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빗속 거제 봄바다의 색다른 즐거움

김훤주 2012. 4.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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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는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생태·역사기행'을 진행한답니다. 올해는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이사장 양운진)와 경남도민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갱상도 문화학교가 주관하며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은 후원을 합니다.

지난해는 9월부터 12월까지 네 차례 했고요, 올해는 3월부터 10월까지 여덟 차례 치릅니다. 올해 첫 나들이는 3월 23일 봄비가 내리는 가운데 거제 바다에서 했습니다.


우리나라 남해 바다는 대체로 섬으로 둘러싸이거나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 잔잔하고 거칠지 않습니다. 물결이 해안을 핥아대는 소리도 그래서 시끄럽기 보다는 조용한 편입니다. 그런데 같은 남해라도 거제는 다릅니다.

동쪽에 있는 장승포~능포 바다는 더욱 그렇습니다. 동백으로 이름난 지심도가 장승포 바로 앞에 있습니다만, 파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배가 뜨지 못할 지경입지요.
 

아래에는 저렇게 파도가 치고 있습니다.


곧바로 바깥바다와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 바라봄에 거침이 없는(一望無際), 동해랑 비슷한 풍광과 느낌을 줍니다. 물론 남해바다의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이 동해바다보다 못하다는 얘기는 전혀 아닙니다.


다만 굳이 바다에서 시원하고 씩씩한 느낌을 품고 싶거든 거제 쪽으로 걸음해도 좋겠다는 얘기일 따름입니다. 유별나게 추웠던 겨울을 지나온 봄을 맞아, 첫 나들이를 거제로 잡은 뜻도 여기에 있는 셈입니다.


3월 23일 낮 12시 30분 즈음, 가는 봄비를 맞으며 거제를 찾은 나들이는 장승포항 붉은 등대에서 시작됐습니다. 거가대교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부산과 거제를 이어주는 쾌속선이 뜨던 곳이지요.

1970~8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던 장승포항은 지금도 여전히 아늑했습니다. 맞은편 명물 거제문화예술회관은 흩어지는 빗속에서도 모습이 바다에 얼핏 어리었습니다.


등대 있는 방파제에서 돌아나와 오른편으로 돌아 비치호텔 두 개를 지나면서 언덕을 올랐습니다. 200m 정도 이어지는 언덕이 끝나는 자리에 전망대가 있습니다. 동백을 비롯한 갖은 풀과 나무와 새들과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지심도는 바로 지척인데도 비구름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심도 바라보이는 언덕배기에 섰으나 비구름에 바다가 통째 뿌옇습니다.


지심도를 눈으로 어림짐작해 보다가 걸음을 돌립니다. 아래 30~50m 즈음에서는 바다가 바위를 두드리는 소리가 거세차게 납니다. 사람들은 하얗게 거품을 이루며 부서지는 바다를 망연히 내려다봅니다.


길가에 늘어선 동백은 드문드문 꽃을 피우기도 했고 이미 떨어진 꽃망울도 있었습니다. 벚나무는 잎눈보다 먼저 꽃눈이 비어져 나왔습니다. 감싸는 꺼풀이 얇은 때문인지 눈여겨 보면 꽃눈이 불그스레합니다. 한 보름만 있으면 연분홍 봉오리로 피어오르겠지요.


산기슭 흙바닥에는 냉이나 쑥 같은 나물을 비롯해 여러 풀들이 바닥에 엎드린 채 푸릅니다. 시들어 버린 덤불 아래에는 더 많은 싹들이 고개를 내밀었겠지요. 수선화들도 길가 꽃밭에서 노란 꽃을 군데군데 피웠습니다.

여기 수선화는 아마 공곶이가 고향입니다. 공곶이에는 40년 넘게 나무와 풀을 가꾸고 있는 어르신 부부가 삽니다. 그이들이 거제시에 내어놓은 것일 테지요.
 


산책로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서 같은 방향으로 휘어집니다. 먼바다는 안개로 제 몸통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 보인다고 좋기만 할까요, 보이지 않는 풍경을 보며 그 너머를 이리저리 짐작하는 즐거움도 작지는 않습니다.


우산이나 모자로 비를 가린 일행도 느낌은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드물게 겪는 우중(雨中)산책이라 색다르고 좋다는 것입니다. 구비마다 펼쳐지고 오무라지는 해안도 사람들 눈길을 꽤 많이 받았습니다.
 

흙이 보드랍게 갈아놓은 밭도 있었습니다. 무엇을 심을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일할 사람은 복도 많습니다. 바다와 바람이 자기것이니까요. 그러나 그 또한 일상이 되면 그다지 감흥이 크지는 않겠지요.


3km정도 되는 데서 아스팔트길을 놓고 조각공원으로 접어듭니다. 오른쪽은 물론 왼쪽으로도 바다가 보입니다. 오른쪽은 물결이 거센 편이지만 능포항이 자리잡은 왼편은 바다가 잔잔했습니다.
 


조각공원은 능포항을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능포항은 뒤편 산기슭에 들어선 아파트 탓에 좀 산만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늑했습니다. 전체로 봐서 천박하지 않으면서도 느낌이 색다른 때문인지 사람들은 조각공원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하나 위 그림 가운데 있는 작품을 따로 찍었습니다. 눈여겨 보면 물결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바람에 흔들리면 소리가 울리게 돼 있었습니다.


바로 옆 매실밭에는 매화가 활짝 피었습니다. 흐린 바다를 뒤로 하고 매화를 끌어당겨 사진을 찍습니다. 아래쪽 해맞이공원에서는 안개로 뿌옇게 흐려진 바다가 발 아래 있었습니다. 맑은 날에는 시퍼런 바다가 흰 물거품 앞세우며 한가득 달려들겠지요.
 

조작공원에서 해맞이공원으로 넘어가는 솔숲길.


끄트머리에서는 왼편 능포항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조각공원에서 다시 2km가량 걸어서 닿았습니다. 길이 가팔라 오른편 양지암으로는 가지 않았습니다. 두 시간 남짓 걸린 바닷가 산책이었습니다.
 

능포항에서 본 해녀 물질하는 모습. 해녀는 제주도에만 있는 줄 알지만, 뻘갯벌이 발달하지 않은 거제나 남해에서는 간혹 이들 해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통영 서호시장을 들렀습니다. 어떤 이는 구경만 하고 어떤 이는 해물을 사고 어떤 이는 그 짧은 시간에도 생선회를 먹었습니다. 첫 나들이로 나른해진 일행이 아침에 출발했던 경남도민일보 앞에 돌아온 때는 오후 5시 30분 즈음이었습니다.


이날 아침 9시에 거제 갈 때는 거가대교를 탔습니다. 같은 길을 오가는 단조로움을 벗어나기 위해서였습지요. 그리고 들머리 가덕휴게소에서 30분 가량 둘레 풍경을 누렸습니다.  거제에서는 넓고 큰 새 길일랑 버려두고 장목~하청~연초로 이어지는 옛길을 골라잡아 시골 풍경을 눈에 담았습니다.


걷기에 앞서 점심을 먹은 데는 연초면 오비리 돌산비빔밥(055-632-1083). 거제 성포의 양조장에서 빚은 동동주와 파전도 곁들일 수 있었습니다. 보리밥과 함께 나온 나물과 된장국에는 봄냄새가 어려 있었습니다.


생태·역사기행은 10월까지 이어집니다. 4월 20일(금) 합천 영암사지와 가회 일대 벚꽃길, 5월 18일(금) 남해 가천·홍현마을과 둘레 갯가, 6월 15일(금) 하동 쌍계사와 십리벚나무 그늘길, 7월 20일(금) 마산의 갯벌들, 8월 17일(금) 김해 여러 박물관들과 습지 유적, 9월 21일(금) 전남 순천만 일대, 10월 19일(금) 밀양 가지산·재약산 사이 동천 둑길.
 
참가비는 회당 1만5000원, 맛있고 풍성한 점심도 제공됩니다. 문의나 신청은
pole08@hanmail.net이나 010-2926-3543으로 하면 된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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