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성현 선수의 <밥 먹여주는 진보>

2012년 1월 9일 문성현 통합진보당 당시 창원시 위원장이 창원 문성대학 체육관에서 출판기념회를 했습니다. 4월 11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문성현 선수는 <밥 먹여주는 진보>라는 책을 냈습니다.

저는 출판기념회에 가서 한 권에 1만원씩 모두 5만원을 주고 다섯 권을 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부피를 따져보니까 한 권에 1만원은 비싸다고 할 수 있겠고 5000원 정도면 그럭저럭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1월 20일 문성현 선수랑 블로거들이 막걸리 한 잔 앞에 놓고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 끼였는데, 이렇게 말했습니다. "책을 잡으면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을 수 있도록 하려고 부피를 줄였다." 그런 의도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저도 앉은 자리에서 한 시간도 걸리지 않고 다 읽었습니다.

2.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까닭들

<밥 먹여주는 진보>는 여러 얘기를 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핵심은 이렇습니다. "진보가 밥 먹여줄 수 있다. 밥 먹여주는 진보는 간단하다. 없는 일자리를 일부러 만들 필요도 없이 지금 있는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럴 듯합니다. 지금 있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되는 얘기이거든요.


문성현 선수는 좋은 일자리의 필요성을 여러 측면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노동자들의 삶의 질 문제를 넘어서서 우리나라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뒷받침하는 구매력 문제, 산업 생산을 보장하는 기술력 문제, 그리고 나아가 교육 문제까지 끌어들여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힘주어 말합니다.


구매력 부분은 이렇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1987년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고 내실이 튼튼해졌다. 왜 그랬을까? 1987년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임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어서 그만큼 구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아파트를 사지 않았다면, 자동차를 사지 않았다면, 냉장고, 세탁기, TV, 휴대폰을 사지 않았다면, 어찌 삼성과 현대가, LG와 SK가 비약적 발전을 할 수 있었겠는가? 수출만 해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바로 내수에 의해 뒷받침될 때 경제는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102쪽)


기술력 부분은 이렇습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같은 회사 같은 일자리에 오래 있을 수가 없다. 길어도 2년이 되면 떠나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는 안정적 기술력이 유지·확대될 수 없는 것이다. 임금 부담 때문에 부득이 비정규직을 쓰는 사용자들도 기술축적이 안 되어 큰 걱정거리라고 한다."(100쪽)

1월 20일 블로거들과 문성현의 술자리. 문성현 왼쪽에 파비님, 오른쪽에 선비님.


교육 관련 부분은 이렇습니다. "지금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어서라도 공부를 잘하게 만들려는 이유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그나마 좋은 직장(공무원이나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학교 졸업장이 무엇이든), 연봉 최저 임금 2천5백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는 정규직 일자리가 보장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꼭 공부를 잘 하지 못하더라도(사실 공부 잘하는 것은 아이들이 가진 많은 재능 중, 암기력과 이해력에 한정된다), 자기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 세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전 국민의 가정을 옥죄는 사교육의 문제도 사회적으로 어떠한 일자리가 보장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의 문제는 단순한 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며 교육의 문제이며 전 국민의 가정 경제의 문제이며 결국 정치적 문제인 것이다."(96~97쪽)


다들 그럴 듯한 얘기이지만, 우리 사회 고질인 교육 문제도 비정규직 문제를 풀면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특히 눈길을 끕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면 그렇게 아둥바둥 교육에 매달리지는 않으리라는 말씀입니다.


3.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그러면서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보편적 복지의 실현과 동시에 노사가 저마다 40%를, 국가가 20%를 내어 임금기금을 조성해 비정규직 임금을 1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올린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법정 최저 임금을 노동자 임금 전체 평균의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제한 현행 기간(期間)에서 사유(事由)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2년까지만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앞으로는 비정규직을 채용해야만 하는 사유가 있을 때만(기간에 관계없이)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입니다.


문성현 선수는 <밥 먹여주는 진보> 108~111쪽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정부 통계로도 비정규직이 600만, 전체 임금 노동자의 반을 넘었다. 이 중에서 200만 정도는 그 사유가 인정되는 비정규직이라 친다면, 400만 정도가 실제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선 가장 절실한 임금에서의 차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규-비정규 노동의 임금 격차는 연봉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최소한 2천만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을 적용한다면 연간 80조원(400만명×2천만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1년 예산이 300조, 연간 GDP 1천1백조다. 80조라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 전체 임금 400조(1천2백만명×3천3백만원)에 비해서도 만만한 돈이 아니다. 누구나 말로는 비정규 노동자 처우 개선을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80조원의 문제는 한꺼번에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80조 중에서 1차적으로 반을 해결하자고 보면, 40조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지불 능력의 차이가 극심한 구조 하에서 임금으로 40조에 달하는 격차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최대한 먹고사는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 키우는 문제, 공부시키는 문제, 주거문제, 노후문제는 취직을 했든 안 했든,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나라가 기본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보편적 복지'이다.


나라 예산을 제대로 운영하면(쓸데없는 전시성 토건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20조 정도는 마련할 수 있다. 이 돈이면 의료보험 영역 확대(5조원), 대학 반값 등록금(5조원), 서민 임대주택 건립(5조원), 기초노령연금(5조원) 정도가 우선 해결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기업별 지불 능력 차이에 의한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노동자가 임금의 2% 정도(8조)를 부담하고 같은 액수를 사용자들이 부담하는 기금을 만들면 16조 정도가 마련될 것이고, 정부가 4조를 보태면 임금 기금 20조를 만들 수 있다. 400만 비정규직의 최저임금을 연 500만원 가량 올릴 수 있는 돈이 된다."


4. 이런 해결책이 과연 최선일까?

그런데 제게는 이런 해결책이 복잡하고 미지근해 보입니다. 저는 비정규직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정규직의 법정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게 더 많이 주도록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현행 법령은 주당 노동 시간을 40시간(8시간×5일)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35시간(7시간×5일)로 더 줄이는 것입니다. 아울러 연장 근로를 정규직의 경우는 주당 5시간을 넘어설 수 없도록 규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일자리가 많이 생깁니다.

현대자동차를 보기로 들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제가 알기로는 주야 2교대를 합니다. 하루 12시간 노동(주 5일 노동으로 환산하면 60시간)인 셈입니다. 이를 주당 최소 35시간 최대 40시간으로 줄이면 일자리는 두 배 가량으로 늘어납니다. 이를 모든 부문 모든 산업으로 확대해 보면 어마어마하게 일자리가 많아집니다.

이렇게 법령으로 규정하면서 사용자 처벌도 동시에 크게 강화해야 마땅합니다. 정규직 주당 노동시간이 40시간(연장 근로 한 시간 포함)을 넘기면 사용자의 인신을 구속하는 식으로 해서 효력을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비정규직 노동의 경우는 정규직보다 임금을 50% 정도 더 받게 보장해 주는 것입니다. 이는 보상의 성격도 있습니다. 일자리=고용이 불안정한 마당에 임금까지 정규직보다 적으면 어떻게 제대로 먹고살 수 있겠느냐는 얘기입지요.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나라에서는 이미 실행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5. 비정규직을 생각과 행동의 중심으로 삼아야

저는 이 두 가지만 제대로 돼도 비정규직 문제는 크게 많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다른 무엇보다 정규직의 반발 또는 불만을 넘어서야 합니다. 당장 자기 밥그릇 크기가 줄어드니 그 또한 당연한 반발이고 불만이겠습니다.


게다가 정규직 노조 출신인 문성현 선수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나름대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통합진보당을 지탱하는 주축 가운데 하나인 민주노총도 정규직이 중심인 조직이니 사정은 어쩌면 한 번 더 딱할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생각과 행동의 중심은 이미 비정규직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실에 절망해 있는 20~30대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고 합니다. 40대 50대 60대에도 비정규직이 많습니다. <밥 먹여주는 진보>도 96쪽에서 이렇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청년들(한 해 60만 명 정도가 출생한다) 4명 중 1명은 실업자이고, 겨우 취업한 3명 중 2명은 비정규직이며, 그나마 제대로 직장을 잡은 청년은 1명밖에 안 된다." 비정규직과 실업자가 전체 청년의 75%라는 얘기입니다. 왜 이들을 적극 감싸안지 않을까요?

이들의 이익을 대변함으로써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 않습니까?
지금 고려해야 하는 것은 정규직이 아니고 비정규직입니다. 민주노총으로 조직돼 있는, 처지가 안정적인 정규직 노동자가 중심이 아니고 이리저리 흩어져 있어서 처지가 더없이 불안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당선도 될 수 있고 세상도 바꿀 수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자면, 통합진보당이든 진보신당이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당선도 될 수 없고 세상도 바꿀 수 없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사용자나 정부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그야말로 과감하고 단호하고 확실한 태도로 희생과 양보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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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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