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사회적 기업으로 고용 창출을 한다고?

김훤주 2012. 3. 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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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9일 경남도의회에서 치러진 '경남 지역 산업의 새로운 고용창출을 위한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여했던 이야기를 3월 4일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마을기업은 뭐고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뭐야?'인데요, 여기서 저는 마을기업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비롯한 사회적 기업 일반이 잘 되려면 어떤 데에 좀더 신경을 쓰면 좋겠는지를 주로 짚었습니다.

그런데 이 세미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고용 창출과 관련지어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사정은 전혀 모르고 갔습니다.

경남도의회 사무처 직원이 "커뮤니티 비즈니스 일본 사례를 정리한 발제문을 보내줄 테니 이에 대해 몇 마디 하면 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경남도의회 지역경제연구회 세미나 모습.


이런 인식은 세미나를 주최한 지역경제연구회(경남도의원 사이 연구 모임 가운데 하나) 조우성 회장의 발언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조 회장은 새누리당 소속인데요 "이번 세미나는 경남 지역산업의 새로운 고용 창출 방안 마련을 위해 지역주민의 자활의지를 기반으로 지역특성에 맞는 사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도모하는 자리"라고 인사말에서 밝혔습니다.

1.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기업일 뿐

그러나 익히 아시는대로 마을기업이나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목적이 고용 창출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지역(=마을) 살리기에 있는 사업입니다. 먼저 마을 기업을 만들어 마을을 살린 다음 마을 기업을 통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소득을 올리는 데도 이바지하고 그에 따라 일자리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사회적 기업(또는 마을기업, 농어촌 공동체 주식회사, 자활 공동체, 커뮤니티 비즈니스)이 '일자리 창출'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습니다. 이 착각이 경남도의회 지역경제연구회의 이런 인식을 낳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사회적 기업 가운데 몇몇은 어르신과 여성·장애인 등 이른바 '취약 계층'의 고용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 일반이 모두 고용 창출에 목적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말 그대로 사회적으로 보람이나 의미가 있는 일을 주로 하면서 이윤도 추구하는 존재일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마을 기업을 비롯해 사회적 기업 범주에 넣을 수 있는 기업들 일반이 죄다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삼는 존재는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문화 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관광·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장애인에게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 등등 이른바 '취약 계층'을 위한 '고용 창출'을 하지 않는 사회적 기업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회적 기업이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사회적 기업을 많이 만들면 고용 창출은 절로 이뤄진다는 이런 착각이 우리 사회 다른 현상을 가리고 있습니다. 고용 창출을 위해서 진짜로 필요한 정책들에게 눈길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2. 나라와 자본이 할 일을 대행하는 사회적 기업

이렇습니다. 학교 청소를 대행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습니다. 물론 취약 계층을 많이 고용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법정 최저임금 정도를 받고 일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청소를 하는 사람들을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이 고용하면 이런 따위 사회적 기업은 없어도 됩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는 곳곳에 있습니다.

쓰레기 재활용을 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습니다. 이들은 버려지는 전자 부품 따위에서 다시 쓸 수 있는 부품이나 값나가는 성분을 떼어내 팔아서 기업을 굴립니다. 그런데 이런 기업은 사회 전체 차원에서 보자면 나라나 삼성 또는 LG 같은 대자본이 책임지고 해야 마땅한 사업입니다.

이런 사회적 기업이 많아지면서 거대자본이나 나라 또는 교육 당국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약해질 개연성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분야 사업이 나름대로 상업성(이를테면 쓰레기 재활용 사업)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거대자본이 이를 되찾아가 버리는 일도 일어납니다.

3. 나라와 자본의 고용 창출 책임을 덮거나 가릴 수도

사회적 기업이 고용 창출을 많이 하리라는 기대는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진짜 고용 창출에 필요한 정책과 노력들을 숨기는 구실도 합니다. 지금 경남에는 마을 기업이 서른다섯 군데 있다고 합니다. 마을 기업에 고용돼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제가 알지는 못하지만 한 기업에 두세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들었습니다.

뉴시스 사진.


마을에 거점을 두고 사업을 하면서 마을 특산물을 팔거나 마을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 팔거나 마을 사람들이 뜻을 모아 밥집이나 찻집을 운영하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기서 고용하는 인원이 많아봐야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런데도 마을 기업 따위 사회적 기업을 얘기하면서 고용 창출을 앞세운다면 일부러 그랬든 아니든 그것은 사기일 따름이겠다고 저는 여깁니다.

우리나라에서 고용 창출을 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법정 노동시간만 줄이면 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하루 여덟 시간(주 40시간) 노동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하루 일곱 시간(주 35시간) 노동으로 줄이면 일자리가 기본으로 8분의1 이상 14% 넘게 늘어나게 돼 있습니다.

사회 전체를 두고 볼 때 하루에 여덟 시간씩 100만명이 고용돼 일을 해야 했고, 같은 일을 하루 일곱 시간씩 하도록 바꾼다고 하면 14만2857명이 더 필요하게 되는 식입니다. 이런 간단한 방법을 두고 일부러 나랏돈을 들여가며 사회적 기업을 만들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여기에 더해 잔업(시간외 근로)과 특근(휴일 근로) 따위 초과근로를 아무리 필요한 경우에라도 이를테면 하루 한 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제할 필요도 있습니다. 만약 넘기면 해당 자본가를 구속한다는 식으로 아주 세게 밀어붙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장시간 노동으로 말미암은 여러 폐해도 줄어들게 됩니다.


좀더 쉽게 말씀드리자면, 현대자동차 같은 경우 주야 맞교대를 자는 줄로 아는데, 그리고 휴일근로도 만만찮게 하는 줄로 아는데 여기에 앞에 말씀드린 바를 적용하면 현대차 공장 하나에서만 해도 몇 천 명이 더 고용돼야 지금 생산 물량을 뽑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고용 창출 방안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처럼 손쉽고 간단한 고용 창출 방안은 생각지도 않고 사회적 기업이 고용 창출을 위하는 방안인 양 떠드는 것은 결국 이런 손쉽고도 좋은 방안에 사람들이 눈을 돌리지 못하도록 구실을 톡톡히 할 뿐이라 저는 생각하는 것입니다.

4. 그럼에도 더 많아져야 하는 사회적 기업

물론, 사회적 기업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사회적 기업의 존재 양태로 협동조합이 가장 크게 꼽히는데 세계 전체 차원에서 보자면 이 협동조합이 고용하고 있는 인원이 10억 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협동조합(또는 사회적 기업)이 별로 두드러진 존재가 아닙니다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잘 알려진 축구팀인 스페인의 바르셀로나FC도 협동조합(=사회적 기업)이라고 저는 들었습니다. 같은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몬드라곤은 120개 협동조합이 10만명이 고용돼 일하는 협동조합 복합체라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몬드라곤은 절대 해고가 없는 기업으로도 이름나 있습니다.

이런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생기고 더욱 커지고 할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회적 기업이 고용 창출 전체 또는 대부분을 책임지는 것처럼 여기는 풍토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고용을 창출해야 하는 진짜 원인을 가리고 책임자를 숨겨주는 노릇을 하기가 십상입니다. 이번 경남도의회 지역경제연구회 세미나가 딱 그 짝이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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