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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를 타면 자가용 자동차보다 돈도 적게 들고 에너지 발생도 덜 시키고 환경 오염도 조금만 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할 수밖에 없는 나쁜 짓을 줄이는 셈입니다.
시내버스를 타면 아울러 이웃들 부대끼며 살아가는 정경도 느끼고 산천경개 구경도 여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취지로 2011년 한 해 동안 진행해온 '시내버스 타고 우리 지역 10배 즐기기'가 이번으로 끝납니다.
마지막 나들이는 합천 황강 둑길로 잡았습니다. 합천 청덕면 가현 마을에서 쌍책면 성산 마을까지 이어집니다. 이리 꼬불 저리 비틀 휘어져 흐르는 황강에는 물도 모래도 갈대도 풍성했습니다. 끄트머리에는 이곳 1500년 전 가야 세력 다라국의 역사를 담은 합천박물관도 놓여 있습니다.
2011년 12월 27일 오전 9시 합천버스터미널에 가 닿았습니다. 추운 몸을 녹이려고 어묵을 너덧 개 사 먹고 국물을 후루룩거렸습니다. 그래도 발은 시림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난방 시설이 없는 터미널은 한데나 다름 없었습지요. 9시 20분 가현 마을 가는 버스(2250원)가 들어오자마자 냉큼 올라탔습니다. 오히려 거기가 덜 추웠거든요.
버스는 율곡·초계·적중·청덕면 사무소 소재지를 두루 지났습니다. 그런 다음 30분 걸려 가현 마을 들머리에 멈춰섰습니다. 멀리 들판 너머에 있는 가현 마을은 꽤 큰 동네였습니다. 산기슭을 따라 가로로 길게 집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들판 가운데 난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니 마을 바로 앞에 또다른 버스 정류장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동네 할머니 여섯이 모여 있었습니다. 가서 인사를 했더니 이렇게 추운데 뭐하러 다니느냐 물으셨습니다.
그냥 둘러보러 왔다니까 집에서 같으면 커피라도 한 잔 타 줄 텐데 하시며 정류장 안으로 들어와 몸이라도 녹히라십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할머니가 "불도 없는데 무슨 우째 몸을 녹히노!" 하고 퉁을 놓습니다. 앞에는 바구니도 다들 놓여 있었는데 물어봤더니 장에 가는 길은 아니라 했습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며 오른쪽으로 나아갔습니다. 새로 지은 신식 정자를 지나 아스팔트로 들어선 다음 곧바로 제방으로 올라섰습니다. 황강 흐르는 물길이 아침 햇살을 되쏘고 있었습니다. 가장자리를 따라서는 갈대들과 키 낮은 나무들이 꽃술과 잎사귀를 떨어뜨린 채 모여 있었습니다.
저것들 푸름을 잃지 않았을 때는 그 또한 장관이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날선 바람을 맞으며 한동안 걷다가 돌아보니 마을 들머리 동산에 우거진 솔숲이 새삼 그럴 듯했습니다. 제방을 벗어나 청덕교를 건넙니다. 3km 떨어져 있다는 합천창녕보 공사 현장을 오가는 덤프 짐차들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지날 때마다 다리가 출렁거렸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기서 바라보는 황강은 위도 아래도 쓸만했습니다. 구비쳐 흐르던 강물이 여기서 좀더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다리 아래쪽 낙차가 제법 큰 데서는 쏟아지는 물소리가 거세찼습니다.
넓고 깊은 강물은 그에 걸맞은 풍경을 품었습니다.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갈대들을 무성하게 거느렸고 아직은 줄기가 거뭇거뭇한 나무들도 함께 안았습니다. 이래저래 넉넉하답니다.
다리를 건너며 합천창녕보가 있는 오른쪽을 버리고 왼쪽으로 꼬부라집니다. 강물을 반짝이게 하는 해와 동행하는 길이랍니다. 낙동강 본류와 몸을 섞기 직전, 황강은 물이 깨끗합니다.
맑게 속까지 환하게 비쳐서 아래 가라앉은 모래들 알갱이가 눈에 잡힐 정도입니다. 물 위로 솟아오른 모래톱들은 더욱 깨끗해 보입니다. 곱게 썰어서 담은 시루떡 같이도 보입니다.
제방이 나오면 아스팔트길을 버리고 둑길로 들어섭니다. 둑은 황강 흐르는 쪽을 향해 부푼 배를 내밀었습니다. 배를 많이 내밀수록, 산자락에 내려앉은 마을 앞 들판은 넓어지게 마련입니다. 여기 있는 제방 두 개 가운데 하나는 잔뜩 내밀었고 다른 하나는 조금만 내밀었습니다.
제방은 왼쪽으로 황강과 나란하고 오른쪽으로는 들판과 집들이 내려앉았습니다. 추운 겨울 멀리 보이는 집들은 고즈넉합니다. 들판에는 비닐하우스도 여럿 있건만 사람 움직이는 자취는 일절 없습니다. 맞은 편에서 반갑게도 할아버지 한 분이 걸어오고 있습니다. 짐도 들려 있지 않고 일하는 차림도 아닌 것이 산책하러 나선 모양입니다.
줄곧 이어지는 풍경이 전혀 지겹지 않습니다. 전체로 보면 비슷하면서도 낱낱이 따져보면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흐르는 물길 따라 모래랑 갈대랑 나무랑 내려앉은 자세가 다들 다른 것입니다. 게다가 길도 좋아서 걷기에 알맞습니다. 제방 둑길은 말할 것도 없고 아스팔트 찻길까지 매우 한적한 것입니다. 길이도 적당해 모두 8km 남짓이랍니다.
두 번째 제방이 끝나는 곳에서 아스팔트길로 내려 황금색으로 빛나는 합천박물관을 향합니다. 박물관은 여기 있었던 가야 세력 다라국의 화려섬세함을 담았다. 로만글라스, 손잡이를 용봉 무늬로 꾸민 칼, 화폐 구실을 했던 쇳덩이, 다라국 드높은 공예 수준을 가늠하게 해 주는 갖가지 금귀걸이 따위들이 있습니다. 설렁설렁 둘러봐도 한 시간은 좋이 걸립니다.
박물관 뒤편은 옥전고분군입니다. 대부분 고분군이 그렇듯 여기도 고요하고 아늑합니다. 햇살 또한 바르고, 날선 바람조차 여기 들면 곧장 잦아들어 포근합니다. 이런 느낌은 박물관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기 심긴 목련은 봄은커녕 겨울이 한가운데로 들어서지조차 않은 때인데도 벌써 꽃봉오리를 머금었더랬습니다.
고분군은 박물관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되도록 야트막한 고갯마루에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하나 숨겨두고 있습니다. 고개를 넘어 앞으로 곧장 가면 마을 한가운데 버스정류장이 있는 데가 나옵니다. 먼저 점심을 먹어야겠기에 왼쪽으로 꺾어져 밥집이 있는 마을 가장자리에 들었습니다. 그 때가 낮 1시 40분 즈음이었지요.
이번 나들이는 쌍책면 성산 마을에서 시작해 합천박물관과 옥전고분군을 들른 다음 가현 마을까지 거꾸로 걸어도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적교를 출발해 가현을 거쳐 합천으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표도 함께 마련했습니다. 적교에서 가현까지는 5~10분이 걸린답니다.
김훤주
시내버스를 타면 아울러 이웃들 부대끼며 살아가는 정경도 느끼고 산천경개 구경도 여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취지로 2011년 한 해 동안 진행해온 '시내버스 타고 우리 지역 10배 즐기기'가 이번으로 끝납니다.
마지막 나들이는 합천 황강 둑길로 잡았습니다. 합천 청덕면 가현 마을에서 쌍책면 성산 마을까지 이어집니다. 이리 꼬불 저리 비틀 휘어져 흐르는 황강에는 물도 모래도 갈대도 풍성했습니다. 끄트머리에는 이곳 1500년 전 가야 세력 다라국의 역사를 담은 합천박물관도 놓여 있습니다.
청덕교 아래에서 낙동강 본류를 향해 소리내며 흘러가는 황강물.
2011년 12월 27일 오전 9시 합천버스터미널에 가 닿았습니다. 추운 몸을 녹이려고 어묵을 너덧 개 사 먹고 국물을 후루룩거렸습니다. 그래도 발은 시림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난방 시설이 없는 터미널은 한데나 다름 없었습지요. 9시 20분 가현 마을 가는 버스(2250원)가 들어오자마자 냉큼 올라탔습니다. 오히려 거기가 덜 추웠거든요.
버스는 율곡·초계·적중·청덕면 사무소 소재지를 두루 지났습니다. 그런 다음 30분 걸려 가현 마을 들머리에 멈춰섰습니다. 멀리 들판 너머에 있는 가현 마을은 꽤 큰 동네였습니다. 산기슭을 따라 가로로 길게 집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들판 가운데 난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니 마을 바로 앞에 또다른 버스 정류장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동네 할머니 여섯이 모여 있었습니다. 가서 인사를 했더니 이렇게 추운데 뭐하러 다니느냐 물으셨습니다.
가현 마을 들머리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들. 장바구니들도 함께 나와 있습니다. 버스는 얼마 안 가 바로 왔습니다.
그냥 둘러보러 왔다니까 집에서 같으면 커피라도 한 잔 타 줄 텐데 하시며 정류장 안으로 들어와 몸이라도 녹히라십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할머니가 "불도 없는데 무슨 우째 몸을 녹히노!" 하고 퉁을 놓습니다. 앞에는 바구니도 다들 놓여 있었는데 물어봤더니 장에 가는 길은 아니라 했습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며 오른쪽으로 나아갔습니다. 새로 지은 신식 정자를 지나 아스팔트로 들어선 다음 곧바로 제방으로 올라섰습니다. 황강 흐르는 물길이 아침 햇살을 되쏘고 있었습니다. 가장자리를 따라서는 갈대들과 키 낮은 나무들이 꽃술과 잎사귀를 떨어뜨린 채 모여 있었습니다.
저것들 푸름을 잃지 않았을 때는 그 또한 장관이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날선 바람을 맞으며 한동안 걷다가 돌아보니 마을 들머리 동산에 우거진 솔숲이 새삼 그럴 듯했습니다. 제방을 벗어나 청덕교를 건넙니다. 3km 떨어져 있다는 합천창녕보 공사 현장을 오가는 덤프 짐차들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지날 때마다 다리가 출렁거렸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기서 바라보는 황강은 위도 아래도 쓸만했습니다. 구비쳐 흐르던 강물이 여기서 좀더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다리 아래쪽 낙차가 제법 큰 데서는 쏟아지는 물소리가 거세찼습니다.
넓고 깊은 강물은 그에 걸맞은 풍경을 품었습니다.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갈대들을 무성하게 거느렸고 아직은 줄기가 거뭇거뭇한 나무들도 함께 안았습니다. 이래저래 넉넉하답니다.
농사짓는 데에는 연둣빛이 성합니다.
다리를 건너며 합천창녕보가 있는 오른쪽을 버리고 왼쪽으로 꼬부라집니다. 강물을 반짝이게 하는 해와 동행하는 길이랍니다. 낙동강 본류와 몸을 섞기 직전, 황강은 물이 깨끗합니다.
물 아래 모래가 투명하게 비칩니다.
맑게 속까지 환하게 비쳐서 아래 가라앉은 모래들 알갱이가 눈에 잡힐 정도입니다. 물 위로 솟아오른 모래톱들은 더욱 깨끗해 보입니다. 곱게 썰어서 담은 시루떡 같이도 보입니다.
두 줄로 나란히 짐승 발자국이 나 있는 모래톱.
제방이 나오면 아스팔트길을 버리고 둑길로 들어섭니다. 둑은 황강 흐르는 쪽을 향해 부푼 배를 내밀었습니다. 배를 많이 내밀수록, 산자락에 내려앉은 마을 앞 들판은 넓어지게 마련입니다. 여기 있는 제방 두 개 가운데 하나는 잔뜩 내밀었고 다른 하나는 조금만 내밀었습니다.
바로 앞 농지가 너른 덕분인지 들어앉은 마을도 꽤 큽니다. 마을 이름이 '모리'이지 싶습니다.
제방은 왼쪽으로 황강과 나란하고 오른쪽으로는 들판과 집들이 내려앉았습니다. 추운 겨울 멀리 보이는 집들은 고즈넉합니다. 들판에는 비닐하우스도 여럿 있건만 사람 움직이는 자취는 일절 없습니다. 맞은 편에서 반갑게도 할아버지 한 분이 걸어오고 있습니다. 짐도 들려 있지 않고 일하는 차림도 아닌 것이 산책하러 나선 모양입니다.
둘길을 산책하시는 할아버지 한 분. 둑길은 곧게 나가다가 왼쪽으로 풀어진 국궁처럼 둥글게 휘어집니다.
줄곧 이어지는 풍경이 전혀 지겹지 않습니다. 전체로 보면 비슷하면서도 낱낱이 따져보면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흐르는 물길 따라 모래랑 갈대랑 나무랑 내려앉은 자세가 다들 다른 것입니다. 게다가 길도 좋아서 걷기에 알맞습니다. 제방 둑길은 말할 것도 없고 아스팔트 찻길까지 매우 한적한 것입니다. 길이도 적당해 모두 8km 남짓이랍니다.
두 번째 제방이 끝나는 곳에서 아스팔트길로 내려 황금색으로 빛나는 합천박물관을 향합니다. 박물관은 여기 있었던 가야 세력 다라국의 화려섬세함을 담았다. 로만글라스, 손잡이를 용봉 무늬로 꾸민 칼, 화폐 구실을 했던 쇳덩이, 다라국 드높은 공예 수준을 가늠하게 해 주는 갖가지 금귀걸이 따위들이 있습니다. 설렁설렁 둘러봐도 한 시간은 좋이 걸립니다.
합천박물관과 옥전 고분군.
박물관 뒤편은 옥전고분군입니다. 대부분 고분군이 그렇듯 여기도 고요하고 아늑합니다. 햇살 또한 바르고, 날선 바람조차 여기 들면 곧장 잦아들어 포근합니다. 이런 느낌은 박물관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거기 심긴 목련은 봄은커녕 겨울이 한가운데로 들어서지조차 않은 때인데도 벌써 꽃봉오리를 머금었더랬습니다.
고분군은 박물관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되도록 야트막한 고갯마루에 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하나 숨겨두고 있습니다. 고개를 넘어 앞으로 곧장 가면 마을 한가운데 버스정류장이 있는 데가 나옵니다. 먼저 점심을 먹어야겠기에 왼쪽으로 꺾어져 밥집이 있는 마을 가장자리에 들었습니다. 그 때가 낮 1시 40분 즈음이었지요.
이번 나들이는 쌍책면 성산 마을에서 시작해 합천박물관과 옥전고분군을 들른 다음 가현 마을까지 거꾸로 걸어도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적교를 출발해 가현을 거쳐 합천으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표도 함께 마련했습니다. 적교에서 가현까지는 5~10분이 걸린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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