 제철에 뜯은 취나물 푸짐한 한 봉지를 챙겨들었습니다. 오후 6시 조금 넘은 시각에 경남도민일보 앞으로 돌아와 저마다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6. 5월부터는 점심은 좀더 푸짐하고 참가비는 좀더 낮추고
탐방을 마치고 나서 몇몇이 모여 의논을 했습니다. 탐방 프로그램과 참가비를 두고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선물을 비롯해 주어진 물품이 참가비 5만원에 견줘 모자라는 편은 아니었지만 '5만원'이 '심리적 저항선' 위에 있는 듯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3만5000원 정도로 하면 알맞겠다는 말씀이 많았고요, 대신 점심은 대폭 보강을 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습니다. 값이 비싸든 비싸지 않든 상관없이 점심을 제대로 푸짐하게 먹어야 전체 행사가 풍성해진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5월 26일 두 번째 전통차 탐방에서부터는 현장에서 바로 밥을 짓고 현지 제철 나물로 반찬을 만들어 맛을 살리는 한편으로, 참가한 이들이 찻잎전 등을 몸소 부쳐 보고 먹어 보는 체험을 더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떡차 만들기는 2만원에서 1만원으로 내리고요, 첫 번째 탐방에서는 개인에게 저마다 손에 들려 드렸던 제철 나물은 드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비용 측면에서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도 있지만, 참가한 이들이 모두 꼭 바라는 바는 아니라는 판단도 더해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내용은 더욱 알차지고 비용은 좀더 대중적으로 내렸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찻잎 따기랑 전통차 블렌딩은 그대로 진행하고요, 가볍게 막걸리도 한 잔 걸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신청 방법은 이렇습니다. 저랑 함께 일하는 민병욱 기자 손전화 019-559-9102나 전자우편 min@idomin.com으로 성함을 일러주시고요 참가비(3만5000원)를 농협 351-0372-1432-63 경남도민일보(갱상도 문화학교)로 송금하시면 됩니다.
어버이 어르신을 위한 효도 선물로도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훤주
신청 방법은 이 글 끄트머리에 적혀 있답니다.~~~ Orz.....
경남도민일보가 하동녹차연구소와 함께 '문화·역사·생태와 함께하는 하동 전통차 탐방' 프로그램을 11월까지 하고 있답니다. '느긋함의 아름다움'도 누리고 '전통차 생산 농민을 돕는 연대'도 실현하자는 취지랍니다.
첫 걸음이 4월 28일 있었는데 모두 여덟 차례로 다달이 넷째 토요일에 마련돼 있습니다. 전통차의 대중화를 위해 하동군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통차가 주는 여유를 즐기고 하동 전통차 활로 개척에도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5월에는 오는 26일(토) 오전 8시 30분 경남도민일보 앞에서 하동을 향해 떠난답니다.
4월 28일, 날씨가 무척 맑았습니다. 오전 9시 30분 일행을 태우고 경남도민일보 앞을 떠난 버스는 1시간 30분 남짓 걸려 하동 악양 정서마을에 닿았습니다. 매암차문화박물관과 매암다원이 여기 있습니다. 일행이 여기 닿기 앞서 다원 주인인 강동오 박물관장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늘 아래 왼쪽에 검은 옷 입고 서 있는 사람이 강동오 관장.
1. 생각밖에 재미있었던 찻잎 따기
사람들은 간단한 설명을 듣고 차밭으로 들어갔습니다. 찻잎을 따기 위해서였습니다. 대부분 모자를 썼고 어떤 이는 팔토시까지 준비했습니다. 딴 찻잎은 바로 집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박물관 장효은 학예실장은 밥을 짓거나 전을 부칠 때 찻잎을 넣을 수 있고 비빔밥이나 나물 무침에도 쓸 수 있다고 일러줬습니다.
1창2기 찻잎.
물론, 아무 찻잎이나 마구 따면 안 됩니다. 가운데에 순이 돋고 양 옆으로 잎이 달린 1창2기(一槍二旗)를 골라야 합니다. 너른 다원으로 스르륵 스며든 사람들이, 때로는 조용했고고 때로는 웃음을 울렸습니다.
찻잎 따기가 시답잖지 무어 대단하랴 싶었는데 해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딸수록 재미가 샘솟았습니다. 따기 알맞은 새순들도 많았습니다. 강 관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올해는 꽃샘추위가 길어져 새순이 조금 늦게 나오게 됐어요. 지난 해는 동해(凍害)가 커서 찻잎이 좋지 않았어요. 올해는 지금부터가 따기 좋은 때랍니다."
한 시간가량 지나 차밭에서 나왔습니다.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랍니다. 잘 빚은 쑥떡도 함께 나왔습니다. 연둣빛 어린 잎이 돋아난 감나무들 아래 놓여 있는 의자에 둘러 앉았습니다. 그늘이 바닥에 얼비쳤습니다.
2. 생활 속에 깃들었던 우리 전통차
강 관장은 우리 차(茶)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옛날부터 조선에서는 생활이었다고 했습니다. 다례·차례(茶禮)는 삶 속에 있었습니다. 차를 통해 죽은 이를 불러내고 산 사람들끼리 이었다고 했습니다. 반면 중국에서는 차가 돈벌이 대상이었고요 일본에서는 아래위 질서를 나누고 구분을 지어주는 다도(茶道)였다고 했습니다.
차밭이지만 감나무도 있습니다.
1592년 조선을 침략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집권한 뒤 지배집단이 된 사무라이들이 일반 백성과 다른 존재임을 나타내는 데 차를 썼다는 얘기였습니다. 무릎을 꿇은 채 까다로운 절차를 지키며 차를 마셔야 한다는 다도를 만들어, 일반 백성 무지렁이와 사무라이는 품격이 다른 존재라고 뽐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본의 다도에 밀려 조선의 다례는 다른 전통과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 허물어졌다고 했습니다. 당시 학교 수신(修身·지금으로 치면 도덕) 과목에서 다도를 다뤘답니다. "조선인에게는 다도가 없다. 그냥 마구 마신다. 그러니 열등한 존재다."
다른 메시지도 더해졌답니다. "다도를 배우면 조선인도 일본인처럼 품격 높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강 관장은 이렇게 일본 다도가 '일본(內)과 조선(鮮)은 한 몸(一體)=내선일체'라는 일제 식민 정책까지 수행했다고 짚었습니다.
이렇듯 다원에서 차를 마시는 분위기는 전혀 무겁지도 딱딱하지도 않았습니다. 차는 이렇게 원래 자연스럽게 격식없이 마시는 것이랍니다. 햇살도 좋았고 드넓은 차밭에 널려 있는 차나무와 감나무와 여러 가지 풀들이 조금씩 색깔이 다르면서도 초록 속에서 잘 어울렸습니다.
3. 점심 먹고서는 떡차 만들기를
가까운 밥집에서 점심을 먹고와 떡차 만들기를 했습지요. 찌기와 찧기를 거친 찻잎이 한 사람 앞에 450g가량 제공됐습니다. 떡차는 중국 보이차와 같이 후(後)발효차로 분류되는 흑차라고 합니다. 흑차? 일행 가운데 이를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습니다.
매암차문화박물관 안쪽 모습. 다다미가 깔려 있습니다.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차 관련 그릇들.
지은 지 84년 됐다는 박물관. 일제 강점기 수리조합인가 하는 건물이었답니다.
장효은 실장이 말했습니다. "차나무를 녹차나무라 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이는 밀을 빵나무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말하자면, 녹차는 찻잎으로 만들 수 있는 여럿 가운데 하나일 따름입니다. 이밖에도 발효 정도에 따라 백차·황차·청차·홍차·흑차가 있다고 합니다.
떡차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는 장효은 박물관 학예실장.
사람들은 작업대에서 반죽돼 있는 찻잎을 덩어리로 만들어 다식판에 밀어넣고 꾹꾹 누릅니다. 어떤 이는 조금만 눌렀다 했고 어떤 이는 엄지손가락이 아프도록 100번 넘게 눌렀다 했습니다.
떡차 만드는 사람들.
다식판과 떡차.
둥글납작하게 다져진 떡차는 오븐에 들어가 구워지면서 마른답니다. 전통 방식대로라면 햇볕이나 온돌에서 오랫동안 말린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데 보관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바로 가져가야 하기에 오븐을 쓴다고 했습니다.
4. 노래와 함께한 전통차 블렌딩
곧바로 전통차 블렌딩이 이어집니다. 차를 먼저 마신 다음 여기에 여러 다른 재료를 넣어 함께 우려냄으로써 색다른 맛을 누리는 것이랍니다. 메밀은 구수하고 은은합니다. 박하는 상큼하고 달콤합니다. 감국은 국화향이 짙고요, 자소엽은 향긋한 향과 함께 계피 맛을 냅니다.
이런 여러 재료를 바꿔 섞어가며 저마다 색다른 맛을 즐기다 보니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해졌습니다. 어쩌면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들떴는지도 모릅니다.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일어나 노래를 한 곡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햇살이 세어지면서 덩달아 짙어진 나무그늘 사이로 바람이 헤치며 다닙니다. 이런 가운데 사방에서 갖은 초록을 풍성하게 눈에 담다 보니 절로 흥그러워졌으리라 싶습니다. 가곡이었습니다. 듣기에 퍽 좋았습니다.
안쪽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가 끝나자 터져나온 손뼉 소리가 채 끝나기 전에 다른 사람이 나섰습니다. 답가를 부르겠답니다. 마찬가지 가곡이었습니다. 노래를 마친 그이는 앞서 노래한 이에게 '한 곡 더'를 청했습니다. 사람들은 목청 좋은 노래를 세 차례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차가 주는 느긋함, 느긋함에서 느닷없이 샘솟아 나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5. 가장 서민적인 절간 쌍계사에도 들르고
이어서 쌍계사를 들렀습니다. 토요일인 탓으로 조금은 붐볐습니다. 들머리 석문은 예나 이제나 별 꾸밈 없이 그대로였습니다. 절간으로 이어지는 길섶 나무들은 왕성하게 잎을 매달아 그늘이 풍성했습니다. 마당은 오가는 이들로 북적댔으나 처마 아래 그늘로 들어서니 뜻밖에 조용했습니다.
쌍계 석문.
절간 처마 아래 그늘에서 쉬는 사람들.
이곳저곳 전각과 대웅전 앞마당 진감선사 대공 탑비와 대웅전 옆구리 마애불을 눈에 담았습니다. 마애불은 투박하고 성속(聖俗)의 경계가 없습니다. 쌍계사의 서민적 느낌은 8할이 여기서 나온답니다. 고운 최치원이 지었다는 대공 탑비는 나중에라도 한글 번역을 차분히 읽어보면 느낌이 새롭다고 합니다.
쌍계사 마애불.
진공선사 대공탑비. 조금 삐뚜름하게 놓였습니다. 고운 최치원이 글을 썼답니다.
쌍계사를 둘러보고 아래 하동차문화센터에 들어갔습니다. 강 관장의 설명은 계속됩니다. 하동 전통차의 약리 작용이 뛰어나다는 얘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일행은 매암차문화박물관에 잠깐 들러 앞서 만든 떡차와 악양 현지에서 제철에 뜯은 취나물 푸짐한 한 봉지를 챙겨들었습니다. 오후 6시 조금 넘은 시각에 경남도민일보 앞으로 돌아와 저마다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6. 5월부터는 점심은 좀더 푸짐하고 참가비는 좀더 낮추고
쌍계사 대웅전 앞마당.
탐방을 마치고 나서 몇몇이 모여 의논을 했습니다. 탐방 프로그램과 참가비를 두고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선물을 비롯해 주어진 물품이 참가비 5만원에 견줘 모자라는 편은 아니었지만 '5만원'이 '심리적 저항선' 위에 있는 듯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3만5000원 정도로 하면 알맞겠다는 말씀이 많았고요, 대신 점심은 대폭 보강을 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습니다. 값이 비싸든 비싸지 않든 상관없이 점심을 제대로 푸짐하게 먹어야 전체 행사가 풍성해진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래서 5월 26일 두 번째 전통차 탐방에서부터는 현장에서 바로 밥을 짓고 현지 제철 나물로 반찬을 만들어 맛을 살리는 한편으로, 참가한 이들이 찻잎전 등을 몸소 부쳐 보고 먹어 보는 체험을 더하기로 했습니다.
대신 떡차 만들기는 2만원에서 1만원으로 내리고요, 첫 번째 탐방에서는 개인에게 저마다 손에 들려 드렸던 제철 나물은 드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비용 측면에서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도 있지만, 참가한 이들이 모두 꼭 바라는 바는 아니라는 판단도 더해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내용은 더욱 알차지고 비용은 좀더 대중적으로 내렸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찻잎 따기랑 전통차 블렌딩은 그대로 진행하고요, 가볍게 막걸리도 한 잔 걸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신청 방법은 이렇습니다. 저랑 함께 일하는 민병욱 기자 손전화 019-559-9102나 전자우편 min@idomin.com으로 성함을 일러주시고요 참가비(3만5000원)를 농협 351-0372-1432-63 경남도민일보(갱상도 문화학교)로 송금하시면 됩니다.
어버이 어르신을 위한 효도 선물로도 괜찮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훤주
반응형
'가본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자라고 허술하지만, 책을 한 권 냈습니다 (22) | 2012.06.20 |
---|---|
남해 가천도 좋지만 홍현마을이 더 좋아 (2) | 2012.06.18 |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진 모산재 영암사지 (0) | 2012.05.09 |
마창대교 풍경이 좋은 창원 귀산 바닷가 (1) | 2012.04.27 |
죽음과 스러짐이 가득한 봄 들머리 우포늪 (0) | 2012.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