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4일 오후 4시 집을 나섰습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삼계리 내서여고 앞에서 116번 시내버스를 탔습지요. 창원 귀산 해안로를 찾아가는 길이랍니다. 목적지인 석교(石橋)에 가는 시내버스는 216번과 257번 둘 뿐입니다. 저희 집에서는 바로 가는 버스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들 버스 노선과 만나는 116번을 타고 가다 알맞추 내려 갈아타야 한답니다.

마산 월영동이 기점인 257번 버스를 타려면 산호동 마산운동장 정류장에서 내린 다음 신세계백화점 앞 육교를 건너야 합니다. 창원 대방동이 기점인 216번 버스를 타려면 창원 신촌 유신상가 앞 정류장에서 내려 그 자리에서 받아타면 된답니다.

휴대전화로 257번과 216번 시내버스의 실시간 위치를 알아봤더니 257번은 이미 앞서가 버렸다고 나옵니. 배차 간격이 65~85분이라니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려면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게 생겼습니다. 216번도 보니까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216번은 그래도 30~45분 간격으로 움직인다니 이번에는 신촌에서 내리는 편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4시 30분 즈음 신촌에 내려서는 유신상가 안에 있는 조그만 술집에 들렀습니다. 점심을 먹지 않아 배가 출출한 데다 30분 넘는 시간을 정류장에서 일없이 버스만 기다리려니 따분했기 때문이지요. 마른 오징어 한 마리와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습니다.

오후 무렵 술집은 밤중보다 오히려 어둑어둑한 느낌이 듭니다. 손님이 없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막걸리를 석 잔째 마시고 휴대전화로 보니까 216번이 신촌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나왔습니다. 먹걸리는 남긴 채 먹다 남은 오징어를 비닐 봉지에 싸달라고 해서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5시 조금 넘은 시각에 216번을 탈 수 있었습니다.

오늘처럼 시내버스를 혼자 탔을 때는 차 안 사람들 움직임에 눈길이 많이 갑니다. 언제나처럼 뒷자리에 앉아 몇 안 되는 손님들을 훑어보노라니 왼편 남자가 오른편 여자에게 초점을 맞춰 표나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자가 아무 말 않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 여겼지만 조금 더 지켜보니 '그렇구나' 싶었습니다. 둘은 서로 사귀는 연인 관계였습니다. 좀 있으니 남자는 여자 바로 뒷자리로 옮겨가 이런저런 각도로 사진을 찍어댔고요, 여자는 아까보다도 훨씬 분방하게 몸짓을 했습니다.

그이들과 저는 석교 버스 종점에서 같이 내렸습니다. 석교는 '돌돌개'라고도 하는데요, 동네 사람 한 분한테 들었는데 바다 물살이 세어서 물 아래 바닥에서 돌이 굴러가는 소리가 '돌돌돌' 난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랍니다. 과연 돌돌개는 바깥바다에서 옴폭 파인 항만으로 이어지는 대목에 자리잡고 있어서 물살이 셀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온 남녀는 사진을 찍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을 맞으면서도 두 남녀는 무척 즐겁기만 했습니다. 저는 그이들을 뒤로 하고 먼저 돌돌개 바닷가로 내려가 봤습니다. 별다른 풍경은 없었지만 여느 어항 마을과 비슷한 풍경이 나름 정겨웠습니다.

돌돌개 바닷가를 둘러보고 도로 올라와 오던 길을 거꾸로 더듬어 갑니다. 창원시가 '귀산 해안로'라 이름한 여기는 사실 마창대교가 눈에 담을만한 명품입니다. 마창대교가 호주 투기자본 맥쿼리랑 관련돼 있어 이런저런 얘기들이 끊이지 않지만 어쨌든 여기 바다에서 바라보는 마창대교 이쪽저쪽 풍경은 색다른 맛이 가득합니다.

그렇다고 그것뿐만은 아닙니다. 도심 가까운 데에 이런 바다가 있다는 자체가 매력입니다. 예전에는 그에 앞서 봉암대교에서부터 두산중공업이 있는 자리까지 그야말로 멋진 바다였지만 지금은 그냥 옛날 사람들 기억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지금 이만큼이라도 남아 찾아오는 사람들 마다하지 않는 바다라서 그저 좋을 뿐입니다.

설렁설렁 걸으며 바라보는 풍경이 나쁘지 않습니다. 한쪽에는 바닥에 바짝 엎드린 집들이 있습니다. 놀러오는 사람들을 겨냥해 짓고 있는 3층 짜리 건물도 있습니다.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도 있습니다. 바다 쪽으로는 이런저런 배들이 매여 있습니다. 바람에 선들선들 흔들리고 있습니다.

바다를 향해 놓여 있는 긴의자는 때로는 비어 있고 때로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란히 앉아 고개를 숙이고 무엇인가 들여다봅니다. 둘이서 속삭이는 것 같다는 착각을 저는 합니다. 그 앞에서 바다는 물결을 출렁입니다.


바닷가에는 걷는 사람이 없습니다. 죄다 자가용 자동차를 타고 온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은 여기 와서 낚시질을 합니다. 부부가 연인이 친구들이 함께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먹는 자리를 눈여겨 보니까 대부분이 돼지고기를 굽습니다. 저는 그이들이 바다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를 회로 쳐 먹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이들에게 낚시는 그렇다면 걸리면 좋고 걸리지 않아도 그 뿐인 즐길거리일 따름인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돼지고기를 일부러 장만해와 구워 먹을 까닭은 없겠지요.

여기 바닷가는 해질 무렵이 가장 좋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마창대교 이쪽저쪽으로 해가 걸리거나 어스럼이 깔리거나 할 때 누리는 눈맛이 그럴 듯하다는 말씀입니다. 저녁 6시가 조금 못 돼서 마창대교 아래에 닿았습니다. 여기에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도록 콘크리트로 바닥을 깐 공간이 있습니다.

이런 공간에는 어김없이 이런저런 포장마차가 들어서 있습니다. 들머리 앞에 있는 포장 트럭에서는 커피를 팔고 있습니다. 영어로 읊조리는 노래가 나옵니다. 거기 맞춰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커피를 한 잔 샀습니다. 설탕을 넣지 않아 쌉싸름한 그 맛이 따뜻한 기운과 함께 몰려듭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데로 걸음을 옮깁니다. 여기는 제대로 된 포장마차입니다. 달걀과 어묵을 한 입 베어 물고는 명태전에 막걸리를 주문했습니다. 마실 때는 차지만 목을 넘어가고 나서는 따스해지리라 기대를 했습니다. 막걸리는 나름대로 기대를 충족시켜 줬습니다.

해 저무는 바다를 바라봅니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뚜렷할 때보다는 조금 아스라할 때 마음이 잘 움직이나 봅니다. 밝음과 어둠, 빛과 그늘의 경계에 놓인 여기 퐁경들이 사람 마음을 조금씩 흔들어 댑니다.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이 있는 듯한 사람들이 저쪽 바닷가에 늘어서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도 시나브로 허전해졌습니다. 바다는 조금씩 어두워지고 가로등은 갈수록 또렷해집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다가 정신이 없어졌을 때, 이렇게 가까이에 찾아갈만한 바다가 작으나마 있다는 사실은 창원 사람들에게는 작지 않은 복이지 싶습니다.

게다가 여기는 길까지 잘 닦여 있습니다. 물론 울퉁불퉁 흙길이면 더욱 좋겠다 싶기는 하지만 요즘 같은 개발 세상에 그런 따위는 가당찮은 헛소리고 개꿈이겠지요. 4km정도 되는 길을 두 시간 가량 거닐다가 7시 즈음해 216번 버스를 타고 돌아나왔습니다.

신촌에 내려서는 아까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술집에 들러 116번 우리 집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에 막걸리를 한 병 마셨습니다. 휴대전화로 실시간 버스 위치 확인을 해가면서 말씀입니다. 이 또한 나름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김훤주

시내버스 정보 216번(대방동~가음정~대동백화점~은아아파트~창원시청~트리비앙아파트~창원종합운동장~문성대학~충혼탑~한국철강~두산중공업~용호마을~석교)

대방동 출발

오전 5시 6시 7시 7시35분 8시 15분 8시 50분 9시 30분 10시 10분 11시 20분 11시 55분 오후 12시 35분 1시 15분 1시 55분 2시 35분 3시 15분 3시 55분 4시 40분 5시 25분 6시 15분 7시 7시 45분 8시 30분 9시 15분 10시


(휴일은 오전 5시 5시 53분 6시 45분 7시 35분 8시 28분 9시 20분 10시 10분 11시 45분 오후 12시 20분 12시 55분 1시 35분 2시 15분 2시 55분 3시 35분 4시 15분 5시 10분 6시 5분 7시 10분 8시 10분 9시 5분 10시)

석교 출발 대방동 출발 시각에서 1시간 더해진 시각(휴일과 평일 모두)

시내버스 정보 257번(월영아파트~중부경찰서~경남데파트~어시장~신세계백화점~서광아파트~창원특수강~두산중공업~용호마을~갯마을~석교)

월영아파트 출발 오전 5시 20분 6시 25분 7시 40분 8시 45분 10시 11시 5분 오후 12시 20분 1시 25분 2시 40분 3시 45분 5시 6시 5분 7시 20분 8시 20분 9시 30분 10시 30분


석교 출발 오전 6시 15분 7시 20분 8시 35분 9시 40분 10시 55분 정오 오후 1시 15분 2시 20분 3시 35분 4시 40분 5시 55분 7시 8시 15분 9시 15분 10시 20분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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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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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05 09: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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