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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핵이 없는 이라크, 핵이 있는 북한
2012년 1월 12일 저녁 창원 상남동 민주노총 경남본부 3층 강당에서 '신년 한반도 정세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창원진보연합과 경남겨레하나(우리겨레하나되기 경남운동본부)가 주최했습니다. 주제는 '2012년 한반도 평화와 창원 지역의 역할'이었습니다. 박경순 옛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 부소장이 발제를 했습니다.
어쨌거나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 있었는데, 저와는 다른 생각이어서 함께 좀 따져보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한 줄 올립니다. 토론회에 참여한 서른 사람 남짓 가운데 한 사람이 '북한핵이 한반도 전쟁 억지력'이라는 취지로 말했는데 저는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발제자도 토론자도 아닌 그이 발언의 요지는 이랬습니다. "핵이 없는 이라크는 미국한테 한 방에 당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북한에 핵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다. 북한에 핵이 없어도 미국이 지금처럼 할는지 의문이다." 단순화하자면 북한에 핵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을 침략하지 않고 그래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이처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지하는 힘이 북한 핵무기에 있다는 이의 생각은 이렇게 이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경위로든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데 대해 반대하지 않거나 찬성·지지한다."
2. 힘센 존재가 없는 이라크, 힘센 존재가 있는 북한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북한에 핵이 없어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북한에 핵이 없어도 미국이 북한을 침략하지는 않는다. 북한과 이라크의 가장 큰 차이는 핵이 있고 없고가 아니다. 사활을 걸고 든든하게 뒤를 봐주는 힘센 존재가 있느냐 없느냐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략해 사담 후세인을 잡아 죽일 수 있었던 까닭이 저는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이라크에 핵이 없어도, 만약 미국에 버금가거나 맞설 만큼 힘센 존재가 있어서 정녕 사활을 걸고 이라크를 지킨다고 한다면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라크에는 그런 존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다릅니다. 중국이 있습니다. 중국은 1950년 일어난 한국전쟁에서도 그랬지만 북한이 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북한이 망해서 없어지면 중국은 그렇지 않은 상태보다 훨씬 더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저만의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이 망해 완충지대가 없어지면 중국은 그것이 대한민국이 되든 미국이 되든 자본주의 나라와 바로 국경을 맞대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그것이 지금 남한과 북한이 맞대고 있는 국경과 성격·내용·형식이 똑같지는 않겠지만 중국에게 훨씬 더 크게 부담이 될 것임은 누가 봐도 분명합니다. 이른바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이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하게 되면 자동으로 개입하도록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61년 만들어진 '조선-중국 우호 조약'의 핵심이 이것입니다. 어느 한 쪽이 전쟁에 들어가면 다른 한 쪽은 곧바로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3. 북한이 보는 북한 핵과 남한 사람이 보는 북한 핵
그러면 북한 핵은 무엇이냐고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 처지에서는 자위(自衛)를 위해 핵무기를 가지려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남한이 박정희 시절 핵무기를 가지려 했던 것과 이치가 같다고 봅니다. 남한의 박정희가 미국을 완전히 믿지 못할 수 있었던 것처럼 북한도 중국을 완전히 믿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무기 보유가 북한으로서는 강력하고 또 올바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남한의 박정희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말씀입니다. 북한으로서는 믿을 것이 결국은 자기자신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존재가 자기 이해에 따라 북한을 버릴 가능성이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전혀 없다고 여기기는 어렵다고 북한이 생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까지 그렇게 생각할 까닭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북한 사람이 아니고 남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북한 사람이 아니라 남한 사람의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우리가 북한을 대신해 생각하고 행동해 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4. 핵은 어디에 있든 누가 갖고 있든 모두 위험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지하는 힘은 북한 핵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힘센 존재에게 있다는 제 생각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어떤 경위에서든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나면 남쪽이고 북쪽이고 가릴 것 없이 끝장이다. 그래서 남한에 사는 나는 미국 핵무기도 반대하지만 북한 핵무기도 반대한다."
저는 북한 핵뿐 아니라 미국 핵·중국 핵·남한 핵(있다면)까지 모두 반대합니다. 자그마한 실수로라도 방아쇠는 당겨질 수 있고 버튼은 눌러질 수 있는데, 다른 무기는 멈추거나 돌이킬 수 있지만 핵무기는 그렇지 못합니다. 하물며 한반도에서 진정한 전쟁 억지력이 되지도 못하다고 보는데, 그런 따위 핵무기에 미련을 둘 까닭이 제게는 없습니다.
김훤주
2012년 1월 12일 저녁 창원 상남동 민주노총 경남본부 3층 강당에서 '신년 한반도 정세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창원진보연합과 경남겨레하나(우리겨레하나되기 경남운동본부)가 주최했습니다. 주제는 '2012년 한반도 평화와 창원 지역의 역할'이었습니다. 박경순 옛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 부소장이 발제를 했습니다.
어쨌거나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 있었는데, 저와는 다른 생각이어서 함께 좀 따져보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한 줄 올립니다. 토론회에 참여한 서른 사람 남짓 가운데 한 사람이 '북한핵이 한반도 전쟁 억지력'이라는 취지로 말했는데 저는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발제자도 토론자도 아닌 그이 발언의 요지는 이랬습니다. "핵이 없는 이라크는 미국한테 한 방에 당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북한에 핵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다. 북한에 핵이 없어도 미국이 지금처럼 할는지 의문이다." 단순화하자면 북한에 핵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을 침략하지 않고 그래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박경순. 왼쪽 서 있는 이는 창원진보연합 김정광 집행위원장.
이처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지하는 힘이 북한 핵무기에 있다는 이의 생각은 이렇게 이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경위로든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데 대해 반대하지 않거나 찬성·지지한다."
2. 힘센 존재가 없는 이라크, 힘센 존재가 있는 북한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북한에 핵이 없어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북한에 핵이 없어도 미국이 북한을 침략하지는 않는다. 북한과 이라크의 가장 큰 차이는 핵이 있고 없고가 아니다. 사활을 걸고 든든하게 뒤를 봐주는 힘센 존재가 있느냐 없느냐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략해 사담 후세인을 잡아 죽일 수 있었던 까닭이 저는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이라크에 핵이 없어도, 만약 미국에 버금가거나 맞설 만큼 힘센 존재가 있어서 정녕 사활을 걸고 이라크를 지킨다고 한다면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라크에는 그런 존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다릅니다. 중국이 있습니다. 중국은 1950년 일어난 한국전쟁에서도 그랬지만 북한이 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북한이 망해서 없어지면 중국은 그렇지 않은 상태보다 훨씬 더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저만의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이 망해 완충지대가 없어지면 중국은 그것이 대한민국이 되든 미국이 되든 자본주의 나라와 바로 국경을 맞대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그것이 지금 남한과 북한이 맞대고 있는 국경과 성격·내용·형식이 똑같지는 않겠지만 중국에게 훨씬 더 크게 부담이 될 것임은 누가 봐도 분명합니다. 이른바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이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하게 되면 자동으로 개입하도록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61년 만들어진 '조선-중국 우호 조약'의 핵심이 이것입니다. 어느 한 쪽이 전쟁에 들어가면 다른 한 쪽은 곧바로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3. 북한이 보는 북한 핵과 남한 사람이 보는 북한 핵
그러면 북한 핵은 무엇이냐고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 처지에서는 자위(自衛)를 위해 핵무기를 가지려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남한이 박정희 시절 핵무기를 가지려 했던 것과 이치가 같다고 봅니다. 남한의 박정희가 미국을 완전히 믿지 못할 수 있었던 것처럼 북한도 중국을 완전히 믿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무기 보유가 북한으로서는 강력하고 또 올바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남한의 박정희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말씀입니다. 북한으로서는 믿을 것이 결국은 자기자신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존재가 자기 이해에 따라 북한을 버릴 가능성이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전혀 없다고 여기기는 어렵다고 북한이 생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까지 그렇게 생각할 까닭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북한 사람이 아니고 남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북한 사람이 아니라 남한 사람의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우리가 북한을 대신해 생각하고 행동해 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4. 핵은 어디에 있든 누가 갖고 있든 모두 위험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지하는 힘은 북한 핵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힘센 존재에게 있다는 제 생각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어떤 경위에서든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나면 남쪽이고 북쪽이고 가릴 것 없이 끝장이다. 그래서 남한에 사는 나는 미국 핵무기도 반대하지만 북한 핵무기도 반대한다."
저는 북한 핵뿐 아니라 미국 핵·중국 핵·남한 핵(있다면)까지 모두 반대합니다. 자그마한 실수로라도 방아쇠는 당겨질 수 있고 버튼은 눌러질 수 있는데, 다른 무기는 멈추거나 돌이킬 수 있지만 핵무기는 그렇지 못합니다. 하물며 한반도에서 진정한 전쟁 억지력이 되지도 못하다고 보는데, 그런 따위 핵무기에 미련을 둘 까닭이 제게는 없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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