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다달이 누리는 경남 생태역사기행 여덟 곳

김훤주 2012. 3. 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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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와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가 함께 3월부터 10월까지 2012 경남도민 생태·역사기행을 합니다.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의 지원을 받고요,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이 주관합니다.

2011년에는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 주최 경남도민일보 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 주관으로 9~12월 네 차례 했는데요, 경북 문경 새재, 창녕 소벌(우포늪)과 김해 화포천, 사천 종포~대포 바닷가, 창녕 관룡사와 옥천사터를 둘러봤습지요.

올해는 여덟 차례로 늘렸습니다. 3월에는 거제 장승포~능포 바닷가길, 4월에는 합천 모산재 영암사지~가회 벚꽃길, 5월에는 남해 가천~홍현 바닷가길, 6월에는 하동 쌍계사~화개장터 벚나무 그늘길을 걷습니다.

7월에는 여전히 살아 있는 마산의 갯벌을 둘러보고 8월에는 갖은 박물관이 잘 갖춰 있는 김해를 찾아 습지 관련 유적까지 살펴보며 9월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가꿔져 있다는 전남 순천만 갯벌, 10월에는 아늑한 가운데 단풍도 있는 밀양 가지산과 재약산 일대 동천 둑길을 누빕니다.

참가 신청은 2011년과 마찬가지로 손전화 010-2926-3543과 전자우편 pole08@hanmail.net로 성함과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참가비(점심값 포함)는 1만5000원(여덟 차례 모두를 한꺼번에 하시면 2만원 깎아서 10만원)입니다.

2011년에는 참가비가 1만원이었으나 올해는 여러 사정으로 5000원을 올렸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신 좀더 푸근하고 여유롭게 모시겠습니다. 그러면 다달이 떠나는 여정을 조금 소개해 보겠습니다.

3월 거제 장승포~능포 바닷가

장승포는 거제도의 동쪽 끝입니다. 거제문화예술회관이 있습니다. 회관에서 붉은 등대 있는 쪽으로 부두 따라 걷다 망산 뒤로 오릅니다. 들머리 나란히 들어선 비치호텔 둘을 지나면 바다는 트인 모습을 시원하게 보여줍니다. 동쪽 끝 장승포에서 바다를 따라 남에서 북으로 치오르는 길입니다.

한참을 바다와 동행하다 능포동에 접어들어 조각공원과 해맞이공원을 거치는 길입니다. 그러다 양지암 바닷가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와 능포항 방파제로 들어섭니다. 봄을 맞아 꽃이 어우러지는 바닷가길입니다.

바람이 저절로 따사로움을 머금는 지금은 저 거센 파도 소리조차 나무나 풀에서 싹이나 잎이나 빨리 피어나라 일러주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길가 벚나무는 조금만 있으면 벌어지겠다 싶고 동백은 반짝이는 잎과 함께 꽃도 피어 있습니다.

조각공원이랑 해맞이공원 있는 데로 들면 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조각 작품들이 죽 늘어서 있습니다. 줄곧 이어지는 흙길도 좋고요, 해맞이공원은 해 뜨는 쪽으로 전망이 좋고요, 조각공원은 능포항 쪽으로 전망이 좋답니다.
 

내리막으로 접어들어 군부대를 지나 양지암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와 내려서면 붉은 등대가 멀리 놓여 있는 방파제가 나타난답니다. 능포항에는 그 상징인 돌고래 형상이 놓여 있어 눈길을 끕니다.

4월 합천 모산재 영암사지~가회마을 벚꽃길

꽃은 꽃대로 좋고, 잎은 잎대로 멋진 길입니다. 모산재와 그 아래 영암사지는 자기네 엄청난 에너지로 받쳐주기까지 하는 길입니다. 햇볕까지 밝고 화사하게 내려옵니다. 다른 폐사지와는 달리 오히려 당당하기만 한 망한 절터입니다.

단정한 삼층석탑과 조각이 화려한 쌍사자석등, 높게 올린 돌축대가 그런 느낌을 더합니다. 왼쪽 또 다른 금당 터도 대단합니다. 귀부가 둘 있는데, 하나는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어 힘이 넘치고 하나는 조금 수그린 채여서 다소곳합니다. 둘레 벚나무에서는 꽃잎이 날리고, 소나무들 사이 진달래는 가녀린 꽃을 흔듭니다.

이렇게 벚꽃이 좋을 때는 등산복 차림 남녀들이 꽃그늘에 앉아 놀거나 쉬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아울러 절터 들머리 조그만 포장마차도 괜찮은 명소랍니다. 바로 옆 복치 마을에 사시는 올해 연세가 일흔셋 되신 할머니가 주인입니다.

안주나 반찬은 할머니가 손수 기르거나 뜯은 채소와 나물로 만듭니다. 두부도 집에서 만드시는데, 할머니가 손수 길렀거나 이웃에서 농사지은 콩이 원료랍니다. 값도 아주 싼 편으로 나물전 국수 두부 따위입니다.

4월 중순 가회까지 내려가는 7km남짓 양쪽 가로수 벚나무들에는 꽃이 한창입니다. 벚꽃길은 적막하기까지 합니다. 물론 자동차도 자주 다니지 않습니다. 꽃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지요.

하동 칠십리 벚꽃터널이나 경주 보문단지 벚꽃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벚꽃을 다른 이와 나누지 않고 독차지하며 새 잎과 꽃으로 환한 산과 농사 짓느라 사람 바삐 움직이는 들판 풍경을 누리기에는 이 길이 으뜸입니다.
 
오도 마을 이를 즈음 왼쪽에 이팝나무가 있는데, 벚꽃길은 여기서 끝납니다. 내쳐 걸어 가회 마을 가면 작은 즐거움이 있습니다. 나무들 우람하게 들어선 옛집 한 채입니다. 수수하고 깔끔한 혁림서당(赫臨書堂)과 세한헌(歲寒軒)입니다.

5월 남해 가천~홍현 마을 바닷가길

풍경이 아름다우면서도 호젓한 길과, 둘레 자연이 썩 잘 어울리는 멋진 마을을 한꺼번에 누리려면 봄날 남해 가천 마을을 찾아 홍현마을까지 걸으면 됩니다. 거기에 더해 세상 사는 사람들 속내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사실 가천 마을은 소개가 필요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가파른 언덕배기에 다닥다닥 붙은 집과 층층이 쌓아 올린 다랭이논, 잘 생긴 암수바위와 임신해 배가 부른 여자 바위가 대표적이지요. 마을 아래 조그만 바다도 예쁘장한데, 산책로까지 잘 만들어져 있어 쉽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마을에는 음식점도 몇몇 있는데 해물파전과 두부김치와 유자잎 동동주 등을 하나씩 먹을 수 있습니다. 또 마을 사람들이 길러낸 마늘쫑 같은 농산물도 비싸지 않은 값에 장만할 수도 있습니다.

가천에서 홍현으로 이어지는 길이 처음에는 조금 오르막이었으나 한 모퉁이 돌아서면 곧바로 내리막입니다. 길만 편하지 않고 풍경도 아주 편합니다. 엷게 안개가 끼기도 하는데 여러 섬과 배가 떠 있는 바다는 시원스런 바람을 내어뿜습니다.

가천 마을에는 없는 것이 홍현 마을에는 많이 있습니다. 작은 어항도 만들어져 있으며 돌이나 바위를 쌓아 물고기를 가둬 잡는 석방렴도 두 개나 있답니다. '쉬잇~ 쉬잇' 또는 '헤잇~ 헤잇' 쇳소리를 내며 물질하는 해녀도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해녀의 발만 보입니다.


마을을 통째 둥글게 감싸안은 방조림도 있는데요, 마을에다 안정감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입혀 놓습니다. 규모가 가천 마을보다 큰 편인데도, 이 같은 마을숲 덕분에 좀더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누릴 수 있답니다.

6월 하동 쌍계사~화개장터 벚나무 그늘길

하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섬진강, 그 아름다움은 계절을 가리지 않습니다. 가장 붐빌 때는 꽃이 피는 봄입니다. 여름 들머리 6월의 십리벚나무길은 봄과는 또다른 눈부심을 안겨줍니다. 바람에 날리는 이파리에서 파랗게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봄철 꽃길이 시원한 나무 그늘에 푹 젖습니다. 이 좋은 길은 호젓하기 그지 없습니다. 봄날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꽃은 피었다 바로 지지만 잎은 한결 같습니다. 연두에서 신록으로 신록에서 녹음으로 녹음에서 단풍으로 달라지는 섬세함까지 갖췄습니다.

쌍계사에서 화개장터로 이어지는 길은 심심하지 않습니다. 6km가량 되는 벚나무길은 온통 그늘 터널입니다. 도로 바닥에는 이파리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하얗게 점점이 박힙니다. 길 밖에는 녹차밭이 펼쳐집니다.

벚나무길과 오래 사귄 길동무처럼 편안하게 어우러지다가 화개장터에서 헤어지는 화개천은 여기서 섬진강이랑 합해집니다. 화개천 건너 집들도 마찬가지로 평화롭고요, 드문드문 들어선 찻집들도 분위기가 그럴 듯합니다.

길을 나서기 앞서 둘러보는 쌍계사는 수수하고도 청신합니다. 쌍계사는 칠불암과 더불어 널리 알려진 절간입니다. 신라 명필 최치원이 쓴 진감선사대공탑비가 있고, 구층석탑은 아름답고 마애불은 천진합니다.

쌍계사에서는 또 불두화(佛頭花)가 사람 눈길을 오래 붙잡아 둡니다. 불두화는 쌍계사의 고즈넉함을 한결 정갈하게 만들어줍니다. 떨어진 꽃잎이 더 아름답기도 한 불두화입니다. 수북하게 떨어져 있는 꽃잎을 보면 문득 사람도 이렇게 질 수만 있다면 두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정의 끝에는 화개장터가 있습니다. 지금은 관광을 위한 상설장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예전 같은 장터 풍경은 없지만 그래도 사람 북적거리는 맛은 새롭습니다. 시골 할머니 한 분이 푸성귀 몇몇을 늘어놓곤 합니다. 장터에는 밥집들도 많습니다.

7월 명주~욱곡 마산의 살아 있는 바닷가길

옛 마산 바닷가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해안선이 그다지 다치지 않아 보기 좋으며, 바닷물이 더럽지 않아 물풀이 무성하고 덕분에 여러 물고기들이 알을 낳아 이른바 '수산자원'이 메마르지 않게 하는 곳이랍니다. 이런 해안선과 갯벌이 경남에는 더 없습니다.

명주 마을 근처에는 해양드라마세트장이 있습니다. 2010년 텔레비전 드라마 <김수로>를 찍느라 만든 시설입니다. 세트장은 단순합니다. 모두 나무로 지어졌고 지붕조차 나무로 이었습니다.

맞은편 바다에는 드라마용 배가 몇 척 있습니다. 한 굽이 돌면 저잣거리입니다. 쇠를 벼리는 대장간도 있고 과일을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여기 놓인 소품들도 하나같지 않고 다들 조금씩 달랐습니다. 꽤 신경을 써서 만든 물건들입니다.

욱곡~명주 바다는 마산만의 특색을 오롯이 띠고 있습니다. 양쪽 산들이 둘러선 가운데 바다에는 점점이 섬들이 떠 있습니다. 섬들은 뭍에서 볼 때 겹쳐 있습니다. 바다가 아닌 커다란 호수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물결까지 잔잔하지요.

고개 넘어 도만 마을과 다구 마을을 거쳐 진동 광암항까지 이르는 해안로는, 썩 걷기 좋은 길입니다. 다구 마을 위에는 임진왜란 당시 평민 의병장 제말 장군 무덤이 있는데, 거기서 내려다보는 마을 어항도 퍽 아름답습니다.

8월, 김해의 갖은 박물관과 습지 유적들

먼저 찾을 데는 수로왕릉입니다. 초행길이 아니라면 그냥 지나쳐도 그만이겠지만요. 수로왕릉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김해민속박물관이 나옵니다. 여기 유물들은 김해평야가 상징하는 바 농경 관련이 많다 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생활 관련 소품들이 꽤 놓였습니다.

대부분 김해에서 모은 것들이고 재미있는 것도 많습니다. 김해 옛 모습을 되살려놓은 데도 있고 70년대 인기 가수 남진의 음반과 축음기가 함께 놓인 장면도 있습니다. '민속의 소리'에서는 악기 옆 버튼을 누르면 해당 악기 소리가 나오도록 돼 있습니다. 규모는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이 크지만, 구체성과 효용성은 김해민속박물관이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민속의 소리.


대성동 고분군 언덕 둘레에 있는 대성동고분박물관과 노출전시관도 눈에 담을만하답니다. 계절 따라 주변과 잘 어울리는 산책길이 박물관과 전시관을 이어줍니다. 반드시 한 번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노출전시관은 옛 무덤을 새 무덤이 파고 들어간 장소입니다. 여기서 말고는 다른 데서 쉽게 발견되지 않는 별난 모습이지요. 여기서 중국산 청동솥도 발견됐답니다. 대성동고분박물관은 무덤 쌓는 과정 등을 보여줍니다. 무덤에 순장된 가야 시대 여인을 복원해 놓은 데도 있습니다.

다시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국립김해박물관입니다. '가야'가 전문인 박물관입니다. 김해의 금관가야만 담지 않고 창녕의 비화가야, 고성의 소가야 등등을 두루 담고 있습니다. 여기 박물관은 전시와 설명이 아주 친절합니다.
여기를 나온 다음 당시 촌장들이 김수로왕을 맞기 위해 구지가를 불렀다는 구지봉과 그 아내 허황옥이 묻혔다는 수로왕비릉으로 이어지는 길은 덤으로 얻는 산책로입니다. 그지 없이 편하게 둘러볼 수 있으니 그냥 한 바퀴 돌아 왕비릉 앞 파사석탑을 눈에 담으면 되겠습니다.

9월 전남 순천만의 갈대와 갯벌

전남 순천의 순천만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가꿔진 습지일 것입니다. 게다가 사람도 늘 풍성하게 드나듭니다. 여러 차례 찾아간 적은 있었지만 제가 글을 쓴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에 다녀오면 꼭 한 꼭지 써야겠습니다.

순천시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순천만 갈대와 철새와 갯벌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갈대에 대해서는,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되어 순천만에 이르기까지 10리길 갈대밭이 펼쳐져 있다"고 합니다.

철새는 이렇습니다. "220여 종이 기록되어 있다. 25종이 세계적으로 희귀한 멸종위기 조류로 순천만의 천연성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겨울이면 흑두루미와 검은목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민물도요, 큰고니, 혹부리오리 등이 월동한다. 봄·가을에는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 도요·물떼새 등이 중간기착한다."

갯벌은 이렇네요. "순천만은 고흥반도와 여수반도에 둘러싸여 호수처럼 잔잔하다. 이러한 자연·지형적 요인으로 주로 뻘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갯벌에는 갯지렁이류와 게가 많으며 맛조개, 새꼬막, 참꼬막, 낙지, 키조개 등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다."

10월 밀양 재약산·가지산 골짜기 동천 둑길

밀양 동천 물줄기를 따라 늘어선 제방에는 흙길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물론 모두 흙으로 돼 있지는 않습니다. 동천 둑길의 미덕은 또 있습니다. 요즘 시골은 구멍가게조차 하나도 없는 데가 많지만, 이번 둑길은 들머리와 끝머리에 모두 가게랑 밥집이 달려 있습니다.

둑길 시작하는 용전다리 바로 옆 '점빵'에서는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둑길로 들어서면 가까운 비닐하우스들에서 라디오 소리가 납니다. 일하는 사람이 있다는 표시입지요.

잠수교도 있고요, 그 건너편 한쪽에서는 때때로 빨래를 하는 풍경이 눈에 들기도 합니다. 사람 사는 집 둘레를 지나치다 보면 사납지도 않게 생긴 개가 깜냥껏 짖어대기도 합니다. 그러면 주인이 나와서 소리쳐 다잡기도 합니다.
 

둑길은 사람 말고 풍경도 품습니다. 곳곳에 야트막하게 들어선 보들은 물을 풍성하게 보듬습니다. 물이 잦아드는 즈음이면 갈대가 우거져 색다른 눈맛을 줍니다. 가을이 되면 맞은편 산자락 단풍 풍경이 더해집니다.

고맙습니다. 많이들 신청해 주시면 무척 좋겠습니다. 참가비는 한 차례에 1만5000원(점심값 포함)이고요, 010-2926-3543이나 pole08@hanmail.net로 성함이랑 연락처 남겨주시면 되겠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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