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마을기업은 뭐고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뭐야?

김훤주 2012. 3. 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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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8일 오후 3시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경남도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경남 지역산업의 새로운 고용창출을 위한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경남도의회 지역경제연구회(회장 조우성 경남도의원)가 주최했는데요, 발제는 이자성 경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지방자치단체 커뮤니티 비즈니스 현황과 과제-일본 자치단체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했습니다.

저는 이날 세미나 자리에 가 앉기 전에는 행사 주제가 ‘경남 지역산업의 새로운 고용창출’인줄을 몰랐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는 의회 사무처에서는 제게 그냥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을 몇 마디 해달라고만 했기 때문입니다.

발제에 이어서 제게 주어진 시간은 10분이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에 맞춰 말씀을 드리느라 나름대로는 애를 많이 썼습니다. 아래에 적은 바와 같은 내용만 발표해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고용 창출’에 대한 제 견해까지 덧붙이려니 더욱 힘들었습니다.

행사 목적이라도 미리 알려줬으면 좀더 알차게 얘기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사가 좀 더 잘 준비됐으면 더욱 좋았겠지요.

어쨌거나 이번에는 이날 제가 미리 정리해서 발표한 내용을 먼저 올립니다. 고용창출과 관련한 얘기도 이날 두어 마디 했는데요, 이는 며칠 있다가 따로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이자성 선수 발제 모습. 제가 스마트폰으로 찍었는데 좀 흐립니다.


1. 앞서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슷한 사업이 저마다 다른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지식경제부)를 비롯해 마을기업(행정안전부), 농어촌 공동체 주식회사(농림수산식품부), 사회적 기업(고용노동부), 자활 공동체(보건복지부) 등이 해당 부처마다 흩어져 있습니다.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이들에 대한 지원 체계도 여태까지는 따로따로 놀다가 올해 들어 고용노동부 사회적 기업으로 일원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개념도 이와 마찬가지로 일원화하는 편이 합당하다고 봅니다.

마을기업, 농어촌 공동체 주식회사, 커뮤니티 비즈니스, 자활 공동체를 사회적 기업의 여러 구체적 형태 가운데 하나로 여기는 편이 낫겠습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큰 범주에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이 포함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커뮤니티 비즈니스라 해도 그것이 다른 것과 엄격하게 구분되는 고유 영역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는 점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자활 공동체나 마을 기업이나 농어촌 공동체 주식회사도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삼아 비즈니스를 한다면 바로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2.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특징이 이렇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지역 주민이 주도하고 △지역에 밀착해 사업을 벌이며 △지역 과제(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를 띱니다. 따라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하려면 먼저 이런 것들을 해당 지역에서 찾아내야 합니다.

해당 지역에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과제(또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합니다. 지역과 밀착해서 벌일 사업으로는 무엇무엇이 있는지도 찾아내야 합니다. 사업을 이끌어갈 능력을 갖춘 주민도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야 합니다. 아울러 지역에서 동원할 수 있는 자원들도 찾아내야 합니다.

이런 작업을 경남도 차원에서 하기는 어렵습니다. '경남'은 주민들의 일상이 이뤄지는 생활 단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일상은 대체로 창원·진주·김해·밀양·양산·산청·거창·합천·사천·하동·남해·거제·고성·통영·의령·함안·창녕·함양 같은 기초자치단체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커뮤니티 비즈니스 필수 구성 요소를 찾아내는 작업과 그렇게 해서 찾아낸 요소들을 서로 연결하는 작업은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해야 구체적이고 실속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는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풀기 어려운 부분(이를테면 교육)만 거들어 주면 됩니다.

발제문에서는 '경남' 커뮤니티 비즈니스 지원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저는 이런 면에서 합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들여다보고 필요한 요소들을 찾아내는 데에 '경남'은 지나치게 크고 지나치게 헐거운 틀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기초자치단체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지원센터를 만드는 방안도 그다지 합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면 기초자치단체마다 '마을 기업' 지원센터, '농어촌 공동체 주식회사' 지원센터, '사회적 기업' 지원센터, '자활 공동체' 지원센터 따위가 죄다 들어설 수밖에 없습니다. 기초자치단체마다 '사회적 기업 지원센터' 하나만 있으면 족하다고 저는 봅니다.

3. 지역마다 관련 분야를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발제문은 마지막 '정책 제언'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 운영은 주민, NGO, 행정기관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이므로 다양한 지역 구성원의 참여와 협조가 가능한 추진 체계 구축으로 참여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음"이라며 "지역 주체간 로컬 거버넌스의 추진 체계 조성"을 제시했습니다.

제가 알아 듣기로는 어쨌든 '로컬 거버넌스(지역 협치)를 할 수 있는 체계를 짜자'는 말씀 같은데, 저는 좀 아니라고 봅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도 다른 모든 사업과 마찬가지로 주체가 가장 중요하고 주체로는 '주민(NGO 포함)'만 있을 뿐 '행정기관'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행정기관은 말하자면 거들어 주는 정도 구실을 하고 말 뿐입니다.

그보다는 사회적 기업을 많이 만들게 하고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을 좀더 활성화되도록 하는 작업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에 포함되든 포함되지 않든 서로가 서로에게 먹이가 될 수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손님이 될 수 있는 그런 사회적 기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다 싶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기업끼리 서로 돕고 기댈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조직도 만들도록 부추겨야 하겠습니다. 말하자면 '사회적 기업 협의회'가 될 수 있을 텐데요, 이런 조직은 기초 단위에도 있고 광역 단위에도 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4. 다른 사람 밥그릇을 빼앗지 않을까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발제문은 "노인 복지, 돌보미 사업, 육아, 보건, 간병 사업, 교육 사업 등"을 경남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개발할 수 있는 '서비스 및 상품'으로 꼽았습니다.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잘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같은 분야 또는 비슷한 영역에 종사하는 다른 사람들의 밥그릇을 빼앗거나 깨뜨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라면 그리고 사회적 기업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블루 오션'이나 '틈새 시장'을 사업 영역으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노인 복지, 돌보미 사업, 육아, 보건, 간병 사업, 교육 사업 등'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그리고 지역 사회에 작으나마 이바지할 수 있는 분야를 새롭게 열어야 하지 싶습니다.

순전히 개인 생각일 따름입니다만, 어쩌면 지역에서 생산하는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푸드 사업, 시골로 갈수록 더욱 처지가 어려운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 갈수록 중요해질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복지 사업, 도시 직장에서 은퇴하고 시골로 들어가려는 이들을 위한 귀촌(歸村) 지원 사업 따위가 사회성과 사업성이 모두 높겠다 싶습니다.

아울러 이민해 온 사람들을 활용해 할 수 있는, 보기를 들자면 다문화 음식점 사업 따위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관광객이 많이 오는 데에 자리를 만들어 중국·필리핀·베트남·우즈베키스탄 등등에서 이민해 온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출신 나라 먹을거리를 만들어 팔게 하는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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