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합천 활로 ① 황강은빛백사장길

김훤주 2012. 1. 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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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맞아 힘이 넘치는 물길

1. 황강의 땅, 합천

합천은 황강의 땅이다. 북쪽에 해인사를 품은 가야산과 청량사를 안은 매화산 따위 기운찬 산악이 버티고 있지만 역사와 문화, 사람살이로 보자면 합천은 황강의 땅이라 하는 편이 조금은 더 옳다.

먼저 황강은 이웃 고을 거창군에서 발원하지만 합천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강다운 모습을 갖춘다. 합천읍 남서쪽에 있는 합천댐도 1988년 들어서기는 했지만 합천을 합천이게 하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가까운 대병면의 악견산·금성산·허굴산 같은 산들이 그다지 높지 않으면서도 명산으로 대접받는 까닭이 다 황강에 이어져 있어 골짜기와 들판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합천을 일러 '황강의 땅'이라 할 수는 없다. 합천 사람의 삶들이 황강과 깊숙이 연관돼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황강은 알려진대로 강바닥이 둘레보다 높은 천정천(天井川)이었다.

황강레포츠공원에서 본 함벽루.


그래서 강변 이쪽저쪽에 기름진 논이 생겨났고 이는 사람들이 부쳐 먹고 사는 바탕이 됐다. 또 정양늪이나 박실늪·연당지 따위 습지도 많다. 알려진대로 습지는 사람을 비롯한 생물은 물론 무생물까지 풍성하게 머금는다.

더욱이 황강은 합천 역사의 큰 줄기를 이룬다. 넓이가 983.47㎢로 서울(605.25㎢)의 1.6배에 이르는 합천은 일제 강점기인 1914년 삼가군과 초계군 둘을 아우르면서 오늘날의 합천군이 됐다.

지금 합천읍 일대에 해당되는 옛날 합천에 이르려면, 북쪽은 산악으로 막혀 있고 남쪽은 물길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동쪽 또는 서쪽에서 황강을 따라 들어오는 경로 말고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합천은 신라와 가야 사이(500년대)에서, 신라와 백제 사이(600년대)에서, 그리고 통일 신라 또는 고려와 후백제 사이(900년대)에서 군사 요충지 노릇을 톡톡히 했던 것이다.

합천읍 들머리 해발 100m도 안 되는 취적산 마루에 산성 자취가 있고 기슭에 642년 대야성(합천의 옛 이름) 전투에서 백제군에게 성주 김품석이 죽고 나서도 계속 싸우다 전사한 화랑 죽죽(竹竹)을 기리는 빗돌이 있는 까닭이다.


2. 황강의 힘이 모이는 레포츠공원

황강은 힘이 세다. 합천댐이 생긴 이래 거기 가로막혀 힘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합천읍 들머리 합천교 아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줄기는 그 소리만으로도 엄청나다.

바로 여기 황강의 힘이 모이는 자리에 사람들이 어울려 놀 수 있도록 황강레포츠공원이 꾸며져 있다. 강변에는 이런저런 나무들이 심겨 있고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이리저리 산책할 수 있는 길도 닦여 있으며 인공 물길을 따라 나무로 만든 데크도 놓여 있다.

2011년 8월 어느 날 늦은 아침 찾았을 때 텐트를 걷는 청년 대여섯이 눈에 들어왔다. 다가가 '어떻게 왔는지' 물으며 말을 걸었다. 텐트 걷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은 채로 "친한 친구들끼리 하루이틀 어울려 놀기는 가장 좋다. 물도 모래도 적당하고 놀이시설도 있는데다 야영료는 아예 받지 않으니까……"라고 했다.

약동하는 젊음이다. 낮에는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뜨겁게 놀고, 밤에는 술도 한 잔씩 하면서 나름 사는 얘기를 한 자락 풀기도 했을 테다. 그러나 저이들 텐트 걷는 절도를 보아하니 어제 밤 술이 지나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강변에는 힘찬 황강 물살이 부려놓은 백사장이 두툼하게 깔려 있다. 공놀이를 할 수 있도록 몇몇 시설도 갖춰져 있다. 사람들은 여기에서 여름철에 그냥 풍덩 들어가 물놀이를 즐기기도 하지만 강물을 거스르며 또는 순응하며 거닐거나 뛰기도 한다. 더위에 시들거나 늘어지지 않고 활기차게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수중마라톤대회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해마다 7월 마지막 주말에는 여기 황강레포츠공원에서 황강레포츠축제가 열리는데, 이때 상류쪽(2km)과 하류쪽(5km와 10km)으로 흐르는 강물에 무릎 높이까지 담근 채 집단으로 뜀박질을 해대는 색다른 수중마라톤 대회 풍경이 펼쳐진다.

함벽루 쪽에서 바라본 황강레포츠공원. 수중 마라톤 대회를 할 때는 엄청 붐빈다.


2011년 제16회 대회는 7월 31일 치러져 종목별로 5등까지 상을 주기도 했는데 앞선 30일에는 모래 풋살대회와 비치발리볼대회 같은 부대 경기 예선전과 전야제가 펼쳐졌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지만 몸소 참가해 물을 튀겨가며 앞을 다투다 보면 승패를 떠나 몸과 마음이 더불어 상쾌해지게 마련이다.


여기서는 또 갖은 수상 레저를 즐기며 약동하는 힘을 느낄 수도 있다. 래프팅·웨이크 보드(wake board)·수상 스키를 하거나 바나나 보트·땅콩 보트를 타고, 또 아이들은 에어 바운스(air bounce)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식구들끼리 와서 하루이틀 머물며 놀기에는 딱 알맞은 곳이다. 게다가 야영장과 샤워장은 무료로 제공된다.


그러나 몸을 개운하게 하려면 여기 설치돼 있는 샤워장 사용만으로는 아무래도 모자라는 느낌이 든다. 합천읍내에는 시골 동네답지 않게 목욕탕들이 많은데 여기에 들면 된다.

또 텐트가 마뜩지 않은 경우에는 마찬가지 시골 동네답지 않게 많이 널려 있는 여관에서 객실을 빌리면 되겠다. '水려한 합천 문화관광' 홈페이지를 보면 '합천군 합천읍 합천리'에만 남정·대화·덕수장·신라장·세림장·금강장·만수장·용문장·초원장·보성·연호장·서울장·국제장·프린스장·이화장·반도장 등 여관이 16개나 있다.


3. 맞은편 벼랑에 있는 조용한 함벽루

어쨌거나, 이처럼 여름에도 처지지 않고 역동하는 공간인 황강레포츠공원 맞은편에는 차분하고 조용한 함벽루가 자리잡고 있는데, 축제 기간에는 강 가운데 만들져 있는 잔교(棧橋)를 통해 건너갈 수 있고 보통 때는 위쪽 합천교 다리로 건너갈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 어르신들 게이트볼을 하는 쪽으로 흙길이 나 있고 이는 그 너머 함벽루로 가는 대나무 숲길과 이어진다.

고려 시대 들어선 함벽루에서는 맞은편 강물과 백사장과 나무와 멀고 가까운 산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 강가에 바짝 붙어 높다랗게 서 있기 때문에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바람이 불면 더 시원하다. 난간에 바투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때로는 아찔한 느낌을 짜릿하게 던져주기도 한다.

'남명 선생' '퇴계 선생' '선무사 이종하' '난포 이대형'의 한시와 '함벽루기' 따위가 현판으로 걸려 있다. 남명 조식(1501~1572)은 합천군 삼가면 외토리에 생가가 있는 조선 시대 이름난 선비이고 같은 해 태어나 두 해 일찍 세상을 떠난 퇴계 이황 또한 학설의 옳고그름은 서로 다퉜으나 동시대 으뜸으로 꼽혔던 유학자다.

남명 조식의 한시.

퇴계 이황의 한시.


그러니 이들 현판은 예부터 이제까지 널리 알려져 많은 이들이 찾아와 조용한 가운데 황강이 만들어 부려놓은 일대 풍광을 즐겼음을 일러주는 물건들이다.


요즘 들어 새로 만들어진 매우 동적인 공간인 황강레포츠공원이, 옛날부터 있어 왔으나 느낌은 반대로 아주 정적인 함벽루와 이어져 있어 여기를 찾으면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절대 작은 즐거움은 아니겠다.


코스 : 황강레포츠공원~합천교~게이트볼장~대나무숲길~함벽루~합천군수 이증영유애비


길 안내

자가용
창원·진주·부산 방면 : 남해고속도로~군북(의령)나들목-의령읍~대의고개~삼가면~합천읍~황강레포츠공원
대구 방면 : 88고속도로~고령나들목~합천읍 ~황강레포츠공원
서울 방면 : 대전통영고속도로~88고속도로~거창나들목~합천읍~황강레포츠공원

대중교통

마산 합성동터미널 1시간 오전 7시 50분(창원), 10시 40분(창원), 오후 12시 50분, 2시 45분, 5시 30분, 6시 40분 6차례
진주시외터미널 50분 오전 6시 50분~오후 8시 13차례
대구 서부터미널 1시간 오전 6시 10분~오후 8시 20분 22차례
부산 사상터미널 1시간40분 오전 7시~오후 7시 15차례
서울 남부터미널 5시간 : 오전 10시 8분 12시 오후 2시 3시 4시 45분
※ 합천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서 걸으면 10분 정도 걸리고 택시를 타면 기본 요금이 나온다.

숙소 : 맞은편 합천읍내에는 시골 동네답지 않게 여관이 아주 많이 모여 있다.


주변 여행지 : 바로 옆 합천교 건너편에 합천이 자랑하는 습지인 정양늪이 있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 : 여름철에는 물놀이와 수상 레저를 하기 좋고 겨울에는 강변과 함벽루를 이어 걸어다니기가 좋다.


요금 : 주차 요금과 입장료, 야영장·샤워장 사용료는 없다. 수상레저는 걸맞은 사용료를 받는다. 래프팅 1만5000원, 웨이크 보드 3만원, 수상스키 3만원, 바나나 보트 1만5000원, 땅콩 보트 2만5000원, 에어바운스 8000원.


문의 : 합천군 관광개발사업단 055-930-3755~6


김훤주

※ 합천군에서 2011년 12월 펴낸 <나를 살리는 길 합천활로>에 실려 있습니다. 합천군 관광개발사업단에 연락하시면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가야산국립공원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 등산/낚시
지은이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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